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영화로 국내에서 <부러진 화살>을 이어 <변호인그리고 <소수의견>이란 작품이 나왔다. <부러진 화살>의 경우오판심리로 인해 수학교수의 투쟁을 다룬 것을 본다면 <부러진 화살>은 어느 개인과 권력을 가진 자의 대립구조로 이어져 있다이에 반해 <변호인>과 <소수의견>은 조금 다른 성향을 보인다이건 어느 개인이 권력을 잡은 자를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집단의 개인이 국가권력 앞에 대항해야 하는 점이다. 3작품은 이렇게 하여 서로 갈림길 처음 나뉜다그리고 <변호인>과 <소수의견>은 자본과 권력의 관계에서 나누어진다군사독재 정권시절에 자본은 권력에 아첨을 했다하지만 이제는 권력이 자본 아래 결합하여 정경유차이란 관료주의적 유착관계로 이어진다.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는 곳에 반드시 권력의 입김이 작동하는 것이다. <변호인>은 경제적 이익으로 공권력이 오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권력의 이념이 작용하는 것이다이에 반해 <소수의견>은 경제적 이익이 난점으로 올라와 국가권력의 이념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작품 내에서 눈에 보이지 않은 어느 누군가의 사주로서 이루어진다그 사주자는 바로 국가권력과 연계한 자본의 손길이다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노동자가 서로를 위해 일을 하여 이익을 창출하고 그것은 곧 국가의 부로 이어지는데그 원리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기에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해 그렇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보이지 않은 손이 아니라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선 인간의 노동력으로 얻어지는 이윤과 그 노동력을 제공한 자에게 지급되는 임금그리고 부동산의 지대다그런데 사실 경제적 현상에서 국내 정황을 보면 과장 돈 벌기가 수월한 것은 부동산의 지대다지대로서 부동산 임대료로 먹고 산다면 자신의 노동력을 들일 이유도누구를 고용할 이유도 없다그저 건물을 신축하여 그 건물을 팔거나 임대하는 순간 막대한 이익을 챙기려 한다대한민국에서 부동산투기가 과잉으로 이루어지고건물임대로 또는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이익을 챙기려는 대부분의 현명하다고 여기는 국민으로 제 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 점을 문제로 여기지 않고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거나 혹은 타인의 이익에 현혹되어 부러워하기만 한다이것은 현실적인 문제다어느 주택지역에 재개발이 들려오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땅값이 오른 것에 환영을 했다그런데 그 곳은 대부분 대단지 아파트가 있던 곳이 아니라 주택 단위가 있었던 주거지역이었다주택은 아파트보단 가격이 낮으며보상비가 적다게다가 공시지가도 낮기 때문에 아무리 땅값이 올라도 그 돈을 받고 다른 곳에 가더라도 살만한 곳이 없다자신의 집을 팔아도 다른 집을 살 수 없었고오히려 처음에 아무 생각 없이 도장찍어줄 때 순간이 더 나은 상황이란 점을 알게 된 것이다.

 

과거 주택재개발사업 시 개발구역 주민들은 임시적으로 다른 곳에 살다가 아파트가 완공되면 그 집으로 이주할 수 있었지만점점 그럴 기회는 잃게 되었다설사 아파트에 살아도 철거예정인 아파트의 매각가격과 그 자리에 올라앉은 아파트의 가격은 사실상 1 = X가 아니라 1 < X이었다문제는 그 X라는 가격이 과연 얼마나 올라가는가에서 시작된다게다가 상가지역에 임대로 거주하는 사람들은 상가건물 주인이 그 건물을 매각하면 자신들의 입장이 무척이나 곤란해진다세상은 인간의 인정으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개인의 이익과 손실관계를 보고 움직인다.

 

문제의 여기서 시작한다자기 집을 팔아도 갈 곳이 없거나임대로 살아가는 이들은 아무런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덕분에 생긴 비극이 용산참사고그 소재로 만든 영화가 <두 개의 문>이다진압으로 온 경찰관과 안에서 시위하던 철거민들의 생사가 갈린 투쟁에서 결국 화재사고로 인해 안타깝게 희생된다과연 그건 누구의 잘못이고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헌법에서 인간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하지만막상 생존권보단 개인의 재산권을 우선 시하는 게 대한민국이란 나라다생존에 위협받게 되는 순간 인간은 동물적 본능에 의해 날카롭게 반응하고만약 자신의 가족이 희생되면 이성이 잃어버리고난폭한 맹수가 된다.

