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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친구의 초대
로라 마샬 지음, 백지선 옮김 / 북플라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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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친구의 초대 로라 마샬 (friend request)


 

  짝사랑하던 고등학교 동창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던 인테리어 디자이너 루이즈는, 이혼 뒤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었다. 다른 여자를 만나 떠나간 전남편 샘을 그리워하지만, 아들과 새로운 자신의 삶을 위해 간신히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던 어느 날, 하나의 페이스북 메시지가 도착한다. 마리아 웨스턴으로부터 친구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마리아는 고등학생 시절 이미 죽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고등학교 동창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되었고, 그 시절 함께 어울렸던 소피라는 친구와 만나기로 한다.

  마리아의 죽음이 항상 자신의 탓이라 생각했던 루이즈는 소피와 마리아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반갑게 맞아주던 그녀는 마리아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태도가 돌변해버린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고 엄청난 공포를 느낀다. 정말 마리아가 살아 돌아와 자신에게 복수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죽은 친구의 초대』는 SNS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과거 자신이 관련된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싶지 않은 루이즈는 점점 꼭꼭 숨으려 하고, 그럴수록 마리아는 점점 모습을 드러낸다. 전체적으로는 흔한 스토리 전개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큰 요소가 있다. 바로 주인공 루이즈의 감정이었다.



소설은 화자인 그녀의 시점에서 흘러간다. 전반적인 이야기를 그녀의 감정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아들에 대한 감정을 말할 땐, 내가 내 아이에게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말하고 있어서 엄청난 공감이 되었고, 이혼했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남편과의 한때를 말할 땐, 나 역시 그 사랑의 당사자가 된 것 같이 생생했다. 중간중간 학생때의 시점으로 돌아가, 소위 잘나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잘나가고 싶었던 그녀의 학창 시절의 모습 또한 누구나 지내온 청소년기의 모습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루이즈에게 어떤 상황이 와도 그에 따른 감정의 표현이 엄청 섬세했기 때문에 이야기 전체가 흔하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보니 아이에 대한 감정 표현이 특히나 내 마음을 흔들었다. 오히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친구에 대한 죄책감과, 공포심에 대한 공감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 부분에 대해 다른 방법으로 묘사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흔한 서양 미스터리 스릴러물이지만 인물들의 감정 표현이 정말 좋았던 책이었다. 그 감정선을 함께 느끼고 싶어서 계속 읽었던 얼마 안 되는 책이다. 반전에서 꼭 필요했기에 공을 들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난 정말 좋았다.

 

  마지막으로 하나 아쉬운 건, 국내판 제목이 너무 촌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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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했던 것들
에밀리 기핀 지음, 문세원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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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했던 것들 – 에밀리 기핀



  싱글 대디 톰은 목수이다. 그는 밤에는 우버 택시 기사일까지 하며 열심히 살고 있지만 자신이 올라갈 수 있는 위치는 한계가 있고, 부양해야 할 10대 딸이 있다. 사춘기 딸과 티격태격하며 분주하게 살던 그의 삶에, 큰 사건이 터졌다. 그녀의 딸 라일라가 10대들의 파티에 만취한 상태로 사진이 찍혔는데, 그 사진엔 그녀의 가슴이 노출되어 있었다. 돌진적인 톰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부유한 가정주부인 니나는 자신의 위선을 인정하지 않고, 본인은 속물이 아니며, 필연적으로 비싸고 좋은 물건을 쓸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각인시킨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위치가 같은 이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행실을 비난하면서도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 부정하지만, 역시나 위선일 뿐이다. 자신의 위선을 덮기 위해 자선행사를 열고, 기부를 하지만 남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을 위한 것이다. 그녀에겐 승승장구하는 언제나 완벽한 남편과, 곧 있으면 일류 대학에 입학하게 될 자랑스러운 아들이 있다. 그런데 그녀의 아들 핀치가 라일라의 사진을 찍은 범인이었다.'




  어느 정도의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은 부유한 가정의 피의자와 열악한 가정의 피해자의 싸움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니나의 이야기였다. 그녀의 방향이 전체적인 이야기를 바꿔 놓았고, 초반에 내가 생각했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위선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순수한 어린아이가 자라, 세상의 중심이 ‘나’라는 청소년기를 지나고, 어느 정도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이 성립되면서 사회 안에서의 위치를 찾게 된다. 그런 과정 속에서 모든 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어느 정도의 위선을 장착하고 살아간다. 위선은 인간의 기본적인 방어적 행위이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고 있지만, 이해한다거나 쿨한 척하며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라는 말을 기대한다. 그것 또한 스스로를 감추는 위선이다.





