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코스 영웅전 2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2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다희 옮김, 이윤기 기획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2권을 읽으면서 전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본다. 사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쟁에 대한 이야기만 등장한다. 영웅의 존재란 바로 전쟁터에서 무수한 적을 맞이하여 무찌르는 자가 바로 그런 것인가? 전에 영웅이란 무엇인가 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남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낼 수 있는 평범하지 않은 자들, 만약 신이 그렇게 과업을 완수했다면 그것은 신이(神異)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평범한 인간의 육체로 태어난 이들에게 영웅(英雄)이란 말이 칭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은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이 아니기에 신과 같은 활약을 원하는 게 인간의 심리다. 영웅이란 바로 많은 대중들이 뭔가를 원하고 있을 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보는 것이다. 전쟁에서 크고 작은 전투로 많은 인간이 죽고, 다친다. 전쟁의 승패는 남자들에겐 죽음을 여자와 아이들에게 평생의 노예가 기다리고 있다. 전쟁에서 피할 수 없는 승부를 펼치는 것은 곧 죽음이란 세계에 도달하는 것만이 아니라 노예의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노예의 말로는 조금 비참하다. 노예는 인간이란 생물학적 존재로 살아갈망정,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한다.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노예는 재산으로 분류된다. 만약 노예가 주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면 매질을 당하고, 범죄를 저지르면 주인에 의해 처형을 당한다. 그리스시대 즉 할로스인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오로지 전쟁에서 승리하는 길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었다. 죽음과 노예, 삶과 번영, 이들에게 남겨진 것은 이 급박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영웅은 비로소 그 시대에 부응하여 나타난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자신의 부와 명예인지 아니면 그들의 도시국가의 공익인지는 각자의 가치관마다 다르나, 그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는 한 차례의 통과의식을 거쳐야 했다.

 

이런 과정에서 언제나 등장하는 인물은 2가지로 대립된다. 하나는 원래부터 영웅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있는 인물과 그렇지 못한 인물로 말이다. 플루타르코스는 영웅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업적은 제각각이라도 그들이 어떤 신분에 있든지 충분히 영웅의 길을 선택했다는 점과 그들의 업적은 영원히 칭송받을 점을 나열한다. 단지 모든 인간이 완벽하지 않기에 그런 한계성으로 때로는 영웅들에게 허점이 보이기도 한다. 완벽한 존재는 오로지 신이나 혹은 성인의 반열에 오른 자만이 가능하다.

 

테미스토클레스는 살라미스 해전의 영웅이나, 그의 인간됨됨이는 남을 시기하는 이유로 로마시민들의 미움을 사게 되었고, 추후에 추방당했다. 자신이 그렇게 바다 속에 수장시킨 페르시아에 가서 오히려 페르시아왕의 친구가 된다. 그는 단지 남보다 위로 가기를 바란 인물이지 그런다고 목숨 그 자체를 우위에 두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마지막에 할라스의 영웅이면서 자신의 라이벌이던 아리스테이데스와 결전을 벌일 때 그는 자살을 하여 마지막을 승화한다. 권력을 가진 자는 마지막 최후의 순간은 언제나 비참할 경우가 많다. 물론 그것은 모든 이들의 영웅도 마찬가지다.

 

영웅은 모두에게 칭송받는 존재이기도 하나, 모두에게 경계와 시기를 받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런 희비가 갈리는 존재이므로 영웅의 마지막은 모두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만은 없다. 게다가 영웅들은 대부분 전장을 누빈다. 전투가 잦은 사회에서는 정치와 군대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정치지도자가 전장을 누비는 경우가 많다. 전쟁의 영웅은 곧 정치적인 입지를 갖추게 되어 평화가 오는 시기에 정치력이 높은 인물은 합당한 찬사를 받으나, 그렇지 못하거나 정치에 관심 없는 자는 타인의 기억에서 사라지거나 질투의 대상이 된다.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것일까? 역사의 기록에서 영웅을 통해 보는 활약보단 주변 정치적 상황이 참으로 급박하다. 2권에서 인상 남은 인물은 다 그러하나 카토가 조금 인상이 깊게 베인다. 그는 부지런하여 노예와 같이 같은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 먹고 게다가 일도 같이 한다. 겉으로 보자면 그는 부지런하고 삶의 열정이 가득하다. 하지만 더 이상 노동력이 없는 노예는 자신의 옆에 두지 않고 팔아버린다. 플루타르코스는 이것을 보고 인간은 이성적 논리도 중요하나,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을 중시했다.

