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2
정유정 지음 / 비룡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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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라는 소설의 제목과 표지 주인공들을 보았을 때 이 소설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담은 소설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것을 증명하는 듯 3명의 청소년과 노인 그리고 검은 개 한 마리는 코끼리 위에 앉아 뭔가 낯선 자신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입고 입는 의상도 모두 노란색 우의라는 점, 옆에 말없이 등을 보이며 앉아있는 노인이 어깨에 큰 가방과 지팡이를 가지고 있는 점으로 보아 분명 모험을 하고 있구나 하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제목의 스프링캠프, 스프링은 분명 봄이고 캠프는 야외에서 숙영하는 것을 말한다. 봄날의 야영이란 말은 제목 그 자체로 직역하면 자기가 어린 시절 봄날 어느 곳에 야영을 한 추억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내용은 아니었다. 그 배경은 봄날이 아니라 여름방학에 일어난 그것도 태풍이 오가는 기상악천후에서 일어난 하나의 거대한 사건이었다. 나는 이 소설을 보면서 먼저 작가의 약력을 자세히 보았다. 왜냐하면 소설을 읽기 전에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작가되는 사람 아니 정확히 정유정이란 사람에 대한 프로필을 보았다.

그것을 확인 후에 소설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의문이 드는 한 가지 작가는 분명 여성인데, 나라는 주인공 준호는 중학교 2학년 남자아이였다. 몹시 몸이 마르고 다소 내성적이며, 어느 날 산으로 간다고 말한 국어교사 아버지의 실종에 괴로워한 아이였다. 그런 그가 왜 그렇게 마음을 아프게 지내야 할까? 어머니는 4살 연하인 사진작가와 결혼하고 이미 결혼 당시에도 임신 중이었다.

준호는 아버지의 실종, 어머니의 재혼 속에 큰 실망과 낙담에 빠졌다. 특히 아버지의 부재는 그에게 정신적 이질감을 준 모양이다. 그에겐 친구가 없다. 있는 친구라곤 부모님이 식당을 운영하는 규환이란 녀석이다. 그의 아버지는 준호의 아버지와 형님아우하고 지낸 사이다. 그래서 규환이에 대해 준호는 마음을 터놓고 지냈다. 그래도 규환이가 준호에게 편할지 몰라도 규환이도 준호만큼 큰 아픔이 있었다.

때는 1986년 규환이가 15살 되던 해에 규환이의 형인 수환이는 당시 군사정권에서 민주화를 외쳤던 대학생이었다. 그래서 언제나 규환이네는 경찰의 감시가 붙고, 가게는 손님인지 형사인지 모를 사람들이 우글거렸다. 그런 규환이에게 수환이의 연락이 닿았다. 자기가 일본으로 밀입국한다고 말이다. 문제는 규환이나 승주네 트럭을 타고 몰래 가야하나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한다. 같은 학년 여학생 중에 정아라는 아이를 도와준 이유로 규환이는 정아의 아버지에게 크게 맞은 듯하다.

그런 사고로 인해 규환이가 형이 있는 곳에 가는 게 아니라 준호가 가게 되었다. 그런 두 사람의 가는 여정을 우연히도 개장수 딸 정아, 부잣집 아들 승주, 그리고 정신병원에 억지로 갇힌 노인 1명, 정아를 무섭게 공격하던 정아네 개 루스벨트 이렇게 뭔가 어색한 관계를 보인 4명과 1마리가 3년 같은 3일을 보내게 되었다.

3일의 모험 속에 트럭 속에 벌어진 사건, 승주와 준호의 갈등, 준호와 정아의 어색함과 풋풋하게 오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 잃어버린 아이에 대한 절망, 그리고 무인도에서 바라본 고개 한 마리, 이 모든 것은 분명 자신의 마을에서 소외되거나 혹은 내버려진 4명과 1마리의 자기를 다시 찾아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분명 준호는 아버지를 여의고 그 충격으로 우울증 증세에 빠졌고, 정아는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고 어머니가 아버지의 폭력에 의해 불구자가 되고, 승주는 어머니의 지나친 자식방어정신에 절에 가서 매일 이상한 땡중에게 침을 맞는다. 그것도 남자의 소중한 고환 인근에 말이다. 노인은 양녀 월규가 병이 들어 광주에 갔는데, 그 양녀는 치료는 고사하고, 길가에 노인을 기다리다 계엄군의 총에 맞아 죽는다.

그것이 1980년 5월 21일, 아마 광주 518민주화운동에서 벌어진 큰 비극들이 이 소설에는 하나의 큰 공간적, 시간적, 상황적 배경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상한 마음으로 다시 이 소설의 작가의 프로필을 보았다. 작가의 고향은 전남 함평, 게다가 소설에서 함평은 임자도를 가기 위한 어항이 있던 곳이다. 그녀의 출신년도는 1966년이었다. 그리고 1980년 광주에 일어난 비극이 터질 때 정유정의 나이는 15살이었다.

우연일까 아니면 설정일까? 작품 내에서 준호의 나이는 15살이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은 1980년 5월경이었다. 작가 정유정은 자기가 15살 소녀인 시절에 있었던 일들을 여기 작품세계에 투영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때의 아픈 기억과 두려움을 작품 내의 준호에게 첫사랑이란 추억으로 만든 것이다. 사실 이야기의 시작에 목적이 올라가 있다면 그 목적의 달성은 분명 결말에서 이루어지든 이루어지 못하든 등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작품 내의 인물들이 공간적, 시간적, 상황적인 요소에 따라 뭔가 작품 내에 담고 있는 숨은 주제가 보인다. 그것은 2가지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처럼 더운 여름 준호의 설렌 첫사랑의 이야기다. 물론 그 첫사랑은 준호만이 아니라 예쁘고 성격도 독하고 온 몸이 멍과 상처로 가득한 소녀 정아도 마찬가지다. 준호는 아버지에 대한 슬픔으로 가득할 때 정아와의 모험 속에서 정아를 난생 처음으로 여자로 보았다.

농장에서 정아의 얼굴을 보고 눈에 마주치자 키스하려고 했으나 승주의 눈치 없는 등장에 실패했고, 학교에서 잠을 청할 때 그의 꿈속에서 정아의 나체를 만지고 젖가슴을 애무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놀라 잠에서 일어날 때 그의 바지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올라왔다. 그는 정아 때문에 꿈속에서 성적욕망을 주체하지 못해 몽정을 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몹시 부끄러워 마음 속 깊이 우울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 나름대로 계속 이어지면 좋으려만, 모험이 끝난 후에 돌아오니 정아네 집은 정아의 아버지의 방화로 모두 불타고, 정아는 결국 다른 곳에 이사해버렸다.

준호에게 돌아온 것은 정아의 정성담긴 편지 1장, 그 편지 이후 정아와 20년 넘게 준호가 소설가가 되어 35살의 어른이 되어도 못 보았다. 서문과 결말을 보면 준호가 그 때의 추억을 떠오르면 이야기가 시작된다. 정아에 대한 그리움으로 말이다. 하지만 정아만을 그리워한 게 아닌 모양이다. 규환이의 형의 수환이, 그리고 월규를 잃어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삼청교육대로 갔다. 어떻게 본다면 이 소설은 그 당시의 아픔과 슬픔을 태풍이라는 시련 속에 바다에서 높게 뛰어오른 고래 1마리처럼 승화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애절하고 슬픈 기억을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라는 제목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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