 

<소수의견>은 바로 이런 사회적 모순관계에서 생긴 현상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영화는 다큐멘터리나 르포르타주 계열이 아니라면 실제가 아니 허구의 이야기를 만든 영상서사다하지만 이 영화는 허구의 이야기지만 현실을 그대로 담고 있다인물과 어느 상황적 배경 자체만 허구이지국내에서 일어나는 일에서 현실과 같다하지만 우리는 저 현실에 대해 잘은 모르고언론미디어에서는 대중에게 특정 정보만 제공한다현실에서 일어나도 그게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면 우리는 알 수가 없다.우리는 우리 주변에 일어나지 않은 일은 오로지 미디어로서 받아들일 뿐이다.

 

<소수의견>에서 문제가 된 것은 진압과정이다용역으로 이루어진 깡패집단과 그들과 같이 철거민들을 제압하는 경찰은 서로 비슷한 옷차림을 하고 있다어느 특정시기에 진압을 해야 한다는 압력으로 무리한 작전을 시작한다이때 철거민인 박재호는 아들 신우가 오는 것을 보고경찰진압으로 아이가 다칠 것을 걱정하여 방 안 은신처에 숨기게 한다그때 박재호에게 다가온 의경 2의경 중 한 사람인 김희경은 박재호가 밀어뜨린 가구에 의해 넘어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박재호의 죄목은 공무방해치사죄다공무집행 중인 의경을 방해한 것도 모자라그를 살해한 이유다인간이 살인죄를 저지르는 것은 매우 큰 죄에 해당된다그러나 죄인인 박재호는 오히려 무죄를 외치며 그 당시 상황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한다.

 

그 이유는 박재호의 아들이 병원응급실에 운송 중 사망했는데그 원인은 낙하에 의한 추락사였다하지만 박재호는 아들의 죽음이 추락사가 아니라 과잉진압이라고 말한다여기서부터 이야기는 꼬이고 흔들리게 된다물론 영화를 보면 충분히 알고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놓인 박재호의 말이 사실이란 것을 알게 된다단순히 플롯으로서 검사와 변호사의 대립관계만이 전부가 아니라이 영화에서 주장하는 것은 피해자가 박재호만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또한 세상이 바뀌었다고 봤지만 결국 크게 바뀌지 않은 것 역시 말해주고 있다작품에서 윤진원 변호사는 지방대학 출신의 변호사다.

 

그는 지방이란 이유로 무시당하고어디 크게 좋은 자리도 못 간 채 국선변호사로 2년차 살아간다그 옆에는 윤변호사의 SM520와 비교되는 BMW를 몰고 다니는 이혼전문 변호사 장대석이 등장한다그는 과거 80년대 아마 서울대 법대생으로 데모시위를 했었고용의자로 수배되어 우연히 자기 친구 집에 갔다가 윤진원을 만나 그에게 공부를 가르친다하지만 결국 잡혀 들어가고군에 가게 되었으며자신과 같이 시위하면 사귄 여자는 다른 놈과 결혼했다면서 과거의 자신을 후회하는 것처럼 보여준다그러나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그런 과거를 후회해도 그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마지막까지 이길 수 없는 재판에 끝까지 조력하던 장변호사는 속물적 시대에 살아가는 무리 중에 남은 인간미를 찾을 수 있었다.

 

<부러진 화살>, <변호인>, <소수의견>은 모두 변호사가 인정받지 못하고검사들과 권력들의 집단으로부터 모진 견제를 받는다이기지도 못할 싸움처음부터 정해진 결과에 인간의 고뇌가 보인다특히<소수의견>과 같은 경우 이 세상은 인간의 이성과 판단으로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낭만주의 내지 휴머니즘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 세계에 신이란 존재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그 신은 분명 인간의 육체를 가지고 있지만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고전지전능한 능력과 그들을 숭배하는 엘리트의 솜씨로 신은 불가시적인 존재로 작품으로 등장한다그리고 그 신은 그들의 기도에 감응하여 철거를 강제로 시키고,경찰청에 압력을 가하며살인현장의 검증조차 제거한다.

