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친일파 - 반일 종족주의 거짓을 파헤친다
호사카 유지 지음 / 봄이아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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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토론을 하게 되면 매번 들어가게 되는 것이 말하는 이의 정치적 견해이다그 사람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일본을 생각하는 방향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제대로 된 토론을 하기가 어렵다그래서 토론의 주제로 꺼려지는 것 중 하나가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갖고 있는 견해의 차는 당연하다.


토론이란 것은 견해의 차가 다른 이들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몰랐던 것을 알아가고내가 갖고 있는 지식이 다시 다듬어지는 과정이다하지만 정치적 입장을 바탕으로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남에게 그 의견을 주입시키려 한다나이를 떠나 어떤 세대에나 이런 사람들은 있다이런 특성은 그들이 쓰는 책에서도 나타난다그래서 일제강점기부터 현대사에 대한 책을 고를 때는 꽤나 신중하게 고르게 된다자신의 의견을 아무런 증거 없이 나열하여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는 책들보단 제대로 된 증거를 바탕으로 한 사실을 말해주고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그런 책들은 생각보다 찾기가 어렵다.




『신친일파』를 쓴 호사카 유지는 꽤나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일본인으로 태어났지만 귀화하여 지금은 한국인이다라디오 등을 통해 자주 들어서인지 그의 이름과그가 말하는 우리나라와 일본에 대한 이야기가 꽤나 익숙했다그가 보여주는 모국 일본에 대한 애정은일본이 하고 있는 잘못된 선택을 반복함으로써 과거로 돌아가려는 것에 대한 비판과과거 잘못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 것이다.

 


일본은 거듭된 정책 실패와 스캔들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의 목소리를 외부로 돌리기 위해 한일 관계를 걸고넘어진다그들은 아베 정권의 자민당 내 강성 우파들이다『신친일파』는 일본 우파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온 21세기 ‘신친일파’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그 대표적인 예가 2019 7월 「반일 종족주의」를 출간한 저자들이다「반일 종족주의」를 통해 얼마나 어이없는 주장을 펼칠까 하며 단 1원의 인세도 주기 싫어서 쳐다보지도 않은 책이다. (내가 읽지 않아도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였고일본에서도 35만 부 이상이 팔리며 엄청난 인기를 끈 책이다.)


『신친일파』에서는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들과 신친일파들의 주장을 반박하며 제대로 된 증거를 제시한다이 책을 통해 「반일 종족주의」가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대강 알 수 있는데대한민국 국민이 어떻게 일본 강성 우파들의 주장을 그대로 주장하며 우리나라를 반일 종족주의로 똘똘 뭉친 민족이라 말할 수 있는지 기가 찬다.





또한 한국인의 정신문화를 ‘반일 종족주의’라고 폄하하는 이영훈의 논리는 일본 극우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이적행위’와도 같다필자는 ‘노예근성’을 되풀이하는 

이영훈의 논리와 글이 한국을 파멸로 이끌 수도 있다는 우려스러움을 떨쳐낼 수가 없다 필자는 그 우려스러움을 확실히 해결하기 위해 본서를 썼다독자 여러분은 본서를 통해 거짓에 사실을 섞어 사람을 속이고 나라를 파멸로 몰아가려는 악마가 있다면 그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p.33 (프롤로그)



사실 이영훈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의 ‘노예근성’이 무엇을 뜻하는지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다보통은 사장을 위해살기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을 떠올리곤 한다말 그대로 ‘신친일파’들은 제대로 된 ‘노예근성’을 보여준다그러면서 호사카 유지는 그들의 논리와 글이 한국을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스러움을 말한다보통 오버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절대 아니다.





그런 중요한 사실을 이우연이나 일본 우파는 절대로 밝히려 하지 않는다그 대신 일부 부분적인 사실만을 부풀려 그것이 마치 전체적인 진실인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이와 같이 일본 우파 논리의 노예가 된 사람들의 정신 상태는 구제하기가 어렵다‘노예근성’이 정신을 파괴해버린 것이다.

p. 93


그들은 사실을 말하지만 10% 또는 그 이하를 말하고 90%의 나머지는 말하지 않는다나머지 90%는 순전히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지만 굉장히 사실처럼 포장을 잘 해서 계속 읽다 보면 사실로 착각하게 만든다그들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입과쓸 수 있는 손을 가졌다.