  니나 역시 항상 자신의 가치관을 의심하며 살아왔지만 남들이 볼 땐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는 그녀의 마음은 언제나 텅 비어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맞닥뜨린 아들의 행동이 그녀를 더욱 흔들었고, 그녀가 진정 원했던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그녀의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자신을 먼저 의심하는 사람은 적다. 스스로는 언제나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자신이 하는 행동이 정답이라는 기조를 갖고 살아간다. 이슈가 터져도 마찬가지이다. 그 이슈는 내 탓이 아닌 남 탓이라는 기본 프레임을 갖고 판단을 시작한다. 넓게는, 우리 가족은 문제가 없으며 그 이슈를 만든 원인은 당사자 스스로에게 있을 것이라며 자신들의 흔적을 부정한다. 나라고 다르지 않다.


 그런 기조를 갖고 살아간다면 발전은 없다. 자아성찰은 자신이 했던 것들을 칭찬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한 말과 행동들이 정말 옳은 것인가를 생각하며 반성하고 스스로를 질책하며 더 좋은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좋은 일이 있더라도 내가 잘해서라고 생각하기보단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떤 점들이 긍정적으로 적용되었는지를 생각하며, 좋은 기운이 계속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초반은 니나의 위선에 소름이 끼쳤고, 답답하게 앞으로 돌진만 하는 톰의 모습에 목이 턱턱 막혔다. 흐린 눈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만 생각하는 전형적인 모습들이었다. 그들의 단단한 매듭이 어떻게 느슨하게 풀리는지는 직접 읽어야 재밌기 때문에 더 이상의 스토리는 쓰지 않으려 한다. 반전 소설을 읽었을 때처럼 이마를 탁 치게 하는 전개가 아니라, 물방울들이 한 방울씩 스며들어 옷이 젖게 만들 듯, 서서히 서로를 이해해가는 그들의 모습은 극단적인 갈등해결이 아니기에 의미가 있다.



  요즘 이슈가 되는 인종차별, 청소년들의 성폭력, 젠더 이슈 등을 각각 다른 생각과 세대,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가만히 있으면 해결되는 것이 없고,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것이 진정한 복수인지, 진짜 승리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였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져 비슷한 엔딩까지 가는 경우는 적을 것이다. 하지만 복수와 용서에 대한 나름의 판단을 변화시키기엔 꽤나 좋은 이야기였다. 내가 그들처럼 용기 있는 행동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단단한 그들의 마음을 배울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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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말하지 않을 것
캐서린 맥켄지 지음, 공민희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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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말하지 않을 것 - 캐서린 맥켄지



  맥알리스터 가족은 20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그들의 부모님이 운영하던 ‘캠프 마코’에서. 20년 전 그곳에서 아만다 홈즈가 둔기로 맞은 채로 발견된 뒤그들의 삶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그리고 20년이 흘러 바로 오늘부모님이 남긴 유산에 대한 유언을 듣기 위해 맥알리스터들은 모인 것이다.


  매년 즐거웠던 캠프에서의 여름은아만다 사건 이후 사라졌다맥알리스터 가족은 기억 속에 아만다를 지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그들의 옆에는 아만다가 존재했다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그들은 비밀스러운 장막을  하나씩 걷는다자의든 타의든.



  467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읽다 보면 질질 끄는 스토리가 이어지기도 하는데『절대 말하지 않을 것』은 반대로 읽다가 끊어야 할 때 짜증이 났다.

 소설은 아만다와 맥알리스터 가족의 구성원들이 각자 화자가 되어 이야기가 교차된다같은 일이지만 서로 다른 생각과 판단으로 어떻게 꼬여왔는지와 풀려가는 과정을 알 수 있다각자가 화자이기에 여러 등장인물들이 있어도 감정이입이 잘 되면서 그들의 행동들이 납득이 되다 보니 미웠던 인물들도 어느 순간부터 애처로워 보인다.



