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에서 방영되면서 본 작품은 기존의 가이낙스 작품과 비교하여 큰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이낙스에서 이때까지 마법소녀 장르를 제작하지 않았다. <팬티 & 스타킹 with 가터벨트>의 경우 변신한다고 하나 그녀는 인간이 아닌 천사라는 점이고, 마법소녀 장르는 인간인 소녀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로 변신하는 것이다. 변신이란 속성에 맞추어 보자면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는 일반적인 마법소녀 장르에 큰 차이점이 없다. 주인공들은 미지의 외계인을 위해 우주선의 엔진 조각을 찾아가고, 그것으로 통해 서로의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성장물이다.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을 일본애니메이션 장르에서 보자면 일반적인 마법소녀 장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 조금 다른 특이성이 반영되어 있다. 그것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이낙스에서 제작한 것이고, 또 하나는 감독이 사에키 쇼지라는 애니메이터다. 사에키 쇼지는 1995년 가이낙스에서 에반게리온 동화를 시작하여, 2004<이 추하고도 아름다운 세계>의 감독으로 활동한다. <이 추하고도 아름다운 세계>에서 각본을 맡은 야마가 히로유키가 제작한 <마호로 매틱>에 참여하고, 2009<마호로 매틱> 특별편을 맡는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은 2005<이 사람이 나의 주인님>이고, 2012년 니시오 이신의 원작 <메다카 박스>를 제작한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초기에는 가이낙스에서 남성 중심의 오타쿠(열혈, 모에, 세카이계) 속성(<<신세기 에반게리온>, <이 사람의 나의 주인님>, <마호로 매틱>, <이 추하고도 아름다운 세계>, <메다카 박스> ) 작품을 제작하다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를 제작하게 되었다. 가이낙스 창립 당시 Daicon 3 오프닝을 보면 나이 어린 소녀가 등장하여 비행을 하고 미사일을 날리는 모습이 나온다. 전투미소녀라는 특징과 더불어 롤리타 콤플렉스적인 요소도 등장한다. 전형적인 미소녀 모에 속성에 전투장면을 끼워 넣은 것이다.

 

이런 속성들이 가이낙스의 작품 토대가 되어 <톱을 노려라>,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가이낙스는 2017년 기점으로 변화가 생긴다. 안노 히데아키를 비롯한 많은 초기 가이낙스 인원들이 카라 스튜디오를 설립해서 가이낙스의 많은 초기 멤버들이 퇴사했다. <신극장판 에반게리온>은 초반에 가이낙스와 어느 정도 같이 제작하다 뒤이어서는 카라 중심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가이낙스 작품들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2010<하나마루 유치원> 같이 전혀 액션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 등장했다. 유치원생 3명을 중심이 되는 일상 장르로 기존 가이낙스 작품과 큰 차이가 생겼다.

 

주인공들도 예전에 거의 남자 중심으로 여자로 변하기 시작했고, 2011<단탈리안의 서가>는 애니메이션 안에서도 현실적인 리얼리티적인 작화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에서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 감독인 사에키 쇼지는 <마호로 매틱> 특별편 이후 2012<메다카 박스>를 제작하고, 2011web애니메이션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2015년 정식으로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 가이낙스의 흐름과 더불어 사에키 쇼지 감독이 맡은 작품에서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는 상당한 변화를 부여한 작품이다.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는 최근 일본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 인물에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된 것, 여성 캐릭터는 남성들의 모에요소를 만족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게 된 점에서 현재 애니메이션에 흐름에 상당히 맞추어가고 있다. 그러나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가 기존 가이낙스 작품세계를 배신한 것이라 볼 수가 없었다. 그 대치되는 작품은 바로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다.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의 주인공 스바루는 평범한 중학교 여학생으로 우주의 별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녀는 매사 자신의 소심한 성격, 자신감 없는 자신에 대해 고민을 하고 산다. 우연히 플레아데스 성인을 만나게 되고, 그때부터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다. 어릴 적 친한 친구인 아오이를 만나게 되면서 과거에 아는 아오이와 지금의 아오이는 서로 다른 것처럼 느낀다. 단절된 시간의 교류 속에 변화라는 큰 물결에 스바루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마법소녀 장르로 볼 수 있고, 그 특징 중에 마법소녀로 변신한 주인공들은 어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활약하는 점이다.

 

그들의 활약은 역시 별의 조각을 모우는 것이나, 그것은 표층에 존재하는 이야기로 보여주고 내면의 이야기는 스바루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스스로 움직이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스바루의 고민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이카리 신지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다. 단지 신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 이카리 사령관은 언제나 자신에게 냉대하여 항상 외로움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을 받는다. 대신 스바루는 부모님 모두 계시고, 스바루에게 언제나 다정하게 대해준다. 집에 돌아와 아버지와 대화하는 장면이 바로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제작된 가이낙스와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제작 20년 후 대치점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이카리 사령관은 언제나 신지에게 완벽한 임무수행을 요구했고, 신지는 그것에 고통스러워해도 주변 네르프 요원들은 그저 아무런 말도 없이 신지에게 그 무리한 요구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에바에 타지 않으면 신지는 필요 없는 존재가 되고, 자신은 쓸모없는 아이가 되는 것에 상처받는다. 그러나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에서 스바루의 아버지는 어떤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서 분명히 불량품은 나오고, 그것이 못쓰게 될지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적어도 필요 없다고 하지 않는다. 분명 거기에도 의미가 있다고 한다.

 

스바루는 자신에 대해 아직 어른도 아니면서 어린아이도 아닌 어중간한 존재고, 불안정한 자신의 모습에 두려워한다. 스바루의 고민은 아오이가 바뀐 것처럼 점차 변화하는 세상에 대해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스바루는 자신만이 아니라 아오이 역시 스바루가 변화한 것에 무서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기만 불안한 게 아니고 자기만 어중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런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불량한 엔진부품이 지금 당장 쓸모없어서 버림받는 게 당연하다 여기지만, 스바루의 아버지는 그 엔진부품이 지금은 쓸모없다고 하여 결코 아무 의미가 없는 게 아니라 한다.

 

결국 어중간하고, 불량한 부품처럼 필요 없어 보이나, 그 모든 것이 존재의 이유가 있었다. 오히려 그런 과정을 통해 인간을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청소년들은 언제나 자신의 현실에 불안하고 두려워한다. 그런 요소를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에서 스바루로 통해 보여주고,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부모 같은 어른들의 따듯한 시선, 그리고 친구들과의 유대감이다. 자신은 언제나 혼자라고 생각한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신지와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의 스바루, 물론 인간은 처음에 혼자나,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방과 후의 플레이아데스>가 밤하늘의 별자리인 플레이아데스를 지칭한 것처럼, 밤하늘의 별은 서로 빛을 내며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준다. 물론 플레이아데스 전설을 찾아보면 슬픈 그리스신화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밤하늘의 별자리란 우리 인간에게 많은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을 만들어주었다. 방과 후에 학생들은 자기에게 시간이 개인적으로 주어질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방과 후란 거의 학원에 가거나 PC에 앞에만 매달려 있을 뿐이다. 꼭 밤하늘의 별자리를 찾아 관찰하는 필요는 없으나, 자기만의 별자리를 찾아떠나는 여정은 우리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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