그런데도 일본 측은 양국이 약속했기 때문에 재판에서 개인은 구제받지 못한다는 또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일본 측은 한국이 1965년에 일본과 맺은 약속을 어겼다고 강변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의 주장은 항상 국가 대 국가의 약속이라는 말로 마지막을 장식한다그러나 개인 청구권이 남아 있다는 뜻은 개인이 해당 기업에 보상이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더구나 이번 소송들은 한국인 피해자가 일본이라는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 아니라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p. 102



일본 정부는 태평양전쟁 피해자들에게 개인으로서 연합군에게 받은 피해를 보상받으라 적극 지지한다하지만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개인으로서의 보상 요구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국가와 국가의 약속을 들먹이며 자신들은 할 일을 다 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개인과의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국가와 국가의 문제이다제대로 된 내로남불을 보여주는데 왜 일본 우파들의 주장을 우리나라 국민이 똑같이 주장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논리적으로 생각해도 맞지 않는다왜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지 않고 가해자인 일본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것일까왜 ‘위안부’를 포함한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입장은 무조건 거짓이라고 말하는 것일까그런 주장으로 일본에서 책 내면 돈 많이 버니까 그런 걸까호사카 유지 역시 그 점을 참 궁금해하지만 그 이유를 아는 사람들은 오직 그들뿐이다그리고 그들의 주장을 믿고 응원하는 이들이 있는 한 그들이 처절해 보이는 ‘노예근성’은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신친일파』에서 가장 마음 아프게 읽었던 부분은 역시나 <2부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최전선 성 노예 제도>부분이다이 책에서도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정독해서 읽고 부분 부분 또 읽었다강약의 강도가 존재하지 않는다이 세상에서 없었어야 할 일이 벌어졌는데 그들은 여전히 ‘노예근성’에 몸을 담그고입으로는 막말을 쏟아낸다인간적으로 말을 한다가 아니라 그냥 토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와 같은 미즈키 시게루의 체험단을 보면 상관이 위안소로 가라고 하는 데까지는 다른 위안소와 같다그런데 위안부 한 명 앞에 80~100명의 병사가 줄을 서 있었다미즈키는 회상한다병사들도 지옥이었지만‘위안부’에게는 그 이상의 지옥일 것이라고더욱이 민족이 다른 오키나와 여성이나 조선인 여성들은 얼마나 끔찍한 지옥이었을까이영훈의 글에는 위안부가 된 여성의 입장을 헤아린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운데당시 일본군 병사였던 미즈키 시게루는 ‘위안부’의 힘든 상황을 대신 아파하고 있다이영훈이 미즈키 시게루의 글을 읽는다면 ‘위안부’의 인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p.178


여성들이 계약을 맺은 상대는 포주였기 때문에 ‘위안부’들은 공창이 아니라 계약상으로는 포주의 피고용원이었다처음부터 일본군일본 정부조선총독부는 ‘위안부’ 문제에 책임질 생각이 없어서업자이자 인솔자 그리고 포주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제도를 생각해냈고그것이 바로 일본군 ‘위안부’ 제도였다.

이에 군이 위안소의 모든 것을 통제하지만경영은 포주가 한다는 시스템이 생겼다여성들은 대부분 속아서 왔기 때문에 정식으로 공창으로 등록된 기록 자체가 존재할 리가 없다일본군일본 정부조선총독부의 무책임한 ‘위안부’ 제도 운영이 전쟁범죄의 뿌리였다.

p. 231




얼마 전 KBS에서 최초로 공개된 ‘위안부’들의 만세 영상을 보았다구출되는 만삭의 ‘위안부’가 정말 해맑은 얼굴로 외치는 만세. 10대의 몸으로 지옥 같은 생활을 어떻게 견뎠는지 상상할 수조차 없다말 그대로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고시간이 흘러 어렵게 ‘위안부’라는 사실을 알렸지만 이를 바로잡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아직도 바로잡을 것들이 많은데 일본은 침묵한다왜 그 침묵에 편을 드는 것인지… 사람이라면 이럴 수 있는가?


