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스쿨 DxD 10 - 학교축제의 라이언 하트, Novel Engine
이시부미 이치에이 지음, 곽형준 옮김, 미야마 제로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하이스쿨 DXD에서 10권은 매우 결정적으로 전환기를 맞이한다. 그것은 이때까지 항상 방황만 하다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한 효도가 결심하게 된 것이다. 리아스, 효도는 1권부터 리아스에 대한 절대적 갈망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진짜 그 시적이고 아름다운 단어는 너무 생생하다. 그리고 그 생생한은 10권에서도 나온다.

 

“붉은 스트로베리 블로드보다 더욱 선명하게 붉은 머리카락, 그래, 그 사람의 아름답고 붉은 머리카락은, 언제나 내 곁에 있던.”

 

인간에게 죽음의 순간이 오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것이 있다. 출혈로 인해 의식이 사라져가 눈앞이 컴컴하여 더 이상 볼 수도 들을 수도 느끼지도 못해도 인간의 상상은 느끼는 것일까? 하이스쿨 1권에서 타천사 레이나레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효도는 최초로 생긴 여자 친구가 자신을 배신한 것에서 깊은 배신감과 더불어 공포에 시달린다. 죽어가는 와중에 자신이 흘린 새빨간 피를 보면서 자기가 항상 동경하던 리아스 선배를 연상한다. 죽음 앞에 있는 인간의 소원이란 너무나 강렬했을까? 애니메이션 하이스쿨 DXD를 볼 때 효도의 죽음과 더불어 소환된 리아스의 모습은 매우 강렬했다.

 

부장 리아스, 그녀를 위해서라면 왼쪽 팔만 아니라 몸 전체가 적룡제에게 바쳐져도 아무렇지 않게 보는 효도를 보면서 매우 인상 깊었다. 하지만 악마이든 혹은 인간사회이든 어느 무리에서 최고 지휘체계와 더불어 하위체계가 분류된다. 리아스는 멸살공주로 불리는 귀족 가문의 영애이자 차기당주이고, 효도는 이제 막 환생한 악마이다. 환생악마로도 능력이 부족한 효도가 리아스만 바라보고 온 몸에 상처투성이가 되고, 피를 토하고 뼈가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효도는 리아스만 지키려 했다.

 

그런다고 리아스는 가시덩굴로 이루어진 성에 있는 아련한 공주처럼 있지 않는다. 강한 의지와 타인을 불허하는 노력, 그 모든 것이 효도에게 큰 힘이 되고, 존경을 받으며 지내온다. 효도는 그래서 리아스를 여자로서 좋아하나, 그런 벽이 있기에 좋아하는 표현을 할 수 없었다. 효도에게 그런 벽은 레이나레라는 타천사가 유마라는 소녀로 활동할 때의 그 배신감과 충격과 두려움이었다. 아케노 선배, 친구 아시아, 코네코 후배에게 위로 받을 때 효도의 트라우마가 떠올랐다.

 

“죽어주지 않으래? 더러운 하급악마가 함부로 내게 말을 걸어주지 말아주겠어? 아하하하! 그래! 너무나도 정석적인 데이트였지! 덕분에 굉장히 시시했어!, 빌어먹을 꼬맹이가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잇세군! 제발 살려줘! 이 악마가 날 죽이려고 해! 나 널 정말 좋아해! 사랑해! 그러니까 함께 이 악마를 쓰러뜨리자!”

 

유마가 하던 말과 더불어 효도가 그동안 자기 마음에 새겨진 깊은 상처를 감정으로 드러낸다. 사실 리아스는 효도에게 이름으로 불러주길 원했다. 부장이나 선배라는 것은 결국 사회적인 존재, 남녀로서 존재로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효도를 향해 리아스가 적극적으로 대쉬해도 겁먹은 효도의 눈빛과 리아스를 향해 부장! 이라고 부르던 것은 결국 리아스가 여자로서 모욕감을 맛보게 했다. 아마 10권에서 효도의 결심이 중요한 이유는 리아스란 악마는 효도에게 결코 닿을 수 없는 영원한 저 공간 너머의 존재라고 여긴 것을 스스로 극복한 것이다.

 

그 동기는 리아스의 사촌인 사이라오그의 싸움이었다. 사자와 적룡제, 누가 더 강하고 끈기가 있는가? 이때까지 투쟁의식이 강하지 않은 효도는 사이라오그의 진정한 남자다운에 자신의 마초적인 의식을 일깨운다. 사이라오그의 폰인 사자갑옷을 착용하지 않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데도 온 힘을 다해 그 강적을 맞선다. 사이라오그와 싸우면서 효도는 이때까지 사이라오그와 그 팀원에 의해 무참히 쓰러져간 동료를 보면서 더욱 더 투쟁의식을 일깨운다. 여자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음흉한 생각하던 효도가 키바와 아케노 선배 등이 퇴장하자 상대방의 퀸을 정말로 죽이려 했다.