 지금은 30대가 된 그들은 20년 전엔 어린 10대였다그 당시 그들이 옳았다고 판단한 것들을 지금 잘못했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그때 행했던 행동들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각자의 사정이 있다너무 다른 개성을 갖고 있는 그들은생각 역시 다르다결국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새롭게 정리된다그리고 그 오해들을 천천히 풀어가는 과정 또한 ‘가족’안에서 행해진다맥알리스터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으며내가 가족들을 위한다고 행동했던 어리석은 일들이 함께 흘러가기도 했다.

  맥알리스터 가족은 겉모습으로만 판단하는 인간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주기도 한다타인의 속마음을 열어서 본 것도 아니면서겉모습만 보고 마음대로 판단하고 그렇게 믿는다섣부른 판단은 돌고 돌아 다시 독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그들은 겪었다.



 인물들과 사건이야기의 흐름이 모두 좋았다대체 누군지 상상하며 빠져드는 책을 읽은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내가 추측했던 인물들은 다 아니었다두껍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고읽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때면 안타까움에 쉽게 놓지 못했다.

  읽는 내내 캠프 마코의 전경을 상상하는 것도 정말 좋았다끔찍한 사건이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이 참 아이러니하다그래서 맥알리스터의 후회가 더 진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오래간만에 정말 재밌는 심리 스릴러를 읽었다무섭고 섬뜩한 이야기가 아닌 따뜻함 속에서도 차가운 이야기인물을 타고 타고 들어가야 알게 되는 그날의 진실어느 하나 놓치기 싫은 한 글자 한 글자였다봄비 내리는 오늘과 정말 잘 어울리는 소설이다.


 드라마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는데읽는 내내 맥알리스터의 장남 ‘라이언’의 모습은 크리스 에반슨이 떠올랐다‘나이브즈 아웃’에서의 그 모습크리스 에반슨은 몸값이 비싸서 안될지 모른다그래서 라이언은 어떤 배우가 캐스팅될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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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유니버스 직업 소개소 - ‘드래곤 퀘스트’ 용사부터 ‘파이널 판타지’ 성기사까지 판타지 유니버스 시리즈
환상직업안내소 지음, 전홍식 옮김 / 요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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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유니버스 직업소개소 - 환상 직업 안내소



저는 판타지 장르는 대부분 게임으로만 접했어요.

게임으로만 접했다고 해도 정해진 직업으로 열심히 플레이만 할 뿐 그 세계에 대해 깊이 들어가 본 적이 없어요.

판타지 세계의 초보라고 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인지 총 77가지의 직업들 중 3분의 2 이상은 참 낯설더라고요.

모든 판타지 컨텐츠의 설정이 똑같지 않기 때문에 제가 알고 있던 설정들과 다른 부분이 있는 직업들도 있었어요. 그런 부분들은 이렇게 될 수도 있구나 하면서 재밌게 볼 수 있었습니다. :)



직업소개와 일러스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직업의 능력치와 설명, 연수입과 자격 요건 등 직업의 특징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판타지 세계라 할지라도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연수입이 중요하겠죠. ㅋㅋ

위 '무녀'처럼 간단하게 나온 직업도 있고 더 자세히 소개하는 직업들도 있답니다.

일러스트는 작가가 다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더군요 +_+ㅎㅎ

'무녀'는 일러스트가 예뻐서 찍어보았어요 :)



판타지 세계하면 '전사', '마법사' 등등 떠오르는 직업들이 있죠.

하지만 '숙박업주'도 빼놓을 수 없죠! (보통 여관 주인?)

저도 보자마자 "아하!!"를 외쳤답니다.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판타지 캐릭터들의 휴식을 책임지는 직업이지요!

일러스트도 왠지 찰떡! ㅎㅎ





판타지 이야기 속 직업이라면 익숙한 몇 개의 직업이 떠오르시겠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직업들이 있었답니다.

그리고 내가 창작자라면 더 많은 직업들을 탄생시킬 수도 있겠죠.

판타지를 좋아하신다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단, 판타지 전문가라면 의견이 다를 수도 있으니 그 점은 감안하셔야 할 것 같아요 :)

요즘은 이런 스타일의 안내서나 도감 등의 서적들이 많이 나오고 있죠.

