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연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 10
플라톤 지음, 강철웅 옮김 / 이제이북스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 라고 말한다면 상당히 난감할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란 단어는 도처에 널린 말이고, 늘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들이다. 사랑이란 것을 어떻게 말하여야 하는가? 플라톤의 <향연>은 사랑이 무엇인지 바로 그 에로스가 무엇인지 대해 다루는 철학도서이다. 철학의 모티브에서 서구는 소크라테스로 시작하여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체계를 다진다. 그리스철학이 서구사상의 기반이 되고, 특히 토마스 아퀴나스의 교부철학이 성립되면서 그 철학의 중심에서 그리스철학이 상당히 깊숙이 자리 잡았다.


물론 견유학파 내지 다른 학파도 존재하겠지만, 형이상학적 관념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플라톤의 철학이 중심적인 역할이 된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서구의 사상 특히 기독교 사상은 이분법적인 가치관으로 나누어, 남성의 우월적인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 종교적 가치관이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어 사회 및 정치적으로 강력한 체계가 된다. 따라서 플라톤의 <향연>을 읽는 것은 사랑이란 것에 대해 다루기도 하나, 그 사랑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점이다.


플라톤이 철학자이고, 그의 사상이 고대사회에서 나온 점에서 이 책을 많이 어려울 것이라 여기지만, 그래 어렵지는 않고, 오히려 대화식으로 이루어지므로 쉽게 읽을 수가 있다. 물론 <향연>을 읽는 것의 최종목표지점은 플라톤의 <국가>이다. 플라톤의 정치사상은 귀족 중심의 민주제, 즉 엘리트들이 지배하는 국가다. 특히 철인(哲人) 군주로서 이상적인 정치관을 확립한 플라톤으로서 <향연>은 그 이상적 군주가 통치하는 국가의 기반을 다룰 수 있는 시작점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국가>에서 군주란 어린 시절부터 학문과 무술을 연마해야 하며, 모든 어린 아이들은 모든 훌륭한 남성과 여성의 아이들이어야 한다. 공화국의 성립에서 가족의 개인적 이익으로부터 멀리하여 소년들은 모두 피를 나눈 형제가 아니지만, 모두 형제 같은 우애를 지녀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향연>을 읽다보면 우린 문화적 충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을 말하면 가족 내지 연인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다른 가치관을 보여준다. 남자가 여자와 동침하면 아이가 생기나, 남자가 남자와 동침하면 지혜가 생긴다는 점이다.


고대그리스에서 여성의 존재는 인간이 아니라 아이를 낳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그리스철학이 남성중심의 사회가 되는 이유는 그 시대는 도시국가 즉 폴리스를 중심이란 점이고, 폴리스 중심으로 각 구역다가 작은 국가들이 있었다. 국가의 존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에서 패배하지 않는 것이다. 전쟁에서 주요 임무를 담당하는 것은 남성이고, 지금처럼 무기가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전투기를 날리지 않는다. 인간 자신이 칼과 방패를 들고 직접 적 앞에서 달려들어 백병전을 겨루는 방식이다.

 

인구도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무기를 구입하고 지닐 수 있는 계급도 한정적이다. 폴리스에서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한 이유는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되는 성인남성만 가능했다. 이들이 직접 전쟁을 수행했고, 정치적인 결정을 했다. 그런 만큼 그들은 자기 자신이 강해야 했고, 직접 무기를 들고 적진을 향하여 돌격해야 한다면, 강한남자가 가장 이상적인 남성이 되는 것이다. <향연>에서 그런 사랑에서 남자끼리의 사랑 성인남성과 소년들의 사랑은 전투기술과 삶의 지혜를 배우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백병전을 하는 전쟁에서 병사들은 여자를 데리고 다닐 수 없으므로, 소년들을 병사를 만들기 위해 또는 성적인 불만요소를 해결하기 위해 소년을 애인으로 삼았다.


지금 현대인으로 이해할 수 없겠지만, 예술에서 인간의 미를 지금은 여성의 우아한 신체에 집중하나, 그리스시대에는 남성이 가장 아름다운 존재였다. 특히 헤라클레스와 같은 반인반신인 그는 완벽한 남성이고 그 자체가 미였다. 아름다운 존재는 바로 강하고 이상적인 남성인 점이고, 그들은 모험을 떠나 적들을 이기고 자신의 위용을 과시한다. 그런 점은 <향연>에서 이상적 인간상이 소크라테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소크라테스를 찬양하던 사내는 소크라테스가 하루 종일 서있어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추운 날 다른 사람들은 온 몸을 옷으로 도배한 대신 소크라테스는 아주 간편한 차림으로 다니고, 심지어 전투에서 패배하여 퇴각 중에 소크라테스는 전우의 무기를 찾아오기도 한다.