『신친일파』를 통해 모르는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내가 알고 있던 강제 동원위안부독도 등에 대한 지식그리고 ‘신친일파’들은 말이 안 통하겠다는 사실.

영화 『주전장』에서의 한 인터뷰가 생각난다감독이 ‘위안부’에 대한 책을 읽어보았냐고 질문했을 때일본회의 한 사람이 말했다내가 말하는 게 진실이기 때문에 다른 것은 읽지 않는다고그들은 학자가 아니다그냥 자기만 잘되면 되는 거짓말쟁이들이다.



보통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들거나 기억하고 싶은 부분그리고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부분을 적어두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이 너무 많다노트에 적어두는 게 아니라 컴퓨터에 문서로 만들어둘 만큼 너무 많았다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사서 선물해 주고 싶을 정도로 모두에게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우리는 아직도 모르는 것들이 많다모르는 것을 그대로 몰라도 되는 것은 자유이지만생각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는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진실을 알아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우리 인생은 이 문제 말고도 내가 견뎌야 할 힘든 일들이 참 많지만우리가 조금씩 알아가고조금씩 바로잡는다면 전체적으로 더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강제 동원 피해자와 '위안부외에도 독도 문제와 일제 강점은 범법행위였다는 호사카 유지의 주장도 함께 한다물론 그에 맞는 증거 역시 제시한다아직도 그는 '신친일파'들에게 할 말이 많다고 한다언제까지 우리는 그들에게 말해야 하는지 한숨이 나온다.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영화 『주전장』과 『신친일파』를 필수로 봐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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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잔 진구 시리즈 5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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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기님의 소설은 변호사 고진시리즈만 읽었지 진구 시리즈는 아직 읽어보지못했어요. 그래서 더욱 궁금해집니다. 약간은 딱딱한 고진과는 어떤 매력이 있는 탐정인지도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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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좀비의 목숨을 건 철학 수업
사쿠라 츠요시 지음, 김영택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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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좀비의 목숨을 건 철학 수업 - 사쿠라 츠요시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한 순간도 생각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동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멍 때리는 순간에도 머릿속 어느 부분에선 생각의 톱니바퀴가 계속 굴러가고 있다. 잠들고 난 후에도 꿈속에서마저 나를 괴롭히는 생각이라는 것은 우리가 살면서 꼭 필요한 것이다. 하루를 보내고 난 뒤, 내가 해온 것들에 대한 성찰, 반성, 후회 그리고 다시 제대로 해보겠다는 다짐. 이 모든 것들이 생각을 통해 반복되고 좀 더 나은 나로 자라날 수 있게 해준다.

 

철학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면서, 선택해서 고른 책들을 읽다 보면 내가 난독증인지, 수준 미달이라 그런 건지.. 생각보다 어려운 책들이 많았다. 유명하다는 철학 책들도 수면제가 되어 잠을 쏟아지게 만들기 때문에 점점 철학책들과는 멀어졌고, 책보다는 유튜브 등의 철학관련 영상을 더 보게 되었다. 그러다 『인간과 좀비의 목숨을 건 철학 수업』을 만나게 되었는데 내가 왜 철학 책을 읽으면 난독증으로 변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선생 : 대담한 게 아니라 분개하는 게다! ‘철학을 배우고 싶어서서점의 철학 코너로 간 젊은이가 그런 해설서 때문에 나는 역시 무리야라고 포기하게 만드는 일이 몇 번이나 있었겠느냐! 적어도 앞으로는 철학을 배우려는 사람에게 어려운 말이야말로 뛰어난 표현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가지게 하고 싶지 않구나. 읽는 사람을 무시한 채 자기 만족을 위해서만 쓴 책과 같은 어리석은 생각을 말이다.