 

헌법체계와 그 밖에 수많은 법률이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지며인간이란 모두 법 아래에 존재해야만 민주주의국가이나어느 누구는 법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법 위에 군림하기에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고알아서 그들의 숭배자들이 움직여준다그 대표자가 홍재덕 검사다홍재덕 검사는 의경 하나가 죽고 시위자 아들이 죽은 현장을 존치해야 하나오히려 용역업체와 짜고 그 흔적을 지운다그 이유는 시위진압 중 과잉진압으로 민간인 그것도 미성년자를 살해한 게 작전의 실수였기 때문이다만약 그 사실을 알려지면 철거과정의 과잉대응과 미성년자의 살해로 철거의 본질을 드러나게 된다는 점이다.

 

박경철 의원은 그 이유를 잘 알려준다그 자리에 돈을 투자한 투자가들이 일정기간 안에 철거가 시작되지 않으면 투자 금을 회수하고그 사업자는 그동안 투자받은 돈을 돌려주는 게 아니라 은행대출금의 이자와 이로 인한 손해부담이 막강했던 점이다결국 자본은 권력을 동원하고권력은 관료주의로서 움직였다관료주의는 학벌과 출신으로 이어졌고박변호사는 지방대학이란 이유로 멸시 당한다심지어 신우와 의경이 병원에 올 때 그들을 응급실에서 진찰한 의사마저 연세대 출신이란 점에서 법정에서 대놓고 무시하는 여검사의 모습도 나온다법의학자인 검시관은 서울대 출신이란 이유로 정형외과 전문의 소견을 깔아뭉개는 현실이 드러난다.

 

학벌주의와 정경유착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물론 학력으로서 좋은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중요하나양심과 윤리가 없는 엘리트들이 다수 양성되면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진다.재판에서 패해도검사의 옷을 벗겨내지만검사는 국내 최고의 법무법인인 광평에 들어간다전관예우에 고액의 연봉으로 검사보다 못한 권력이라도 자본과의 유착관계는 여전하다올바른 양심보다 권력과 지위 앞에서 꼰대로서 내세우는 그는 윤변호사에게 훈계하는 장면이 나온다사람은 희생당하는 자,국가에 봉사하는 자가 있는데자기는 국가에 봉사했는데윤변호사는 도대체 무얼 했냐고 묻는다.

 

그의 뻔뻔하기 짝이 없는 모습은 우리 관객에게 의아함을 불러일으키겠지만그것은 차라리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영화는 리얼리즘으로 이루어진 허구이지만허구로 만들어졌기에 현실에서 말할 수가 없는 진실을 허구인척 보여줄 수 있다재판과정에서 계속 불리한 상황만 처해지고검찰은 증인조차 빼돌리려고 한다실제 그럴 일이 일어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으나권력자들은 그 누구라도 자신의 이익에 방해되거나 눈에 가시거리가 되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내친다는 점이다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그 모든 희생자와 그 희생자조차 진압해야 하는 자들은 모두 우리 옆에 있는 서민들이란 점이다.

 

박재호와 신우는 가난한 소시민이고김의경 역시 가난한 아버지와 살아가는 사람이다가난한 집안 살림을 생각하여 의경에 가면 추후 경찰시험에 가점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여 군복무로 대체하나 변을 당한다처음에 박재호와 윤변호사를 증오로 바라보던 김의경의 아버지는 박재호의 사연과 모습을 보고 흔들리기 시작한다자신의 아들이 남을 죽일 리가 없는데그 누구보다 착하고 좋은 아이가 그런 잘못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말이다하지만 그는 자신이 그 자리에 없어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박재호는 자신의 아들을 죽인 원수이지만박재호 입장에서 김의경은 자신의 아들을 눈앞에서 죽인 원수다하지만 그 아들들은 모두 세상에 없고아들 잃은 나약한 아버지만 있다.

 

자신의 삶을 모조리 잃어버린 두 아버지는 한 사람은 죄인이 되어 한 사람은 희생자가 되어 눈물로서 설움을 토해낸다과연 이 두 사람에게 왜 절망을 안겨줘야 했는지왜 박재호가 죄인이 되어야 했는가김의경은 신우를 무참하게 폭행하고김의경은 박재호가 내려친 쇠파이프를 맞고 의식을 잃는다.박재호는 아들을 품에 안고김의경은 동료의경의 품에 안겨 서로 눈물과 절규를 외친다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영화는 진압에 투입된 의경도 건물에서 시위 중인 철거민도 모두 죄인이 아니라 희생자라고 말한다그러면 그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누구인가?

