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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쳐가고 있는 기후과학자입니다 - 기후 붕괴 앞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
케이트 마블 지음, 송섬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10월
평점 :
나는 미쳐가고 있는 기후과학자입니다 - 케이트 마블
제목부터 강렬한 감정을 드러내는 이 책의 저자는, 꽤나 영향력 있는 기후과학자이다. 지금까지 읽어온 기후 관련 서적들 중 학자들이 썼던 책들은 대체로 기후 변화의 진행과 그로 인한 위기, 원인과 결과, 그리고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 등을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도 전개의 큰 틀은 비슷하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저자의 감정이 매 장마다 진하게 배어 있다는 점이다. 그 지점이 제목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저자는 현재와 미래의 지구 온도를 얼마나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기후 모델링에 집중하고 있다. 책 속에서도 그녀가 다루는 모델 속 지구가 여러 번 등장한다. 미래의 기후를 누구보다 먼저, 그리고 반복해서 마주하는 그녀가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그녀가 그려내는 지구의 모습은 절망적이다.

분노와 두려움, 죄책감 속에서도 그녀는 과학자답게 그다음 이야기를 꺼낸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방법이 있으며, 그 방법을 지켜 나갈 힘이 있다는 것이다.
유연 휘발유를 발명해 자동차 산업의 발전에 속도를 붙였지만, 동시에 심각한 납중독과 대기 오염을 초래한 토머스 미즐리 같은 과학자가 있는가 하면, 납의 위험성을 연구하며 사용 반대 운동을 이끌고, 그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보던 기업들과 싸워 결국 유연휘발유를 퇴출시킨 클레어 패터슨 같은 과학자도 있었다.
나무를 지키고, 고래 멸종을 막으려 노력하며, 런던 시민에게 맑은 공기를 되돌려 준 일들, 유연휘발유의 퇴출, 그리고 프레온가스로부터 오존층을 보호해 낸 것처럼, 우리는 언제나 방법을 찾아내고, 실천할 수 있다. 알면서 모른 척하는, 빌런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입을 모아 환경문제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기득권층은 여전히 그들의 과학자를 고용해 논점을 흐리려고 하고 있지만, 자연은 결코 속지 않을 것입니다.”
닐 디그래스 타이슨 – 코스모스 리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