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서운 예언 사건 – 곽재식
가장 무서운 예언은 당연히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일 것이다. 그의 예언이 진짜인지는 찬반이 갈리지만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세상이 망할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다고 했지만 여전히 세상은 바쁘게 잘 돌아가고
있고, 그의 예언은 한물간 가십거리로 남았다.
『가장 무서운 예언 사건』에서도 제목처럼 예언이 등장한다. 시작은 운동 경기의 결과를 정확하게
맞춘 예언이었다.
이에 대한 제보를 받은 오현명 기자는, 정확히 무슨 회사인지 모르지만 조사를 참 잘하는 회사에
이 예언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다. 자칭 차세대 미디어 정보 플랫폼 사업을 한다는 회사의 사장 이인선과
직원 한규동, 그리고 오현명 기자는 함께 조사를 시작한다.
제보자는 예언으로 인해 큰돈을 벌었고, 마지막 예언은 특정 장소로 오라는 것이었다. 그곳에 가도 안전한지에 대한 의뢰였고, 그들은 그곳으로 향하고, 오늘 밤 세상이 멸망한다는 쪽지를 발견한다.
이 책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세상이 멸망한다는 예언을 한 예언자를 찾는 이야기이다. 발견한 쪽지
모서리에 쓰여있는 단어를 바탕으로 추적을 시작하고, 이와 연관된 집단,
인물들을 찾아 추리를 해 나간다.
전체적인 내용은 단순할 수 있지만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대화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주요
인물들의 성격부터가 독특한데,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범상치 않다.
“그런데 우리 회사가 차세대 미디어 정보, 플랫폼 뭐 그런 걸로 사업을 한다고 하기는 하지만
저는 아직도 도대체 우리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는 정말 모르겠거든요.”
…..
“멋있으라고 붙여놓은 말이니. 어제 창업한 회사보다 오늘 회사는 새로 생긴 거니까 어떻게든
차세대라면 차세대 아니냐. 그리고 뭐든 판을 벌여놓은 것 같으면 하여튼 플랫폼이라고 둘러댈 수는 있는
거고.”
- 87쪽
그녀의 성격이 제대로 나타내는 부분은 차세대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다. 작은 꿈조차
갖지 못하게 팩폭을 날리는 성격으로, 지극히 현실주의자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녀에 대해 느낀 것은, 우리가 평소 알고 있던 단순한 일들이 생각을
달리하면 그 이면의 진실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평면적인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파고들었을 때야 비로소 보이게 되는 진실들을, 뼈를 때리며 알려준다.
“양자론의 원리가 원래 그렇다고 해요. 그런데 그래도 통에 구멍을 뚫어보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어느 한쪽으로 전자 하나가 나오기는 나온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이때 전자가 왼쪽으로 나오는 거나, 오른쪽으로 나오는 게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 방향으로 나오는 게 아니에요. 그냥
완전히 확률에 따라 아무도 모르는 와중에 아무 이유도 없이 그렇게 둘 중에 하나로 정해져서 전자가 튀어나온다는 거예요.”
…..
“양자론에 따르면 실제로 그렇다는 거예요. 그냥 완벽한 우연으로 전자가 어디로 튀어 나갈지가
정해진다는 거죠. ….
-260쪽
가끔은 대화가 너무 많아서 지루하기도 하지만, 인물들의 대화가 함정이기도 했다가 정답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얼마 전 남편과 이야기했던 양자론에 대한 설명이 나왔을
때도, 이걸 여기서 이렇게 써먹을 수가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허벅지를 탁하고 쳤다.
C언어를 배울 초기에, 랜덤 함수를 통해 받은 난수는 정말 랜덤으로 나온 것이 아닌 여러 테이블들에 있는 값을 뱉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값을 받은 내 입장에선 난수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처럼 ‘어이없음’과 이유 없는 실망감을 떠올렸다. 양자학의 원리를 알았을 때도 그랬는데 이 책의 결말을 다 읽고 나서 나의 느낌도 그때와 같다면 어쩌지 하면서
계속 읽어나갔다. 다행히 생각보다 그리 실망스럽진 않았던 것은 역시나 인물들의 넘쳐나는 대화로 인한
것 일 수도 있다.
21세기에 세상이 멸망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그 예언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만들려면 준비 단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야기를 뒤집어보면 오히려 색다른 상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 소설이었다.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는 느낌이 강한 책이지만 한 가지에 파고들어 끊임없이 질문하길 좋아한다면 호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