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소년 5
임진주 지음, 임애주 원작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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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금지소년 5권>을 읽을 무렵에 우연히 소개받은 만화연구도서를 보고 있었다. 남서울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 권경민 교수가 저술한 <만화학 개론>라는 것으로 만화에 대한 전반적인 학문적 정의와 이론, 그리고 만화장르와 기법연구와 더불어 비평적인 연구론적인 안내도 있었다. 흔히 사람들은 만화를 대하는 것에 의견을 듣는다면 대부분 ‘만화를 본다.’ 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만화를 읽다.’ 라는 방법도 있다. 이른바 영화 보기와 영화 읽기와 더불어 만화 보기와 만화 읽기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화를 읽는다는 것은 하나의 문학도서처럼 하나의 텍스트로서 간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화의 서사적인 요소가 곧 텍스트라는 글자를 이미지로 바꾸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위대한 독일 문학가 괴테의 경우 그의 소설을 읽는 순간, 사람들은 괴테의 글에서 보이는 상황을 머릿속으로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괴테의 소설을 어느 화가 내지 만화가가 그림과 말풍선으로 진행한다고 보자, 그렇다면 그것은 괴테의 작품이 아닌가? 물론 이런 방식은 국내에서 이미 소개된 바가 있었고, 각종 만화연구도서에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지소년5>과 더불어 <만화학개론>이란 서적으로 통해 만화리뷰 내지 만화비평을 적는 입장에서는 조금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는 길이란 점이다.

 

왜냐하면 <만화학개론>에서 읽어본 내용을 그대로 <금지소년>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흔히 만화,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 심지어 영화를 포함하여 리뷰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대부분 수용자의 입장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취향과 취미가 어느 순간 새로운 호기심과 도전의식,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조금 더 심도 있게 자신의 취미를 관철하는 것이다. 문제는 수용자들이 대부분 만화학이나 디자인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점이다. 만화를 제작하는 방법이나 기법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만화도 영화나 소설과 같은 서사구조를 지니기에 서사적인 요소까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만화에 대한 연구적인 접근방법보다 오히려 국내는 문화콘텐츠에 전반에 대한 접근방법이 개선되지 않은 점이 더 문제일 것이다. 만약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만화에 대한 다양한 관찰과 담론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금지소년>을 보면서 이때까지 캐릭터에 대한 기호적인 요소를 고려했으나 색감에 대한 고찰요소는 강하지 않은 점을 생각하면 확실히 캐릭터 색채에 반영된 기호적인 요소도 캐릭터 설정에 매우 중요한 점이다. <금지소년 5권>을 보면 포푸리 소녀와 신류아가 서로 같이 가다가 포푸리 소녀가 신류아의 팔짱을 자신이 끼려고 한다. 그것도 부동적인 신류아 신체에서 포푸리의 신체는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신류아는 몸체는 전형적으로 쓰리라인이 좋은 여성으로 묘사되어 있고, 남자들이 입을만한 턱시도양복에 검은 모자를 쓰고 있다. 만약 신류아의 모자를 쓰지 않았다면 신류아의 인상은 너무 남성적일 것이다. 모자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서 여성성을 의미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푸리 소녀의 여성적인 요소가 더 강조되어 있다. 신류아의 모습은 여성이나 남성적인 인상이 강해 중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중성적 요소에서 모자와 더불어 허리춤에 달려있는 악세사리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어울림을 반영하고 있었다. 이와 다르게 포푸리 소녀는 마치 공주님이 쓸 것 같은 머리장식품에 아우한 드레스를 입고 있다. 게다가 푸른색 보석이 달린 목걸이는 포푸리 소녀 옆에 신류아가 아닌 다른 남자였다면 다정한 연인인 인상을 강하게 반영했다.

 

남성인 나운이가 포푸리 소녀로서 보여준 요소는 매우 소녀적인 인상이다. 작가가 여성이란 점에서 신류아의 중성적 요소, 포푸리 소녀의 여성적 요소는 <금지소년 5권>에 강한 인상을 준다. 신류아를 위기로 몰아넣은 신류아의 이복동생 신마루가 전학오면서 포푸리 소녀를 함정에 몰아넣는 장면이 나온다. 포푸리 소녀가 남자임을 들키게 하여 신류아의 친구를 없애려고 했으나, 오히려 포푸리 소녀의 강력한 해딩에 의해 기절한다. 이때 남장을 한 신류아는 완벽한 왕자로서 신데렐라로 연기하는 포푸리 소녀에게 구원의 노래를 부른다. 이때 신류아의 모습은 여자나 남장을 하였기에 그 어떤 남자보다 더 남자다웠다.

