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일기 - 그곳에 가면 노무현이 있다
노무현 외 지음, 김경수 엮음, 노무현재단 기획 / 부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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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니며 일하면서 퇴근 후와 주말에 시간을 쪼개어 마르크스의 “자본”을 읽었다. 그때 읽은 자본에 마르크스는 농촌에서의 농민의 문제를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박석무 다산학술이사장의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를 읽었다. 다산 정약용 역시 농민이 가지고 있던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오늘 “봉하일기, 그곳에 가면 노무현이 있다.”를 읽었다. 유독 이 책을 읽으면서 위에 읽은 책들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유럽이든 한국이든 서구사회 기술발전과 문명의 전환은 도시화로 인해 거대한 도시지역을 만들었다. 도시라는 것은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기존에 있던 도시규모에 걸맞은 사업이 생기고, 많은 노동력과 자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노동력은 언제나 도시 안에서 창출하기보다는 항상 농촌, 어촌, 산지와 같은 외부인들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항상 농촌은 사람들이 줄어만 가고, 도시화로 인해 식량문제를 위해 농촌은 농촌대로 속박을 당한다. 특히 서구사회의 근대역사에서는 농촌지역의 소지주들의 몰락과 대규모 농장으로 통한 농노들의 확대는 더욱 농촌을 황폐화 시켰다. 과대한 노동과 적은 대가 그리고 인정도 받지 못하는 그들, 언제나 농촌은 사회적 약자로 자리 잡게 되었다.

 

물론 모든 농촌이 그런 것은 아니나, 농촌이 가진 문제는 어떻게 보면 우리의 최소한의 식량문제의 해결과 더불어 자연환경 보존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농촌에 있는 사람들은 항상 도시민들에 비해 소외받는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인구밀도, 주변 인프라, 경제적 여유,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말이다. 그런 소외된 공간에 노무현은 다시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그가 퇴임한 2008년 2월 25일 고향으로 귀향하면서 말이다. 모든 대통령은 정부기관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서울 수도권에 머물기 바랐는데, 그는 고향 김해에 있는 봉하마을로 내려왔다. 게다가 사저는 담도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검은 선글라스의 사나이도 없었다. 그는 대통령의 임기를 마치고 내려온 것이 분명하나 그의 거동은 이임한 대통령이 아니라 그저 고향에 농촌에 시골에 돌아가는 보통 시민으로 돌아갔다.

 

그가 만들고 싶은 고향 봉하마을이란 그동안 한국사회가 도시화와 공업화로 되면서 소외된 농촌을 일으켜 세울 뿐만 아니라 자연환경의 정화와 그 정화된 자연환경 공간에서 인간이 마음껏 그 향기를 맡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오면서 바로 동네주변 하천과 산, 거리를 청소를 권장했고, 자신이 직접 앞에 앞장서서 모범을 보였다. 그는 권위적인 명령을 가진 자보다는 다 같이 함께 걸어가기 바란 것이다.

 

그 속에서 시골마을을 위해 오리농법도 하고, 뒷산에 볼품없는 감나무를 베어 장군차도 심고, 동네주민과 같이 웃으면서 살아갔다. 그의 모습은 양복과 넥타이를 맨 정치인 모습보다는 차라리 밀짚모자에 장화를 심은 옆집 아저씨와 옆집 할아버지 모습에 더욱 가까웠다. 그의 인간적인 모습은 대통령 이전과 대통령 시절보다 이때가 가장 최고였던 것이다. 너무나도 인간적인 그의 모습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담겨진 사진 속에서 웃고 있다.

 

아니 때로는 더위와 피로에 지친 모습도 역력한 모습도 나온다.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또 그리고 자신을 보기 위해 멀리서 운전 7~8시간을 해서라도 찾아온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는 열심히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으로 지냈다. 그는 내 마음 속의 대통령이란 말과 같이 많은 사람들에게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모두 고개를 숙인 채 멀리 경계하듯이 봐야할 존재가 아니라 가까이 아무런 벽도 없이 인간과 인간의 만남처럼 대하기 바랐다.

