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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에반게리온 :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극장판
안노 히데아키 감독 / 엔터라인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end of eva를 감상하다보면 양산형 에바가 아스카의 2호기를 제압하고 난 뒤에 초호기를 다시 제압하려고 한다. 이때 2호기를 제압하던 장면에서 아스가는 자신이 가진 AT필드의 의미를 깨닫고 저항하지만 무참하게 제례의 에바들에게 먹히고 만다. 자신이 신지에게 졌다는 사실과 자신이 어두운 과거로부터 도망칠 수 없어 어둠에 갇힌 아스카가 비로소 자신의 모순을 이겨내어 세상을 향해 나가려고 했으나, 그런 간절한 마음은 어디에 가고 없는지 무참히 밟혀 버린다.
신지가 초호기를 타고 무기력하게 있는데, 양산형 에바가 신지의 초호기를 이용하여 인류보완계획을 실시하게 된다. 이때 제례의 노인들은 에바 초호기의 자아를 파괴하여 세상을 모두 무로 돌아가야한다고 이야기 한다. 에바와 사도가 사투를 펼칠 때 언제나 사도는 AT필드를 전개한다. 그리고 에바는 사도의 AT필드를 무효화하기 위해 자기 자신의 AT필드를 전개하여 사도를 파괴시킨다. AT필드 절대로 타인이 간섭하지 못하는 절대적인 자신만의 마음영역,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 인류보완계획으로 통해 안티AT필드를 전개시킨다.
그러나 이 안티AT필드라는 것이 정말 나는 무섭기 시작했다. 어린 청소년의 자아를 부서가면서 모두 하나로 되어야 한다는 의식구조는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인간이 아닌 인형으로 만드는 것이다. 에반게리온에서는 언제나 인형이란 단어가 나온다. 인형같은 얼굴과 몸짓, 마음을 가진 레이나 자신은 인형이 되기 싫으나 어머니의 인형이 되버린 아스카를 보면서 우리 어린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은 항상 인형이 되어달라는 현실을 보게된다. 인형이 되어 공부만 잘해라 인형이 되어 이것만 해라. 예초에 에반게리온 TV판 1화에서 이카리 겐도는 자신의 아들에게 에바에 그냥 타라고 한다.
아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른들의 입장과 수단에 의해 아이들을 사지로 내몬다. 그 사지는 겉으로 신체적인 죽음이지만, 현실은 정신적, 심리적, 인격적인 죽음으로 연결된다. 비양심적인 청소년들, 의식 결핍적인 청소년들, 이기적인 청소년들을 보면 그런 청소년들을 보고 현대사회에서는 청소년범죄와 교육문제를 가지고 떠들어 댄다. 그러나 그런 문제를 만들어 놓은 것은 누구인가? 겉으로는 아이고 문제가 심각합니다 하면서 뒤에서나 혹은 다시 그렇게 청소년들을 사지로 몰고가는 배후의 그림자들은 누구인가? 이런 것을 생각할 때마다 왠지 모르게 나는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기분과 가슴 한편에서 내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
어른들은 겉으로는 아이를 위해서입니다. 내 아이가 최고입니다. 내 아이만큼은 아닙니다라고 하지만 그 말 뒤를 생각해보면 자신의 체면이나 과시욕으로 가득찬 위선덩어리다. 위선을 정의의 가면처럼 둘러싼 그들에게 아이들에게 좋은 미래를 바라는가? end of eva에서 신지라는 아이의 자아를 파괴해서 얻고자 하는 어른들은 과연 무엇인가? 자신들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 뒤에는 그 미래를 만들어가는 청소년을 억압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은가?
눈만 뜨면 바뀌는 교육정책, 하루가 멀다하고 그런 어른들의 장난같지도 않은 놀이에 놀아나는 청소년과 그들의 부모들, 그러면서 인성과 개성을 존중한다고 이야기를 내뱉는 그들의 검은 혓바닥에서 우리의 청소년들은 희생되어가기 시작한다. 언제가 그런 교육과 사회적에 길들어버린 아이들은 또 어른이 되겠지? 다시 그들은 그들이 진정 원하는 교육이 아닌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일그러진 가치를 또 다시 밑에 청소년들에게 마치 자기가 위대한 교육철학가인양 외치면서 선물을 할 것이다.
그러면 또 다시 end of eva 같은 세상이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인류보완계획은 과연 누가 하고 있는가? 애니메이션에서 하고있는 제례? 아니면 그것을 이용하려는 이카리겐도? 이것만 생각하면 에반게리온은 그냥 애니메이션 봤다로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인류보완계획은 애니메이션 세계만 아닌 현실에서도 계속 일어난다. 그건 이 일그러지고 이기적인 사회가 만들어낸 현실속의 가상이다. 현실에서 일어나면 안되는 것들이 어느 개인, 단체, 집단, 대다수 사회 구성원 등의 암묵적인 관념 아래 만들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