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진중권 교수의 <서양미술사-모더니즘편><레퀴엠>을 읽고 있는데, 처음에 모더니즘에 대해 보려고 했다. 개인적으로 아방가르드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이 많다. 예술로서의 아방가르드가 아니라 예술이란 도구를 파괴하기 위한 도구인 아방가르드, 하지만 부정하는 테제에 걸린 아이러니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아이러니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딜레마이리라.

 

예전에 메를로 퐁티의 <폭력과 휴머니즘>이란 책에서 러시아혁명과 트로츠키에 대한 글을 봤는데, 폭력이야 말로 위대한 해방의 출구면서도 또 다른 억압의 시초다. 러시아혁명 이후 차르체제의 백위군과 주변 열강의 견제에서 좌파적 성향에서 다시 우파적 성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소비에트연방이었다. 스탈린 집권 이전 그나마 레닌이 살아있을 때는 그래도 어느 정도 유지되었으나, 레닌 사후 그것이 금이 가고, 결국 스탈린은 좌파라는 이름을 빙장하여 견고한 수구체계를 만든다. 그것을 알고 있는가?

 

극좌는 극우와 별로 차이 없다는 사실을? 중요한 것은 근본과 원인에 대한 고찰과 연구 개선이지, 절대적인 가치관 아래 무조건적 복종과 거기에 대한 불복종은 숙청이란 정치적 수단은 러시아의 1937~1938년 대숙청을 일어나게 한다. 수백만 명이 죽고, 대부분 머리에 총을 맞고 관통상으로 죽었다. 인간의 죽음에서 대부분 이들의 죽음과 이들을 죽음으로 내 몬 자는 죽음에 대해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관여하지 않고 멀리서 손가락으로 지시한 자들이 문제다.

 

그것을 다룬 도서가 레퀴엠이다. 이해하지 못하고 대충 본 자크 랑시에르의 <문학의 정치>에서 전쟁과 스펙타클은 공존한다. 전쟁터의 병사들은 자기의 의지로 총을 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자신의 정의의 사도가 된 것처럼 생각하고 전장에 나가고, 결국 영화나 신화 속의 주인공처럼 되는 게 아니라 한줌의 시체로 변한다. 이때까지 진중권 교수의 서적을 몇 권 읽어보았지만, 이렇게 직설적으로 감정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아마 <네 무덤에 침을 뱉어주마!>까지 읽지 않으나, 그 책이라면 왠지 나올 만하겠다. 그러나 아직 읽지 않았기에 최근에 모던 걸의 열풍에 읽어보아야 할 서적이다. 일단 레퀴엠으로 가자. 레퀴엠이란 죽은 이를 위한 위로곡이다. 사실 위로라는 것은 죽은 자보다는 살아있는 자를 위한 곡이다. 레퀴엠 예전에 노무현을 위한 레퀴엠에서 사실 그것은 죽은자 보다는 살아있는 자에 대한 위로다.

 

왜 살아있는 자가 죽은 자로 하여금 스스로 위로 받아야 하는가? 우리 인간의 역사는 항상 투쟁의 역사다. 내가 죽지 않았다는 것은 누군가 죽었다는 것이다. 아무런 관계없는 자라도 누군가는 필요하다. 진중권 교수가 군대시절 이야기에서 처음으로 이 교수의 인간적인 요소를 보았다. 물론 X자가 나오나 분명히 그것은 개였을 것이다. 사고로 죽은 병사가 어머니를 두고 먼저 떠나가면 그것을 보는 병사가 욕을 한 것이다. 그 병사에게, 가족들에게 아픔을 주고 죽다니 말이다.

 

생각하면 왠지 공감 가는 내용이다. 군대생활이야기다. 내가 대대본부에서 3년 동안 근무했기에 제법 일 잘하기로 소문났다. 물론 야근과 잔업, 사람들이 싫어하는 보직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군인 주제, 시청과 구청, 환경부 관한 기관, 항공청(공군이므로), 공항공사(공군이자나!), 농촌공사 등과 같은 관공서 협의를 돌면서 바쁘게 살았다. 그래도 대대본부에 내가 근무하는 부서 이외에도 다른 부서가 있었다. 이름은 영일이었던가? 아마 일병이었을 것이다. 다소 몸집이 작고 말이 많지 않은 사병이었는데, 내가 근무한 사무실에서 문을 열고 가면 20m 복도만 지나면 다른 대대사무실에서 근무했다.

 

이 친구가 갑자기 죽었는데, 이유는 간질이었다. 입에 거품을 물고 눈의 흰자만 보인 채 숨을 거두었다. 평소 몸이 좋지 않았는데, 억지로 군에 왔다. 이때 생각하거만, 여자들이나 남자들이나 둘 한심한 것은 여성가족부 국방부 이야기할 때 군대 가는 이들은 대부분 특권층이 아닌 일반 국민이다. 자신들도 군대 가면서 그런 사회지도부의 비리나 부패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여자만 욕하고, 여자들도 남자들을 욕하는 모습에 짜증나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이 아닌 일부가 하나, 그 일부가 마치 전체인 것처럼 한다.

