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 진실보다 강한 탈진실의 힘
제임스 볼 지음, 김선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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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는 스스로 어느 정도의 기대치가 정해진다『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의 저자는 기자이다. 그래서인지 흥미로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의심이 있었다. 내가 읽고 있는 기사도 믿을 수 없는데 이 책은 또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의심이 모두 사라지진 않았지만 이 책이 나에게 준 것은 있다. 어떤 것이 개소리인지 의심할 수 있게 하는 힘과 의지이다.



 책은 2016년 미국의 대선과 영국의 브렉시트 논란을 중심으로, 미국과 영국의 개소리가 어떻게 사람들을 움직였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짜 뉴스보다 더 한 것이 바로 개소리(Bullshit)라 말한다. 여기서의 개소리는 말하는 사람이 자기 입맛에 맞는 말을 마음대로 떠드는, 그야말로 개소리다. 이 이상 잘 어울리는 단어는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개소리는 진실과 거짓으로 나뉘지 않는다. 진실 여부는 상관없이 그 상황을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기 위한 엄청난 등급의 헛소리이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개소리꾼들과 그들의 소리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




트럼프 특유의 미디어 전략 중에는 역사적 유례를 찾아볼  있는 전술이 하나 있다바로 나중에 뉴스를 주겠다는 언질로 뉴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트럼프는 무에서 기삿거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보여주었다이런 소질을 처음 선보인 것은 오바마에게 흠집을 내려고 2012년에 트위터에 연거푸 올린 글에서였다그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면서 구체적 언급 없이 ‘확실히 믿을 만한 정보통’에 따르면 오바마의 출생증명서는 조작이고, ‘비밀 취재원’이 미국의 채무 상태를 밝혔으며유죄 판결을 받은 사기꾼이 오바마 대통령의  구매를 도왔다고 주장했다트럼프는 방어 태세를 보일  이런 식으로 언질을 주거나 암시하는 교묘한 수법을 썼다.

p.139



 다양한 개소리꾼들이 있지만 단연코 돋보이는 인물이 있다. 바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트럼프와 로이 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몰아 본 적이 있다. 그 후로 트럼프는, 어이없지만 나름 힘이 있는 대통령이 아닌, 정말 무서운 인간이란 인식이 생겼다. 젊은 시절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행했던 것들이 단순 사기 치는 수준이 아니었다. 반대편에 서는 사람을 공격하여 지치게 만든 후 자신의 잘못은 그 여파로 작아지게 만드는 무서운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 때도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얼토당토않은 개소리를 트위터를 통해 업로드한다. 다른 사람이 썼으면 정말 개소리라고 치부할 내용들이, 그가 말하는 순간 이상하게 힘을 갖는다. 그 개소리들의 진실 여부를 밝혀내기 위해선 개소리가 잠잠해지는 기간보다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트럼프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개소리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수준에 맞는 미디어를 얻는다. 뉴스 미디어와 허위 사이트 둘 다 소비하는 대중이 있으니 그런 정보를 만든다. 정치인은 유권자가 반응한다고 판단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소셜 네트워크는 우리가 서로 교류하게 해줄 뿐이다. 개소리가 기승을 부리고 믿을 만한 정보가 없는 상황이라면 우리도 소비자이자 유료 독자이자 유권자로서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이제 우리도 전통적인 매체와 거의 대등하게 정보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다. 우리의 역할은 더욱 두드러진다.

p.156



이런 개소리를 전달하는 것은 기존의 미디어들뿐만 아니라 SNS가 있다. 트럼프 역시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애용하고 있고, 많은 이들이 자신과 자신이 속한 모임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용도로 SNS를 이용한다.