73P

 

『인간과 좀비의 목숨을 건 철학 수업』은 자살 명소로 유명한 곳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의 철학 수업을 담고 있는 책이다. 자살 명소에서 사진을 찍으러 간 SNS 관종 히로와 고대 그리스인이었지만 좀비가 된 대략 3000철학 좀비 선생이 우연히 만나 사제간이 되어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전에 읽었던 어려운 말이야말로 뛰어난 표현이라 생각하며 자기 만족을 위해 쓴 괴상한 철학서들과는 다르게 우리의 젊은이들을 대변하는(히로는 극 관종) 주인공 '히로와 좀비 선생의 대화를 보며, 쉽고 재밌지만 제대로 공감되는 철학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주인공 히로는 SNS의 좋아요가 아니면 인생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관종이지만, 알바를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22살 청년이다. 좀비 선생과 투닥거리면서도 철학 수업 중에는 진지하게 임하는 태도를 보이고,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펴면서도 조금씩 좀비 선생의 가르침을 받고 생각의 깊이가 점점 깊어진다. 딱딱한 철학 수업이 될 수 있지만 관종과 철학 좀비라는 인물을 넣고 그에 맞는 재미있는 말솜씨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어렵지 않고 재밌다. 히로와 좀비 선생의 말 싸움은 시트콤같지만 뼈를 때리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결코 가볍지 않다.

 


"싫어요! 좀비가 남긴 밥을 누가 먹고 싶겠어요. 그리고 이렇게 맛있는 된장 돈가스 정식을 먹을 수 없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넌 참 아무렇지도 않게 좀비 가슴에 못을 박는구나. 그럼 내가 이상하다는 게냐?”

굳이 말씀드리자면 그렇죠. 된장 돈가스는 세계 최고의 요리니까요.  (중략) 가장 맛있는 음식일 게 분명합니다.”

네 말을 듣고 보니 나도 된장 사람이라면 어떻게 먹어볼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드는구나.”

그런 무시무시한 말씀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 마세요. 선생님 빼고는 누구라도 된장 돈가스가 맛있다고 할 거에요! (중략)”

너는 변함없이 멍청하구나.”

왜요!”

어차피 나는 사람이 아니잖니. 이쯤에서 오늘의 수업을 시작하자꾸나.”

(82p)

 

위와 같은 만담 같은 대화가 이어지면서도 철학에 대한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읽다 보면 작가가 왜 좀비를 선생으로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런 재미난 만담스타일의 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일까? 그 답은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좀비는 인간이었지만 지금은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갖고 있는 생각을 이해할 수 있으면서, 인간이 아닌 종족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인간을 바라볼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물론 일반 좀비가 아니라 철학 좀비의 경우에만 해당한다.)

 

 

 

선생 :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겉모습과 마음 모두가 중요하지. 하지만 그만큼 상대를 좋아하는 인간의 마음도 중요하다는 게다.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쓰레기를 보물로 여길 수도 있고 보물을 쓰레기로 생각할 수도 있단다. 그것이 인간의 마음인 게다.

(149p)

 

연예인 사인이 그려진 종이 한 장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인일 땐 보물로 변했다가, 좀비 선생의 사인일 땐 종이 쪼가리로 취급해버리는 히로에게, 좀비 선생은 이야기한다. 인간이 타인을 평가할 땐 겉모습을 보며 판단하지만 지내다보면 마음을 통해 평가하기도 한다. 좋아했던 여자의 영혼이 배불뚝이 아저씨의 몸에 들어간다면, 겉모습이 아닌 영혼만으로도 그녀(?)를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을 평가할 땐 그 척도가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스스로를 항상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절대 쉽게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좀비 선생이 히로의 눈높이에 맞는 철학 수업을 하면 나 역시 그 수업을 함께 하게 된다. 말대꾸 대장인 히로 덕에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에 대한 것도 다시 한 번 곱씹어보게 되는데, 3000살을 먹은 만큼 좀비 선생은 차분하게 하나 하나 잘 가르쳐 준다.

