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회사에서 휴가를 얻어 1박 2일로 서울 및 경기도 일원에 머물고 이제 집에 내려왔습니다. 휴가를 내어 서울로 간 이유는 2014년 SICAF 서울 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개회식은 화요일 22일에 개최되었으나, 사무실 업무 및 지방에 사는 이유로 23일 학술세미나 행사를 관람하기 위해 당일 서울로 올라 왔습니다. 이번 주제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미래였습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미래는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기존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해 국내 상황은 그저 아이들을 위한 오락이나 또는 시간을 때우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그런 취미생활과 여가생활에서 만화,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인터넷에서 게재되는 웹툰, 문학적 요소와 만화적 요소를 합친 라이트노벨, 그리고 게임 등이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의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수시로 웹툰을 즐길 수 있으며, 각종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스마트폰으로 게임도 즐깁니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에서 더 확장하여 카카오에서 게임을 실행하므로 우리 일상생활에 만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 및 웹툰은 깊숙하게 침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임영상은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영상이므로 아무래도 21세기 만화 애니메이션의 영역은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합리적인 시장형성과 소비자 및 대중의 인식, 그리고 정부의 법적 행정적인 규제가 총괄적인 문제가 있어서 개선이 더욱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 강의에서 조금 의미 있던 분야가 많았습니다. 애니메이션 부분에서는 앞으로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소비자의 실시간적인 교류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발제자의 발표에서 제가 판단하기에는 발터 벤야민이 제기한 파사주적(술집, 아틀리에, 상점, 유흥가들 섞인 지붕이 연속적으로 연결된 건축물)인 파리의 거리를 말하며, 산보자란 유유히 거리를 돌면 그 거리의 즐거움을 즐긴 사람들이 앞으로 인터넷과 극장을 통해 유유히 삶의 유희를 즐긴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애니메이션이란 것이 단순히 만드는 사람만이 아니라 보는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는 것이겠죠.

 

미디어라는 매체에서 애니메이션은 이미 영상과 소리를 동시에 내포하므로 이 멀티미디어적인 요소가 대중사회에 큰 역할을 하고, 실사영상과 애니메이션영상의 구분이 해체되면서 영화 자체가 애니메이션처럼 되는 사례가 허다하죠. 하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면 미디어라는 것은 정치적, 경제적인 권력이 반영되기에 하나의 프로파간다라는 선전행위로 이용될 수 있죠. 특히 애니메이션의 경우 과거 만화영화로 만들어질 때 <똘이 장군> 같은 매카시즘을 어린이에게 강제로 전달하는 방법이 있었기에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만큼 효과적인 매체는 없을 것이란 봅니다.

 


이런 점에서 폴란드 예술애니메이션 감독인 마리우스 빌친스키의 강의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솔직히 그분의 작품을 보며 너무 난해하고 어렵다고 느꼈지만, 기본적으로 느낀 것은 자본주의적 사회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자식이 부모의 이기심에 의해 희생되고, 그런 모습을 영화를 보고 나오는 어른들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영화로도 보면서도 각인하지 못하고 하나의 쇼로 여기는 스펙타클의 사회가 존재했습니다. 이미지가 매개가 되는 스펙타클의 의미처럼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역시 이미지로서 매개하니 그것이 대중사회에 큰 지배력은 주는 것 자체가 스펙타클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런 만큼 실험적인 예술애니메이션은 기존 관성적 인식을 가진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주어 새로운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마리우스 빌친스키 감독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추천하신 작품 중에 마르쟌 사트라피의 <페르세 폴리스>와 아리 폴만의 <바시르와 왈츠를>이더군요. 저는 전자의 작품은 만화책으로 보고, 후자는 애니메이션으로 보았습니다. <페르세 폴리스>는 이란 여성인 마르쟌 사트라피가 겪은 일을 보여주는데, 이란이란 국가가 자유와 평등을 위해 노력했으나 중동전쟁과 구시대적인 이슬람문화로 인해 평화가 무참히 부서지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바시르와 왈츠를>는 1982년 이슬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지역의 민간인들을 무참히 학살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마리우스 빌친스키의 앞으로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바로 대중적 재미와 오락만이 아니라 위와 같은 우리가 생각해야할 점, 앞으로 세상의 문제점을 알리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예술에서 만화는 제9의 예술이라는 것이고, 애니메이션은 영화와 같이 제7의 예술이어야 하겠지요. 그런 점에서 SICAF 행사 이외에도 24일 오전에 방문한 단원미술관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추모특별기획전이 진정 예술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부산․경남지역만화작가 및 웹툰작가분들이 이번에 기획전에 투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안산은 처음이고, 안산에서 집에 오는 시간 역시 길었지만, 그 시간과 고생은 찾아간 보람을 생각한다면 매우 의미 있게 보냈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전시회 가면서 눈에 띈 것은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추모그림이기도 했으나, 박재동 화백과 조관제 화백의 작품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원로 작가분들이 직접 그림을 그려주셨고, 특히 박재동 화백께서는 세월호 희생자 학생의 얼굴을 그려주고, 그 옆에는 부모형제분들이 직접 편지로 적은 글이 새겨져 있더군요. 보면서 마음이 아프고, 참 답답했습니다.