넘쳐나는 가짜 뉴스와 개소리들이 손쓸 시간 없이 퍼져나가지만 팩트 체크를 할 수 있는 양과 시간은 한정적이다. 미디어들은 돈을 찾아 진실과 다른 것들을 전달하고, 정치인들은 자신들을 위해 떠든다. 그들에 맞서기 위한 우리들은 제대로 된 지식을 얻기 위해선 단순히 글을 읽고 생각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정치인은 법을 만들고 나라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이 만들어 내는 개소리는 어쩔 수 없이 힘을 갖는다.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하지 말고, 자라나는 아이들의 미래를 조금만이라도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미디어는 돈이 중요하다. 하지만 돈보다는 신뢰를 얻어야 오래갈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독자이자 유권자인 바로 우리이다. 나 역시 나만의 고정관념을 쉽게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자신의 틀을 깨고 여러 소식을 접할 때마다 한 번씩 더 생각하며 의심하고 좀 더 찾아본다면, 언젠가 나의 통찰력은 날카로워져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개소리는 한 계층이 노력한다고 해서 약해지는 것이 아니다. 개소리는 언제나 우리의 옆에 떠돌아다닌다. 심지어 내가 만들어낼 수 있다. 개소리를 0%로 만들 순 없지만 정치인, 미디어, 독자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만 노력하여 개소리를 걷어내려 한다면 세상이 조금은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또 어떤 개소리가 쏟아져 나올 것인지 약간의 기대감과 걱정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도움으로 나의 생각 회로에 몇 가지의 함수가 더 추가된 느낌이다. 앞으로도 개소리가 어떻게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지 바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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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가까운 사이 (스노볼 에디션) - 외롭지도 피곤하지도 않은 너와 나의 거리
댄싱스네일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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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것이 참 편하다학창 시절엔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게 최고인 줄 알았지만마음 한편으론 참 힘들었다정말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을 빼면함께 하는 일이 단순히 의무적이었다혼자 있으면 이상한 아이로 몰아갔지만지금 생각해보니 그 아이들은 성숙한 아이들이었다.

성인이 되면서 이런 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다각자의 방향에 몸을 맡기다 보니자연스럽게 거리가 생겼다.


혼자 밥을 먹거나카페를 가고쇼핑하는 일이 절대 외롭지 않다는 걸 알았다가끔 친구들을 만나서 시간을 보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또다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에너지를 충전했다인간이기 때문에 영영 혼자 살 순 없지만나를 위한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했다.



맏이로 자란 나에게 요구되던 유년기의 핵심 미덕이 ‘양보’였던 탓일까그게 나에게 익숙하고 유일하다시피 한 교류 방식이기에 편하다고 착각해 왔는지도 모른다결국은 스스로 편하다고 느끼는 방식으로 행동하면서도 머리로는 늘 내가 더 배려 한다고 여기는 인식의 함정에 빠져있었다.

그러다 보니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피로도가 높아지고 보상심리만 커질 뿐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관계가 깊어지지는 못했다어쩌면 단 한 번도 서로의 욕구를 제대로 맞춰 본 적이 없었으니까.

p.37



 나도 맏이로 자랐기 때문에부모님께 동생들 잘 챙기란 말을 지금까지도 듣는다양보도 좋지만 양보를 무조건 당연하게 생각하라는 가르침은 잘못인데우리나라는 양보가 미덕이라 가르친다물론 성격상 모든 걸 양보하진 않았지만동생들 대신 내가 먼저 해야 한다거나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 아닌 압박은 죽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그런 건 미덕이 아니라 강요이고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세뇌 당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어릴 땐 빨리 독립하는 것이 더 편해질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던 부분이다.


 역시나 성인이 되면서 많은 부분을 다르게 생각했고결혼하면서 더더욱 달라졌다내가 챙겨주던 거라 생각한 건 동생들 입장에선 꼰대의 참견이었고가족들 간에도 적당한 거리가 지켜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어린 시절이야 서로 부대끼고 투닥투닥 하며 재밌게 자랐을진 모르지만 사춘기를 겪고성인이 되어 각자의 삶을 살아가다 보니생각보다 내 맘대로 흘러가는 인간관계가 적다는 걸 배웠다.




‘비교’의 가장 무서운 점은 현재의 내가 무엇을 얼마나 이루고 가졌는지와 관계없이 시간이 지날수록 습관처럼 배어든다는 것이다진정한 자존감은 비교를 통한 상대적 만족감이 아닌 절대적인 자기 인정으로 얻을 수 있다이를 잊지 않는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비교 없는 위로와 불안 없는 축하를 건넬 수 있을 것이다.

p.101



나를 엄청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혼자 뭐라도 된 듯 저울질하며 그 과정과 결과를 하나하나 설명하는 사람들이다비교는 스스로를 파괴한다그 비교에 자신을 넣어서 더 빨리 파괴한다무서운 점은생각해보면 나 역시 나를 파괴하고 있을 때가 종종 있다그럴 땐 남 핑계를 대면서 스스로를 위로한다“내가 저 사람만 안 만났어도 이런 말은 안 했을 텐데역시 혼자가 최고야.


하지만…오랜 친구와의 만남에선 무슨 말을 해도 참 재미있다.