 

그 퀸이 효도의 공격을 당하기 전에 미리 사이라오그의 퇴장 명령으로 생명을 건졌으나 효도의 분노는 이미 하늘을 무너뜨릴 정도였다. 인간이란 자신의 이익이 손해 봐서 분노하는 것보단 진짜 좋아하는 친구나 동료들의 고통을 보는 순간 분노하는 것이 더 무섭다. 타인의 고통에 의해 폭발하는 분노란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광기와 폭력의 질주로 몰아넣는다. 자기의 목숨을 갉아먹는 저그노트 드라이브, 무한한 생명인 악마에게 그것은 100분의 1정도의 생명으로 몰아넣을 정도로 위험하다. 이때까지 적룡제는 모두 저그노트 드라이브로 몸과 영혼이 파괴되었다.

 

게다가 육체는 소멸해도 영혼이라 불릴 그 사념들은 영원히 적룡제의 수갑에 깊이 잠들어 있다. 그것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자신마저 죽음으로 향하는 절대적 타나토스였다. 그런 타나토스의 세계를 효도가 무의식적으로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그것을 내부에서 일어나는 이유는 리아스에 대한 효도의 갈등이었다. 효도의 삶은 모든 것이 리아스로부터 시작된 것이기에 음흉하고 변태 같아도 찌찌드레곤이란 이름으로 아이들의 영웅이 된 효도에게 자기 자신을 스스로 고민하게 만드는 그 큰 벽 아래 있었다.

 

찌찌드레곤에서 어떻게 새롭게 리아스와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리아스에 대한 포기로 죽음과 공포의 광기에 취해 몸과 마음을 파편처럼 흩날리는 것인가? 자신의 인생 앞에서 효도가 사이라오그의 주먹에 의식을 잃고, 그 와중에 스스로 포효하며 리아스를 좋아한다고 선언할 때 그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주먹을 사이라오그에게 휘두른다. 서로 주먹을 주고받고 하면서 사이라오그는 기절하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 진정으로 마음으로 주고받을 남자가 생긴 것이다. 효도의 그 솔직함, 그 솔직함은 결국 리아스와 같이 있고 싶다는 강렬한 자기에 대한 권력의지다.

 

작가인 이시부미 이치에이는 니체의 서적을 많이 읽었을까? 그의 이야기를 보면 마치 에로스로 가득한 효도가 미친 듯이 광기에 취하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간다. 선악의 피안에 누가 나쁜지 착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인간이 서로 싸우는 이유는 그 상대방과 친해질 수 있는지 없는지 알기 위해서다. 사이라오그와의 싸움에서 효도는 진정 사이라오그가 친구가 될 수 있는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효도는 리아스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리아스로 통해 무엇을 하는가이다. 친구인 사지는 회장 시트리와 더불어 악마사회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는 정치적 자유주의를 원한다.

 

물론 군주가 여러 가지라는 점에서 귀족정이 강한 악마사회이나, 마음만 먹고 열심히 하면 출세할 수 있는 입헌민주주의를 원하는 것이었다. 효도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리아스와 같이 하는 것이다. 리아스는 레이팅게임 1위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것은 목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리아스만 바라보는 효도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된다는 사실을 각인하고, 그 꿈을 위해 싸움에 뛰어든다. 목표의식이 생기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인간이든 그 무엇이든 삶의 목표가 없다는 것은 슬픈 것이다.

 

찌찌드레곤 특별쇼에서 악마세계의 어린애들이 모두 참석했는데, 어느 아이가 표를 구하지 못하여 울고 있을 때 효도는 특별히 그 아이에 대해 배려를 해준다. 물론 이것은 공평하지 않은 처사이나 한편으로 합당한 처사였다. 누구에게 꿈을 가질 권리와 그 꿈을 지킬 권리를 효도는 주었다. 리아스는 그런 효도의 친절함과 강함이 좋아했다. 니체가 말한 그 강한 인간이란 상대방에게 동정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로서 대하는 것이라고 한다.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내뱉는 효도는 그 자신을 모두 내던지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악마가 주변 테러리스트에게 공격당할 때 학교만 아니라 마을이 모두 없어진다는 이유로 필사적으로 싸운다.

 

그에게 악마라는 것은 이기적이고 타인에게 배려할 이유가 없으나 오히려 배려를 하게 된다. 효도는 그렇게 남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언제나 의지만 하던 그가 이제는 동료들이 그에게 의지하고, 아이들도 의지한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자만이나 교만으로 가기보단 그들과 함께 나아가기를 바란다. 어쩌면 효도의 꿈은 리아스에 대한 사랑과 더불어 그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기 위한 발판일지 모른다. 그레모리가문은 하급악마에게 매우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해준다. 마치 가족처럼, 가족처럼 하급악마라도 서로 잘 대해주려는 리아스의 이상적인 세계를 위해 효도를 불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싸워서 죽이고 없애는 것은 아무 의미 없다. 삶에 대한 절대적 신념이 결국 그를 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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