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 신화편 세트 - 전3권 신과 함께 시리즈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신과 함께>는 만화작가 주호민의 작품이다작품을 보면 현대인의 관점에서 과거에서 지금까지 내려온 신화를 그려놓은 것이다물론 스토리텔링은 현대적이나그 신화에서 배경과 인물들은 과거의 산물이다한국의 신화를 보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프다한국인의 감정에서 한()이란 비극적 정신이 숨어 있다그 비극이 우리 내면 깊숙하게 자리 잡은 것이다그것은 처음 <신과 함께신화편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인간의 문명은 문명 이전이던 야생의 자연보다 못하며오로지 배신과 시기질투로 가득하다.

 

<대별왕과 소별왕>의 이야기처럼 옥황상제의 두 아들은 서로 인격과 재능을 토대로 승부를 겨루나 마지막에 소별왕의 계략으로 대별왕은 패배한다그래서 옥황상제는 하늘동생 소별왕은 이승그리고 형인 대별왕은 저승의 왕으로 추대된다왕이라고 하나 그들은 엄연히 신이다올바른 판결이 아닌 부정한 방법으로 왕 자리가 바뀌었으니 세상은 이미 부정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기본적으로 <신과 함께>를 읽어보면 무속신화가 베이스다민간신앙의 토대로 우리 일상생활에 깊게 내려온 우리의 재산이다.

 

하지만 안타깝게 우리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경시하고 천대하였다조선사대부 시대에도 그렇게 했지만그런다고 조선왕조가 모든 것을 빼앗지 않았다서구사회가 도래하고 나서 합리화란 이름으로 전통문화를 파괴하고자신들만의 이념으로 우리의 사상을 짓밟았다현대사회에서 서구화라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우리가 한국인이란 점을 피할 수 없다한국 땅에서 태어나든지 한국인으로 태어났지만 다른 나라에 있든지 어느 소속에 있든지 그 하나로만으로 한국인이란 혼을 버릴 수가 없다.

 

물론 한국인이 최고의 가치고모든 것의 기준이 아니다단지 우리는 우리로서 살아가는 것을 알아가기 위해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해야 한다. <신과 함께>라는 신화에 대한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우선 이 작품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무속신화가 토대다하지만 무속신화 이전에 있던 창세신화가 뿌리라고 볼 수 있다창세신화 중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미륵과 석가는 한국의 대표적 신화다미륵이 본래 탁월하고 인격적으로 고매하나석가는 이에 반해 질투와 시기그리고 속임수로 가득한 인물이다.

 

두 신이 세상을 놓고 대결할 때 석가의 속임수로 미륵은 패배하고미륵은 영원성을 상징하는 인물 두 사람마저 돌과 소나무로 만들고석가의 무리는 수 천 명을 데리고 온다인간세상을 석가가 지배하면서 미륵은 석가와 인간들에게 저주를 퍼붓는다그리고 음식도 생식이 아니라 화식으로 되면서곧 불의 이용은 문명세계를 말하고인간의 문명은 죄로 가득한 수라 길로 변한 것이다. ‘대별왕과 소별왕’ 이야기 역시 미륵과 석가’ 신화와 크게 다른 점은 없다그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란 어느 존재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점이다.

 

대부분 이야기에서 신으로 되는 인간들은 분명 이승에서 바르게 살았지만이승의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비극적으로 죽은 인물들이다그들이 신이 된 이유는 부조리한 세상에서 자신의 이익에 이끌리거나 세속의 흐름을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원칙을 지켰다그들이 지키려 했던 것은 권력과 이속의 논리가 반영된 제도와 도덕이 아니라 윤리적 가치였다대별왕이 염라대왕을 임명하고염라대왕은 다시 저승사자인 차사를 임명한다차사로 임명된 사람 역시 누군가를 괴롭히고 해코질하려 하지 않았다.

 

세상의 흐름에 의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열심히 사려 했지만 세상을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았다신들이 되는 인간들은 바로 우리와 같이 억압받거나 또는 그 속에서 자신의 양심을 지키는 부류다이승은 공명하지 못하나저승은 공명정대하다아마 민중의 의식에서 억압에 의한 해방의식이 무속신화에서 뿌리깊이 내려박혔다따라서 무속신화는 우리가 잘 아는 건국신화와 조금 다르며건국신화에서 보이는 형태가 다르다원래 건국신화로 유명한 단군신화에서 인간의 문명은 인간을 이롭게 하도록 만든 것이다.