 

작품에서 아니마(남성 안의 무의식적인 여성성)와 아니무스(여성 안의 무의식적인 남성성)가 서로 교차되는 장면이 신데렐라 공주 포푸리와 왕자인 신류아다. 남자가 히로인이고 여자가 히어로라는 설정은 TS물(Trance Sexuality) 요소를 완벽하게 잘 묘사했다고 본다. 이때까지 포푸리 소녀가 계속 소녀로서 나타냈고, 신류아는 그저 차갑고 속이 검은 소녀로 등장했다. 남자후배와 여자선배보다는 그저 소녀 2명으로 활동한 것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균형은 신데렐라 연극으로 통해 바뀐 것이다. 물론 그런 계기는 신류아가 납치당해 자신의 안위는 상관없이 온몸이 엉망진창이 될 때까지 싸운 남자 나운이의 용기 때문이다.

 

물론 나운이의 용기도 중요했으나, 이미지적인 기호요소에서는 신류아의 색채는 검정색이고, 나운이와 포푸리 소녀의 색채는 노란색이다. 밝은 성격의 노란색과 부동의 정체성이 느껴지는 검은색은 분명히 대조를 이루고 있는 점이고, 검정색은 항상 비밀을 숨길 수 있는 요소가 많다. 포푸리 소녀의 경우 처음부터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어린 여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소년이다. 이와 다르게 신류아는 처음부터 그녀의 설정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모든 갈등과 사건의 전개는 신류아의 고민과 문제, 위기에서 시작될 뿐이다. 포푸리 소녀의 조건은 생계와 여장이기 때문에 생계문제와 여장에 대해 들키지 않는다면 모든 갈등이 없다.

 

신류아의 조건은 자신을 좋아해주는 남자들에 대한 처리와 집안내력인 점이다. 집안내력에서 신마루의 등장은 새로운 위기와 갈등을 주는 것이다. 집안이 재벌이란 점과 아버지가 외도로 3명의 남동생이 있다는 점은 큰 갈등관계이다. 어린 시절에 아무 죄도 없는 이복 남동생 3형제에 대해 심하게 굴던 점과 특히 신마루의 이어폰 속에 가려진 흉터는 지울 수 없는 원망과 복수를 만들게 된다. 또한 신마루가 새로운 인물로서 추가되어 포푸리 소녀가 어떻게 하면 신류아의 가족사에 가려진 비극을 희극으로 만들지가 관건이고, 한편으로 궁금한 것은 신수라가 중학교에 전학 가서 홍지우와 같이 자리를 앉는 점이다.

 

모든 학생들과 담임조차도 신수라의 큰 기와 강한 인상에 큰 압력을 느껴도 오직 홍지우만이 마이페이스를 유지한다. 그런 2사람의 관계 역시 작품에서 보여준 재미요소는 분명하다. <금지소년>이란 작품을 보면서 갈등요소나 재미요소의 원인을 생각하면 가족에 대한 부분이 큰 것 같다. 신류아의 성격이 어둡게 된 것도 어린 시절 부모님을 일찍 여의거나 혹은 할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점도 있다. 또한 신류아의 이복동생의 출현 그러하며, 홍지우와 그의 누나 역시 부모님이 어린 시절에 같이 지내지 못해 그렇게 되었다. 나운이의 경우 부모의 부재가 가난이란 굴레를 만들어냈다.

 

<금지소년>에서 다른 인물은 몰라도 심각한 갈등과 적대관계를 일으키는 부류를 보면 가족관계에 큰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이 왜 재미로 이어지는 것인가에서 나운이의 동생 나솔이가 그린 그림이나 말투가 인상적이다. 그런 강렬한 효과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나솔이가 잔혹한 동화사로 연출했기 때문이다. 물론 신데렐라를 비롯한 동화는 기본적으로 신화를 모티브한 것이 많고, 잔인하거나 때로는 너무 선정적인 요소가 많아 순화된 경우가 많다. 신데렐라의 원래 이야기에서 신데렐라의 계모와 언니들은 왕과 왕자를 속인 이유로 도부수에게 참수를 당하는 것으로 안다.