사람이 살아가며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곧 생명력과도 같다그렇게 우리는 모르는 새에 서로에게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다사람에게는 늘 사람이 필요하다.

p.217



…누구나 자산의 경험이 만든 렌즈를 통해 세상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다만 이따금 사랑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맺힌 조금은 다른 관점의 세상에 마음을 내어 주면 좋겠다그렇게 또 다른 사랑의 방법을 배워 나갈 수 있지 않을까.

p.241


  아무리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다고 해도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고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 치유해야 한다어릴 땐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나를 착하고 좋은 사람으로 알아줬으면 해서배려하고 양보했다하지만 나 스스로를 낮추고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서 행동한다고 나를 알아줄 거란 건 큰 착각이었다나를 더 아끼고 소중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지금도 배우고 있다그렇게 하기 위해선 사람들과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하다적당히 거리를 두고 나를 아끼며 다른 사람을 보면내 에너지가 다른 사람에게도 충분히 전해진다날카로웠던 가시도 점차 뭉툭해진다.




  책을 읽다 보니 나 같은 사람이 참 많구나라는 걸 느꼈다적당한 거리를 두고 내 주변 사람들을 만나고그들을 배려하면서도 나 자신을 상처받지 않게 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진 않다이런  난제들의 해답을 가르쳐주진 않았지만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하고 부드럽게 제안하는 듯한 책의 이야기들이 참 좋았다작가 역시 그런 과정이 있다는 게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항상 그 자리에 있을 순 없다또다시 흔들리고 힘들어지겠지만 방법을 알고 있다면 문제없지 않을까.



  예전엔 에세이가 재미 없었는데이 책은 참 좋다적당히 옆에 두고 종종 꺼내본다면 내면의 에너지를 잘 이끌 수 있을 것 같다사람들과의 관계에 지쳐 혼자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함께 하면 어떨까 싶다주변에 그런 이들이 보인다면 슬쩍 선물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특히 올해처럼 어쩔 수 없이 물리적으로 거리를 둬야 했던 지인들이 생각난다면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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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유니버스를 여행하는 과학 이야기 - ‘쥬라기 월드’ 공룡부터 ‘부산행’ 좀비까지 상상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전홍식 지음 / 요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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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유니버스를 여행하는 과학 이야기 - 전홍식



영화를 보다 보면 실제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일들이 참 많다. 즐겨보는 공포영화는 물론이고, 재난 영화와 SF 영화는 현실성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진다.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들썩일 땐 더 무서운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넘치고, 관련된 영화나 소설 등도 함께 이슈가 된다. 좀비 바이러스, 외계 바이러스 모두 공포와 호기심의 대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들이다.


SF 유니버스를 여행하는 과학 이야기』는 여러 영화나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다. 소설로 시작해서 영화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던 ‘쥬라기 월드’시리즈의 공룡이 실제 유전자로 복제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찰을 시작으로,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와 진화, 환경과 재난, AI, 네트워크 등과 같이 현재로는 한참 발전단계의 과학 기술들이 영화 속에서처럼 엄청난 발전으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가장 재밌게 읽었던 부분은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인 1장과, AI에 대한 이야기인 4장이었다.


유전자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내 삶의 지도가 유전자 하나로 그려진다면 편리하면서도 무서울 것이다. 갓 태어난 아기이지만 유전자 하나로 계층이 나눠지고, 직업과 삶이 확정되어버리는 미래 사회는 끔찍하다. 이렇게 유전 기술이 발전하는 것이 인류에게 도움이 되기만 한 것일지는 다각도로 생각해 보아야 하는 문제이다.



 AI는 최근에 많은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나 코로나19로 인한 언텍트 시대를 계기로 AI에 대한 기술이 더욱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책 속에 소개된 영화들 중 AI로 인해 (실은 AI를 설계한 인간으로 인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담긴 영화들은 정말 인상 깊었다. 사람이 편리하기 위해 만든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을 위협하게 되는데, AI의 오류에 대한 원인이 결국 인간이었다는 메시지가 강렬했다.



많은 종교에서 인간은 신의 모습을 본떠서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신화 속 신들은 인간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서 처벌하지만, 사실 인간의 잘못된 행동은 결국 신이 인간을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런 만큼 인공 지능의 문제를 반란이라고 생각하고 처벌하기보다는 그들이 잘못된 판단을 한 계기를 이해함으로써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돌아보면 어떨까? 결국, 인간의 잘못이 신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처럼 인공지능의 잘못 역시 인간의 부족한 면이 가져온 결과일 테니까.