 

철거민과 의경그들은 서로 원수를 보듯이 혐오스러운 악마의 얼굴을 바라보듯이 증오한다하지만 알고 보면 소시민으로 살아오던 철거민그런 철거민 앞에서 본래 일상에서 이웃으로 살아가는 의경이 둘은 서로 다른 존재가 아니라 그저 힘없이 살아가야 하던 소시민들이었다그러나 이때까지도 이제부터 앞으로도 그들은 계속 누군가의 떠밀림으로 증오와 분노로서 싸우고 있다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이들은 자신들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자들이라며자신들이 받는 온갖 특혜를 누리고 살아간다그리고 그들은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희생자가 필요하다고 한다그 희생자란 누구란 말인가? <소수의견>에서 바로 그 소수자들이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국민이란 점을 말해준다.

 

처음에 모두가 그런 상황에 처해지지 않겠지만어느 순간 그 상황에 도래한다는 점이다영화라는 허구적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소수의견>은 현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이고현실에서 일어난 일들은 나와 무관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나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대다수의 사람들은 현재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무관한 것으로 볼 것이다그러나 부조리한 일들이 발생하면 그 순간 자신은 대다수로부터 격리되어 소수자로 된다. <소수의견>은 바로 그런 점에서 무거운 영화다영화는 이길 수가 없는 거인을 상대로 계속 덤벼드는 인간을 보여준다.

 

이길 수 없어도 싸우고 또 싸우는 이유는 왜 그럴까윤변호사가 사회적으로 상류집단이 변호사에 속해 있어도 그 안에서 그는 차별을 당한다차별에 의한 불만에서 윤변호사는 박재호라는 인간을 단지 피의자가 아니라 자기와 같은 소수약자로서 동질감으로 뭉친다상대에게 이기지 못했지만결국 윤변호사는 자신의 양심과 삶의 가치에서 승리한다우리는 삶의 승리란 과연 어떤 길인가영화에서 카메라 관점은 피해자를 변호하는 윤변호사의 관점으로 움직인다현실 언론미디어의 카메라는 윤변호사가 아니라 윤변호사 반대의 관점으로 움직인다이 거짓 같은 현실과 허구로서 사실 같은 영화에서 판단은 관객의 몫이고그 판단을 할 기회가 영화감상이라면영화감상조차 관객의 몫이다과연 그 책임은 어떻게 풀어 가야할까알아두어야 할 점은 우리 모두가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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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X프린세스X블레이드 2 - Seed Novel
오버정우기 지음, 보라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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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프린세스 블레이드> 1권에서 리온이 교룡학원에 와서 그곳의 주인인 밀레니아와 용약의 계약을 맺는 것이 나온다. 처음에 교룡학원에 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리온은 동생 리에의 배웅으로 우연의 장난에 의해 학교로 오게 된 것이다. 그러면 이제 학원에 입학하였다면, 그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1권은 말 그대로 리온과 리에가 교룡학원에 온 점에서 서사의 발단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2권부터 그 서사의 진행이 되는 전개로 이어진다.


전반적으로 서사는 큰 덩어리를 이루고 있지만, 그 안에서 1권마다 작은 서사가 담겨있다. 큰 서사 안의 작은 서사에서 2권은 분명 전개로 되겠으나, 그 내부에도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이란 서사구조가 있다. 2권 전체로 보자면 1권에서 드래곤은 오직 밀레니아 혼자라면 2권부터 새로운 드래곤이 나온다는 점이다. 1권에서 주인공 중에서 메인의 등장이라면, 2권부터 그 메인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보조적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우선 밀레니아 학교의 주인이며, 학생회장인 점에서 자신의 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그녀들이 바로 3명의 드래곤이다. 1권부터 이상한 계략만 알려주는 샐리, 전투적인 슈, 지적이나 타인들과 벽을 쌓는 페이린이다. 모두 용족이고, 계층도 높은 부류다. 밀레니아가 용왕 중에서 최고 용왕의 딸이라도 나머지 드래곤 역시 용왕의 후예다. 그런 그녀들은 다른 드래곤들과 달리 밀레니아와 같이 학생회에 소속된 자들이다.