 

 철학이 나에게 어떤 학문이다라고 딱 정의하기는 어렵다. 철학을 잘 모르긴 하지만 나름 살아가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자부 했는데 정작 나 스스로에 대한 생각은 해보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나에 대한 생각이 아닌 다른 사람을 판단하거나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 대한 불신과 회피 등으로 내 생각의 에너지를 사용한 것 같아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남을 평가하기 전에 내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한다면 나의 생각 에너지는 결코 다른 사람들에게 향하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바로 어제도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한 말 한마디로 상처받고 몇시간동안 끙끙 거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흘러가는 일 중 하나이고 나중에는 기억도 안날 일 때문에 몇 시간을 낭비해버린 그 사실이 더 화가 난다. 바로 이럴 때 명상이 필요하다. 내가 어디에 집중하고 힘을 쏟아야 하는지를 생각하려면 짧더라도 명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 것 좀 더 어릴 때 알았더라면 내 인생이 조금은 지금보다 좀 더 차분해졌을까 궁금해지기도 하다.

 

 SNS에서 좋아요를 받아야 살아가는 의미가 생긴다는 히로의 그 의미, 점점 달라지는 과정에서 나 역시 배우게 되고, 매일 같은 일상이지만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게 된다약간 괴짜 느낌의 작가가 쓴 엉뚱한 철학서이지만 나 역시 히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인간이라는걸 느끼고 배우다 보면 생각의 나이가 더 자란 것을 느낄 수 있다.

 

 특정인의 경험을 써 내려간 많은 책들이 베스트 셀러를 거쳐 결국 중고 서점에서도 안 팔리는 이유는, 그것이 그 사람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를 변화 시키기 위해선 나를 잘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나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다른 사람에 나에게 했던 충고들도 한번씩 곱씹어보며 나를 냉정하게 판단해보자. 낄낄거리며 관종 히로를 비웃지만 결국 내 모습이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신경쓰고 남과 비교하는 어리석은 내 모습.

변화를 원하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싶어서 철학서를 찾고 있다면 가볍게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렵게 시작하기보단 쉽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철학책을 만나게 되어 참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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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잘라드립니다 - 하버드 교수가 사랑한 이발사의 행복학개론
탈 벤 샤하르 지음, 서유라 옮김 / 청림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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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행복하게해주는것은뭘까라는질문은누구나가끔씩스스로에게할것이다바쁜일상을보내다가어느순간찾아오는공허함그때마다생각하게되는행복의의미정형화되지않아서정의하기더어려운것이바로행복이다.

젊은시기에열심히일하고돈을모아가족을부양하고아이를키우다모두독립시킨후에야즐기는노후의편안함이행복이라하는이도있을것이다보통이전세대에서많이나오는대답이아닐까열심히일하면서도행복을찾을수있고아주작은것에서도느낄수있는데어릴때배운행복은열심히공부하고일해서돈벌수있는좋은직장을잡아야한다는소리를참많이들었던것같다사는데돈은당연히중요하고많으면좋지만내모든걱정을해결해주고내게더할수없는행복을주지는않는데왜어른들은나에게그런말을했을까.

대체행복은어디서찾아야하고걱정은어떻게해결해야하는것일까.『걱정을잘라드립니다』 그에대한해답을찾는데힌트를얻을수있을지도모른다.

 하버드 교수인 저자 샤하르에게는 단골 이발소가 있다 이발소는 단순히 머리만 만져 주는 곳이 아니다이발소 주인 아비는 손님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으며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여러 문제나 걱정거리들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있게 도와준다의도하지 않았던 그와의 대화에서 저자는 행복에 가까이 가는 힌트를 찾기도 하고 걱정에 대한 해답을 얻어 가기도 한다.

아비의 말과 행동은 절대 계획적이거나 꾸며진 것이 아니다그의 자연스러운 말과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는 편안함을 주지만 역시 가끔 그의 고민을 남과 공유하면서 역시 같은 인간이구나우리는 비슷한 삶을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단지 사람들 저마다 느끼고 깨닫고 받아들이는 것이 다를 뿐이다저자와 아비의 대화를 통해 내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들도 다시 정리되는 것을 느낄 있다.

