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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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는 이른바 수짱 시리즈의 시작이기도 하다. 여성작가가 그것도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의 일상생활을 보여준다는 것은 남성인 나에겐 약간 턱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읽어보는 순간, 그렇게 낯설게 느낀 게 아니었고, 오히려 내 나이와 비슷한 상황의 미혼 여성의 마음을 보는 기분이었다. 물론 전반적인 여성이 그런 것은 아니나, 적어도 보편적인 성향은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수짱의 심정과 상황이 옆에서 관찰하면 왠지 공감이 가기도 하고, 한편으로 얄미운 부분이 있구나 여겼다.

 

인간의 모습이란 한 가지로 표현할 수 없다. 다양한 모습이 존재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과 여건에 따라 계속 변해간다. 누군가에게 저 사람은 좋은 사람이나, 나에게는 짜증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사람의 유동적으로 변해가는 일상은 한편으로 두렵기도 하지만, 그 유동적 일상생활도 하나의 정해진 패턴에 묻힌 것처럼 보인다. 수짱의 이야기는 카페로부터 시작한다. 자신이 일하면서 옆에 근무하는 이와이는 수짱보고 어리고 외모가 예쁜 편이다.

 

카페에 들리는 본사직원인 나카다 매니저를 두고 수짱은 은근히 흠모한다. 그러나 나카다 매니저는 수짱보다 나이가 어리고, 자주 오는 사람이 아니므로 겉으로 드러날 수 없는 입장이다. 가끔 그런 일이 있다. 주변에서 당신은 왜 연애를 하지 않고 결혼을 하지 않느냐고? 개인적인 성격이나 취향의 문제도 있겠지만, 주변 여건이 그렇게 만들어지고, 일상생활이 그리 만들어지는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수짱의 경우 카페에서 일하므로 주변에 일하는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들이 모두 여성이다.

 

여성들만 모인 공간에 남성이 없으며, 여성들 자체가 많은 집단에 남성이 들어가서 일하는 것조차 벅차다. 남성들의 공간에서 여성 소수가 지내기는 하지만, 은근슬쩍 남성들의 권위의식에 압박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남녀인원이 골고루 퍼진 곳이 아니라면 제대로 된 연애기회를 가지기란 어려울 것이다. 수짱의 가게에 오는 다나카 씨의 본사 사정은 알 수 없으나, 그는 이와이 씨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다.

 

솔직히 누군가 사귀거나 만나지 않았지만, 주변에 괜찮은 사람이 있어서 내가 아는 주변인이 그 사람과 사귀거나 계속 만나고 있다면 한편으로 심술이 날 것이다. 수짱의 인간적인 모습은 바로 여기서 등장한다. 이와이 씨와 다나카 매니저가 사귀는 것을 알고, 어느 날 결혼한다는 사실까지 알 때 수짱은 집에서 우울한 눈물을 흘린다. 물론 자신에게 다나카 매니저가 연인이 된다는 보장은 없더라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희망사항까지 버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짱은 결혼과 연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수짱 시리즈를 보면 항상 옆에 친구나 혹은 다른 여성인물이 조연 이상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에서 등장한 조연급 주인공은 수찡의 친구 마이코다. 그녀는 회사에서 일하는 오피스레이디로 노처녀 자리에서 갈등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남자친구로 평범한 남성이 아니라 가정이 있는 유부남을 두고 있다. 가끔 그녀의 집에 그를 초대하여 외로움을 달래는 모습에서 그 남자를 두고 마치 어리광을 부리는 다 큰 남자 아이처럼 생각한다.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고, 마음의 위안을 받고 싶어 한다. 위안을 받는 행위는 먹는 것도 되고, 음악을 듣거나 혹은 영화 같은 것도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몸으로 직접 닿는 촉감 역시 피하지 못하는 유혹이다. 마이코는 그렇게 회사에서 사소한 일이 치여 살며, 주말에 억지로 직장상사의 이사한 집에 가서 집들이를 해야 한다. 가까운 친구나 친척이라면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나, 직장의 상사라면 그렇지 못하다.

 

옷도 제대로 차려 입어야 하고, 들어가서 편하게 앉아 있지 못한다. 주말 하루 편하게 쉬고 싶은 일정이 모조리 사라진다. 마이코에게 일상의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은 변하고 싶다고 마음을 먹어도 쉽게 변화할 수 없다. 뭔가 새로운 계기나 기회가 있어야 한다. 주변에서 사람들은 왜 너는 그렇게 살아가니 어떻게 할 수 없어? 라고 이야기하지, 그에 대한 대안이나 도움은 전혀 주지 않는다. 흔히 말해 답은 이미 정해졌으니 너는 대답만 하든지 혹은 너는 부족한 사람이야 라는 식으로 몰아간다.

 

그런다고 은근히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 말도 틀렸다고 볼 수만은 없다. 마이코는 유부남 애인을 정리했지만, 그런 만남을 하면서 처음부터 그에게 진정한 사랑을 기대하는 게 어리석었고(진정 사랑한다면 그 남자에게 현재의 아내와 이혼하라고 요구하는 게 옳은 게 아닌가), 수짱도 진정 마음이 있었다면 이와이가 만나기 전에 한 번 말을 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런 말을 잘 기억해야 할 것이다. “말이야 쉽지!”

 

사람이 살면서 진정 자신이 원하는 뜻대로 선택한 적은 얼마나 될까?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에서도 비단 수짱의 마음만이 아니라 우리도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선택하는 것은 우리가 선택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아니라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조차도 선택의 권리라고 여기고 있는지를 말이다. 물론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한다면 그 안에서도 뭔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잡아야 할 것이다. 그런다고 이성으로 이해하도라도 마음은 따라주지 않는다. 인간의 심리는 머리로 생각하기보단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고 고민하더라도 당장 답이 나오지 않으니 오늘도 내일도 같은 고민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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