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신데렐라 2
눈미 유 글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절규 신데렐라 2권에서는 갈등의 전조가 보인다. 일단 무대 위의 주인공들은 1권에서 다 모여 있으며, 그 인물들이 앞으로 내보일 갈등과 위기의 순간은 다가온다. 서사 속에 인물들의 관계에서 이른바 동기 즉 모티브라는 것이 중요하다. 왜 그렇게 하게 되었는가? 점에서 말이다. 해인의 경우 왜 작곡가 동호에게 강한 관심이 있었을까 이다. 작품을 보면서 느낀 것은 서로 간의 공감이란 것이다. 작품 내에서 극적인 플롯으로 해인의 어머니의 죽음이다. 해인의 아버지가 평소에 아이들에게 유유하게 대하다가 갑자기 엄격해진 것은 어머니의 부재를 대신 처리하기 위해서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저녁까지 먹이는 해인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꼰대로 나온다. 가족의 죽음은 그만큼 인간의 인격이나 성격에 큰 변화를 주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해인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실어증에 걸리는 것이 나온다. 물론 위에 오빠와 언니가 있으나 그들은 어머니의 죽음을 겪어도 후유증에 시달리지 않으나, 해인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인간의 감정에서 그 감정은 관념적인 영역도 포함되나, 그 관념적인 부분을 지나 육체적인 감각까지 앗아버렸다.

 

집 마당에서 나비를 쫓아가던 중에 넘어서 이마에서 피가 흘려도 아프다고 말하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한 채 그저 입만 뻐금뻐금 거리는 해인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은 그야말로 커다한 충격이었다. 그 덕분인가? 해인의 감수성은 정상적인 15세라기보다는 차라리 아직 초등학교 학생에 가깝다. 2차적 성적 변화가 육체적으로 이미 왔으나, 정신적으로 오지 않았던 것이다. 사춘기 소녀의 모습에서 그녀는 동호에 대해 남성이란 영역보단 아직 7세 시절의 자신의 느낌은 반영한다.

 

그 이유는 바로 공감이란 것이다. 공감이란 서로 뜻이 통하기도 하나, 그 통하는 정신적 유대감이 결국 일직선이란 공간적 한계가 있는 것이다. 동호가 우연히 해인의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해인이가 자신의 변칙적인 피아노곡에 맞추어 노래를 할 수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어린 시절에 새겨진 지독한 그리움이란 슬픔이다. 단지 동호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들여다보면 사랑한 마음만큼 미움과 절망이 가득하고, 해인은 어머니를 사랑한 마음만큼 추억과 애한이 스며있다.

 

2사람이 가지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공통적이나, 동호의 경우는 잊고 싶은 과거라면 해인은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인 것이다. 2사람의 접점은 바로 동호가 15세 피아노 연주에서 드러난다.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동시에 자신을 버리고 먼저 가버린 배신감에서 슬픈 마음을 피아노 선율로 흐르는 것이다. 그 선율을 해인은 듣고, 자기 자아의 내부 깊숙하게 박힌 어머니의 죽음은 각인하고, 비로소 울음을 터뜨리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슬픈 것은 해인이 어머니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우는 장면이 아니다. 해인이 우는 장면을 보고 그리고 해인이 말을 하는 것을 보고 해인의 아버지가 웃었다는 점이다.

 

자기 자신도 마음이 괴롭고 힘들 것이다. 해인이가 어머니와 딸이 지니는 가족애는 7년이나, 아버지는 그 이상으로 가족애를 가졌을 것이다. 그것을 받아 들이야 하는 해인의 아버지야 말로 어떻게 보면 비극이야기 속의 희극적인 인물일 것이다. 슬픔마저도 웃을 수밖에 없다는 그 아이러니한 모습을 말이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이 작품 내에서 꼼꼼하고 전형적인 소시민 인간상으로 보이는 하나의 조건이라고 본다. 해인이 왜 연애감정이 없는가에서 아버지의 교육관이 강하게 작용한다. 오로지 의대에 가야한다 성공해야 한다라고 하는 목표만 주었기 때문이다. 아니라면 그것이 아니면 자신의 마음이 쓰러질지도 모른다.

