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스쿨 DxD 13 (잇세 SOS 특별판(BOX)) - Novel Engine
이시부미 이치에이 지음, 곽형준 옮김, 미야마 제로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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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이스쿨 DXD 13권은 외전적인 속성과 같이 전반적으로 서사적인 흐름보다는 중간 사이의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제일 인상 깊은 부분은 천사, 타천사, 악마 3부족이 평화와 안정을 위해 모두 평화조약을 맺었으나 내부적으로 혹은 심리적으로 불만이 가득할 것이다. 평화를 좋아하고 노는 것도 좋아하고 여자도 좋아하는 괴팍한 아저씨인 아자젤이 평소와 다른 모습이 보인다. 그가 천사시절 연구하던 칼이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아 놀림거리가 된 것에 대해 원한이었다. 그것도 천사시절 동료였던 천사장인 미카엘의 입에서 나오니 아자젤의 숨은 마음은 폭발하기 좋은 것이었다.

 

아무리 공통의 목표의식이 있더라도 속에 가려진 배타적인 관계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축제라는 것은 본래 그런 인간의 마음을 표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지금도 열리는 세계적인 축제의 의미를 보면, 본래 중세유럽이나 계급체계가 엄격한 신분사회라도 축제기간만큼은 모든 것이 해방되었다. 귀족이나 평민이나 천민이 너나 가릴 것도 없이 단 며칠 동안 미친 듯이 망가지면서 논다. 마시고 먹고 싸우고 있는 동안 마을은 난장판이 된다. 질서가 없어 보이는 이 공간이 과연 어떻게 받아 들이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이런 축제야 말로 질서를 유지시키는 하나의 의식이다. 인간의 내면에 쌓인 불만요소를 발산함으로서 오히려 마을의 단결과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축제라는 의미에서 carnival이란 영문단어가 있다. carnival이란 단어를 마빈 해리스의 <식인과 제왕, Cannibals and Kings>라는 서적을 보면 축제의 어원은 바로 식인이란 단어에서 유래되었다. 식인의 의미는 바로 죄의식을 가진 인간이 서로를 용서하고 구원받기 위한 하나의 행사였다. 이른바 아버지 죽이기에서 아버지를 죽이고, 그의 여자를 아들들이 나누어 가지나, 추후 그들 역시 아버지처럼 되어 가면서 자신의 과오를 느끼고, 이에 대한 추모의식을 치른다.

 

그게 바로 축제의 진화과정이다. 축제라는 것은 죄의식부터 시작하여 마음속에 가려진 인간의 감정을 표출하기 좋은 것이다. 축제라는 것은 분명히 말하지만 시작은 결코 즐거움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즐겁게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 그러다 보니 하이스쿨 DXD 13권의 삼대 세력의 운동회는 그렇게 즐거운 분위기가 아니다. 그것은 즐거움을 위해 개최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유지되기 위해 개최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악마 ↔ 타천사 세력, 악마 ↔ 천사세력에서 악마 × 천사 × 타천사 세력구도에서 분명 겉으로는 좋은 분위기라도 내심 불쾌한 것이 없지 않을 수가 없다.

 

바로 운동회가 친목을 위장한 전투놀이로 되는 것이다. 오히려 스트레스와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하나의 비상구라는 개념 속에서 잇세이는 그야말로 휘둘림을 당하는 것이다. 물론 잇세이가 휘둘림을 당하는 것은 비단 운동회가 아니다. 제일 심한 것은 레비아탄의 특촬영화에서 대본과 어울리지 않은 에드립 상황이 오히려 전환되어 뱀파이어가 주인공이 되고, 잇세이는 레비아탄의 진심어린 연기에 시달리는 모습이 나온다. 언제나 당하고 당하는 모습에 멋있는 모습이 그다지 나오지 않은 것이 개그적 요소다. 오히려 계속 골탕을 먹는 상황에서는 아자젤의 쓸데없는 창작욕구가 더 인상적이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성적인 요소를 바꿀 수 없다. 물론 성형수술로 통해 성기나 각종 체형을 조절할 수 있어도 호르몬 그 자체나 생리적인 구조까지 모두 바꿀 수는 없다. 그런데 아자젤의 장난감을 가능했다. 여자를 남자로, 남자를 여자로 잠시 만들 수 있는 도구를 만든 것이다. 대부분 부실이 여자이기에 모두 남자로 변하자 멋지고 잘생긴 사람이 되었으나, 반대로 남자가 여자로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도 관건이었다. 본래 어린 소녀처럼 생긴 남자후배인 캐스퍼는 몸집도 작고 여자로 변해도 절벽 그대로였지만, 키바는 달랐다.

 

본래 미남에 핸섬한 스타일이 여자로 되었을 때, 잇세이는 엄청난 미소녀를 보았다고 하는 점에서 부원 여자 모두가 질투를 느끼는 장면이 나온다. 여자들이 남자가 여자로 변한 모습에 더 질투를 느끼는 것은 본래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여자는 여자가 만들 수 있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의 환상이나 욕망 속에서 탄생하는 여자라는 것이다. 장 보드리야르의 <유혹에 대하여>에서도 언급한 것이나 또는 수많은 TS 계통 작품 내지 소재가 등장하는 작품 역시 본래의 여자보다 남자가 흉내 내지 만들어낸 여자가 더 남자의 마음에 드는 것이다.