238p





 과학의 발전이 우리 삶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어준 점은 확실히 크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잃는 것 역시 많지만 당장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과학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편리함 속의 위험을 한 번 더 경고해 주는 여러 영화와 소설들 속에 숨겨진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었다. 대부분 내가 보지 못한 영화들이어서 더 흥미로웠다. (대신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도 있기 때문에 스포에 민감하다면 주의하며 읽어야 한다)



어린이들은 막연한 상상이 아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들로 과학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고, 어른들에게는 가벼운듯하지만 뼈가 있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와 우리 사회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는 책이다. SF 유니버스를 여행하면서 만나는 많은 이야기들이 단순히 재미를 주기 위한 이야기들이 아닌,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던져주는 것으로도 느껴졌다.


과학은 어렵고 재미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읽어보길 바란다. 잠들어 있는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과학이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깨닫고, 발전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것들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꽤나 잘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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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말투에는 비밀이 있다 (10만 부 기념 한정판 리커버 에디션) - 사람의 마음과 인생의 기회를 사로잡는 대화법
장차오 지음, 하은지 옮김 / 미디어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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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말투에는 비밀이 있다 - 장차오

 


누구나 말을 잘하고 싶어한다. 나도 말을 잘하고 싶은데 생각처럼 조리 있게 말하지 못해서 자기 전에 이불 킥을 할 때가 적지 않다. 최근에 들어서는 조리 있게보다 말 다운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지 않으면 만나서 대화 하는 것은 물론, 전화 통화도 많이 불편해하는 나로서는 잘 말하는 게 참 어렵다. 가끔 말이 봇물처럼 터져서 많아진 날에는 대화가 끝난 뒤 항상 후회를 한다. 그렇다고 말 잘하는 사람들의 강의나 책을 찾아 보는 것도 아니다. 그들의 경험은 그들의 것일 뿐 내 것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찾지 않았다.

『끌리는 말투에는 비밀이 있다』의 서평단을 신청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역시나 남의 이야기일 뿐이라 생각했지만, 요즘은 남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고쳐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들이 들기도 했다. 이미 미디어들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드리고 있었기 때문인 듯 하다.

 

 


  저자는 10여년간의 말투 연구를 통해 끌리는 말투에 대해 답을 찾았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겪은 여러 사례들을 통해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여 있다. 일상이나 직장에서 있을 수 있는 대화의 예에서 어떻게 이야기하면 끌리는 말투, 좋은 말투인지 미리 볼 수 있다.

끌리는 말투라고 해서 단지 매력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런 이야기만 담겨있었다면 바로 책을 덮었을 것이다. 작가는 통계나 수치보단 스토리의 힘을 중시하고, 말하기는 기술이 아니라 배려라고 말한다.

 

 



나는 정말 그런 의도에서 한 말이 아닌데 말재주가 없어서 자꾸만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어요.”

저는 너무 솔직해서 탈이에요. 다른 사람의 부족한 점을 꼭 지적하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리죠.”

….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이런 말들은 대화의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둘러대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자신에게 관대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겐 요구사항이 많다. 그들은 늘 미성숙한 태도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부족함을 이해해달라고 강요하면서 잘못은 고치지 않는다. 이는 매우 무책임한 태도이다.

 35p

 

 

나는 말을 잘하는 것은 단지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전에 남을 배려하며 말하는 것이 먼저라고 작가는 말한다. 나도 직언을 하는 것이 상대방을 잘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할 때가 있었다. 고대 로마 후기에 환관들의 달콤한 말에 속아넘어간 황제들을 생각하며 직언은 미덕이라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남을 배려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 행위밖에 되지 않는 미성숙한 행동이었다.


 

가끔 대화를 하다 보면 아무 것도 남는 게 없이 끝날 때가 있다. 위로를 하기 위해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려 했는데 어느 순간 이야기의 주인공이 내가 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이럴 땐 스스로가 부끄러웠고, 차라리 다음엔 입을 다물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도 이 부분이 나와서 내 얼굴을 화끈하게 만들었다. 대화는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대화 역시 공부가 필요한 학문인 것 같다.

 

 


이 책은 크게 1(좋은 인상을 남기는 말투는 따로 있다), 2(말하기가 달라지면 관계가 편안해진다), 3(똑똑하게 할 말 다하면서 원하는 바를 얻는 비밀)로 나뉜다. 개인적으로는 1, 2부를 보며 비슷한 경험도 떠올랐고 나를 되돌아보기도 했다. 3부는 직장생활에서 필요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사실 모든 챕터가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말하는 방식을 조금만 바뀌어도 대화의 방향은 크게 달라진다. 남이 말투를 바꿔주기를 바라는 것보다 나의 말투와 그에 따른 행동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오늘 나누었던 많은 대화들 중 나를 힘들게 했던 대화가 있었다면, 한번 꺼내어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그런 시간이 쌓이다 보면 나처럼 대화를 힘들어하는 사람도 어느 순간 매력적인 말투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다.

