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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뇌과학 - 당신의 뇌를 재설계하는 책 읽기의 힘 ㅣ 쓸모 많은 뇌과학 5
가와시마 류타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1월
평점 :
독서의 뇌과학 – 가와시마 류타
내가 독서를 즐기게 된 시점은 고등학생 때이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였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엄마와 함께 서점에 갔는데 베스트셀러라길래 사달라고 했다. 나름 재밌었다. 그다음 사서 읽은 것이 셜록홈즈 시리즈였다. 그렇게 천천히 분야를 넓혀가면서 취미 중 하나가 독서라 할 정도인 지금까지 오게 됐다.
여러 책들을 읽었지만, 진지하게 ‘독서’라는 행위에 대한 생각은 깊게 해본 적이 없다. 독서는 우리에게 어떤
것일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시간? 지식을 알게
되는 시간?
『독서의 뇌과학』의 저자 가와시마 류타는, 뇌를 활발하게 움직이게 하는 것이
독서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어른들의 ‘책을 읽어야 똑똑해진다.’ 같은 말을 들으며 자랐고, 어른이 된 지금도 똑같이 하고 있다. 틀린 말도 아니고, 나도 그렇게 믿고 있다. 책 속에는 많은 지식들이 있고, 그 지식을 내가 가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독서이기 때문이다.
독서는 전전두엽(‘사고하는 뇌’라고
불리며 생각하거나 배우거나 창의적은 작업을 할 때 활동한다고 알려짐)과 후두엽(주로 시각 정보)에서 측두엽 하현(어휘를
포함한 기억을 처리)에 걸친 영역을 활성화시키지만, 그 외의
다른 곳들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뇌의 전신운동과 같다고 한다. 그렇다면 독서는 단순히 지식을 얻는 일뿐만
아니라 뇌를 반짝반짝한 상태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실험을 설계한 후 다양한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전전두엽의 활동을 알아보았다. 예상대로
뇌는 거의 활동하지 않았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볼 때 배외측 전전두엽은 거의 활동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을 때보다도 뇌 활동이 떨어지는 것이다.
p.141
현대인의 줄어드는 독서량만큼 늘어만 가는 스마트 기기의 사용량은 우리의 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이미 많은 실험과 통계
등으로 잘 알고 있지만, 필수품이 되어버린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전전두엽의 활동이 거의 없다는 실험 결과는 더욱 충격이었다. 멍하니 있을 때보다 더 뇌 활동이 떨어진다는 것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나는 생각한 힘을 잃고 폰의 흐름에 뇌를 맡겨버린다는 의미일까? 이렇게 생각하면 무섭기까지 했다.
특히 요즘 우리나라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란 문제가 있다. 여러 실험들과 그 결과는 당연히 종이 교과서의
승리였다. 종이책을 읽는 것처럼 화면 속 디지털 교과서 역시 똑같이 활용하면 괜찮을 것도 같지만, 뇌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PC로 중요한 작업을 하는 와중에도
다른 프로그램에 눈이 가거나 집중을 뺏기기도 하는데 그런 현상을 ‘스위칭’이라고 한다.(한 가지 일에 집중을 할 때 중간에 끼어든 정보에 즉각
반응하여 한차례 주의로 빼앗긴 후 다시 돌아오는 것) 성인도 스위칭을 겪고 나면 다시 집중할 때 시간이
걸리는데, 아직 뇌가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더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가
디지털 강국인 것은 맞지만 적재적소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산업의 발전보단 자라날 아이들이
더 중요하다.
종이에 직접 손으로 글을 쓸 때는 뇌 활동이 활성화된다. 쓰는 활동과 뇌의 연관성에
관해서는 도쿄대학의 뇌 생리학자 사카이 쿠니요시 교수가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해 기록할 때보다 손으로 글씨를 쓸 때 뇌 활동이 더 활발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우리 연구소에서도 손으로 쓰는 활동에 관한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 종이에 손으로 쓰는
편이 현상에 대한 이해나 기억 정착에 유리하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p.150
뇌 활성화를 위한 독서는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된다고 한다. (대신 삽화 등이
적은 것으로) 그리고 되도록 소리 내서 읽을 면 뇌는 더욱더 활발해진다고 한다. 가끔 책을 읽다가 한 번에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다. 또는
여러 번 읽어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 소리 내어 읽으면 확실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독서가 되는 것을 경험한 적이 많기에, 내 경험이 나름 맞는 방법이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태블릿 PC를 갖고 있는데 뭐 하러 연필로 적냐는 남편의 궁금증에, 연필 소리를 들으며(이것은 개인적 취향) 손으로 써야 더 집중되고 잘 써진다고 주장했지만 과학적인 논리를 말할 수 없어서 답답했었는데, 책 속에는 역시 답이 있었다. 책을 통한 지식보다 영상을 통한 지식
습득이 더 빠르고 편리하다고 하던 남편의 주장 역시 책을 통해 얻은 나의 새 지식을 이길 순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남편은 본인에겐 영상으로 인한 습득이 좋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_-)
우리는 여전히 ‘독서’를 좋게 생각하고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보니 좀 더 편리하고 빠른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가장 어려우면서도 꼭 필요한 ‘적절한
균형’을 말한다. 디지털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지만, 아날로그는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하고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책 제목에 ‘과학’이란 단어가 있어서
너무 딱딱하거나 어려운 내용은 아닐까 했지만 다행히 술술 읽혔다. 사실 이런 책들 중에는 유사과학으로
자신의 주장만을 펼치는 책들이 많아서 의심하기도 했지만, 저자는 여러 실험들을 통한 결과물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실험을 한 뒤 나오는 한계점 역시 분명히 말하기 때문에 신뢰가 가는 책이었다. 뇌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 많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실험과 경험들이 쌓여야 하겠지만 많은 과학자와 연구자들 덕에
집에서 단순하게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 역시 뇌과학이라는 것에 조금이나마 발을 들일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
나에게 독서는 지식도, 뇌의 활성화도 가져다주지만 역시나 큰 것은 즐거움이다. 내 공상에 여러 가지 양념을 뿌려 더욱 즐거운 공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즐거운 독서’를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