 

인간은 자신의 힘이 아니라 주변의 조건과 상황에 의해 운이 결정되고, 승부가 갈리기도 한다. 하다못해 말 못하는 동물조차 인간의 사랑을 받으면 그 은혜를 알고 충성을 다한다. 전장을 향하여 떠나는 주인을 그리워하는 어느 개가 주인의 배를 따라 가다 결국 지쳐 어느 섬에 도달하여 탈진하여 죽는 모습이란 참으로 슬프다. 필요 없다고 가차 없이 버리는 것은 결국 그 자신도 필요의 조건이 사라지면 고장이 난 TV처럼 버리게 된다.

 

다른 기억나는 장면은 아마 카밀루스일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 전쟁은 횟수가 줄었다. 고대의 전쟁은 군인에 의한 전쟁이다. 하지만 민간인이나 여성들은 포로로 되고 노예의 길을 걷게 된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투력을 채울 수 있는 건장한 남자다. 남자아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결혼의 제도로 통해 아이를 가지고 육성시킨다. 그러나 전쟁이 나면 대부분 남자들은 무기를 들고 나가며, 때에 따라서 부상입거나 죽음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고대 할라스 시대에 인구가 지금보다 많을 리가 없겠지만, 전쟁에 나가면 기본적으로 몇 만 명이나 출전한다. 운이 좋으면 모르나 아수라장 같은 전투에서 살아남은 병사는 그렇게 많지 않다.

 

남자가 죽으면 집에 있는 아내는 과부가 된다. 과부는 참으로 안타까운 것 같다. 물론 홀아비도 마찬가지나, 전쟁은 자연의 섭리보단 문화적 과정에 의해 성립되는 경우가 많다. 인구증가, 식량부족, 주거환경 등과 같은 물질적 조건, 오로지 전쟁에서 명예를 얻으려는 상급자들의 목적, 이 모든 것이 혼합되면 전쟁으로 이어진다. 전쟁에서 죽은 자보다 더 비참한 자들은 전쟁에서 생환을 기다리는 죽은 자의 가족이다. 전장에 젊은 남자들이 출전하니 그의 반려자들은 젊은 여자이고, 이들은 꽃다운 나이에 가족을 잃은 슬픔과 사랑을 찾을 수 없는 상실이다.

 

그런데 아마 아리스테이데스가 나이가 많은 결혼하지 않은 남자를 처음에 설득으로 뒤로 가서 벌금으로 압박하여 과부와 결혼을 해주는 것은 참으로 바른 일이다. 누군가의 영광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루어지고, 그 영광의 크기는 병사들의 장례식 횟수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사가 없거나, 병사를 제대로 통솔할 장군이 없으면 적은 항상 넘어와서 약탈과 살인을 저지른다. 영웅의 기지는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게다가 진정한 영웅은 모든 실리와 영광을 자신에게 돌리는 게 아니라 자신과 함께 한 전사와 신의 축복으로 바친다. 언제나 신전에 가서 신에게 제물을 바쳐 경건한 마음으로 전투에 임한다. 물론 신의 제물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입에 들어가 만족스러운 식사가 된다. 영웅들은 은퇴하거나 전장에 물러나면 이미 자신이 그 도시국가의 공인이란 사실을 자각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쉴 곳을 마련하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영웅으로 칭송받는 것은 무기를 든 적이 있을 때가 아니라, 배고픔과 가난을 들고 있는 적에게도 대항한다.

 

아마 여기서 카토의 마지막 삶에서 지혜가 부족한 이유가 밑에 사람에게 인식했던 점이고, 아내가 죽어 재혼을 하더라도 아들보다 어린 여자를 들인 이유다. 그가 비록 할라스에 건강한 남자아이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 나라를 지키는 것도 좋으나.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자는 소녀가 아니라도 충분히 가능하니 말이다. 권력자가 되기까지 여정은 위대해도 되고 나서부터는 교만해지기 쉬운 게 인간이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선 그런 영웅들의 차이점이 너무 잘 드러난다. 물론 말년의 판단착오가 그 업적을 지우는 것은 아니나, 사람들의 인상에 깊은 기억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인이 가져야할 의무와 도덕은 죽기 전까지 계속 가는 것이다. 한국에서 공인의 위치에 있는 분들이 계속 실망을 주는 기사를 보고 있다. 그들에게 역사의 교훈이란 없는 것일까?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인 것이다. 영웅을 시기하고 시민을 우습게보고, 권력과 이권만 챙기려하다 마지막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 사실을 언제나 기억해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