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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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아리 폴만 감독이 제작한 <바시르와 왈츠를>이란 영화를 보았다. 애니메이션 영상과 동시에 후에 실사영상으로 1982년 레바논에서 학살된 팔레스타인들을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화면 위로 나타났다. 인간이란 언제까지 이런 비극적 학살과 파괴를 멈추지 않은 것인가? 1982년 레바논 학살에서 이슬라엘 과격단체들은 이미 국제조약에는 안중도 없이 민간인들을 학살했다.

 

길에 늙은 할머니는 울면서 통곡하고, 어린 아이들은 시체가 되어 주변에 파리만 맴돌고 있다. 제노사이드, 피를 말려가면서 한 종족을 말살시키는 극단적 행위에서 인류는 여전히 20세기의 극단의 시대를 거치어 21세기에도 폭력의 시대로 넘어가는가? 에릭 홉스봄의 <폭력의 시대>에서 20세기 후반의 미국과 소련의 냉소 이데올로기는 마무리되고 새로운 폭력이 등장한다. 차라리 냉전 이데올로기가 끝났다고 보는 것에서 탈(脫)이데올로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 더 견고하고 탄탄한 이데올로기가 탄생한 것이다.

 

제3국에 해당되는 팔레스타인은 냉전주의 시대에서 미국과 소련 어느 쪽에도 가입하지 않은 이슬람 문

화다. 하지만 이슬람 문화라고 하여 결코 냉전주의는 그들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유대인들이 다시 이스라엘을 건국하면서 기존에 팔레스타인들이 거주하는 구역이 혼란의 시기가 왔다. 본래 팔레스타인 사람이나 유대인이나 이스라엘 이전에 서로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존 사코의 <팔레스타인>을 보면 1948년 그 때의 혼란이 오기 전에 어느 노인은 당시 젊은 시절 유대인과 매우 친했다고 한다.

 

같이 이야기하고 술을 마시고 집에도 놀러갈 정도라면 거의 친구가 아닌가? 그러나 왜 이들을 이렇게 분리해야 하는가? 냉전주의는 강대국들에게 약소국이란 하나의 전략적 도구가 된다. 1979년 소비에트 연방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를 도탄으로 만들었다. 문제는 여기에 소비에트 연방만 아니라 다른 강대국도 개입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전쟁 후에도 내전이란 문제도 야기했다.

 

20세기의 약소국이란 강대국의 전쟁터였다. 혹은 그 강대국의 지배 권력을 위한 헤게모니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절대적인 악이 국민들에게 필요한 이유는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지기 좋은 하나의 수단임을 마키아벨리주의적인 정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왜 그런가? 마키아 벨리가 군주론을 적으면서 그에게 정치에 대한 수단을 알게 해준 것은 체자레 보르지아의 정치적 방법이었다. 전에 하워드 진의 <전쟁에 반대한다>에서 체자레 보르지아의 정치적 방법을 읽었는데, 참으로 기가 막힌다.

 

점령한 부지에 대한 주민들을 제압하기 위해 처음에 매우 잔혹한 군인을 보냈다고 한다. 하도 잔혹하여 주민들은 자신을 점령한 세력이 아니라 어느 개인에게 불만이 전환되었다. 그리고 그 군인은 어느 날 몸이 두 동강이 난 채로 죽어 저잣거리에 버려져 있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의 문제도 그렇다. 테러가 일어나면 누가 했는지 왜 하였는지에 대해 조사를 한다. 그리고 테러집단의 대한 제압과 파괴는 반 테러리즘의 기본 목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반 테러리즘 역시 테러리즘이다. 파시즘에 대항하는 안티 파시즘조차도 파시즘을 되는 경우가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고전으로 읽는 폭력의 역사>에서 언급한 템페스트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템페스트는 어느 인물이 반란의 폭력을 피해 낯선 땅으로 가나, 그곳에서 그들은 오히려 그 곳 원주민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폭력에 의해 상처받은 이들이 다시 상처를 주는 것이다. 문제는 자신이 받은 피해의식은 각인되어 있으나 타인에 대한 폭력행위는 정당화한다.

 

아니 오히려 그것을 숭고한 것으로 여긴다. 오죽하면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직도 구현되는 공시적인 신화의 세계에 있는가? 과학기술은 전투기가 계속 이륙하고, 초소형 무인항공기가 테러집단의 지도자를 폭사하는 기술에 이르렀는데도 말이다. 결국 인간들이란 자신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적을 만들어야 한다. 그 적을 만드는 순간에 그들은 자신들이 옳은 일을 한다고 믿는다. <팔레스타인>에서 놀라운 장면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비가 매몰차게 내리는 날에 어느 팔레스타인 소년을 발견한다.