보통 인간으로서 감내할 수 없는 행위들이 소크라테스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해내는 점에서 완벽한 인간이란 바로 소크라테스 같은 자라는 것이다. 그런 소크라테스는 <향연>에서 사랑이란 완벽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가 만나 아름다운 아이를 출산하여 그 아이가 아름다운 국가를 만들어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의 생식기능이란 이상적 가치관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생식기능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인류의 번영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남녀 간의 사랑에 의해 아이가 탄생한다는 점이다.


그 관점이 두 사람의 사랑인지 아니면 소크라테스처럼 이상적 국가를 만들기 위한 사랑에서 에로스의 개념이 다르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소년에 대한 성인남성의 사랑처럼 우리는 이 책이 만들어진 시기와 특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소크라테스는 데이몬이란 개념처럼 인간과 신은 분리되어 있는 존재지만, 인간이 신의 영역으로 가는 중간적 존재가 데이몬이란 말한다. 기독교에서 악마라는 데몬이 데이몬에서 시작되었으나(기독교에서 신과 인간은 완전한 분리), 신은 원래 완벽한 존재이라 더 이상의 변화는 필요 없지만,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그 완벽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사랑에 대하여 이론적으로 설명하면 3가지가 있다. 개인적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에로스, 타인과 인류애적인 아가페, 그리고 지혜를 사랑하는 필로소피아가 있다. 철학이란 바로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고, 지혜를 사랑하는 것은 인간이 신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수행하는 과정이란 것이다. 인간이 신이란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나, 인간이 어떤 위대한 업적을 수행할 경우 신위를 사당에 모시고 그 업적을 기린다. 신이 된다는 것은 영원불멸의 존재가 되는 것이고, 그 존재적 위치는 인간이 지혜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모습처럼 그의 지혜로운 모습은 이상적인 인간이 되기 위한 모습이다.

 

그것이 신에 대한 사랑이고, 그 사랑은 결코 멈출 수가 없는 과정이다. <향연>에서 말하는 사랑의 대상자는 바로 자신인 것 같았다. 아름다운 자신, 지혜로운 자신, 모든 것을 초월하려는 철인적인 인간, 그것이 바로 위대한 인간이고, 그런 인간들에게 많은 소년들이 구애를 보내어 그의 지혜를 소년들에게 전수하여 이상적인 세계를 만든다는 점이다. 지금의 시대라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랑의 개념이겠지만, 적어도 생각해볼 점은 이상적인 삶에 대해 무엇인가에 대해 정도는 짚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사랑이 무엇이냐? 라고 묻는다면 나는 아마 연민이라 하겠다.


철학의 개념이 현대에 오면서 다르게 되었다. 인간의 사랑이란 것은 세상에 불행한 사랑이 없어질 때까지 철학을 멈출 수가 없다고 하듯이, 제1의 철학은 윤리학이다. 고통 받고 괴로운 사람이 있어서 그가 힘들어 할 때 내가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면 그게 사랑이 아닌가 싶다. 물론 연민의 정은 내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에게 더 많이 느낄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 후에 당분간 볼 수 없을 때 기다림에 지친 내 자신에게 연민을 느낄 것이고, 늙은 부모님의 야윈 모습을 보면서 연민의 정을 느끼고, 뉴스에서 가난 때문에 전 가족이 죽음을 선택한 기사를 보면서도 연민을 느낄 것이다.


물론 연민의 감정만이 아니라 기쁨의 감정을 사랑에서 느끼겠지만, 연민의 감정이 나에겐 사랑이란 감정이라 본다. 왜냐하면 나와 내 주변 존재만이 아니라 나하고 전혀 관계없는 존재조차도 느끼는 연민의 감정이 있기에 우리는 타인에 대한 사랑을 전해줄 수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에 연민의 감정은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타인의 불행을 도와주지 못할망정, 그들의 불행에 빠진 절망을 비웃고 손가락질 하는 인간을 보면 과연 그들에겐 사랑이란 감정은 있을까? 사랑받지 못하면 사람은 타인을 사랑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사랑이란 말은 매우 단순하나 그 행위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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