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신데렐라 3
눈미 유 글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남성인 나로서는 여성의 심리적 변화를 아는 것은 무리다. 평소 눈치 없는 점도 기여하겠으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성이 기르고 있는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는 것은 아주 큰 변화가 있을 때란 점이다. 이번에 읽은 <절규 신데렐라> 마지막 3권에서 해인의 시작은 짧게 자른 단발머리다. 자신이 오랫동안 기르던 머리카락을 자른 것은 이때까지 살아온 인생관을 바꾼다는 의미와 같다. 그 의미를 부여하게 된 동기는 케빈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우쳤기 때문이다.

 

우연히 집 앞에서 노래연습하려고 아버지 차안에 있던 해인은 케빈과 공주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본다. 케빈의 입술에 공주의 입술이 닿는 순간, 해인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왠지 모를 아픔과 절망,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해인이 이때가지 제대로 알지 못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 해인의 마음에는 하나의 한()이 맺히기 시작한다. 때마침 라디오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반주음악, 해인은 우연히 그 음악과 자신의 상황이 일치하는 것을 느낀다.

 

음악이란 것은 감정의 표현이고,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산 자가 죽은 자를 달래기 위해 읊조리는 경우 책을 읽듯이 읽는 것이 아니라 노래하듯이 읊는다. 그것은 죽은 자를 부르고 대답하는 것을 노래이기 때문이다. 그런다고 실제 죽은 자가 강림하는 것은 아니나, 그 노래의 의미는 옆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레퀴엠이다. 그렇기 때문에 죽은 자이든 살아있는 자이든 의식을 하는 것은 살아있는 자, 그리고 그것을 직접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위한 곡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마음 속 깊이 우러러 나오는 감정의 기복이란 당연히 큰 파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해인의 성장은 바로 그 아픔에서 나오는 진정한 감정의 발견이다. 자신의 솔직함을 보여주고 싶은 해인은 그 각오를 다지기 위해 단발머리로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공주에게 케빈이 있다고 해도, 해인 본인 자신이 케빈이 좋아하는 것만큼은 사실이고, 그 마음은 결코 변하지 않는 자신만의 자신감이다. 케빈이 옆에 있어도 노래하는 자리가 긴장해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기에 해인의 노래는 매우 솔직하고, 또한 감정을 매우 깊이 자극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끌게 하는 그 음색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거짓 없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해인의 재능을 알아본 작곡가 동호로서는 해인 그 자체가 보물이었다. 전에 해인이 녹화를 하지 못한 이유로 동호는 자신의 차에 해인을 태우고 집으로 향한다. 물론 동호는 해인에게 직접적으로 나쁜 마음을 가지지 않았으나, 연예계 뒷소문으로 동호는 좋은 평판이 아니기에 그것을 안 케빈이 해인에게 고백을 하고, 신데렐라의 가장 큰 절규 중에 하나가 해결된다.

 

하지만 절규 하나가 끝이 나도 다른 절규가 남아있다. 그것은 해인과 해인의 아버지에 대한 관계다. 어머니를 잃고 오로지 아버지에게 자란 3남매에게 아버지란 존재란 유별날 수밖에 없다. 케빈이 해인에게 돌아서고, 게다가 작곡가 동호에게 선택된 이유로 공주는 해인에 대해 앙심을 품고, 결국 해인의 아버지에게 해인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동안 자기가 믿고 노력한 해인이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최후 오디션에선 부녀의 인연까지 끊으려 한다.

 

해인이 이때까지 한 번도 아버지를 거슬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 만든 성과가 아버지와 나누지 않으면 의미가 없었다. 해인은 자신을 뒤로 한 채 쓸쓸하고 작은 어깨를 보인 아버지에 향해 노래를 부른다. 아마 노래는 <절규 신데렐라> 1권에서 해인이가 예선 오디션에서 아는 노래가 없어서 어릴 적에 부른 동요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 노래를 부르던 장면에서 어린 시절 어머니와 추억이 나오기 때문이다. 해인에게 우리 해인이 노래 잘 한다고 박수치며 좋아하던 어머니 옆에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남편에 향하여 해인이 노래 소리 정말 예쁘죠?”라고 묻자, 남편은 ~ 듣고 있어, 듣고 있어, 정말 예쁘구나.” 라고 대답해준다. 아내와 아이를 유독하게 사랑하던 한 가장은 해인이가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 이유는 바로 아내의 죽음을 정말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자신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그동안 아내와 해인이랑 보낸 시간을 잊어 버렸는지 모른다. 아니 잊기보단 생각하지 않으려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해인이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그에게 아픈 추억이 떠오른 것이다.

 

해인이 변했다고 생각한 아버지나, 알고 보니 해인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변한 것은 아버지 자신이 아닌가 싶다. 해인은 진심으로 아버지를 사랑했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사랑했다. 그 당시 맺어진 유대감을 다시 찾기 위해 해인은 노래를 부른 것이다. 그 어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맨발로 달려가 거리에서 큰 소리로 애절하게 부른 해인의 모습은 이 작품은 절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본래 신데렐라 신화는 신데렐라가 왕자와 결혼한 것으로 끝이 나나, 여기서는 아버지의 관계까지 회복한 것이야 가능했다.

 

, 여자가 기존 가정에서 다른 가정으로 이동하면서 신분적 상승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가정을 고수하고 다른 가정과의 관계성을 갖는 것이다. 신분상승도 단순히 케빈의 도움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이 있었다. 신데렐라 신화적으로 이 작품은 약간 뒤틀어 버린 작품이다.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우위에 있는 남성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움이 있더라도 자기의 능력으로 그 위치를 찾아갔기 때문에 기존의 신데렐라 콤플렉스와 많은 차이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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