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에서 기적으로 - 김태원 네버엔딩 스토리
김태원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평소에 TV를 잘 보지 않는다. 게다가 인기방송이나 유명인들에 대해 그렇게 관심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활에서 기타와 리더를 맡고 있던 김태원씨가 한참 신드롬이 되어 있었다. 김태원씨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국내 기타리스트 중에 한 명이다. 부활과 더불어 시나위, 블랙홀 등과 같이 전통락과 메탈을 좋아한 입장에선 그가 뮤지션보다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인물로 유명세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는 건 상당히 충격이었다.

그런 충격을 건네준 김태원씨가 책을 냈다. 우연에서 기적으로 말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처음 바라본 순간 눈이 김태원씨가 들고 있는 기타에 쏠렸다. 기타를 보니 분명 플로이드 로즈형 브릿지에 픽업이 험버킹-싱글-험버킹이란 것이고, 자판이 21프렛보다는 24프렛. 게다가 자판은 로즈우드가 되어 있어서 분명 메탈음악에 좋은 전자기타라는 생각부터 하였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내가 예전에 전자기타를 잠시 2개월간 배우다가 그 뒤에 홀로 독학했는데, 처음 기타를 잡게 된 동기가 바로 김태원씨가 부활에서 기타를 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정선 기타교본을 구매하거나 빌려서 부활3집에 수록된 사랑할수록을 치기 위해 기타를 만진 것이다. 예전에는 반주와 곡 첫 부분과 중간 기타 애드립을 다 쳤는데, 요새 일하고 책보고 공부한다고 얼마나 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나에게 처음 기타라는 것과 메탈이란 것을 알게 된 계기는 바로 김태원씨와 부활이었다. 나는 이 김태원씨의 우연에서 기적으로라는 책표지에서 왜 김태원씨가 들고 있는 기타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런 이유다. 사실 책을 읽어보면서 fender라는 유명한 기타메이커가 기억나는데, 사실 김태원씨가 부활1집 앨범표지에서 기타를 들고 있을 때 나는 아마 김태원씨가 연주하고 있던 기타바디 위와 뒤면에 붉은색으로 도장된 기타가 아마 펜더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젊은 시절 락키드로 동경의 대상인 그런 김태원씨가 지금 유명한 연예인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내겐 상당한 충격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그는 내가 존경하던 기타리스트이며 뮤지션이었다. 단지 아쉬운 것은 그는 계속 12집을 내고 13집을 내고 있어도 나에겐 부활은 9집까지 멈추어 버렸다. 아마 나는 단순히 음악이라는 이름에 집착하여 김태원씨를 받아들이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인지 그 오래 예전의 김태원씨와 지금의 김태원씨의 이야기가 실린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금의 그가 예전의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나에게 전해준다. 단지 아주 오래 전의 그는 질풍노도의 청춘을 보냈고, 질풍노도의 시기가 끝나고는 좌절과 슬픔이 남았고, 그 뒤에 남은 것은 모든 것을 좀 더 새롭게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남았다. 왜냐하면 그는 너무 열정적으로 인생을 달려왔기 때문이다.

지나간 청춘에서 그는 너무 솔직하였으며, 때로는 너무 허세가 강했다. 자신이 매우 좋아하던 첫사랑 그녀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그녀가 떠나 모든 것을 잃었다. 그래서인지 김태원씨에게 인생의 구원자로 나타난 이현주씨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과연 어떤 기분일까 싶었다. 부활3집 앨범에서 그가 남긴 thanks에서 많은 이름이 나온다. 그 마지막에서 자신의 아내인 이현주씨를 사랑한다고 적었다.

