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스쿨 DxD 3 - Novel Engine
이시부미 이치에이 지음, 곽형준 옮김, 미야마 제로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이번에 하이스쿨 DXD 3번째 권을 보면서 이 말이 생각났다. “신은 죽었다” 라고 말이다. “신은 죽었다” 라는 말은 어디에서 흔히 들어본 간단한 문장일 것이다. 하지만 그 어원은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나온 말투다. 조로아스터교의 차라투스트라는 인물을 내세워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낸 철학도서다. 일반 학생이나 대중들이나 볼만한 라이트노벨에 생각해도 머리가 매우 아픈 철학을 끄집어 낸 것도 뭔가 아닌듯 하나, 그것도 서구철학의 모든 것을 배반한 니체에서 꺼내온 것 역시 위험한 수준일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내가 이 책 표지일러스트를 바라보면서 충격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시아 아르젠트, 그는 본래 수녀였고, 가톨릭교회에서는 한 때 성녀라고 불릴 정도다. 그녀의 치료능력은 성모마리아의 은총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1권에 나올 적에 수녀복을 입은 시스터였다. 그러나 3권은 조금 다른 시스터였다. 그녀는 처음으로 악마날개를 펼쳤다. 그것도 교복도 아닌 수녀복으로 말이다.

 

이미 여기서 선과 악이란 이분법적 사고는 벌써 해체가 되어버렸다. 그리스 시대부터 내려온 서구철학에서 이분법적 대립은 선과 악, 너와 나라를 주관과 객관이 나누어 버린다. 문제는 그 주관이란 존재가 과연 옳고 정당한 존재인지 수긍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격해진 것이다. 그런 문제는 1권에서 아시아가 가톨릭교회에서 이단자로 몰려 타천사에게 억지로 끌려간 사건과 그리고 3권 째에서 가장 중심에 위치한 키바 유우토의 과거 역시 그렇다. 이 책에서 왜 신은 죽었는가라는 의문은 여지없이 폭로한다.

 

물론 신은 그러하지도 혹은 그 이상으로 난폭할지 모른다. 신이란 존재가 있다고 믿기에 인간들은 스스로 양심을 지키며, 또한 신이 있는데도 세상 어딘가에서 매우 부당하게 사라지고 있다. 신은 과연 있는가? 물론 서양종교보다 다소 동양적인 종교관에 가까운 본인입장에선 신은 자연이라고 여기는 점에서 신은 어디에나 있다고 여길 뿐이다. 나는 절대적인 신이 존재하지 않음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렇다. 하이스쿨 DXD 3권은 그런 신에 대한 관념에서 매우 충격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물론 순전히 작가의 사고 아래 생성된 하나의 세계이나, 그 세계는 너무나도 끔찍하고 잔인한 사고를 나타낸다. 전편들을 살펴보면 악마, 천사, 타천사 3부류들은 서로 간의 경쟁에 모두 큰 피해를 입은 채 암묵적인 휴전에 들어간다. 그런데 겉으로 전쟁만 끝이지 그 전쟁 자체를 위한 하나의 과정은 살아있었다. 천사를 믿는 인간들은 자신들의 절대적 선을 만들기 위해 그 궁극의 미를 추구하려 했다. 문제는 미의 추구에서 이것은 도덕적 관념, 즉 천사의 이름으로 타천사와 악마의 제거이지, 그 이후에 대해 전혀 생각한 바는 없었다. 오로지 그 하나를 위해서는 절대적 미를 추구하면 어떤 것도 희생을 감수해도 무방한 점이다.

 

과연 종교란 절대적 교조주의 즉 dogmatism으로 이루어진 폭력의 정식화인가? 아서 쾨슬러 소설인 <한낮의 어둠>에서 루바쇼프라는 주인공은 1917년 10월 러시아혁명의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넘버원에 의해 숙청된다. 그가 교도소에서 수감 중에 친구였던 이바노프와 대화를 나눈다. 그 대화에서 역대 유럽역사에서 기독교 종교를 가진 국가가 한번이라고 기독교의 진실한 진리로 대중을 통치했냐는 것에 의문에서 없었다 라는 것이다. 물론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를 읽다보면 더욱 확연한 것이 나온다. 15~17세기 사이에 유럽에선 마녀사냥이란 이름으로 50만 명에 가까운 죄 없는 자를 무참히 살해했다. 이것은 그 사회가 가진 하나의 정당성이고 정의이고, 진리인 종교의식이었다.

 

그래서 맨 처음 니체의 “신은 죽었다”에서 왜 신은 죽었고, 죽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종교라는 거룩한 이름아래 자행해온 폭력의 역사는 결국 신이 인간을 구원이 아니라 망친 것이다. 물론 정말 신은 인간을 망치지 않았다. 단지 신의 이름으로 행하는 그 추종자들의 맹신적인 전투적 메시아가 비극을 초래했다. 따지고 보면 키바나 아시아 모두 그런 추종자들에 의해 희생된 존재다. 키바는 타락천사를 증오하고, 거기에 매수된 타락한 신부 역시 증오했다. 그 중오로 얼굴이 성난 짐승처럼 일그러진 키바에겐 죽음이란 고통, 죽음 이후 악마로서 삶은 살아가고 있으나, 당시 같이 희생되어야 했던 친구들의 희생을 평생 혼자 안고 살아간 것이다.