 

 


저는 아직 세월호 추모와 관련하여 추모하는 공간에 가지 않았습니다.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맞지 않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현실의 모습과 단원미술관 하얀 벽에 걸린 그림을 보면서 과연 이 문제가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전시한 그림 중에 인상 남는 것이 518의 비극을 차용한 그림이었습니다. 몽둥이로 어느 청년의 머리를 때리려는 군인, 이미 34년이 지났으나 그때의 악몽이 지금도 나타난다는 저 유령과 같은 모습에 소름이 끼치더군요.

 

올해 4월 저도 처음 광주 망월동에 가서 그 희생자들의 흑백사진을 보았습니다. 아직 초등학교조차 가지도 못한 어린 아이의 흑백영정이 있었습니다.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도 있었습니다. 2011년에 돌아가신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남영동>이란 수기를 읽어보면서 그때 광주의 비극을 보면서 무서웠습니다. 그런 기억이 그림 1장으로 인해 다시 살아난 듯했습니다. 그림을 보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몇몇 방문자분들도 있었습니다. 옆에 계신 어느 여성분은 손수건을 눈물을 훔치며 보고 있었으며, 어떤 소녀는 그림과 그림 사이의 하얀 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고 서있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아마 이번 희생자의 가까운 사람이 비극적 운명을 맞이했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나 봅니다. 마리우스 빌친스키의 감독 말이 생각난 이유가 바로 애니메이션도 그렇지만 만화 역시 이런 사회적 문제를 다룬 것으로 만화, 애니메이션과 같은 장르가 하나의 예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말할 수 있었지요. 벽에 걸린 그림을 보러 가는가? 아니면 그림이 걸린 벽을 보러 가는가?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후자가 강하겠죠? 만화에 대해 이야기하면 마치 어린아이들 취급하거나 또는 시간 때우기 식으로 여기기도 하지요. 그러나 예술이란 것은 삶을 빛이 굴절되는 것처럼 보기에, 현실의 비극을 한 폭의 그림으로 담은 점에서 만화예술은 바로 우리 사회의 단면들을 강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만든다고 여깁니다.

 

웹툰과 관련하여 최근에 생각나던 작품은 박운음 작가의 <노공이산>이었습니다(그 분이 디자인한 4주기 노란티를 입고 봉하마을에서 몇 번 일했죠).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시고, 그분의 말씀처럼 자신은 우공이산을 노공이산처럼 칭한 것처럼 상당히 기억 남는 웹툰이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원진 레이온 사건을 잊을 수 없더군요. 신경이 마비되어 온 몸이 마비되어 가는 노동자 앞에서 무력한 그 분과, 그 분을 바라보는 노동자의 어린 딸, 웹툰이란 것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생각지도 못했지요. 5월의 아픔도 가시기 전에 4월의 비극은 너무나 충격적이더군요.

 

 



만화와 웹툰이 사실 단순히 재미를 넘어 그 표현적인 방법이 아주 탁월한 메시지를 주니 한편으로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그런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라보며 참 답답하더군요. 어째든 세월호 추모 특별기획전 준비하신 분들 수고했고, 저번 부산만화연대 모임에 가서 만화가가 아니라서 적응하기 힘들었으나, 전시작품 중에서 제가 아는 분과 그 날 알게 된 분들의 작품을 보면서 많이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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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7-25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에서 서울 올라오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정말 만화 사랑은 만애비 님을 따를 자 없을 것 같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7-25 08:19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SICAF 교수님 중에 시계, 반지, 목걸이, 핸드폰 바탕화면과 엑세사리까지 디즈니이신 분도 있습니다. 연세가 60대인데 눈빛은 20대 청춘입니다!!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