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 2 - Novel Engine
정진교 지음, 라티세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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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라 2권>을 보는 순간,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졌다. 1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판단한 것은 이 작품은 단행본으로 나오는 것일까? 아니라면 나오지 않더라도 1권으로 끝이 나도 좋을 만큼 상황을 이어가는 것보다는 끝맺음을 마무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베히모스 무예가 전학을 가면서 소꿉친구인 민수가 덩달아 같이 가게 되고 난 후로 벌어지는 상황들은 분명히 하나의 서사로서 그 주제가 명확히 나온 것이다. 아니 처음부터 작가의 의도에서 한 가지는 분명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예는 민수를 좋아하고 있으나, 민수는 눈치가 너무 느려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엉뚱한 대응을 한다는 사실이다.

 

겉으로 봐서는 상당한 미소녀이나, 알고 보면 무서운 베히모스인 무예는 보통 무기에도 흠집도 나지 않을 정도이다. 겉보기에 예쁜 소녀일지라도 그 정체를 아는 순간 모든 이에게 낯설고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다. 그런 존재에게 민수만이 아주 오랫동안 친구로 남아준 것이다. 어린 시절에 서로의 집에 찾아가서 놀아주고 같은 방에서 낮잠을 자던 친구로서 말이다. 그런 친구가 전학 가서 새로운 환경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결론은 이미 “무예는 오랜 친구인 민수를 남자로서 좋아하나, 민수는 눈치가 느려 그것을 알지 못해 무예에게 화만 돋는다.”

 

그렇다면 남은 주제들은 무예와 민수의 관계가 아니라 이 2사람을 필두로 하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문제는 민수에겐 좋은 일이 찾아오기 보다는 항상 새로운 사람으로 인한 시련과 고통만 되풀이되는 운명이란 점이다. 왠지 민수를 보면서 동지의식이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지만 현실에서 민수 같은 남자가 과연 미소녀에게 인기가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 라이트노벨이란 장르가 스토리텔링적인 요소에서 재미와 환상을 심어주기에 속성 부여한다면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이미 1권에서 민수의 개고생을 본다면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도중에 그만두고도 남은 일들을 다 해결하는 그의 모습은 과연 민수가 아니면 매우 귀찮고 대하기 어려운 신인류를 대할 수 있을까?

 

그런 민수의 서글픈 운명에서 2권에서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온다. 이미 표지에서 키메라 휘정이 새로 전학 온 정설영에게 마치 유혹하듯이 손가락을 얼굴을 만지는 장면에서 새로운 흐름을 일으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매드 사이언티스트 제갈연광의 등장 역시 만만치 않은 고난이다. 1권과 달리 2권을 보면서 느낀 점은 한국 라이트노벨 특성은 대부분 학교라는 공간에 너무 많은 현실적 요건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아즈마 히로키의 <게임적 리얼리티>라는 서적에서 가리키듯이 사실 실사영상이 아니고 허구의 존재가 나오는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이라고 하여도 그 세계관 자체에 리얼리티한 요소는 분명히 존재한다. 인물이나 영상, 그림체만 비현실이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생각해보면 5층 꼭대기에 신인류 미소녀 4명과 구인류 노비 민수가 같이 수업을 받는 것은 상황이 맞지 않으나, 매점에서 먹는 것을 구하기 위해 오고가는 노비 민수의 모습은 충분히 가능한 모습이란 점이다. 학교에 미소녀 스타가 나오면 화제가 되어 갑자기 콘테스트를 하는 것은 억지이나, 그런 미소녀가 학교에 있어서 내부적으로 경쟁의식이 학생들 사이에 붙는 것도 가능하다. 리얼리티한 요소들을 생각한다면 단지 캐릭터 인물에 부여된 속성이 그럴 뿐이지 학교 내의 전반적 상황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2권에서는 그런 속성을 넘어 개그와 환상적 요소를 확실히 불어 넣는다.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 1권의 서사적 특성을 생각해보면 narrative(내러티브)적인 요소에서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다. 위기와 절정은 무예와 민수의 관계가 전학 간 학교의 다른 학생들에 의해 균열이 가자 마지막 퀴즈에 서로 처음 만났을 때 민수가 무예에게 한 말을 기억하면서 무예와 민수의 우정(하지만 무예에겐 사랑)에 대해 확인을 한다. 이에 반해 2권은 마지막 부분에 다른 식으로 해소하지만, 조금 다른 전개방식을 보인다. 보통의 서사구조에서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식으로 전개했다.

 

1권만 봤다는 전제 아래 2권의 상황을 유추해본다면 그저 민수와 신인류 소녀간의 아웅다웅한 비일상적인 현실만을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2권은 그런 요소를 지니지 않았다. 오히려 신인류의 등장에 따라 구인류 속에 가려진 신화, 민담, 전설의 존재가 등장한다는 속성을 부여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현실적인 요소를 많이 지닌 한국 라이트노벨에서 조금 비틀어 환상의 공간을 내었다는 점이다. 구인류와 신인류가 있는 것이라면 인류가 아닌 존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비인류의 등장에 대한 암시는 나름 조금 재미있었다고 여긴다.

 

서사구조가 단순히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에서 결말 뒤에 새로운 프롤로그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발단의 이유는 비인류 종족 수장의 딸이 겉으로는 종족의 번영과 유지를 위해 제안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자기의 일종의 목적의식을 거대한 목표를 가리는 것으로 나온다. 뱀파이어 소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면 전혀 알 수 없다. 그저 알 수 있는 것은 작품 전개를 본다면 주인공 민수가 있는 고등학교에 전학을 와야 한다는 조건이다.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에서 민수가 지키는 존재는 1권에서는 신인류였고, 2권에서는 돈다발 왕이었다. 3권은 당연히 뱀파이어 소녀일 것이다.