작품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만물의 기준은 무엇인가 대해 설정한 부분이다. 만물의 영장은 인간이나, 여기서는 드래곤으로 대체된다. <드래곤 프린세스 블레이드>에서 용인전쟁 이후 드래곤이 만물의 영장으로 등장한다. 그런데도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왜 드래곤은 드래곤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인간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인간의 의복, 음식, 생활 등 문화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드래곤은 인간과 다른 존재이나,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가진 강력한 존재다. 그들이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는 점에서 진정 드래곤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는 것인가? 드래곤의 지배방식은 힘으로 인간을 제압해도 결국 인간을 힘보단 힘을 만들 수 있는 문화적 방식으로 접근한다. 교룡학원에 밀레니아의 방식은 인간과 드래곤은 분명 차이가 분명한 종족이나 불평등한 조건을 인정아래 평등한 관계를 만들려고 한다. 진정한 평등을 만들기 위해서는 평등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불평등적 요소를 인지하여 그것을 새롭게 정립하는 점에서 시작된다.


밀레니아가 과거 자신을 구하려던 인간 남자아이 리온에 대한 최소한의 은혜, 그것이 그녀의 의지다. 드래곤은 인간보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강력하다. 그들의 힘은 주변의 모든 것을 날려버릴 정도로 두려운 힘이다. 그렇기에 드래곤은 자신의 위치에서 인간을 조정하는 것보다 인간의 높이에서 맞추어야 비로소 공존이 가능하다. 밀레니아의 행동은 바로 인간의 행동방식에 어떻게 다가가는 점이다.


그래서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감과 교감이란 점이다. 왜 용과 인간은 서로 다른데도 이렇게 서로 도우려 하는 것일까? 용이 차라리 인간과 전쟁을 하면서 모조리 섬멸하고, 다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탄압하여 영원한 속박의 종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드래곤은 그렇지 않았다. 인간에 대한 드래곤의 마음, 결국 작가의 세계관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이나, 그것은 오래전 신화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대략적으로 이 작품은 드래곤, 용이 출현하고, 리온이 드래곤 슬레이어 같은 존재인 점에서 북유럽신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게다가 원소의 이론에서 불, 물, 흙, 공기는 지구를 이루고 있는 4가지 원소다. 물론 화학적으로 원소는 수소, 산소, 질소 등과 같은 다양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단지 고대그리스에선 지구를 구성하는 4가지가 있고, 인간의 몸에도 4가지의 원소로 움직이는 것이다. 용도 저 4가의 원소로 힘을 낸다. 단지 조금 놀란 점은 나는 그리스사상으로 4가지를 분류한 것으로 생각했으나, 작품에서 성경의 기준으로 삼았다.


작가의 작품세계관 설정에서 성경 내지 북유럽 신화를 많이 이용했고, 생각 이상 잘 정리했다. 나중에 교룡학원을 침입하는 적이 만든 장치가 아크엔젤(1. 대천사, 구품 천사 중 한 천사로 국가 통치자의 보호와 특별한 사명을 전달한다, 2. 러시아 북구 백해에 위치한 항구도시)인 점에서 성경의 내용을 많이 반영한 것 같았다. 조금 아쉬운 점은 작품설정에서 매우 연구를 많이 한 만큼 작품 내 플롯이나 복선의 배치는 아쉬웠다.


아크엔젤을 사용하는 적의 정체가 너무 쉽게 파악되도록 적은 것이다. 판타지모험으로 라이트노벨은 잘 정리해놓았다. 주인공의 설정이나, 드래곤이란 종족이 가진 특이함이 보여주는 용녀 밀레니아의 행동 역시 잘 정리했다. 그러나 범죄 추리로 가면 아쉬웠다. 작품 자체가 추리물이 아니기에 큰 문제점은 되지 않겠지만, 조금 적의 정체가 쉽게 들키지 않게 배치를 신경 썼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래도 주인공과 페이린 관계에서 좋은 흐름을 보여준 것 같다. 일본에서 드래곤을 히로인으로 내놓은 작품들이 제법 많다.


라이트노벨, 만화, 애니메이션 심지어 신화의 세계에서 인간과 드래곤은 단순히 적대하는 관계가 아니라 때로는 친구, 동지, 연인 등으로 나온다. 주인공 남성 1명에 다수 용녀들이 모이는 하렘구도가 보이기는 하나, 그 하렘구조에 너무 강조하지 않은 점이다. 물론 그런 구도로 이어지는 이유는 리에라는 여동생의 존재다. 리온에게 리에가 없었다면 그 세계는 자신만의 왕국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동생이 있었고, 리온 역시 상당히 여동생을 아끼는 오빠다.


