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인간에게 항상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거나 자신만이 머물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현실이란 공간과 시간에서 현대인들은 언제나 고독, 슬픔, 절망, 이별 등의 고통을 피할 수 없다. 그런 감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새로운 마음으로 나갈 수 있는 해방구가 필요하다. 물론 거기서 해방되는 기분을 맛보아도 현실 앞에 놓인 문제를 비켜나갈 수 없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하나의 정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자기에게 언제나 멈출 수 있는 존재적 자아에 대한 휴식이 필요하다.

 

더구나 요새처럼 인간의 꿈들이 산산이 파도처럼 깨지는 세상에서 말이다. 무지개 꽂의 찻집은 그런 인간들을 위한 정지된 공간처럼 보였다. 물론 그 공간의 지배자인 에쓰코 씨는 반겨주는 이들에게 영원한 안식처였으나, 한편으로 그녀 자신은 늙어가고 있는 노인이었다. 초반에 아내인 사에코를 떠나보낸 한 남자에겐 초로의 여인이었으나, 마지막에 고지의 어여쁜 두 딸에게는 할머니였다. 나이는 먹어가고 그녀는 기력이 쇠하고 있어도, 자신만의 공간을 포기하려고 하나 마지막에 아침놀을 보면서 새로운 내일을 기대한다.

 

남들의 꿈과 희망을 채워주고 있는 만큼 자신의 꿈과 희망은 그저 그대로 접어 가지 않았나 하는 심정이다. 그녀의 그런 심정은 어느 기업의 중견간부가 오사카로 전직되면서 그의 마지막 도시생활을 마무리하기 위해 에쓰코 씨와 나누던 대화에서 곶의 찻집에 모든 이에게 기쁨의 희망을 안겨주던 에쓰코 씨가 오히려 기쁨의 희망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개 이름이 고타로라고 지을 정도로 남편이던 고타로의 죽음을 아직까지 안고 가는 그녀의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해 볼 정도였다.

 

남편이 30살에 암에 걸리고, 32살에 세상을 떠나는 순간 그녀는 영원히 혼자와의 싸움을 진행했다. 남편이 그린 아름다운 무지개가 보이는 그림을 느끼기 위해 살아온 그녀, 처음 이 가게를 만들 적에 외로움과 싸워야 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진정한 외로움과 절망을 알기에 절망과 외로움을 안고 있는 이들을 누구보다 더 다정하게 다가간 것이라고 본다. 누구에게 다정하게 대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만큼 그 대상보다 더 깊은 상처를 안고 있어야 가능할지 모른다.

 

다정함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마음의 상처를 그대로 안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승화 하면서이다. 덕분에 조카인 고지에게 에쓰코 씨는 자신의 마음을 버팀목으로 여길 수 있었다. 자기 가게 옆에 고지는 아내와 두 딸과 같이 있었다. 손녀들은 이모할머니 에쓰코 씨에게 바나나 아이스크림과 쥬스를 얻어마시고, 고타로와 같이 산책을 다니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 행복을 보는 노인에게 어떤 행복인가? 남편의 사후로 인해 그녀에게 자손이 없다.

 

자손이 없이 산다는 것이 마음 편할지도 모르나, 다니 씨가 오사카로 전근 간 후 2년 후에 부음을 알린다. 그는 아무도 없는 방에 혼자 쓸쓸히 눈을 감았다고 한다. 아무도 없이 혼자 외롭게 눈을 감는다는 사실은 너무 외롭고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쓰코 씨는 자신에게 친구처럼 다정한 다비 씨를 생각하면 눈물을 흘리며, 절규한다. 다소 내용은 동화처럼 다가오나, 인간의 지친 마음에 누군가의 죽음은 큰 충격은 분명하다. 사에코를 떠나보내고 딸을 데리고 온 한 남자의 이야기에서 아내의 미소가 담긴 영정사진과 딸의 얼굴을 보며 혼자 몰래 눈물 훔치던 남편의 심정에서 희망적이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희망에 대해 본다면 단순히 아내의 죽음만이 아니다. 이마겐이라고 불리는 청년은 4학년 대학생으로 취업도 안 되고, 꿈과 목표도 없이 그저 방황하던 청춘이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것들이 없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원하는지 젊은 청춘들의 방황과 좌절은 누구나 다가오기 마련이다. 아니 고지처럼 40대 건장한 남성도 일을 하고 있어도 방황은 다가온다. 누구나 그것을 피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하지만 이마겐은 미대를 다니던 미도리를 만나게 되고, 몸은 작은 편이고 티에 청바지, 운동화, 뿔테 안경, 긴 머리를 그저 뒤로 묶은 그녀를 보면서 새로운 불꽃이 타올랐다.

 

고지의 말대로 인생은 “rock and roll"이라며, 가슴이 원하는 곳으로 가라고 한다. 그는 청춘 최대의 위기에서 미래와 사랑을 찾으려 뛰어다닌 것이다. 그 후에 에쓰코 씨의 가게를 소개하는 잡지기사를 적고 말이다. 희망이란 과연 자신의 열정대로 갈 수 있는 것일까? 다소 동화처럼 다가오는 이 서적에서 현실을 바라본다. 우리는 너무 삭막하고 차가운 세상에서 공기를 마시며, 숨이 막힐 것처럼 답답한 일상을 보낸다. 조금이라도 숨을 쉬고 마음이 지친 나를 달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것은 대단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아주 작고 작은 일이라도 커피 한잔에 음악 한곡도 좋다. 인간이란 사소한 계기로 인생을 앞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렇게 찾지 못한 것 같다. 어쩌면 나도 앞이 보이지도 않고 보고 싶지 않은 나의 일상에 무지개가 보이는 저 곶의 찻집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또 다른 내일과 사랑, 그리고 우정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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