 

그런 잔혹한 동화사를 재미를 발휘하여 신데렐라의 외모가 화장발이란 이유로 교수형에 처하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잔혹한 내용이나 밧줄에 묶인 신데랄란 포푸리 소녀의 모습은 매우 귀엽고 재미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신데렐라의 잔혹한 비극이 포푸리 소녀에게 하나의 위기의식으로 감지했기에 신마루를 기절시킬 수 있는 재치를 발휘한 것이다. 그러나 신마루는 포푸리 소녀가 나운이란 점을 알고, 신류아에게 유일한 친구가 포푸리라는 사실도 안다. 어떻게든 그의 도전은 계속 포푸리 소녀와 신류아에게 계속 위기만 주는 것이다. 그런다고 반드시 위기만 주는 인물이 아니다.

 

<금지소년 5권> 마지막에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화를 내는 신마루가 연극 때 나타난 신류아의 모습을 회상하는 모습이 나온다. 매우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왕자 신류아의 모습이 어린 시절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던 이복 누나의 모습이 겹치기 때문이다. 신마루는 어린 시절에 멀리서 바라보던 신류아의 모습을 보고 자신을 남동생으로써 다정하게 대해주길 바란 것이다. 신류아의 돈이나 권력이 탐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신류아가 그 집안에서 태어난 것이 죄라고 한다. 자신을 만든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아버지조차도 각박하게 대한 점은 어린 시절에 받은 깊은 아픔과 상처다.

 

아픔과 상처의 치유도 되지 않으면, 같이 그 나락의 끝을 신류아 역시 같이 가길 원했다. 인간이 악마로 되었더니 이제는 악마가 인간이 되어가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신마루 형제의 상처와 아픔은 결국 <금지소년 6권> 이후 어떻게든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고 흐름이다. <금지소년> 시리즈와 이번 5권을 비교해보면 달라진 것이 있는데, 스토리작가가 에피소드로 그림을 그리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번에는 없다는 점이다. 전형적인 사디스트 요소가 강한 신류아의 여왕모습에 대해 조금 기대했는데, 나오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쉬웠다. 또한 <금지소년>에서 연출하는 장면에서 포푸리 소녀의 일러스트는 매우 중요한 것 같았다.

 

“제32화 천사를 만나다.”에서 포푸리 소녀가 매우 수줍어하는 모습으로 치마를 가리나 결국 팬티가 노출된 모습이 나온다. 작품에서 나운이는 키가 작은 편이고, 몸도 마른 편이다. 그런데 포푸리 소녀는 탄력이 넘치는 허벅지를 가진 소녀로 묘사된다. 제32화 일러스트에서 포푸리 소녀는 나운이가 여장하나, 그 이미지 자체는 나운이의 여장보단 그저 포푸리 소녀가 있다는 전제 아래 그렸던 그림에 가까웠다. 줄무늬 팬티(나운이가 포푸리 소녀가 <금지소년 1권>에서 팬티를 도대남에게 보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 분명히 남자 사각팬티였다)에 굵은 허벅지는 전형적인 성숙한 소녀의 모습이었다. 이른바 판치라(여성의 속옷이 나오는 모습) 요소에서 일러스트는 여장이 아니라 여자 그 자체라는 점이다.

 

작품을 보면 포푸리 소녀가 나운이의 1인칭의 시점으로 보거나 판단할 때는 남성적인 요소(허벅지가 굵지 않은 점)가 어느 정도 유지하나, 막상 누군가에게 여자로서 당해야 할 때는 여성적인 요소를 강조한다. 155페이지 홍지수가 포푸리 소녀의 허벅지를 만지는 성희롱 부분에서 “이 탄탄한 허벅지 여전한데..”는 역시 나운이가 포푸리 소녀일 때는 여장남자가 아니라 소녀로 되어야 한다는 점이 보인다. <금지소년>의 작가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판치라나 페티시즘 요소를 서비스해주는 것을 잊지 않는 점에서 다음 6권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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