 

동호의 예정신곡인 Please don't change 것을 생각해도 제발 변하지 말아주세요. ,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계속 자신에게 변하지 말아야 대상이고, 그 대상은 어머니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늘 변해가는 존재이다. 자신이 살아있음은 곧 죽어가고 있음이다. 어제와 오늘은 같아 보여도 다르게 조금씩 변해간다. 변화의 모습이 자신조차 찾아보지 못할 정도로 늘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인은 변해가기 시작한다. 그 변화의 중심은 케빈이 있었다. 삼각관계의 구조가 <케빈-해인-동호>에서 이제 새롭게 <해인-케빈-공주>라는 다른 구조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공주가 해인이의 비밀을 알았고, 강한 자존심과 독점욕을 가진 공주는 잘생기고, 명랑한 케빈을 마음에 들었다. 물론 그런 조건이 있었으나 한편으로 해인이라는 존재가 눈에 가시처럼 보였고, 해인이의 모든 것을 빼앗고 방해하고 망치고 싶은 질투심이 작용한 것이다. 결국 해인의 비밀을 담보삼아 공주는 케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때까지 그냥 친구처럼 보이던 케빈이 공주 옆에서 인형처럼 있는 것을 보고 해인은 이때까지 느끼지 못한 감정을 느낀다. 동호는 동경하는 사람으로 우러러 봤으나 케빈은 그저 친한 친구처럼 느꼈다.

 

어려울 때 도움을 주던 친구, 하지만 막상 그 친구가 태도가 변할 때에는 해인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그것은 어릴 적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시기와 비교하면 미치지 못하나 이때까지 전혀 알 수 없었던 감정이다. 해인이 오디션을 봐야할 다른 후보들의 노래를 듣고 나서 자신의 차례가 왔을 때 차마 노래를 부를 수 없었다. 음악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감정의 표현이다. 기교나 기술과 같은 전문적인 요소도 중요하나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에 나오는 깊은 마음이다. 그 깊은 마음에서 해인은 자신도 모르게 케빈이란 존재가 무의식적으로 매우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는 뜻이다.

 

집에 오면서 계속 울던 해인이 여태까지 아버지에게 늘 착한 딸이었으나, 처음으로 반항을 하게 된다. 매일 공부하라고 하고 모의고사 일정만 챙기던 아버지에게 해인은 매일 공부공부, 그만 좀 해!! 아빠는 공부 말고는 아무 것도 관심 없지?!”라고 한다. 그 말을 듣자 아버지뿐만 아니라 언니와 오빠 역시 충격에 빠진다. 해인이의 노래에 감수성이 풍부하게 된 이유는 어머니와의 추억이다. 그러나 이제 어머니와의 추억으로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케빈에 대한 마음이 이제 자신의 마음을 변화시켰고, 그 케빈이 공주와 같이 연인행세를 하는 것을 보고 해인의 감정을 흔들리게 만든 것이다.

 

케빈이란 존재가 결국 해인에게 제2차 성징기의 정신적 영역을 열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 감정적 요소는 케빈 역시 마찬가지다. 해인은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집착에 의해 이성에 대한 감정이 없다면, 케빈은 이와 달리 어머니와 같이 있어서 이성에 대해 감정이 없었을 것이다. 케빈은 자신의 친구인 태희에게 해인을 부탁하는 모습에서 다른 이성친구들에 대해 이성적 감정을 가지지 않은 것이다. 그 동기는 패션디자이너인 어머니의 영역이 크다. 케빈의 가족구조를 보면 아버지는 나오지 않고, 오로지 어머니만 나온다.

 

게다가 한국남자이면서 화장이나 메이크업과 같은 일에 관심을 가진다. 케빈의 성격이나 인격은 어머니에 의해 많이 조성된 것이다. 그런 관점으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요소에서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잘 지내는 아들에서 모자의 유대관계는 매우 단단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와중에 해인과의 관계에서 케빈은 어머니보다 해인에 대한 감정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방에 혼자 들어와 눈물 흘리는 케빈에게 서로의 감정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채로 아파하고 있다는 뜻이다. 만화책 이름이 절규 신데렐라인 이유는 정해진 시간이 넘으면 아버지의 통제로 인해 그 자체가 가수지망생이란 환상에서 현실로 변모한다.

 

그런 와중에 신데렐라가 절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때까지 몰랐던 신데렐라가 자신을 프린세스로 만들어준 대상이 결국 진짜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도움을 주는 케빈 역시 명랑하고 성격 좋으며 미남인 청년이다. 그러나 그런 소중함을 알아채지 못하다가 그런 존재가 옆에서 멀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깨닫게 된다. 인간의 관계에서 그런 요소들은 많이 나타난다. 케빈은 처음부터 해인에게 관심이 있었고, 동호의 접근에 질투심을 내비추었다. 그렇기에 차가운 모습으로 해인을 대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케빈의 모습에서 해인은 자신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슬픔으로 절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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