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X프린세스X블레이드 1 - Seed Novel
오버정우기 지음, 보라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안드로메다를 구하는 페르세우스)

 

 

(안젤리카를 구하는 로저)

 

 

이 작품을 보기 전에 먼저 제목과 프롤로그의 시놉시스를 보는 순간 나는 어떤 그림이 생각났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영웅 페르세우스가 바다의 괴물로부터 안드로메다를 구출할 때를 말이다. 그 이유는 그 괴물은 바로 바다의 용이고, 페르세우스가 영웅이라고 하나 이번에 읽어본 <드래곤 프린세스 블레이드>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페르세우스는 안드로메다를 구출하기 위해 긴 창으로 용을 꿰뚫고, 이에 용은 쓰러진다. 하지만 신화에서 등장하는 안드로메다의 표정은 기쁨보다 조금 허무한 심정으로 페르세우스를 바라보고 있다.

 

또 다른 그림으로 페르세우스 신화에 등장하는 모티브와 유사한 그림인 안젤리카를 구하는 로저역시 안드로메다를 구하는 페르세우스와 유사한 상황이 보인다. 기본적인 판단력에서 요구되는 것은 이 작품에서 영웅은 남성, 구출되는 대상은 여성, 타도되는 대상은 용이다. 그러나 잘 알아야 할 것은 영웅의 복장이다. 로저의 복장은 중세 기사의 갑주이고, 페르세우스는 고대 그리스 장수의 복장이다. 페르세우스 복장이 결국 그리스 문화, 그 문화는 철기문화이고, 그리스 문화에서 산업체계는 노예제를 이용한 농경사회다.

 

폴리스국가를 이루던 그리스는 10%의 남성만이 정치적 의결권이 가지고 있었다. 그런 점을 미루어 보면 용의 퇴치는 남성중심 정치사회를 완전한 구성이 되었음을 알 수 있는 것이고, 용의 존재는 여성으로서 이미 몰락한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일 중요한 신은 제우스다. 그는 아버지 크로노스를 쫓고 헤라와 결혼하여 모든 신들과 인간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런 제우스에 대한 연구에서 그의 딸인 아프로디테, 즉 사랑의 여신인 비너스로 들어가면, 비너스의 어머니는 메티스로 바다의 여신이다. 그 여신은 본래 뱀 내지 용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뱀과 용은 여성을 의미하는 것이고, 페르세우스의 긴 창은 단순히 안드로메다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으로 들어가면 여성의 첫 순결을 뺏는 남근이 되는 셈이다.

 

그런 신화적 요건에서 <드래곤 프린세스 블레이드>가 과연 어느 방식으로 갈지 궁금해서 책을 구매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본래 생각하던 안드로메다와 페르세우스 신화하고 조금 거리가 있었다. 드래곤이란 부족이 여성으로 이루어진 부족이라면 좋았을 것인데, 아쉽게도 주인공 히로인 밀레니아는 용왕의 딸인 황녀이었고, 그의 용약의 계약자는 리온이란 드래곤 슬레이어 일족이었다. 용과 인간의 전투에서 안드로메다의 페르세우스의 결투는 남성과 여성의 주도권을 다투는 과정에 남성의 승리였다면, 만약 이런 신화적 요소가 여성이라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또한 환상문학과 많이 연결된 라이트노벨에서 흥미와 재미로 이끌어 가면 어떤 결과로 나올지 생각해보았다.

 

작가는 라이트노벨을 작성하면서 북구신화에서 많은 모티브를 삼았고, 주인공이 드래곤 슬레이어였다면 신화적인 요소를 빌어 현대적인 감각으로 살린 것이라 볼 수 있다. 신화란 우리 현대인에게 낯선 것일지 모르나, 신화는 집단적인 무의식의 표출이라 볼 수 있다. 어딘가 다르나 각국의 신화는 조금씩 유사한 요소가 많은 것이다. 게다가 신화란 우리 현대인에게 환상이겠지만, 신화는 옛날 사람들에게 그 자체로서 역사인 셈이다. 그리스에서는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를 위해 축가를 불렀다.