 

그러나 계속 오는 인물들이 여학생이고, 게다가 미소녀의 속성을 다들 지니고 있는 점이다. 소청연의 경우 위그드라실이란 신비한 능력과 더불어 뛰어난 외모와 육감이 살아있는 몸매는 많은 남자를 자극하고, 이신아와 같은 하멜른은 키가 150㎝인 작은 키에 앙증맞은 외모까지 소유하고 있다. 윤무예는 전반적으로 균형이 잡힌 몸매에 생머리를 지녔으니, 단짝 친구인 민수에게 옆에 이신아와 소청연이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느낀다. 그런다고 하여 그들과 친해지는 것을 거부하지 않으나, 그 이상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민수에게 응징의 킥과 펀치를 날린다.

 

타격의 규모를 생각하면 턱에 일격을 날려 기절 시킬 정도이니 베히모스라는 신인류의 위력을 서슴없이 보여준다. 그런 윤무예에게 품위가 넘치고 긴 노란머리의 미소녀 뱀파이어가 온다면 분명 민수로선 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3권은 민수가 지키는 대상은 뱀파이어 소녀라는 점이다. 단지 아쉬운 부분은 눈치가 거의 100점 만점에 5점 수준이기에 무예가 아무리 뒤돌려 말해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키메라 휘정이가 민수가 교실로 오는 것을 알고 일부로 말을 흘리는 장면에서 윤무예, 소청연, 이신아가 서로를 견제하는 상황이 온다.

 

다른 사람들의 이상형에서 무예의 말은 솔직히 가슴에 조금 뭔가 오는 느낌이었다. 베히모스는 난폭하고 과격하며 상당히 대하기가 어려운 신인류다. 그들의 경이로운 신체능력은 단순히 일상을 넘어 테러나 전쟁과 같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이니 말이다. 베히모스가 어느 마을주민들을 학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베히모스라는 존재가 가장 골치가 아픈 존재다. 15세 이상이 되면 감시가 붙고, 일상을 언제나 자유롭지 못한 베히모스에게 무예에게 등장한 민수란 유일한 빛이다. 자신이 물건을 파손하지 않아도 언제나 베히모스라는 이유로 남들에게 의심을 받는 차별 속에 자신의 담당관이 오자말자 하는 소리가 얼마면 되냐는 말은 베히모스라는 존재는 인간이기보단 그저 괴물이나 쓸데없는 물건에 불과한 것이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조건은 소통이다. 물론 소통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다. 소통이란 것은 다투기도 하고 화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이 표현하고나 말하고 싶은 것을 누가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소통이란 단어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무예에게 유일한 소통공간은 민수였고, 민수로 통해 일상을 보내고, 전학 간 학교에서 그나마 견딜 수 있는 것이다. 히로인의 설정에서 분명 무예는 주인공 민수로 본다면 히로인 당첨이다. 그러나 그녀는 히로인의 역할로서 부족한 점들이 많다. 얼굴표정변화가 적은 점과 말수가 적은 점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자면 보호받을 만한 사람은 구인류인 민수인데, 보호를 받는 것은 무예에 가깝다. 단지 그 보호란 인간적 신뢰나 우정일 것이다. 단지 남들과 비교하여 특별히 뛰어난 이유만으로 배척받는 것에서 인간은 더욱 더 배척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 그런 점에서 민수는 무예의 인간성을 열심히 지키고 있다. 단지 인간성이란 다 좋은 것이 아니다. 감정 역시 인간이 가져야 할 조건이기에 윤무예의 킥과 펀치는 여전히 민수의 복무와 정강이를 아프게 한다. 가장 어울린 직업이 전업주부인 민수, 하지만 민수는 도대체 누가 지켜주랴? 그래도 정설영이 언니인 정하영의 공격에서 모두가 도와준 점을 본다면 민수 역시 보호받는 것은 사실이다. 단 조건은 노비로서 온갖 심부름과 수모를 당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점은 민수에 대해 모든 신인류들이 민수를 신뢰하는 점이다. 처음에 등장한 서리그룹의 영재인 설영이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민수와 친해진 신인류의 마음을 민수에게서 가져가지 못했다. 사람과 사람이 친할 때 몇 가지가 있는데, 아주 눈치가 빠르고 대화능력이 뛰어나 재미있는 사람이든지 혹은 그저 부려먹기 좋은 마음 착한 사람이란 점이다. 민수는 눈치도 없고 시도 때도 없이 골탕만 당하는지라 한 없이 후자에 가깝다. 결론은 2권을 보면서 여자보단 남자고, 돈보다는 노비가 좋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대한민국은 헌법상으로 자유민주주의국가이므로 신분상 노비가 있으면 안 되는 점과(물론 현실이나 작품 내에서 동의하지 않지만) 동성친구도 좋으나 확실한 이성 친구 그것도 연인이 되고 싶은 사람이 더 필요한 점에서 상당히 동의한다.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에서 나는 민수고, 민수 같은 인물은 작품 내에서 1명이다. 설사 노비제도가 현재까지 이어져 민수가 노비로서 살아가야 한다면 주인은 1명만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눈치 없는 민수는 계속 모두의 노비가 되어 괴로운 학창시절을 보내야하는 것이 이 작품이 나가는 주된 설정일 것이다. 그저 민수가 해피한 마무리를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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