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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생각
윤태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3월
평점 :
<오래된 생각>은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관인 윤태영 씨가 저술한 소설이다. 읽는 내내 이것은 소설이란 가상의 이야기로 구성된 것이라 하나, 거의 50% 이상은 사실에 가깝다. 소설을 읽는 감상을 보면 뭔가 강렬한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 적은 책이 아니다. 결론을 제시하기보다는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 모습에 아주 충실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조금 다르나, 그 등장하는 인물들의 원래 캐릭터는 그대로를 반영했다. 윤태영 작가는 노무현대통령을 보좌한 인물이기도 하나, 국회의원 노무현을 보좌한 경력도 있고, 학생운동을 한 실적도 있다.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이것은 윤태영의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놓고 있으며, 또한 노무현과 함께 한 시간을 적고 있다. 읽는 동안 참 많은 생각이 오고간다. 노무현이란 인물을 우리가 아는 범위는 TV, 라디오, 신문 등과 같은 언론매체이다. 그러나 막상 그의 진짜 모습은 주변인들이 잘 알 것이다. 윤태영 작가가 자신의 이름이 아닌 진익훈으로 등장한다. 가난한 세입자의 아들이고, 어릴 때 친구들이 어느새 적이 되어 마주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이란 무엇인가? 책에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나, 과거에 조우한 시간보다 자신이 원하고 추구하는 이념이 더 소중하다.
익훈은 소꿉친구 인수와 희연을 20년 가까이 친하게 지낸 사이다. 그러나 익훈은 학생운동을 한 그 몇 년이 자신의 운명이 되었다. 가난에 힘겹게 살던 익훈, 그에 반해 건설업체 사장 아들인 인수, 유명내과 의원 딸인 희연, 3친구는 가까이 있으면서도 서로 멀어져 가는 운명이었다. 책을 읽으면 아주 씁쓸하다. 인수가 가입한 어떤 비밀조직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 책이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다.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은 이 소설 또 다른 주인공인 임진혁의 친구이다. 소설 속의 임진혁의 친구는 현실에서 대통령이 되자 국방무기체계 문제로 국방부와 마찰을 일으켰다. 그 문제의 발단에 깊은 원흉은 국방부 내 육군사관학교 내 친목단체가 있다는 것이다. 육군사관학교는 공군이나 해군사관학교와 다르게 군 장성들이 많고, 국방부를 주름잡는 곳이다. 국방부를 국방업무를 보는 기관이나 한편으로 육방부라고 부른다. 육군 장성들이 모두 군사 권력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김영삼 시절 절제되었다고 하나, 그 이전에 하나회 같은 경우 5공화국의 권력 핵심부였다. 하나회는 군사독재시대의 권력중추였다. 이런 일들이 있는데, 군사조직 내 권력유지를 위한 친목관계만 아니라 그들과 연계된 다른 권력이 없을 수 없다. 언론, 검찰, 경찰, 경제 인사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카르텔을 형성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의 카르텔은 대한민국이 아닌 조선왕조부터 시작되었다. 임진혁이 소설이 아닌 역사의 인물로 나올 때 600년 동안 약자들은 계속 핍박받고, 거기에 대항하던 자들은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보복을 당했다.
그 시대를 저항하던 임진혁은 결국 자신이 근절하고자 하던 세력에 의해 역사의 한축이 되었다. 임진혁 옆에서 계속 지켜보고 같이 지낸 진익훈, 생각하면 소설은 분명 맞으나 사실을 그대로를 편집한 것이다. 편집을 다소 유리한 상황에 맞추는 것보다 전후사정이 담겨진 채로 말이다. 내가 알던 제17대 대통령시절엔 재미있는 단어가 생겼다. 한국에서 좌파와 우파에 대한 논쟁이 참으로 바보 같다. 사실 좌파가 생긴 것은 1789년 프랑스대혁명 이후 로베스피에르를 비롯한 산악파가 반대편 지롱드당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국민공회 의원자리에서 좌측에 앉았다.
이에 반해 지롱드당은 왕당파라 하여 오른쪽에 앉아 우파가 되었다. 만일 지금 자신이 아주 똑똑한 것처럼 말하면서 좌파를 민주주의 내지 자유주의를 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단지 멍청한 녀석일 것이다. 17대 대통령과 좌우파 내용에서 어떻게 연계되었는가? 그것은 좌파신자유주의자 라는 단어가 생긴 것이다. 보수세력은 좌파대통령으로 불렸고, 진보세력은 신자유주의자라고 불렀다. 신자유주의는 애덤 스미스의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조금 더 시장만능주의로 만든 사상이다.
하이에크가 만든 신자유주의사상은 20세기 초반 케인즈학파와 연속하여 대립되는 경제사상이다. 세계의 경제구조는 무역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과거의 거래방식은 화폐를 직접 주거나 또는 어음, 그 금액에 할당하는 금과 은으로 지불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으로 갈수록 전자거래가 이루어지고, 금융경제가 모든 경제의 중심이 되었다. 외국의 주식을 국내에서 살 수 있고, 국내의 주식도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지 않고 구매할 수 있다. 세계의 흐름은 이런 금융자본주의와 더불어 노동유연화가 유입되기 시작한다.
노동문제는 단순히 노동자만이 아니라 국가전체의 문제에 해당된다. 국민 대부분이 임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나, 본인이 그런 처지라는 점을 망각하거나, 설사 알고 있어도 현실의 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국가라는 체계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대통령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정부수장이기도 하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관리자이기도 하다. 그 조율자가 현실의 벽에 맞히는 순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이미 자신의 당에서 외면 받으며, 과거 같이 투쟁하던 동지들도 그를 외면했다.