 

그의 영원한 죽음과 삶이 반복되는 점에서 말이다. 북구신화와 그리스신화에서 차이점이 있으나 기본적으로 신들의 의상과 무기, 타도대상에서 유사한 점이 많았다. 신화가 역사인 옛날, 신화가 환상인 지금에서 현대인에게 신화와 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지는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다. 라이트노벨을 토대로 만화 내지 애니메이션 역시 그렇다. 이야기의 시작에서 최초의 서사는 신화고, 현재 최근에 만들어진 서사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이다. 따라서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서 근본적으로 인간이 드러내는 욕망에 대한 심리적 근원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드래곤 프린세스 블레이드>를 보면서 위의 맥락에 충족되지 않은 것은 분명 필자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끝을 보면서 나름 만족했다. 드래곤이란 소재, 검사의 소재, 그리고 불완전한 소년의 등장에서 많은 cliche를 공유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나름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고, 복선 설정 역시 억지로 불어넣지 않았다. 작가가 만든 세계관에서 나름 충실하게 반영되었고, 용인전쟁에서 패배한 인간에게 현재 우리 지구의 중심은 인간이나, <드래곤 프린세스 블레이드>에선 용이 중심이다.

 

세계의 중심이 용이라면 그 세계에 존재하는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에 빠지는 것인가? 게다가 최근 일본에서 방영한 라이트노벨 원작의 애니메이션 <성각의 용기사>와 비교해보면 <드래곤 프린세스 블레이드>의 흐름이 훨씬 부드럽고, <성각의 용기사>에서 용기사와 용에 대한 모험이나 그 속내는 하렘장르란 한계성에 갇히나, <드래곤 프린세스 블레이드>는 연애적 요소를 크게 부각하기 보단 하나의 보조적인 역할로 설정했다. 그런 점은 작가가 작품에서 서사를 얼마나 잘 전개하는가에서 독자로 하여금 재미와 흥미를 줄 수 있다.

 

이 작품에 대한 생각에서 불평등에 대해 생각했는데, 인간은 불평등은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나이, 민족, 성별에 의한 선천적 불평등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차별에 의한 후천적 불평등이다. <드래곤 프린세스 블레이드>에서 용과 인간의 불평등은 바로 선천적 불평등, 즉 선천적인 불평등이다. 황녀 밀레니아는 다른 용과 다르게 인간에게 매우 관대한 자세를 보인다. 불평등의 차이에서 오히려 상대방과 자신의 존재가 다른 것을 알기에 그런 판단이 가능하다.

 

작품 내에서 다른 용과 계약으로 하나의 우월성을 얻는 자들은 오히려 후천적인 요소에 강하다. 그것은 서로 간의 계약, 사회적 계약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용인전쟁에서 승리한 용의 지배권에 인간과 용의 평등관계를 강요하는 것이나 혹은 그 이전의 불평등을 강요하는 것이나 모두 지배권자의 논리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논리가 논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윤리라는 가치가 선행되어야 가능하다. 밀레이나의 그의 의지, 그녀가 가진 각오, 드래곤에 대하여 혐오감을 가진 리온은 과연 그녀에 대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지 보면 나름 잘 풀어나갔다고 본다.

 

그리고 인간과 용이 서로 다르지만, 밀레니아는 항상 나는 나이고, 내가 아닌 다른 드래곤은 나하고 같은 대상으로 여기지 말라고 말한다. 상당히 작품에서 실존주의적인 요소가 강하게 풍긴다. “나는 나 너는 너라는 명확한 인식에 대한 발언은 어느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 자체로서 봐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드래곤 황녀인 밀레니아가 아니라 리온의 친구인 밀레니아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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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1-21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단 무의식이라 할 때 아담-뱀-이브 / 전사 혹은 왕자-용-여자 이 구도는 어떤 연결점이 있을지요?

만화애니비평 2015-01-21 16:41   좋아요 0 | URL
제 개임적으로 뱀에 대한 여성적 상징성을 부정적으로 몰아넣는 것이 예상됩니다. 예전에 마빈 해리스의 서적을 보면 남성의 무의식에 의해 조성된 (문명적 폭력) 것이기보단 문화에 의해 조성된 남성의 것이라고 보더군요.
에덴동산의 뱀은 욕망을 말하고 금기를 어기는 존재로 나오듯이 문명화 된 국가사회에선 여자의 행동을 배제하려는 남성의 심리가 아닌가 합니다.

AgalmA 2015-01-21 16:51   좋아요 0 | URL
음. 남성적 문명의 방어기제 같은 것이기도 하겠군요. 답변이 엄청 빨리 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만화애니비평 2015-01-21 16:55   좋아요 0 | URL
사무실에 컴 앞에 있으면, 메일로 바로 알림이 오거든요(아니 알라딘 북플로도).
예전에 제우스, 아프로디테, 메티스에 대한 페미니즘 분석을 귀동냥하면서 신화적인 요소와 인류학(히즈 스토리)에 대한 서적을 보면서 정리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