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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스쿨 DxD 12 - 보충수업의 히어로즈, Novel Engine
이시부미 이치에이 지음, 곽형준 옮김, 미야마 제로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하이스쿨 dxd 12권은 주인공인 효도 잇세이가 없는 상태에서 다른 오컬트부원들이 헤쳐 나가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가장 나약하고 한심해 보이던 환생악마인 잇세이가 어느 순간 가장 듬직하고 강하고, 믿을만한 친구이며 동료가 된 순간 같이 동고동락을 하던 부원들에게 잇세이란 존재성이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육체가 소멸하고 리아스의 손에 8개의 이블피스가 남는 순간 모두들 당황하고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옆에서 그렇게 웃고 즐기며 힘든 과정을 보낸 친구가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것은 그 아무리 강철심장이라도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이다.
그런 괴로움을 안고 오컬트부원들은 적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이때까지 적들에서 가장 나약한 육체일지 모르나 가장 강하고 무서운 조조와 싸우면서 이렇게 위기에 몰린 적은 없었을 것이다. 하이스쿨 dxd 시리즈를 계속 읽으면 보통 효도 잇세이를 중심으로 싸움이 전개되나, 이번 12권에서는 예전에 키바가 투혼이 빛이 난다. 지그프리트와 싸우면서 팔 하나가 잘려나가는 심한 부상에서 아시아의 치료와 피닉스의 눈물을 뿌려 다시 싸우는 투혼은 예전에 키바를 죽게 만든 바르퍼 갈릴레이와 타천사의 결투가 생각난다.
누구 하나가 쓰러지면 그 누구를 대신하여 그 몫까지 싸우자는 친구의 약속, 하렘 계통의 라이트노벨이라도 나름 소수의 남자가 다수의 여자를 점유하는 구도에서 남자와 남자끼리의 우정이나 의리도 등장한다. 그런 점에서 캐스퍼의 역할이 돋보인 것 같았다. 그 누구도 받아주지 않은 캐스퍼는 인간과 뱀파이어의 중간이 하프 뱀파이어로 나온다. 본래 영웅서사 내지 모험물에서 가장 불안한 존재가 가장 성장하기 좋고 가장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이미 정해진 힘과 규모라는 틀에 갇힌 게 아니라 그 틀이 불안정하기에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미 하프 뱀파이어에서 이블 피스도 변종을 흡수했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불안하다. 초반에 리아스가 학교 어느 교실에 봉인하여 나둘 정도이고, 캐스퍼는 자신의 힘을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불안감을 느꼈다. 그런 캐스퍼를 잇세이가 계속 돌보고 위로해주고 친구처럼 대해주었다. 친구도 없이 외로운 시간을 보낸 캐스퍼에게 잇세이는 그 모든 것을 자신에게 줘도 바꿀 수 없는 존재였다. 잇세이의 죽음을 듣는 순간 정신이 나간 하프 뱀파이어는 마치 모든 것을 삼킬 듯한 강력한 마법으로 적을 공격한다.
(완전하지 않으나) 인간이 가진 것 중에서 감정의 폭발이란 무서운 것이다. 자신의 모든 힘을 극한으로 나오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성적인 요소로서 판단력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리아스의 공격방법이다. 그러나 때로는 이성의 판단보다는 감정에 휘말려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힘 역시 강력하다. 잇세이의 죽음은 좌절과 절망에서 분노와 절규까지 더해준 것이다.
그런다고 잇세이가 정말 죽어 모든 것이 사라진다면 하이스쿨 dxd 시리즈는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는 서사구조다. 서사구조 상 중앙에 큰 위기에 봉착하여 다시 해소하는 플롯구조가 존재하기에 잇세이는 적룡제의 갑옷 안에 영혼을 보존할 수 있었다. 사미엘의 독은 무섭게도 육체의 소실만으로 타격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소실까지 이르는 무서운 저주였다. 적룡제는 잇세이의 영혼은 자신의 갑옷에 깃들게 하고, 사라지는 잇세이의 영혼 대신 여태까지 적룡제의 힘에 미쳐 날뛴 선배들의 영혼이 대신 잇세이를 지켜주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영혼보다는 그 영혼이 적룡제 안에서 탄식하고 고통 받은 기억이고, 사념이었다. 그러나 그 사념들은 잇세이의 찌찌 드레곤을 같이 느끼면서 끊을 수 없는 저주의 시간을 깨고 마음 편하게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잇세이는 영혼을 유지하고 그레이트 레드와 오피스의 도움으로 새로운 육체를 만들고, 기존의 인간인 육체에서 허무의 공간에서 만든 신룡의 선물은 더욱 강력한 육체가 되었다. 신룡인 그레이트 레드도 잇세이의 가슴열정에 빠졌는지 잇세이의 육체를 만들고 현세에 복귀를 도와주고 다시 차원의 벽으로 들어갈 때 “말랑말랑 아이잉!”을 외치고 사라진다. 물론 그런 말은 사라져간 적룡제 사용자들도 마찬가지다.