그렇기에 하렘구도가 보이더라도 cliche(반복적인 패턴적인)의 최소한으로 막아주는 리에의 앙탈은 괜찮다고 본다. 만약 리에가 없었다면 아마 리온은 밀레니아와 달콤한 시간만 보내는 것만으로 바쁠 것이다. 또한 라이트노벨 일러스트에서 그 표지의 인물은 책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1권에서 밀레니아라면 2권이라면 페이린이다. 다소 중국계 의상과 이름을 가진 용녀로서 보는 그녀의 이야기는 결코 낯설지는 않다.


단지 종족만 용족이지 용족 역시 보통 인간이 가진 고민이 있고, 때로는 질투도 한다. 기본적으로 라이트노벨 역시 그 기본토대는 신화의 세계다. 신화의 존재는 인간으로 등장하지 않을 뿐이지, 그들은 인간의 심리와 모순을 역설하는 존재다. 페이린 역시 그런 역설을 보여주는 히로인이다. 용녀 공주라고 완벽한 것은 아니다. 완벽해 보이는 인물이라도 막상 그 인물 내부로 가면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다름 점은 특별히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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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계약론 - 세상을 읽는 4가지 방법 Great 인문학
장 자크 루소 지음, 김중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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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헌법이 자유민주주의국가라고 하는데, 루소의 사상이 그 사상의 기반을 다져놓은 것이라면, 우리나라는 <사회계약론>에 따르면 과연 그런 국가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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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1 - L Novel
와타리 와타루 지음, 박정원 옮김, 퐁칸 ⑧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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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인간관계 심리묘사 그리고 인간의 군상을 제대로 보여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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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에서 방영되면서 본 작품은 기존의 가이낙스 작품과 비교하여 큰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이낙스에서 이때까지 마법소녀 장르를 제작하지 않았다. <팬티 & 스타킹 with 가터벨트>의 경우 변신한다고 하나 그녀는 인간이 아닌 천사라는 점이고, 마법소녀 장르는 인간인 소녀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로 변신하는 것이다. 변신이란 속성에 맞추어 보자면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는 일반적인 마법소녀 장르에 큰 차이점이 없다. 주인공들은 미지의 외계인을 위해 우주선의 엔진 조각을 찾아가고, 그것으로 통해 서로의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성장물이다.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을 일본애니메이션 장르에서 보자면 일반적인 마법소녀 장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 조금 다른 특이성이 반영되어 있다. 그것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이낙스에서 제작한 것이고, 또 하나는 감독이 사에키 쇼지라는 애니메이터다. 사에키 쇼지는 1995년 가이낙스에서 에반게리온 동화를 시작하여, 2004<이 추하고도 아름다운 세계>의 감독으로 활동한다. <이 추하고도 아름다운 세계>에서 각본을 맡은 야마가 히로유키가 제작한 <마호로 매틱>에 참여하고, 2009<마호로 매틱> 특별편을 맡는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은 2005<이 사람이 나의 주인님>이고, 2012년 니시오 이신의 원작 <메다카 박스>를 제작한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초기에는 가이낙스에서 남성 중심의 오타쿠(열혈, 모에, 세카이계) 속성(<<신세기 에반게리온>, <이 사람의 나의 주인님>, <마호로 매틱>, <이 추하고도 아름다운 세계>, <메다카 박스> ) 작품을 제작하다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를 제작하게 되었다. 가이낙스 창립 당시 Daicon 3 오프닝을 보면 나이 어린 소녀가 등장하여 비행을 하고 미사일을 날리는 모습이 나온다. 전투미소녀라는 특징과 더불어 롤리타 콤플렉스적인 요소도 등장한다. 전형적인 미소녀 모에 속성에 전투장면을 끼워 넣은 것이다.

 

이런 속성들이 가이낙스의 작품 토대가 되어 <톱을 노려라>,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가이낙스는 2017년 기점으로 변화가 생긴다. 안노 히데아키를 비롯한 많은 초기 가이낙스 인원들이 카라 스튜디오를 설립해서 가이낙스의 많은 초기 멤버들이 퇴사했다. <신극장판 에반게리온>은 초반에 가이낙스와 어느 정도 같이 제작하다 뒤이어서는 카라 중심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가이낙스 작품들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2010<하나마루 유치원> 같이 전혀 액션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 등장했다. 유치원생 3명을 중심이 되는 일상 장르로 기존 가이낙스 작품과 큰 차이가 생겼다.

