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만화사 : 1945~2009
박인하.김낙호 지음 / 두보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만화비평의 선구자들이란 도서에서  한국 문학비평가의 대가인 故 김현 선생님이 남긴 명언이 있다. 그것은 “만화는 대중문화가 아니라 대중들의 의한 문화이다”는 것이다. 과연 만화라는 것은 김현 선생님의 말씀대로 진실로 대중들과 가까이 있으며 그들과 같이 살아가는 하나의 살아있는 문화 현장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대중들과 함께 살아온 이 만화라는 것은 그렇게 우리에게 멀게 혹은 다른 세상에 있는 것이다. 단지 그것을 제대로 재조명 받지 못한 채 우리의 인식 속에서 외롭게 살아가야 하는 입장에 처해진 것이다.

만화라는 것은 사실 그 누구도 접하기도 쉬우면서도 이해하기 쉽지만 한편으로 그런 접근의 용이성으로 대중들로부터 소외를 받기도 하였다. 그런 우리 대중문화자산 중의 하나인 만화가 어떻게 오늘날에 이르러 이런 대접을 받았는지 그동안 만화라는 것은 어떻게 숨쉬어 있었는지 소개하는 책이 있다.

그 책은 바로 <한국현대만화사 1945~2009>이다. 1945년이란 뜻은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우리 민족의 의미하는 바이고 2009는 2009년까지 한국만화계를 다시 재조명하는 기간 마지막 부분에 해당한다. 결국 이 책은 한국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일어난 만화의 역사를 다시 찾아가는 하나의 만화계보학적인 책이다.

우리가 혹은 부모님이 앞으로 태어날 후손들에게 이 만화라는 것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살아왔으며, 오늘날까지 이어진 흐름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과연 우리는 만화에 대해 어떻게 여기고 받아들이는가? 
 

한편의 역사연구도서처럼 시대와 그리고 상황에 따라 정리된 이 책을 본다면 우리도 차마 알지 못했던 만화에 관한 이야기와 그리고 그 만화 속에 담겨진 우리나라 민족의 역사, 수난, 아픔, 그리고 희망 등을 알아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전쟁으로 얼룩진 이 피난촌에서 많은 고아와 이재민이 발생하였다.

나이가 어린 고아들에게 그들의 마음에 위안될 만한 것들이 없었다. 그것이 바로 만화가 우리 대중들에게 사랑받았던 하나의 문화적 재산이었다. 추후 전쟁이 끝나고 나라가 다시 재건되어도 아이들에게 여전히 여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만화로 통해 꿈도 키우고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만화란 당시 어린 아이들, 지금의 아버지 내지 할아버지들에게는 인생의 즐거움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 만화는 무엇인가? 그저 공부를 방해하고 아이들에게 나쁜 것만 보여주는 불온서적으로 취급당하지 않은가? 게다가 한국 만화계는 이미 지칠 만큼 지치고, 그 자리에 일본 만화책이 대신한다. 이런 역사적인 흐름에 만화는 왜 이리 소외를 받아야 했는가?

그런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는 아주 자세하게 소생히 다루고 있다. 만화탄압으로 대중들의 자유로운 문화향유를 방해한 군사독재정권, 그런 정권 속에 맞추어야 했던 이데올로기적인 가치관, 그런 암흑의 시대에 일부 독점권을 소유한 협회와 회사, 작가의 창의력 부족으로 일본 만화책 표절과 영입, 그리고 각종 국내 단체들의 억압 등등이 말이다.

그야말로 한국의 대중만화 역사는 어둠과 슬픔, 그리고 억압된 환경 아래 울부짖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대사회에 와서는 이른바 문화콘텐츠라는 문화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문화의 기본에서 대중들이 쉽게 접근하여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런 공간에서 만화라는 매체는 다양한 장르와 창의적인 이야기로 통해 대중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만화산업이나 문화는 여전히 열악하고, 그런 환경 속에서 다시 재건되기가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그런 만화문화의 저조함은 우리나라의 문화경쟁력에서 크나큰 손실이 아닌가? 최근 예전에 소년챔프에서 연재하였던 “프리스트”가 미국 영화로 다시 재각본되어 상영된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좋은 소재가 있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및 애니메이션화되어 대중들에게 선보이지 못했다. 이 얼마나 아깝고 슬픈 일인가? 얼마 전에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방영한 임당열씨의 흑신(黑神)과 프리징 역시 한국에서 제작되지 못한 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게다가 이 만화는 애초부터 배경과 인물을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인으로 설정했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만화계의 슬픈 초상인 것이다. 작가들마저 국내 만화시장으로 생존할 수 없음에 따라 일본 만화애니메이션 시장을 겨냥할 수밖에 없던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우리 만화산업은 병이 들어 시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시름하는 역사적인 흐름을 이 책에서 보이고, 앞으로 우리가 새롭게 나가야 비전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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