 


 

부드러운 말로 상대를 설득하지 못하는 사람은 거친 말로도 설득할 수 없다. - 체호프

남을 설득하려고 할 때는 자기가 먼저 감동하고 자기를 설득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 토마스 칼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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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매혹적인 숫자 이야기
리여우화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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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 리여우화



많은 이들에게 수학은 어떤 존재일까?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해야만 하는 어려운 과목일 수도 있고,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고 말하는 이들에겐 재미있었던 과목일 수도 있다. 나에게 수학은 더 열심히 공부하지 못해서 약간 아쉬운 과목이다.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선생님이 좋거나, 그날 배운 챕터가 재밌으면 그냥 열심히 하는 게 공부였다. 수학도 비슷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만 하고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 후 대학을 졸업 후, 게임 개발자가 되기 위해 프로그래밍을 더 깊이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수학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단순히 공식만 외워서 문제를 풀 때는 어렵지 않았던 것들이 실제 필요한 이유를 깨닫고 사용할 땐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 수학에 대해 더 공부해볼 걸 하고 후회했던 때가 바로 이 시기였다. 함께 공부하던 수학 천재의 설명을 들을 땐 쉽던 것들이 집에서 나 혼자 다시 할 땐 세상 가장 어려운 부분이 되기도 했다. (이때 천재들은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도 느꼈다. 다음날 물어보면 어찌나 쉽게 설명해 주던지…)





그렇게 쉽고 어려운 수학을 계속 접하다 보니 가끔 수학천재들이 수학을 즐기는 방법들을 목격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을 고통 속에 집어넣은 ‘삼각함수’를 시작으로 여러 문제를 혼자 풀며 쉬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때면 왜인지 모를 소름이 돋기도 했다. 나도 나름 수학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필요한 부분까지만 사용하고 즐기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그런 수학 덕후들을 위한 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는 그 부분에서 최고의 책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수학을 어려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엄청난 수학 덕후다. 수학을 어려워한다는 것과 안 풀리는 것은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안 풀릴수록 더 풀고 싶고 재밌고 도전하는 모습은 어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딱 그런 사람이라 느꼈다.




수학을 좋아하는 엄청난 수학 덕후가, 수학 관련 주제를 하나씩 정해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기 때문에 수학 이야기가 재미없다면 이 책이 끌리지 않을 수도 있다. 많은 부분에서 어렵기도 하고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지만, 수학의 문제를 푸는 것보단 왜 이런 수학 공식과 법칙들이 탄생하게 되었으며 많은 난제와 증명들이 어떻게 해결되고 진행되어 가는지의 내용이 전반적이다. 물론 수학 책이기 때문에 어느 수준의 수학 공식들이 어쩔 수 없이 등장하지만 굳이 풀지 않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마치 내가 좋아하는 ‘공포’에 대해 하루 종일 토론할 수 있는 것처럼, 작가는 수학에 대해 한도 끝도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인 듯하다. 하나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재밌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즐기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함께 즐길 수 있고 흥미가 생긴다. 수학 문제를 잘 풀지 못한다고 해서 이 책을 즐길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사를 좋아한다면 이 책도 분명 재밌을 것이다. 나처럼 프로그래밍 전공자나, 수학을 사용하는 일을 하는 사람도 심심할 때 한 챕터씩 읽어본다면 나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수학이란 게 단순히 수학자들이 만들어낸 공식들이 아닌, 자연, 우주, 우리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란 것도 배울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수학 이야기 중에는 0의 탄생이 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0으로 표시하면서 태어난 0의 발견은 수학에서 엄청난 발견이다. 엄청 단순한 것 같지만 0의 탄생으로 인류는 지금까지 많은 발견을 할 수 있었다. 이런 발견들이 어디에 쓰이고 중요한지 실생활에서는 사실 알 필요가 없지만, 이 책을 보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우리 주변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길가에 깔린 보도블록들을 보아도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수학 시간이면 저는 공부를 한다기보다 선생님이 저의 머릿속에서 논리를 끄집어내어 도와주기를 기다렸습니다. 마음속으로 항상 ", 이런 거구나.", "그래, 만약 그렇다면 나도 이렇게 풀 수 있겠어.”라는 소리를 내뱉곤 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수학을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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