 

주인공들도 예전에 거의 남자 중심으로 여자로 변하기 시작했고, 2011<단탈리안의 서가>는 애니메이션 안에서도 현실적인 리얼리티적인 작화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에서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 감독인 사에키 쇼지는 <마호로 매틱> 특별편 이후 2012<메다카 박스>를 제작하고, 2011web애니메이션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2015년 정식으로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 가이낙스의 흐름과 더불어 사에키 쇼지 감독이 맡은 작품에서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는 상당한 변화를 부여한 작품이다.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는 최근 일본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 인물에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된 것, 여성 캐릭터는 남성들의 모에요소를 만족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게 된 점에서 현재 애니메이션에 흐름에 상당히 맞추어가고 있다. 그러나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가 기존 가이낙스 작품세계를 배신한 것이라 볼 수가 없었다. 그 대치되는 작품은 바로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다.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의 주인공 스바루는 평범한 중학교 여학생으로 우주의 별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녀는 매사 자신의 소심한 성격, 자신감 없는 자신에 대해 고민을 하고 산다. 우연히 플레아데스 성인을 만나게 되고, 그때부터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다. 어릴 적 친한 친구인 아오이를 만나게 되면서 과거에 아는 아오이와 지금의 아오이는 서로 다른 것처럼 느낀다. 단절된 시간의 교류 속에 변화라는 큰 물결에 스바루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마법소녀 장르로 볼 수 있고, 그 특징 중에 마법소녀로 변신한 주인공들은 어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활약하는 점이다.

 

그들의 활약은 역시 별의 조각을 모우는 것이나, 그것은 표층에 존재하는 이야기로 보여주고 내면의 이야기는 스바루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스스로 움직이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스바루의 고민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이카리 신지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다. 단지 신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 이카리 사령관은 언제나 자신에게 냉대하여 항상 외로움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을 받는다. 대신 스바루는 부모님 모두 계시고, 스바루에게 언제나 다정하게 대해준다. 집에 돌아와 아버지와 대화하는 장면이 바로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제작된 가이낙스와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제작 20년 후 대치점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이카리 사령관은 언제나 신지에게 완벽한 임무수행을 요구했고, 신지는 그것에 고통스러워해도 주변 네르프 요원들은 그저 아무런 말도 없이 신지에게 그 무리한 요구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에바에 타지 않으면 신지는 필요 없는 존재가 되고, 자신은 쓸모없는 아이가 되는 것에 상처받는다. 그러나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에서 스바루의 아버지는 어떤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서 분명히 불량품은 나오고, 그것이 못쓰게 될지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적어도 필요 없다고 하지 않는다. 분명 거기에도 의미가 있다고 한다.

 

스바루는 자신에 대해 아직 어른도 아니면서 어린아이도 아닌 어중간한 존재고, 불안정한 자신의 모습에 두려워한다. 스바루의 고민은 아오이가 바뀐 것처럼 점차 변화하는 세상에 대해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스바루는 자신만이 아니라 아오이 역시 스바루가 변화한 것에 무서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기만 불안한 게 아니고 자기만 어중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런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불량한 엔진부품이 지금 당장 쓸모없어서 버림받는 게 당연하다 여기지만, 스바루의 아버지는 그 엔진부품이 지금은 쓸모없다고 하여 결코 아무 의미가 없는 게 아니라 한다.

 

결국 어중간하고, 불량한 부품처럼 필요 없어 보이나, 그 모든 것이 존재의 이유가 있었다. 오히려 그런 과정을 통해 인간을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청소년들은 언제나 자신의 현실에 불안하고 두려워한다. 그런 요소를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에서 스바루로 통해 보여주고,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부모 같은 어른들의 따듯한 시선, 그리고 친구들과의 유대감이다. 자신은 언제나 혼자라고 생각한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신지와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의 스바루, 물론 인간은 처음에 혼자나,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가 밤하늘의 별자리인 플레이아데스를 지칭한 것처럼, 밤하늘의 별은 서로 빛을 내며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준다. 물론 플레이아데스 전설을 찾아보면 슬픈 그리스신화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밤하늘의 별자리란 우리 인간에게 많은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을 만들어주었다. 방과 후에 학생들은 자기에게 시간이 개인적으로 주어질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방과 후란 거의 학원에 가거나 PC에 앞에만 매달려 있을 뿐이다. 꼭 밤하늘의 별자리를 찾아 관찰하는 필요는 없으나, 자기만의 별자리를 찾아떠나는 여정은 우리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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