 

바르퍼의 실험에서 키바는 모든 것을 잃었다. 꿈, 희망, 친구, 삶까지 말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잊지 않았고, 분노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복수를 숨겼으나, 그 숨겨진 분노 대신 그의 얼굴에 거짓된 미소로 위장했다. 하지만 그의 거짓된 미소 아래 감추어진 분노의 복수는 그의 모든 것을 삼켰다. 바르퍼와 싸우던 키바가 불리하자, 바르퍼는 매우 간악한 모습으로 키바에게 결정체를 던진다. 그 결정체는 엑스칼리버를 다루기 위해 키워진 아이들의 생명력을 닮은 도구였다. 그 결정체에 키바의 손이 가자, 주변에 키바의 친구들이 나타나고, 키바는 그들에게 축복과 삶에 대한 의지를 받는다.

 

악마인데도, 분명히 성가를 부르면 심한 고통이 오는데도, 키바는 유령처럼 나타난 친구들과 같이 성가를 부른다. 그 성가는 마치 너무 따뜻하고 아름다워서 세상이 모두 아름답게 보일 정도였다. 잇세이는 그 장관을 보면서 머리가 아플 것이란 생각 대신 오히려 기분이 좋고 매우 포근했다. 성가를 부르는 악마, 그리고 마검이 성검과 합쳐 성마검이 되었다. 악과 선은 누구에게 주어진 것일까? 본문에 이런 리아스의 대화가 나오는데 그 문장이 매우 인상 깊다.

 

“그들 교회관계자들은 우리 악마를 사악한 존재라고 말하지만, 인간들의 악의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존재이지 않을까” 이 말은 과연 옳았다. 아시아가 수녀이면서도 악마가 된 원인은 아시아의 순수한 이타심을 부정하고, 그녀를 궁지로 몰아넣은 인간이다. 키바와 그 친구들은 힘들고 고된 실험에서 신에 대한 찬양과 기도, 그리고 마음 속 깊이 우러나온 성가로 그 힘든 나날들을 견뎌왔다.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무엇일까? 죽음, 비난, 절망, 우울, 저주 등등 인간들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악의를 받아들이고 뿜어야 했다.

 

작품 표지 타이틀에는 “우정과 열혈, 그리고 굉장한 번뇌로 선사하는 학원 러브코메디 배틀 판타지 망상 질주!” 라고 되어 있다. 물론 잇세이와 키바, 코네코의 우정은 소중했고, 잇세를 두고 리아스와 아시아, 거기에 아케노의 가세는 분명 하렘왕국의 주인으로 보이나, 잇세이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야한 것만 밝히나 그의 내면에는 리아스에 대한 존경과 동경심에서 야한 생각도 하고 그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어도 막상 그 순간이 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입장이고, 아시아에 대해서는 언제나 마음 속 깊이 죄를 지었다는 양심의 가책 아래 아시아에 대한 모든 것을 지켜주려 했었다.

 

따라서 야한 것은 나오되, 그의 야한 것은 하렘과 무관한 번뇌로 치부된다. 물론 야한 장면은 작가의 서비스라고 본다. 후기에 보면 “담당 편집자 H님, 매번 에로 어드바이스 감사합니다! 덕분에 점점 야시시한 아이템이 떠오르는 에로에로한 작가가 되어갑니다. 수정 부분이 지적이 없었더라면 이 작품은 연령제한이 붙었을지도 모릅니다.” 라고 되어있다. 이번 3권의 제일 중요 포인트는 잇세이의 활약보다는 키바의 활약이고, 그 활약 뒤에는 어두운 선의 과거에 숨어있다. 폭력이 미화되어 그것이 하나의 정당성이 되어버리면 우리가 흔히 가장 멀리하고 싶은 “파시즘”이 된다. 파시즘이라면 가까운 일본의 대동아전쟁의 군국주의, 독일 히틀러의 나치즘, 히틀러와 같이 전쟁을 일으킨 무솔리니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파시시트는 그들이 아니라 그들의 국민 역시 같았다는 점이다.

 

그런 절대적 맹목 앞에 아무리 악마라고 해도 잇세이의 어린 시절 친구인 시도 이리나는 잇세이가 인간이 아닌 이유로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제노비아 역시 과거의 [선배]인 키바와 전투를 벌였다. 악마이기 전에 인간이었고, 인간 시절 그 누구에게 폐를 끼치지 않았으며 심지어 매우 좋은 인간성을 가진 그들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선악의 이분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고대 천사, 악마, 타천사의 전쟁에서 4대 마왕과 신이 모두 소멸했듯이 말이다. 붉은 용제가 잇세이에게 힘을 가진 용에겐 추종자와 도전자 모두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잇세이는 그런 것보단 오히려 여자를 밝히고, 그것보단 리아스에게 모든 것을 던지려 한다. 차라리 그런 도덕적 관념으로 이루어진 폭력보단 단순하고 솔직한 자신을 보임이 훨씬 인간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