게다가 이현주씨와 만난 날과 이현주씨를 마음 아프게 한 날과 그리고 이현주씨가 김태원씨가 부활앨범을 제작할 때 곡의 모티브가 되고, 스튜디오에서 보컬링을 녹음하고 말이다. 너무 많은 바람과 상처를 받은 김태원씨가 오늘 날에는 큰 인물이 되어 있었다. 그의 책을 읽으면 그는 원래 큰 인물이 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나온 시간에서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에게 상처가 되어 돌아왔다. 김태원씨가 크게 된 것은 자신이 크게 되려고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작은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진솔하게 넣었기 때문이다. 그가 가장 슬프고, 화가 나고, 우울하고, 마약에 손댈 정도로 타락했을 때까지 말이다. 이 책에서 마약중독자보고 시인이라고 했다. 모든 것을 초월하여 더 이상의 순수를 찾지 않을 정도로 맑은 영혼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영혼의 세계에 접근한 김태원씨는 절망에 빠졌다. 성격이 워낙 예민하고 열정적인 그의 성향이 결국 그를 힘들게 했다. 단지 어둠과 절망 속에 감옥살이를 하고, 그런 그를 위해 그의 아내는 매일 찾아왔으며, 하루 면회가 1회만 허용되어 3시간동안 밖에 기다리며 울다 지쳐 귀가한 그녀의 모습에서 김태원씨는 얼마나 더 깊은 상처를 받았을까? 아마 이 모든 슬픔과 그리고 그 슬픔 뒤에 오는 기쁨, 또 다시 오는 시련과 고통들이 김태원에게 우연같이 다가와 그것을 기적처럼 바꾸었을 것이다.

나는 김태원씨를 보면 일본애니메이션 중에서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생각난다. 그 작품의 주인공 신지는 밖과 소통하기를 무서워하며 두려워한다. 게다가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사회에 대한 낯선 느낌을 그를 더욱 절망으로 몰고 갔다. 그런데 그런 주인공 신지에게 카지라는 남자어른이 와서 조언을 해준다.

카지 “뭔가를 만들고 기른다는 건 좋은 일이지, 그러면서 많은 걸 보고 배우거든, 즐겁기도 하고”, 신지 “괴롭기도 하지요.”, 카지 “괴로운 것은 싫어?”, 신지 “좋아하진 않아요.” 카지  “즐거운 것들을 찾아내었니?”, 신지 “.....”, 카지 “그것도 뭐 괜찮아! 하지만, 괴로운 일을 많이 겪은 사람들이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 상냥해질 수 있는 것이지. 그게 나약함과의 차이이기도 하지.”

김태원씨와 그리고 우연에서 기적으로라는 책을 볼 때마다 저 대사가 생각난다. 이전에 김태원씨가 음악방송 프로그램에서 조언을 해주는 모습에 대해 뉴스로 보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응시자에 대해 차가운 말을 내뱉는 대신 그는 따뜻한 말로 위로해주었다. 그러나 김태원씨가 상냥하게 남을 대할 수 있을 경지에 이르기까지 그는 남에게 상처를 주고받은 것이다. 많고 많은 사건들 그리고 기쁨과 슬픔, 결국 기적은 기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기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책을 보면서 항상 부활에서 생각나던 사람이 있다. 겨우 단 2곡만 제대로 부르고 세상을 등진 김재기씨, 그의 죽음을 추모하여 만든 곡 8.11, 그리고 김태원씨가 김재기씨의 죽음 듣고 “아! 재기가 바람으로 떠났다”가 생각났다. 김재기씨의 죽음은 김태원에게 절망과 부활3집 사랑할수록의 폭발적인 인기를 주었다. 그래서인지 김재기씨가 부른 테이프 B면 1번째 곡 사랑할수록와 그리고 A면 1번째 곡 소나기가 너무 떠오른다. 시작하듯이 끝이나버린, 정말 김재기씨의 죽음은 시작하는듯 끝이 났다. 그래서인지 김태원씨는 과거를 후회하지 말자고 한다. 시작하는 듯 끝이 나버렸다고 그냥 그 자리에 머물리기 보다는 그것을 안고 가는 것처럼 말이다.

ps 부활5집 멤버에게 받은 싸인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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