 

한국의 신화에서 단군신화가 가장 오래된 기록문헌으로 남은 신화다그 신화에서 단군이 주장한 세계란 인간이 귀한 것이란 인본주의적인 가치다생각해보면 조선 최고의 학자이자 정사상가이신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시조에 조선후기의 모습은 단군의 시대보다 못하다고 했다세월이 지나 학문적 수준이 높아지고 기술적 발명도 탁월해지는 시점에서 오히려 백성의 삶을 피폐하고 굶주림에 가득했다무속신화는 건국신화처럼 기록이 아니라 입으로 내려오는 구비전승이기에 그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모된다.

 

<신과 함께>에서 대별왕과 소별왕의 형태를 보자면 신선이 존재하는 선교(仙敎)적 관점이 강하고하얀 삵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의복관제를 보면 조선시대에 가깝다그리고 사라도령과 할락궁이가 등장하는 이공본풀이에서 꽃 감관을 되는 사랑도령이 서천에 간다는 설정은 서유기에서 말하는 서축 즉 인도를 가리키고그것은 불교문화를 말한다민간신앙은 한국 마지막 왕조인 조선에서 유교의 성리학에 선교와 불교 그리고 무속신앙이 결합하여 특이한 형태의 무속신화가 탄생했다.

 

대부분 무속신화가 이승이 배경보단 저승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점에서 인간은 누구나 저승에 가지만그 인간 모두가 신으로 되는 점신이라도 좋은 신도 있지만평생 죄를 뉘우치거나 처벌을 받아야 하는 악신도 등장한다그러면서 사라도령은 아들 할락궁이에게 꽃 감관직을 물려주고 자신의 아내와 이승에서 부부의 연을 이어가는 점은 신이 다시 인간이 된다는 속성도 있다. ‘단군신화에서 환웅은 하늘에서 내려오고지상에서 단군은 산신이 되어 다시 하늘로 올라간다.

 

서구사회에서 대표적인 신화는 고대그리스에서 내려온 그리스신화다올림포스 신인 제우스를 필두로 많은 신인간수많은 이형적 존재가 등장한다인간이 죽으면 그들 모두 하데스의 신전으로 인도받고그들의 죽음이란 death가 아니라 thanatos(타나토스)라고 한다타나토스는 정신분석에서 삶의 욕망인 eros의 반대말인 죽음의 욕망이다인간은 삶과 더불어 죽음에 대한 욕망을 가진 것이다그러나 하데스의 신전에 간 인간은 돌아올 수 없지만한국에서 죽음은 다시 돌아간다는 뜻이다매장문화에서 지금은 국토의 협소와 간단한 장례절차로 매장보단 화장을 선호한다.

 

한국의 선조들이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가는 길목에 그들의 집터는 거의 대부분 산자락에 있는 양지바른 곳에 묻는다산으로 가는 인간은 하늘로 되돌아가고하늘에서 온 환웅처럼 하늘과 땅의 신과 인간은 서로 왕복하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무속신화는 그런 점에서 다소 인간세상에 대한 절망이 숨어있다이승은 고통만 존재하여 저승의 세계가 오히려 공명정대한 사실에서 현실의 민중은 언제나 새로운 세상을 바라는 원동력이기도 하다그런 점에서 한국 대표적 문화재인 미륵석상들은 미래의 세계에 좋은 세상이길 바라는 민중의 욕망이 담겨있다.

 

신화란 바로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는 풍자와 해학이 숨어 있다우리 선조들의 가치는 현실의 고통을 그렇게 이야기 식으로 전해오다 이제는 그 명맥이 끊기는 비운에 놓여있다다행히 그 이야기의 출처를 기록하여 구전문학이나 전래동화로 다시 세상에 내놓으나 신화는 그 시대적 상황에 따라 계속 새롭게 변화하고 만들어진다신화는 지금과 앞선 시대가 다른 형태로 등장하지 내부적인 가치는 변동이 없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galmA 2015-07-10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속과 근대를 잘 섞은 다음 웹툰 <귀신>도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만화애니비평 2015-07-11 15:40   좋아요 0 | URL
무속신화보다는 무속에서 말하는 민담에 가깝다고 봅니다. 논문의 주제와 조금 다르지만, 분명 추천할 만한 작품은 분명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