아비는 방향을 정하기 어려울 때도 마디씩 해준다절대적인 정답은 없다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고 아비는 도와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머리가 했던 문장이 있어서 소개한다나역시 자리에 서있으면서 변화를 바라는 사람이었던 같다아비 고마워요. :)

인생은 변한다

인생이 변하면 규칙도 변한다.

규칙이 바뀌면 새로운 규칙서를 써야 한다.

오늘의 생각 : 혹시 인생이 변하고 있는데 당신만 멈춰 있는 것은 아닐까?

인생의 규칙은 다른 무엇도 아닌 현실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그러나 우리는 종종 사실을 잊은 미리 정해진 규칙에 현실을 맞추려고 한다.

- 173p

사실 권으로 무거운 마음이 쉽게 가벼워지진 않지만 약간의 힌트를 얻고 싶을 책을 열게 되면 템포 쉬어가는 마음으로 살짝 미소 지을 있다혼자 있고 싶지만 그러면서도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을 때가 가끔 있다그럴 속의 아비를 만나러 가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다 이야기가 2~3페이지로 짧아서 하나의 이야기만 읽고 닫아도 부담 없는 책이다제목처럼 걱정을 싹둑 잘라주진 않지만 따뜻한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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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 바이킹의 신들 현대지성 클래식 5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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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 케빈 크로슬리 홀런드



  마블 유니버스의 토르나 로키, 오딘의 이름은 참 익숙하다. 하지만 그들이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라는 것을 안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신들의 이름이나 용어들이 꽤나 익숙한 것이 비해 북유럽 신화는 다르다. 톨킨의 세계관 정립에 많은 영향을 준 것이 북유럽 신화이기에 우리들은 사실 북유럽 신화와 관련되고 패러디 한 것들을 이미 많이 알고 있으면서도 오리지널 북유럽 신화 자체는 낯설었다.


  지식이 전무한 것은 시작이 어렵다. 북유럽 신화도 그런 것 중 하나이기에 읽다가 포기하게 될까 봐 두려웠지만 반대급부로 호기심 역시 엄청 커졌다. 서문이 정말 읽기 힘들었지만, 짧고 굵은 서문을 지나 본격적인 북유럽 신화 이야기로 넘어가게 되면서는 상황이 바뀌니 절대 포기하지 말자. 총 3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북유럽 신화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지는 않겠지만 32가지의 이야기로도 북유럽 신화의 세계관을 이해하기에 전혀 어렵지 않고, 416쪽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짧다는 느낌이라 라그나로크가 끝난 뒤엔 많이 아쉬웠다. (티르가 궁금했는데 티르 이야기가 적어서 아쉽)




  그리스 로마 신화를 떠올리면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배경으로 인간들을 보살피는 신들의 삶이 떠오른다. 북유럽 신화 역시 그런 배경을 상상했지만 겉은 비슷할지 몰라도 많은 부분이 다르다. 북유럽 신화의 배경은 밝고 어두움이 극명하며, 기쁨에 대한 기대보다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두려운 일에 대해 항상 떨며 대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인간 자체가 그렇지만 더 극단적이고 확실하게 보여준다.


  북유럽 신화는 신의 탄생, 그들의 부흥기, 그리고 그들의 몰락인 라그나로크에 대한 그분이 뚜렷하다. 행복만을 누리기엔 이미 그들은 라그나로크를 알고 있는 삶을 살고 있기에 몸은 항상 긴장되어있고, 싸울 준비를 한 모습이다.


  그들은 잔인하고 이기적이다. 북유럽 신화의 신들은 전지전능하지 않기 때문인지 자신에 대한 위협이 크다고 느껴질수록 더 잔인해진다. 자신들의 잘못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을 벌함으로써 그 잘못을 지운다. 신들의 능력이 다 똑같지 않기 때문에 잔인한 방법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 같은 보통 인간은 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가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언가 제대로 된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이 피와 눈물을 쏟아야 한다. 신화 자체가 그 시대의 그러한 과정과 문화, 배경을 이야기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이야기와는 많이 다르다.


