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스쿨 DxD 11 - 진급 시험과 우로보로스, Novel Engine
이시부미 이치에이 지음, 곽형준 옮김, 미야마 제로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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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이스쿨 dxd 11권은 거대한 적이라고 생각했던 자가 나오면서 이상한 길로 틀어진다. 이때까지 테러와 각종 음모가 우로보로스라는 강력한 허무의 용에서 시작했는데, 오히려 그 당사자는 아무 것도 바라는 것이 없었다. 나이와 모습은 아무 상관도 없이 그저 자신이 원하는데로 모양새를 바꿀 수 있는 우로보로스 오피스는 이제 중학교에 올라갈 정도의 어린 소녀로 등장해 잇세이의 집으로 찾아온다. 오피스란 존재는 그인지 혹은 그녀인지 아니면 어린 사람인지 혹은 나이가 많은 사람인지 알 수 없다.

허무의 공간에서는 시간과 공간적 관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것에 대해 논하자면 시간이란 것이 필요하다. 만약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고, 그것을 존재하고 있더라고 그 존재에 대한 존재성을 인지할 수 없으면 그것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예전에 읽어본 철학서적 중에서 이런 문구가 있었다. “왜 있는 것은 도대체 있고 차라리 아무 것도 아니지 않은가?”

결국 오피스란 존재는 저런 의문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그 존재는 분명 외형은 인간이나 인간이 아니고, 지능과 판단능력은 어린아이 수준이나 그런다고 우리가 잴 수 없는 시간적인 경과를 지녔다. 비록 재미로 보는 라이트노벨이라고 하여도 결국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보고 즐긴다. 인간의 문화 활동에서 라이트노벨에서 보이는 관념적인 부분은 인간에 의해 관념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 오피스의 존재는 인간의 상상력 내지 신화적 존재성에서 모티브를 가지고 왔다.

물론 악마나 천사 그 외에 등장하는 많은 존재 역시 관념적인 존재에서 시작했다. 그들은 현실의 물질성에서 존재하지 않아도 관념적인 상상에서 존재한다. 그래서 그들의 존재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없는 것인가에서 우리의 관념적인 영역에서 물어 볼 수밖에 없다. 그런 관념적 상상과 판단들은 작품 내의 등장인물들이 생각을 좌우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여태까지 백룡제 발리를 비롯하여 수많은 적들이 침공했을 때 우로보로스란 존재에 대해 적대심으로 가득했다.

심지어 이상하게 동맹을 맺은 악마, 천사, 타천사의 세계에서도 오피스의 존재란 매우 위협적이다. 드래곤 중에서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오피스가 방문하여 마치 속이 비어버린 눈빛으로 멍하니 가만히 있고, 관찰만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전개다. 단지 오피스는 잇세이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찾아온 호기심만 가득한 존재였다. 공격의사나 타인에게 피해를 줄 생각조차 없었다. 그저 멍하니 잇세이나 주변 사람들을 관찰했다.

강력한 적이 오히려 일상적으로 같이 있으니 친구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뒤편에 보면 나오나 잇세이에게 구출된 오피스는 오직 그레이트 레드를 쓰러뜨리고 자신이 그 허무의 공간의 주인이 되고자 했다. 그 누구에게 자신의 원하는 바를 들어주면 단순히 도와주겠다는 약속만 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를 주변에 이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이 이용해 먹는 것과 같은 것이다.

문제는 그 이용하려는 존재들은 오피스를 이용하는 것에 지나 오피스의 힘을 빼앗으려고 했다는 점이다. 샤르바를 무찌른 잇세이지만, 마지막 편에서 잇세이는 사마엘의 저주로 이블 피스 8개만 남긴 채 사라진다. 문제는 사마엘은 강력한 저주로 드레곤과 관련된 그 모든 존재에게 큰 위험이 된다는 점이다. 적룡제인 잇세이와 백룡황인 발리의 경우 드레곤의 숙주가 되어 있기에 사마엘의 간단한 공격에도 큰 타격을 입는다. 그런 것은 오피스도 마찬가지다.

사마엘의 요소를 보며 생각한 점은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의 연계성이다.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에 살면서 영원한 행복을 누릴 것처럼 살다가 어느 뱀이 이브에게 사과를 먹게 함으로서 그 죄악이 내려 결국 인간계에 추방되고, 평생 남자는 노동하고 여자는 아이를 낳게 되는 저주를 받았다고 한다. 서구사회와 유대인 사회에서 본다면 남성들이 여성들에 대한 지배해도 되는 이데올로기적인 헤게모니이나, 그 뱀은 신에게 미움을 받고 용과 뱀은 유사한 존재성을 가지기에 큰 저주를 받을 수 있다.

나름 작가인 이시부미 이치에이가 신화학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점은 다시 확인한 결과였다. 고대 그리스에서 여신인 아테네의 어머니는 메티스로 되어 있다. 메티스는 뱀의 몸을 하고 있으며, 여신의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페르세우스란 영웅이 안드로메다를 구출하는 장면에서 안드로메다는 나체의 상태로 포박되어 있고, 페르세우스는 안드로메다를 납치하여 감시하는 바다의 용을 창으로 찌르는 그림이 나온다. 이때 안드로메다는 좋은 표정보단 왠지 불만이 넘치는 표정으로 페르세우스를 바라본다. 그것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적 입문으로 보자면 페르세우스가 바다용에게 창은 꽂은 것은 안드로메다의 처녀를 잃은 것이란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째든 사미엘의 저주는 남근중심의 성경에서 따온 소재다. 그런 저주의 기원이 이브의 사과이고, 그 사과의 저주로서 용과 뱀에게 끊임없이 내려가는 것이다. <하이스쿨 dxd>라는 작품 자체는 학원물과 판타지와 더불어 하렘계열에 이르는 장르이나, 작품의 모티브나 소재를 생각해보면 나름 신화적인 요소를 곳곳에 잘 배열했다는 점이다. 그래도 드레곤은 고대 그리스뿐만 아니라 동양인 중국에서도 대모라는 존재 역시 뱀이고, 악마라는 존재는 남성적 존재보단 차라리 여성적 존재가 가깝다. 이분법적인 대립구도로 본다면 천사↔악마, 남자↔여자, 빛↔어둠, 이성↔감성 등과 같은 요소로 통해 본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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