찌찌 드레곤의 부활에서 찌찌 드레곤 노래에서 들리는 “말랑말랑 아이잉!”이 도저히 빠질 수가 없던 것이다. 그리고 이에 반해 백룡황 발리의 선배는 여자의 엉덩이도 같이 사랑해주길 바란다고 한다. 인간의 신체구조에서 가슴을 상징하는 유방과 엉덩이가 있는 골반은 여성의 중요한 매력 포인트다. 결국 여자의 매력은 가슴의 크기이냐? 아니면 엉덩이 라인이냐는 것에서 근골계 구조로 본다면 나름 엉덩이가 탄탄한 여자가 가슴이 크다는 점이다. 이야기의 진행과 상관없이 인간의 몸을 유지하는 척추를 지탱하는 것이 골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 하이스쿨 dxd를 라이트노벨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볼 때도 나름 리아스나 아케노의 몸매를 관찰하면 허리라인과 엉덩이라인의 굴곡이 잘 어울린 것 같았다. 보통 만화학과에서 일러스트를 배우더라도 인간해부학을 배워야 그림체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어째든 인간의 육체가 아닌 드레곤의 육체로 부활한 잇세이는 다시 동료의 품으로 돌아가고, 폰 8개를 다시 받아 악마로 환생한다. 남은 것은 조조와의 사투, 전에 잇세이에 의해 눈 한 쪽을 잃은 조조는 이번에 메두사의 눈으로 자신의 눈을 대체했다.
11권의 사미엘의 저주가 용과 뱀에게 강한 점을 생각하여 잇세이는 사미엘의 피를 조조에게 뿌리고, 그 피로 인해 조조는 강력한 독과 저주를 받는다. 그 모습은 리아스가 억지로 피닉스가문에 결혼가기 전에 라이저와 결투 때 성수를 라이저에게 뿌린 것과 같은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조조는 제 아무리 지식과 판단력, 그리고 신마저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가져도 운명의 앞에서는 결국 잇세이에게 패배한다.
조조의 패배는 단순히 그의 야망이 아닌 것으로 나온다. 에필로그 부분에서 제석천인 손오공이 직접 조조에게 가서 제석천 자신이 조조에게 신물을 준 것과 더불어 조조에게 테러의 기회를 준 것을 암시한다. 제석천의 음모는 무엇인가? 솔직히 제석천인 손오공은 불교신앙을 중심으로 만든 서유기에 등장하는 원숭이신이다. 부처님에게 직접 미움을 받아 봉인되어 삼장법사에 의해 교화된 그가 오히려 조조를 돕는 것이라는 설정은 단순히 이야기는 조조만의 것이 아니라 조조를 그렇게 만들도록 사주한 세력이 있다는 점이다. 세력의 확장은 서양만 아니라 동양으로 넘어가고, 동·서양 내부에 등장하지 않았던 세력이 추후에 나올 것이란 암시를 던진다.
그리고 대부분 모험이나 전투가 있는 이야기를 가진 작품을 보면 초반에는 큰 구도 속의 적과 대치되는 상황이나, 결국 적은 자신의 동류가 아닌 다른 부류로 시작되나, 결국은 자신의 동류 사회에서도 존재하는 법이다. 잇세이 친구인 사지와 사지의 주인인 학생회장 역시 악마사회의 계급신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하려고 하나, 기존 악마사회에서는 비웃고 있다는 점이고, 잇세이의 등장과 활약에 나름 불편함을 느끼는 악마세력이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