뜨고 지고! : 자연 끼리끼리 재미있는 우리말 사전 1
박남일 지음, 김우선 그림 / 길벗어린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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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는 듯 마는 듯 실바람에 굴뚝 연기는 실실,

잔잔한 바다에는 사르르 비늘 물결.

얼굴을 스치듯 남실바람 불어,

나뭇잎은 살랑살랑, 잔물결이 남실남실.

깃발이 팔락팔락 산들바람 불면,

바다에는 군데군데 하얀 물결.

초가을에 선들선들 건들바람 불어

나뭇가지 흔들흔들, 밀려오는 거품 물결(20페이지)."

 

어때요?

말장난 솜씨 죽이지요?

동시, 동화란 말을 가지고 놀 줄 아는 사람이 써야 하는 겁니다.

또 이 정도의 솜씨는 지닌 사람이 사전도 편찬해야 하는 것이구요.

 

중요한 건 단순한 말장난 수준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운 한국말이 여기에 다 나옵니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어디에 나오는 구절이지요?

그렇습니다.

<춘향전>에 나오는 거지요?

이거 고전 시간에 억지로 암기하느라고 죽어났지요?

 

"날이 새는 동쪽은 '새쪽.'

새쪽에서 불어와 샛바람.

봄에 많이 부는 바람이지.

 

하늘에 가까운 서쪽은 '하늬쪽.'

하늬쪽에서 불어와 하늬바람.

가을에 불어와 '갈바람'이기도 하지.

 

집에서 마주 보이는 남쪽은 '마쪽.'

마쪽에서 불어와 마파람.

여름에 불어오는 축축한 바람이지(18페이지)."

 

아주 쉽게 이해가 되지요?

왜 그런 이름들이 붙게 된 것인지 이해가 쉽지요?

바로 위에 인용한 <샛바람>,

 

요게 바로 푄입니다.

샛바람을 독일어로 바꾸면 푄이 된다는 말입니다.

이게 또 지리 시간에 나오는 거지요?

동해 바다를 지나서 태백 산맥 동쪽을 들이쳐서 비를 한 번 뿌린 다음에

산꼭대기를 넘어서 서쪽으로 불어오는 아주 건조한 바람!

바로 이 샛바람=푄 때문에 봄에 산불이 자주 일어나지요?

 

자, 꼬마작가가 국토지리도 강의를 해드렸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뭐 지리책을 보고 다시 공부를 한 것이냐,

그런 건 아니고 대원 고등학교 <폭력-지리 교사>가 하도 잘 가르쳐서

아주 생생하게 기억을 하는 겁니다.

대원 외고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대원고등학교 애들의 실력이 요 정도,

그러니까 외고로 장사를 해먹지요.

안 그래요?

 

분량이 좀 적은 것이 흠이긴 하지만, 아주 뛰어난 동시집입니다.

갓난아기들 잠 안 자고 보챌 때, 요런 걸 암기했다가 읊어주면 되는 겁니다.

고전, 국토 지리에다가 아기 키우는 요령도 강의하지요, 꼬마작가는.

육아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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