장르물을 좋아하는 독자에겐 꽤나 재미있는 책들이라 좋네요 :D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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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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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한 축구 감독의 말이 있을 만큼 SNS는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사람 간의 소통이 간편해졌고(심지어 얼굴 한번 본 적이 없는 사람도), 정보의 공유 또한 쉽고 빠르게 이루어지는 SNS는 인터넷이 발전한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인간은 진실을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다쉽고 빠른 것만을 찾는 지금의 세대들에게는 더욱 어렵다재미있는 것은 기본이고자극적이며 선정적인 것에는 쉽게 빠지는 습성이 있는 인간은쏟아지는 많은 콘텐츠들 중 실제 유익하고필요하고제대로 된 것을 골라내는 일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지 않는다골라낼 필요 없이 흥미로우면 보고 아니면 무시하는 것이 가장 빠른 소거법이다난 제대로 된 정보만을 선택할 수 있고진실 된 이야기들만 보고 들을 수 있는 눈과 귀를 가졌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SNS의 세계에선 단지 클릭하는 한 명의 유저일 뿐이다하지만 그들이 한 번씩 하게 되는 클릭은 나비효과처럼 세계적으로 큰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B급 호텔 밴드 드러머였다가 해직당한 벤은 8N8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이 살인 복권의 사냥감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그와 함께 심리학 전공자인 여대생 아레추 역시 사냥감이었고정해진 시간 내에 둘 중 하나를 죽이는 사람에겐 1000만 유로라는 상금이 주어진다는 영상이 SNS를 통해 전 세계에 공유된다.

 8N8 은 사냥감을 죽이는 것이 독일 법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사람들에겐 그의 말이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고오직 1000만 유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사냥감들의 정보는 순식간에 SNS를 통해 공유되고그 또한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는 악의적인 글들이 특히나 많이 퍼진다.

 

‘내가 죽어야 하는 밤’은 SNS로 인해 사람들이 얼마만큼 원시의 상태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작은 떡밥 하나가 한 사람의 종말은 물론이고많은 이들을 자의식 없는 사이코 패스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무서운 진실을 깨닫게 해준다아무런 의도 없는 클릭 한 번이 쌓이고 쌓여 누군가를 짓이길 수 있는 집채만 한 쇠망치가 될 수 있지만 한 번의 클릭을 하는 이들은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그냥 재밌어서 공유할 뿐자기가 공유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실제 눈에 보이는 해로운 물질이 아닌 인터넷 세상에서 존재하는 전혀 다른 바이러스와그의 확산을 만들어낸 우리들에게 해주고픈 이야기가 이 소설에 담겨 있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적 바이러스는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예를 들어 중상모략에 가까운 익명 제보자의 증오 섞인 증언을 보도하는 포털 기사 혹은 SNS의 댓글에서사회심리학적 바이러스는 그런 곳에서 숙주를 만나요구독자나 유튜브 시청자들이 병원체를 재채기나 기침이 아닌 마우스 클릭으로 퍼뜨리죠.

p.186

 

 아쉬웠던 것은 읽으면서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몇몇 인물들의 설정은 소설의 전체적인 흐름을 맞추기 위해 급조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기기도 했다. 8N8 살인 복권에 너무나 큰 포커스를 맞춘 나머지 벤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의 설정이 살짝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로 딸을 장애인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회피하려고만 했던 벤이사건의 중심으로 다가가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은 인위적이지 않았으며 인간적이었다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있으면서도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서 벤과 그의 가족을 통해 하고 싶었던 또 다른 말도 이해할 수 있었다조금 모자란 인물이 사건에 휘말리면서 성장하게 되는 과정은 진부하지만 독자에게 확실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뻔한 듯하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을 느끼는 재미가 있다.

반전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이야기의 흐름에 나를 맡기고 읽어내려가는 것이 좋은 책이다피체크의 소설이 재밌다고는 들었지만 조금 따가울 정도로 쓰린 진실을 이야기하는 그와의 첫 만남이 좋았다언젠가는 나같이 평범한 인물도 범죄의 한가운데 있을 수 있다는 서늘한 상상을 하게 했던 이 소설은 꽤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네가 모든 걸 망쳤다율레는 삶을 포기해야만 했어그런 율레를 위해 넌 뭘 했냐넌 변한 것 없이 명성과 대형 무대만을 꿈꿨어책임이란 현실을 직시하는 거야자기 본분을 아는 거야제니퍼처럼 제대로 된 직장을 잡는 거야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거야돈 때문에 전화한 거잖아안 그러냐빚 때문에 파산해서아니야그래서 자식에게 ‘무책임한 실패자’라고 면전에서 말하고 질책하기를 겁내지 않는세상에서 가장 재수 없는 훈계자에게 전화한 거잖아.

p.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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