 

소년에게 옷을 벗으라고 하면서 비를 맞도록 한다. 그것도 인상은 아주 험악하게 또한 비웃는 표정으로 말이다. 그런 그 소년은 어느 기분이 들고 무슨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 테러리스트의 탄생은 매우 간단한 공식이다. 테러리스트로 될 사람을 되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다시 복수를 하기 위해 극단적 수단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존 사코가 보는 팔레스타인 세계란 그렇다.

그도 팔레스타인의 과격파에 대해 다소 위험함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느낀 그곳 생활을 보면 왜 그렇게 되는지 구조적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해 객관적이고 구조적이면서 합리적으로 보기보단 어느 일정한 시야로 보기를 좋아한다. 그것은 보통 우리에게 적용된다. 존 사코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을 돌며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오고 거기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본다.

 

교황이 나와 세계 평화를 외치고 있으나, 정작 평화는 자신 안의 평화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줘야 한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이나 혹은 프랑스대혁명에서 폭력정치로 일삼아도 결국은 프랑스대혁명의 지도자인 로베스피에르를 생각해보자. 그는 자유라는 것은 자신들에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존재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들의 배만 아니라 타인의 배도 같이 채워야 한다고 했다. 결국 자유는 타인과 조화가 필요하고, 인간의 최소한의 생존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그 세계는 평화롭지 못하다.

 

팔레스타인의 모습을 보면 생존문제가 심각하고, 조 사코 역시 화장실에 가는데, 추운 날에 그것도 비가 내리는데도 빗물을 맞으면서 대변보는 모습이 나온다. 그림에서 보이는 표현주의적 흑백들은 조 사코가 느낀 불편하면서도 참담한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대부분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만나면 가족들의 비극사만 전해준다. 총에 맞아 죽거나 다치거나 혹은 불구자가 된다. 안타까운 부분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사는 마을을 공격하는데, 최루탄 발사에 문 밖에 나온 아이에게 총을 쏘았는데, 그 총알이 아이의 머리에 맞았다.

 

어디에도 가도 치료받을 공간이 없고,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가야 의료장비가 있지만 몇 시간이 겨우 지난 후에야 병원에 갔고, 그나마 의사조차 오지 않아 결국 숨을 거두었다. 죽은 아이를 비오는 밤에 매장해야 하는 가족의 심정에서 그들은 복수 이외의 생각은 없다. 매장하면서 비참한 우울에 빠진 그들에게 비웃음을 날리는 군인들의 처사에 테러리스트는 처음부터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테러리스트로 만들어지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조 사코가 주인공이 되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방문한 본인의 모습에서 조 사코의 모습은 안경을 끼고 짧은 머리에 코가 매우 길고 입술이 두껍다. 마치 미지의 세계에 흘러온 천덕꾸러기처럼 묘사했다. 과연 그가 처음 올 때의 팔레스타인은 오해와 왜곡만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생각과는 다르다. 그것은 언론과 방송이란 미디어가 편집과 영상조합으로 충분히 선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쌍둥이 빌딩 테러사건으로 죽은 사람들의 입장을 비추어보면 분명 그것은 잘못 되었다. 하지만 민간인 마을에 떨어뜨린 폭탄과 군인들의 폭격은 그것 이상으로 나쁘다. 우리는 언제나 왜 이런 문제에 생겼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에 돌아와 유대인 여자친구 2명과 만난 조 사코는 이런저런 이슬람문화와 이스라엘에 대해 이야기하나, 그녀들은 평화를 원하고 좋아하나 다른 곳에 대한 평화와 관용은 부정한다. 보통 사람들이 이럴 정도이니 극단주의자에 대한 폭력성은 말하기가 곤란한 정도다.

 

인류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고, 폭력과 억압의 역사다. 거대한 문명사회에 보이는 위대한 업적은 그만큼의 희생이 있었다. 영웅이 존재하면 영웅을 만들게 해준 희생자가 필요했다. 우리는 아직도 과학이 발달했다고 해서 신화의 세계와 단절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차라리 원래의 신화가 존재하던 곳은 삶에 대한 열정이라고 보나 지금은 파괴와 은폐의 조작을 위한 신화다. 조 사코는 그런 신화적 은폐에 숨겨진 팔레스타인의 모습을 암울한 색채로 자신은 풍자적 존재로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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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03-19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토박이시군요 !!!! 몰랐네요..ㅎㅎ

만화애니비평 2013-03-19 22:28   좋아요 0 | URL
어서오세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