 

그런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여기저기 있었다. 좋은 학벌과 좋은 능력이 있어서 얼마든지 좋은 일자리와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는데도, 샤프한 현대 도시인보다는 구수한 농민으로 노무현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옆에서 바라본 김경수 비서관은 말 그대로 대통령 노무현을 보던 것이 아니라 인간 노무현을 바라본 것이다. 그래서 내 마음 속의 대통령으로 남은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아주 흐뭇하다. 애틋하고 인간적이고 마치 아주 보고 싶은 영화 한편을 다시 바라보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 마지막의 회고록에서 내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내는 것 같았다. “담배 하나 주게”라는 그 말에서 내 가슴은 너무나도 쓰라려 왔다. 마지막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말이 담배를 달라는 것에서 그 말이 나에겐 너무 고통스러웠다.

 

이 책을 보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철칙을 알 수 있다. 물론 그에 대해 누구는 긍정적 혹은 다른 누구는 부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알던 노무현은 정말 자신이 아닌 남을 사랑하던 사람이었다. 예전에 신문기사를 본적 있었다. 2003년 태풍 매미가 강타할 때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공연을 관람 중에 태풍이 온 것도 모르고 있다가 그것을 알고 사과한 적이 있었다.

 

당시 신문기사에 많은 질타가 쏟아졌으나,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였다. 그리고 2003년 12월 나는 군대에 입대하고 그 다음해 2004년 자대에 배치되고, 2005년 공사와 설계시공 등을 관리하는 부서로 배치 받았다. 그때 내 초임 업무는 공사와 설계, 대관협의 문서행정이었고, 또 하나의 업무는 하자보수였다. 건축물을 신축 시공하거나 혹은 노후시설물에 대해 대규모 보수를 하면 거기에 대한 하자가 생길 시에 재보수에 대한 업무를 관리·감독한 일이다.

 

거기서 나는 이런 말을 들었다. 이 매미공사 시에 재해 복구예산이 없었는데,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판공비를 내어 모두 재해복구비용에 투입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내가 있을 시절에 병영생활관을 개선하기 위해 신축하거나 영내·외에서 거주하는 장교 및 부사관을 위해 관사나 숙소가 한참 이루고 있을 시기였다. 당시 이 업무 때문에 야근과 잔업, 외근만 뛰어다닌 나는 무척이나 피곤했다.

 

하지만 그것은 곧 군인시절의 나와 내 주변의 군장병을 위한 그의 정책이었다는 사실을 전역 후에 알았다. 그리고 2009년 그의 죽음과 그가 펼친 진정한 가치관을 알았을 때 나는 그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함을 크게 슬퍼했다. 그래서 차라리 “진보의 미래”나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와 같이 정치, 사회, 경제, 외교 등에 대한 다양한 학문적인 가치를 넣은 도서를 읽으면 마음이 아프지 않으나 “봉하일기 그곳에 가면 노무현이 있다”라는 책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왜냐하면 그는 진정으로 인간을 사랑할 줄 아는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사람들은 그를 부정하고, 위선이라고 하겠지만 나는 이렇게 되묻고 싶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런 위선이라도 가지고 그렇게 할 수 있냐?”고 말만 하지 말고, 그것으로 “실천으로 행함으로서 진정한 선과 미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냐?”고 말이다. 그래서 마음이 아픈 것이다. 한 없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기도 하고, 한 없이 그립게 만들게 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절 그의 정치는 100% 잘했다고 할 수 없다. 모든 정치업무를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가 말한 집단이기주의 내지 기회주의는 대통령이 타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 주체인 시민이 해결하여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가진 정치적 이상과 이념들은 결코 무시하지 못할 가치관이다. 정말 잘 살아가는 것은 나만 잘 살기보다는 남과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미사어구는 정말 쉽다. 언제나 선거날이 다가오면 모든 정치인들이 내걸은 하나의 슬로건이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본적인 명제와 철학은 보이지 않는다. 뭐든지 결과만 좋고, 그 과정은 어떻게 되든지 관심 없는 수단만 추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수단으로 보지 말고, 인간은 하나의 목적으로 보고, 그 인간은 하나의 존재론적인 가치를 인정해야만 좋은 세상이 되어갈 수 있다.

 

그런 세상을 꿈꾸던 노무현은 꿈을 꿀 수 없이 영원한 자연의 세계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꿈은 그에게 머문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대통령을 가진 사람에게 다시 그 꿈을 꾸게 하였다. 물론 꿈은 좋은 꿈도 있지만, 무서운 악몽도 있다. 그러나 그런 꿈을 꾸게 해준 정치인 노무현보다는 그저 인간 노무현은 여전히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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