 

문제는 병사가 죽으면 누가 가장 슬퍼하느냐이다. 그것은 아버지가 아니라 그 사병을 통증을 견디고 낳은 어머니란 점이다. 그러면 군인이 죽으면 남자가 슬퍼할까? 여자가 슬퍼할까? 어머니는 여자가 아닌가? 근본적으로 생각하면 그렇다. 1장 병사들의 노래에서 고향에 좋아하는 여자 사랑하는 여자 흠모하는 여자를 나두고 온 병사들은 <릴리 마를렌>을 매일 밤 955분에 듣고 위로받는다.

 

이 책을 먼저 읽게 된 동기는 블로그 이웃 중에 고등학교에서 수험을 준비하는 분이 나에게 레퀴엠에 대해 인상 깊이 읽었다고 한다. 과연 그렇다. 진중권 교수의 서적에서 욕을 의미하는 글자가 나올 줄이야! 이 책을 보면 전쟁을 혐오한다고 한다. 평소 하워드 진이나 노암 촘스키 서적을 읽은 적이 있기에 전쟁 역시 나도 좋아하지 않는다. 총균쇠에서 1차 세계대전에서 사람들이 총과 칼보단 화학전과 세균전으로 더 많이 죽었다는 내용에 경악했다. 따라서 전쟁은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일수도 아니면 그 이상일 수 있다.

 

러시아혁명사나 혹은 프랑스혁명사에서 외국군의 개입에서 전쟁의 수행은 필사적이니 말이다. 전쟁으로 통해 인간 투쟁의식만 불을 지피는 모습이 안타깝다. 담론을 잘 하고 좋아하는 진중권 교수가 서문에 매력적인 글을 남긴다. 늘 내가 생각하고 공감하는 내용이다.

 

전쟁에도 미학이 있을까? ‘전쟁의 미학이라 하면 두 가지 것을 의미할 수 있다. 하나는 전쟁을 그야말로 예술작품으로 간주하는 파시스트 미학이고, 다른 하나는 전쟁이라는 현상을 미학의 관점으로 분석하는 태도다. 이 책을 전쟁의 미학이라 할 때, 나의 것은 후자에 속한다. 이번 전쟁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 드러난 곳은 충격과 공포라는 제목이 붙은 디에스 이레부분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얼마 전 현대인의 미적 감정이 숭고시뮬라크르의 상반되는 두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내용의 책을 쓴 바 있다. 이번에 드러난 현대전의 양상이 마치 현대예술을 흉내라도 내듯이 동일한 특성을 보여주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예전에 미소의 섬사라는 애니메이션인가? 시대는 일본 전국시대 정도인데, 러시아 금발의 거유여성이 6연발 매그넘 권총으로 적을 제압하는데, 살인하지 않은 점과 큰 가슴을 흔들면 가슴 사이에서 탄알이 나와 탄환 집에 총알이 들어간다.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이라고 할까나? 아무튼 어느 여행에서 유곽에 가는데, 그곳 주인은 원래 잔인한 킬러였다고 한다. 그러나 전쟁과 죽음에 대한 회의감에서 유곽을 차리고, 남자들을 오게 하여 무기는 해제하고 쾌락의 세계에 빠지자고 한다. 아직 책은 다 읽지 않으나 <레퀴엠> 마무리에 보면 다비드의 작품 중에 하나인 <사빈의 여인들>이란 작품에서 서로 전장에서 싸우려는 두 남자무리 사이에 여자들이 아이를 안고 중재를 한다.

 

중앙에 보인 어느 한 여성의 옷의 실루엣에 유두가 비친다. 다소 에로티즘한 느낌이 없지 않아 보이나, 중요한 것은 나의 영광이 아니라 나의 가족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고대는 지나친 출산 역시 전쟁의 원인은 맞는 것은 분명하나, 그런다고 죽은 자가 불쌍할까? 산자가 불쌍할까? 객관적으로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나, 그 끝에 있는 사람은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어서 결론적으로 살아있는 자들이 모든 것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 전쟁은 예술인가? 파시스트에게 파괴의 미학이고, 다시 만들고 싶은 자에겐 기회의 예술이다. 그러나 일단 목숨이 가능해야 가능하다. 죽으면 무슨 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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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1-11 0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퀴엠은 너무 짧다는 한계 ( 분량이 ) 가 있습니다.
전 이상하게 일단 책은 두꺼워야 함... ㅋㅋㅋㅋㅋㅋ.
글구 보니 전 처음 진중권 책을 읽은 게 바로 네 무덤'이었네요.
도서관에서 제목이 하도 특이해서... 옛날에 유명한 야시시한 영화 제목이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가 생각나서 그냥 진중권이란 이름도 모른 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만화애니비평 2014-01-11 10:33   좋아요 0 | URL
재미있고도 조금 가슴 시리는 책이었죠
진 교수가 그래 분량이 적은 도서를 적는 양반이 아니니 말이죠
적나라한 표현과 제목 좋아요. 교수님이.ㅎㅎㅎ
저도 예전의 글을 발췌해 곰곰발까지는 아니나 생각할 거리
만드는 사람으로 등단을...ㅎㅎ
1년 안에 거의 알라디너 세계에서 상당히 올라갔더군요.축하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11 14:59   좋아요 0 | URL
알라딘 마을이 워낙 좁아서 그렇죠... 뭐...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