상고출신 고등학교 졸업장을 평생 그를 괴롭혔다. 하다못해 명예졸업장까지 챙기지 않은 대통령, 힘이 없기에 언제나 정치권과 언론에 터지는 대통령, 소설 <오래된 생각>을 읽으면 10년 전의 한국이 생각난다. 그가 정말 뛰어나고 탁월한 능력을 갖춘 대통령이어도, 그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에서 받쳐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나는 군복무를 노무현대통령 집권 하던 시기에 했다. 하사로 임관하여 하사로 전역했다. 내가 훈련소에서 한참 군사교육을 받을 때 탄핵을 당했다. 나는 훈련으로 그런 사실조차 몰랐다. 자대에 가서 안 것은 대통령이 이동할 때 항공기가와 헬기를 자주 이용했다는 점이다.
헬기를 이동하면 공중에서 인원을 수송하므로, 육로보단 빠르나 그 자리가 불편하다. 항공기 소음은 민간항공기가 아닌 군용항공기의 경우 소음진동이 그대로 사람에게 온다. 좋은 차에 육로로 가면 편하나, 대신 교통통제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친다. 소설에서 헬기이동 장면은 군에 있을 때가 생각난다. 공군하사로 복무했기에 전시작전권 관련 업무도 맡았다. 당시에 비밀이나, 지금은 비밀이 아닌 것으로 공군 피스아이 사업을 할 때, 항공기 도입을 위한 시설사업을 계속 맡아왔다.
전시작전권 환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적의 정보를 파악하여 조기대응을 하는 것이다. 조기경보통제기를 도입하여 적의 동향을 파악하여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지휘 타격 임무완료 시스템은 국방군사시설의 현대화를 일구었다. 공군작전시설 및 첨단장비도 이때 가장 많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아무도 그를 알아주지 않았다. 경포대란 말로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 불렀다. DJ국정과 참여정부를 두고 누군가는 잃어버린 10년이라 하나, 지금을 보면 그 잃어버렸다고 말하는 10년이 더 좋았던 시간이란 것을 많은 국민들이 알게 되었다.
읽는 내내 당시 많은 사람들과 언론에 서운해 하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한편으로 거대한 권력을 잡은 자들은 무엇을 해도 적당히 넘어가도, 권력이 없는 자는 꼬투리만 잡혀도 목숨이 위태롭고,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여기저기서 공격한다. 가끔 생각한다.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아도 해명조차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당해야 하는 자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말이다. 몸부림조차 냉소의 조롱거리로 만들어지는 현실에서 <오래된 생각>은 제목처럼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다.
생각하는 축에서 오래된 과거이지,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과거라는 시간이 축척되어 만들어진 결정덩어리이다. 작가 윤태영은 이 책에서 그동안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말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소설처럼 만든다. 하다못해 나 같은 일반인도 바보처럼 그 시대를 보냈는데, 윤태영 같은 보좌관들은 오죽할까? <오래된 생각>은 노무현대통령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책이 아니다. 노무현대통령이 나오는 순간 추모의 시간은 잠시 스쳐가겠지만, 정작 중요한 그가 처한 현실이란 점이다.
책을 보면서 섬뜩한 모습이 나온다. 인수는 익훈의 친구에서 완벽한 적으로 변한다. 그가 검사가 되고, 국회의원이 되어 자신의 당에서 대변인으로 활약할 때, 그는 자신의 이익과 성공이 이 나라의 성공과 미래라고 여기는 것이다. 어느 사회이든 엘리트들이 자신의 권력을 위해 비밀조직을 결성하고 거기서 정책과 각종 입안을 올려 현실에서 실행될 경우 국가의 운명은 제대로 돌아갈리 없다. <오래된 생각>을 보면 익훈은 자신의 이상과 이념을 위해 친구와의 관계를 끊고, 가족까지 민폐를 끼친다.
그의 선택은 대의적으로 옳을지 모르나, 그의 인생에서 많은 마찰음을 내었다. 자신을 사랑해준 희연을 인수에게 가버렸다. 공안사범으로 수송될 때 책을 읽는 도중, 책에 적힌 구멍 뚫린 글을 읽는다. 희연이 익훈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부분이다. 소설에서 반 이하는 허구로 구성되어 있으나, 임진혁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비리 경제인을 청문회를 할 때 증인이 위증을 하자, 위증을 잡기 위해 익훈의 증언을 통해 어느 기업의 거물을 구속시킨다. 그런데 그 거물은 인수의 아버지였다. 인수는 검사지만,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했다. 대의와 목적, 그리고 사적인 관계로 이어지는 원한,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프랑스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는 지식인의 역할은 군중 내지 민중의 의지를 대변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현실의 지식인은 없고 엘리트만 존재한다. 엘리트들은 좋은 대학교를 나오고, 그 전에 유명한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엘리트들은 고등학교까지 친구지만, 대학에 가면서 서로 갈라지게 되고, 어느 순간 적으로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저번 정권의 총리와 진보정당의 한 위원은 고등학교 동기지만, 대학교 졸업 후 공안검사와 노동운동 현행범으로 만나기도 했다.
인생은 자신의 뜻처럼 되지 않는다. 과거 같이 고생하던 친구조차도 현재에 오니 오히려 비난하는 입장이 된다. 현실의 벽을 돌파하고 싶지만, 그것을 가로막는 또 다른 장벽은 더 높기만 하다. 이런 일을 겪은 작가 아니라면 그것을 같이 바라본 독자에게 책제목이 말한 것처럼 <오래된 생각>이라 말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생각하지 않은 과거가 아니라, 오랫동안 계속 생각한 과거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항상 잊을 수 없지만, 언제나 표현할 수 없던 자신 안의 검열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