  재밌는 것 중의 또 하나는, 맹세한 것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지킨다는 것이다. 안 지키고 도망가 버려도 되는데 약속한 것은 꼭 다시 돌아와서 무조건 지킨다. 그 시대의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 맹세였을까 싶다. 그 못된 로키조차 맹세한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키는 걸 보면 그 시대의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진다. 그만큼 지킬 수 없는 맹세는 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일까. 정말 당연한 것 중 하나가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안 지켜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 점을 일깨워주려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아래는 개인적으로 재밌었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이다.


로키의 세 아이

  로키가 거인 여인과 낳은 세 아이들이 있는데 하나는 거대한 늑대, 하나는 거대한 뱀, 하나는 반생반사의 여자였다. 겉모습으로 위협이 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신들은 이들 모두를 멀리 보내거나 묶어서 가둬버린다. 자신의 아이들은 끔찍하게 위하면서 못된 장난을 하는 로키의 아이들이고, 어둡고 무섭다는 이유로 이런 행동을 하는 신들이 더 무서웠다. 아무리 로키가 장난이 심하고 못된 신이었지만 이때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신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조차 로키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도둑맞은 이둔과 청춘의 황금사과

  북유럽 신화의 신들은 청춘의 여신 이둔과 그녀의 황금사과가 없으면 늙어버린다. 신이 늙다니… 쇼킹하면서도 재밌는 에피소드이다.


빛나는 목걸이

  사랑과 미의 여신 프레이야가 난쟁이들에게 잠자리를 대가로 목걸이를 얻게 된다. 이를 비난하는 로키와 발끈하며 싸우는 프레이야, 그 모습을 몰래 지켜본 오딘. 누가 누구를 욕하는지 …


우트가르드로 여행한 토르

  힘만 세고 상대적으로 무식한 토르와 현명한 우트가르드로의 왕 거인 로키의 싸움. 우트가르드로의 로키가 정말 뇌섹남으로 훈훈했고, 진짜 토르는 힘만 세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재밌는 이야기였다.


힌들라의 시

 잘 자고 있던 거인 힌들라를 꽤 어 자기가 필요한 정보만 얻고 열받게 한 다음 죽여버린 프레이야. 진짜 못된 신이다. (못된 여자에게 하는 욕이 절로 나왔다)


발더의 죽음

  오딘의 아들이자 빛의 신이며 불사신인 발더를 로키가 죽게 만드는 에피소드이다. 로키가 한 짓은 나쁘고 천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로키가 왜 그렇게 꼬였는지도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발더의 죽음이 라그나로크의 전조가 된다.


라그나로크

  예언의 형식으로 된 에피소드이다. 아스가르드, 미스가르드 등 엄청난 전쟁의 시기가 다가 온다.몇몇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파괴되고 사라지지만, 빛과 정의의 신 발더가 부활하면서 다시 아름다운 세상이 시작된다. 절망 끝에 남아있는 희망을 노래한다.




  어둡고 침울하지만 세상에 대한 이치가 담겨 있다. (극단적이고 직관적이라 확실히 알 수 있다) 신의 은총을 바라다가도 신이 없다며 저주를 내리는 우리들의 모습이 신들의 모습에서 투영되기도 한다.


  초월적인 힘, 존재할 수 없는 엄청난 마법, 인간의 머리로는 생각해 낼 수 없는 지혜가 이 속에 있지만 결국 풀어보면 우리들의 이야기일 뿐이고, 이 세상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고난과 역경, 그리고 그 속에서 뭔가를 갈망하는 바람과 희망이 모두 담겨 있다.


  신들이 전지전능했다면 심심풀이로 읽어보는 이야기가 될 수 있었겠지만 인간다워서 더 정이 가는 북유럽 신들의 이야기가 바로 북유럽 신화이다. 마지막을 알기에 슬프고 두렵지만 한편으로는 그 이후의 모습도 알기에 희망을 지울 수 없는 우리들의 모습을 북유럽 신화를 통해 읽어보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코즈믹 호러의 한 장르를 읽는 듯한 기분은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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