 

그것은 여자가 만든 여자는 여자의 입장에서의 여자이지만, 남자가 만든 여자는 남자가 원하는 여자인 것이다. 결국 아자젤의 성을 바꾸는 도구는 영구봉인이 된다. 만약 키바가 남자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잇세이는 키바에게 가장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니 원래 여자인 부원들도 여자로서의 자존심이 금이 가기 때문이다. 이런 이벤트의 등장은 잇세이가 감기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벤트 요소에서 여자부원들이 모두(현실에서 존재하지 않고 마치 야한 비디오에서 등장할 것 같은) 간호사 의상을 입고 잇세이를 병간호를 해주나, 문제는 간호의 방법이다.

 

환자는 편하게 계속 쉬게 해주는 것이 의무인데, 달라붙는 것은 둘째 치고 영양식이 문제다. 왠지 알 수 없는 것을 먹이거나 주사를 놓는데, 사람 키만 한 크기인 주사와 거대한 주사바늘은 사람을 쇼크로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위험했다. 당연히 잇세이가 그런 주사바늘에 찔리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고, 이상한 기운이 맴도는 음식도 먹는 것도 당연하다. 덕분에 잇세이는 감기가 아니라 몸살로 다시 드러눕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늘 망신살이만 하는 것은 아니다. 탄닌이란 용왕에게 수련을 받은 잇세이는 왜만한 중급 아니 고급 악마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예전에 처음으로 큰 패배감을 서로 맛보게 해주었던 피닉스 삼남이 계속 은둔형 폐인처럼 있자, 잇세이는 그 근성을 고치기 위해 피닉스 저택으로 간다.

 

잇세이를 보자 겁을 먹는 피닉스의 삼남, 그러나 리아스의 가슴에 집착하는 피닉스, 이 엉성하고 라이벌의식이 강한 콤비는 엉큼한 망상을 즐기기 위해 오컬트부 여자부원들이 목욕하고 있는 온천에 침투하는 모습이 나온다. 찌찌 드레곤은 역시 찌지에 모든 것을 바치는 남자이기에 피닉스 삼남의 욕망을 용서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존재하는 성적인 리비도인가? 아니면 삶의 목표를 제시하는 에로스인가? 이 엉성하고 엉큼한 콤비는 라이벌의식을 불태우면서 한편으로 뭔가 닮았다는 생각만 든다.

 

13권이 외전으로 나온 만큼 그동안 조용히 지내던 신룡 오피스의 이야기가 꾸려진다. 오피스는 남녀 성별에서 늙고 어리고의 차이가 없다. 오직 무에 가까운 한 없이 공허한 존재이다. 그런 오피스가 무한의 세월을 나와 유한의 공간과 시간에서 존재하고 있다. 그런 만큼 오피스 역시 현실에서 살아가야 할 존재이나, 그(녀)가 느끼는 세상은 그저 무덤덤하게 보인다. 하지만 잇세이와 적룡제 덕분에 호기심이 발동되어 그저 쿨데레 느낌이 나는 어린 소녀로 나온다. 계속 잇세이와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생활에도 어느 정도 적응해야 했다.

 

매일 같은 옷만 입힐 수가 없으니 잇세이는 리아스와 같이 백화점 쇼핑을 나가는데, 이래저래 돌다가 사람들과 마주치고, 오피스는 그 와중에 길을 잃고 아동보호대기실에 기다린다. 이때 “머리가 붉고 가슴이 큰 어머니. 음흉한 얼굴을 한 아버지, 가슴이 평범한 정도에 긴 금발인 언니, 바보 같은 얼굴에 힘이 세 보이는 언니, 자칭 천사인 언니.” 쉴 새도 없이 잇세이와 리아스 그리고 오컬트부원과 학생회 사람들을 찾는 방송이 나온다. 오피스의 눈에는 리아스는 엄마, 잇세이는 아빠처럼 보였다. 아니 다시 검은 머리에 가슴이 큰 어머니에서 오피스에게 아케노 역시 엄마라고 여겼다.

 

너무 공허한 것인지 순수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나, 오피스는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생각하고 말하는 오피스의 모습은 너무 오피스 같았다. 대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리아스와 잇세이라고 말하는 오피스에서 리아스는 무척이나 행복해 한다. 사람마다 가치 아니 악마라고 해도 인격을 가지고 있으니, 적어도 인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계속 있으면서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는 것을 행복으로 여긴다. 그것은 가족과 친구, 연인처럼 말이다. 가족과 같은 리아스와 잇세이의 하루는 무엇보다 깨어지기 싫은 순간들이다. 그것은 비단 작품 내의 주인공이 아니라 이 작품을 보는 우리 같은 사람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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