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멘션 더블유 Dimension W 1
이와하라 유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인간의 존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혼이 있는지 아니면 그것은 없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다소 종교와 철학을 넘나드는 담론에서 인간은 죽음 이후에 그 너머의 세계가 있다는 관념론적인 요소와 더불어 인간은 죽으면 단순히 시체와 같다는 유물론적인 요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예전에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 Ghost in the shell>이란 작품이 있었다. 198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은 1990년대로 하여 사이버펑크라는 장르가 흥행했다. 그리고 21세기를 맞이하여 사이버펑크라는 장르는 그다지 잘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 본 <Dimension W>에서는 어떻게 나는 생각해야 할까? 우선 Dimension이란 단어를 찾아보면 단위를 나타내는 차원, 크기 등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W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책 뒤표지에 보면 이런 단어가 나온다. “X·Y·Z에 이은 차원축 'W'의 비밀에 다가가는 운명의 만남?” 아무래도 W라는 것은 어느 공간이나 차원에서 그것을 이어주는 하나의 매개체라 볼 수 있는 것 같다. 생각하면 어느 지점과 지점의 포인트가 있어서 공간과 면적을 이루지만, 그것을 이루게 하려면 선이라는 하나의 매개체가 필요하다.

 

공간의 매개체라는 의미처럼 이 작품의 1권에서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는 모른다. 단지 여기서는 먼 미래 세계를 그린 공상 과학적 요소와 더불어 사이버네틱스란 독특한 신체기관으로 풀어나간다. 여기서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란 생물 및 기계를 포함하는 계(系)에서 제어와 통신 문제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으로, 주인공 소녀인 미라는 인간의 이성과 감성을 지닌 로봇이다. 그녀의 사이버네틱스적인 요소에서 단순히 기계인간이란 인공지능으로서 명령을 받아 그 명령에 대한 계산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인간들처럼 자신의 의지로서 행동한다.

 

로봇에는 단순히 논리라는 기계적인 요소만 있지, 윤리나 감정은 존재할 리가 없다. 그러나 미라는 그 감정과 윤리를 지니고 있었다. 기계를 전혀 의존하지 않은 마부치와의 만남에서 마부치는 기계라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마부치의 입장에서 마리라는 존재는 영 마음에 들지 않고 왠지 친하게 다가갈 수 없는 존재다. 인간이 만든 기계문명의 진화는 인간의 신체마저 기계화로 만들었다. 그리고 기계로 인한 전 자동 시스템으로 일상생활을 누린다. 그러나 마부치는 자동차도 기계를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운전을 한다. 그의 생활요소는 21세기 초반에 살고 있는 우리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그 시대는 21세기 초반이 아니라 먼 미래라는 설정이다. 기계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것에서 제일 중요한 경제 산업 기반은 기계를 다루게 하는 에너지, 즉 전기에너지인 셈이다. 작품 초반의 프롤로그에 위대한 발명가 에디슨만이 아니라 니콜라 테슬라라는 사람을 거론한다. 전기에 대해 자세히 모르나, 테슬라를 찾다보면 자기력선속 밀도의 단위라고 되어 있다. 자기력이 왜 중요한 것일까? 인간에겐 감정을 전달하는 것에서 뇌에서 시작하여 중추신경을 타고 인체 전반에 이어진다.

 

인간의 아픔과 고통을 느끼는 것은 바로 신경의 전달에 의해서다. 신경이 전달될 때 뉴런이란 전기를 전달하는 세포가 있기에 가능하다. 인간은 전기적 신호에 의해 신체를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간이나 기계인간이나 전기적 신호로 움직이는 점에서 유사한 존재일 수도 있고 다른 존재일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에서 처음에 <공각기동대>를 다룬 것은 인간의 신체적 조직을 제외한 순수 이성으로 본다면 만약 판단력을 가질 수 있는 지성과 감정만 지닌다면 인간이든 기계인간이든 무슨 상관이 있을까라는 것이다.

 

그런 사고의 방향은 주인공인 미라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다. 기계인간이고, 살아온 역사적인 시간도 2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라는 자신이 기계인간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만든 박사 부부에 대해 아버지와 어머니로 여기고, 유리자키 박사가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 미라가 돌보는 이유는 프로그램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자신의 윤리와 이성에 의해서다. 어느 것이 더 인간적이라고 볼 수 있는가? 아무튼 이 작품은 분명 사이버네틱스라는 인간과 기계의 이원화가 아니라 그 이원화의 해체지점이 보인다.

 

그렇다면 사이버네틱스와 저항적인 의미를 가진 펑크(Punk)의 결합은 가능한가? 나는 가능하다고 여긴다. 왜냐하면 유리자키 박사의 아내와 친딸이 살해당한 시간에 미라는 그 범인의 흔적을 메모리장치로 기록하였기 때문이다. 그 영상장치에서 미라는 마로치와 일행들에게 범인의 단서를 알려준다. 첫 번째 미라의 진술에서는 ‘뉴 테슬라 차원관리국 DAB’과 미라의 영상장치에서는 ‘상대는 국가보다 더한 힘을 가진 세계 최대의 독점기업’인 'NT Energy'로 나온다.

 

정부와 다국적기업의 이름이 거론된 점에서 사이버펑크 장르는 이미 형성된 것이다. 가령 <신세기 에반게리온>나 <아키라>와 같은 경우 그 사회의 주도층인 어른에 대한 반항이고, <공각기동대>는 인간이란 존재가 완벽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완전하다는 것으로 휴머니즘(인간주의)에 대한 회의적인 요소를 보인다. 기존의 가치관을 부정하는 점에서 <Dimension W>의 소재에 대한 접근성에서 이 작품에서 부정하는 것은 자본은 국경을 초월한다는 말처럼 그 국경을 넘어 세계적으로 횡포를 부리는 다국적기업과 거기에 기생하는 정부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마리의 아버지 유리자키 박사는 분명히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연구에 매진했지만, 그 결과는 정부와 다국적기업의 음모에 의해 살해당하고, 결국 자신의 인생에 대한 절망에 의해 세상은 어둠으로 물든다는 저주와 함께 사라진다. 그가 저주를 하던 세상은 무엇이 잘 못된 세상이고, 올바르지 못하며, 게다가 그런 문제점을 만드는 사람에 의해 은폐 및 조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라가 아버지 죽음에 대한 기사가 엉뚱한 것으로 나온 것을 보고, 이미 이 작품은 모순으로 가득한 세상에 대한 투쟁으로 변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3차원이란 부피를 나타내는 X·Y·Z를 이어주는 W의 존재는 무엇일까? 각각 떨어진 사람들에 대해 서로 연결해주는 마음이면 좋을까? 인간은 순간의 전율로서 짜릿함을 느낀다. 그 짜릿함을 느끼기 위한 마음, 그것이 W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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