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하니 - 전4권 - 바다어린이만화
이진주 글 그림 / 바다출판사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달려라 하니는 참으로 이상한 작품으로 생각된다. 내가 이 달려라 하니를 처음 본 기억은 국민학교 시절 즉 지금으로 따지자면 초등학교 시절이다. tv에서 방영되던 달려라 하니는 어린시절에 내가 보기로는 가엾고 불쌍한 하니가 자신의 고통을 이겨내어 행복을 찾아가는 아이로 나온다.

왜냐하면 하니는 극중에서 친어머니를 여의고 게다가 친아버지는 새엄마와 결합한 점에서 강한 비극적인 모티브를 낳게 된다. 그것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찬 하니라는 소녀의 슬픈 분노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어른이 된 시점에 다가와서 달려라 하니를 본다면 가족관계에 대한 사랑과 증오라는 이면이 숨겨진 작품인듯 하다. 우선 그리스신화에서 등장하는 유명한 일화로 아가멤논왕과 그의 딸인 엘렉트라에 대한 이야기다.

아가멤논왕은 어느 모험에서 자신에게 닥친 재난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딸을 희생을 삼아버리고, 딸이 희생됨에 따라 아가멤논왕의 아내는 그녀의 정부와 결합하여 아가멤논왕을 죽인다. 그리고 아가멤논왕의 아들이 멀리 피신한 후에 딸인 엘렉트라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와 어머니의 정부를 원망하고 복수하길 바란다.

이때 엘렉트라는 자신의 나라에 몰래 들어온 남동생 오레스테스와 결탁하여 자신의 어머니와 그녀의 정부를 죽여버린다. 이런 엘렉트라에 대한 그리스신화를 두고 이른바 엘렉트라 컴플렉스라는 정신분석학적인 용어가 생겼다.

이런 엘렉트라 컴플렉스적인 요소로 본다면 하니는 자신의 아버지를 사랑했다는 점과 자신이 좋아하는 친어머니가 돌아가신 점에서 작가의 엘렉트라 컴플렉스 요소가 다소 보인다. 그리고 카니발에서 아버지의 권위를 노린 아들들이 아버지를 죽여 그 권위를 가져가나 차후에 아버지를 죽인 양심적 가책에 따라 자신이 예전에 있었던 아버지를 사랑했다는 것을 알며 제사를 지낸다.

물론 이것은 남성중심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시점이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의 반대되는 엘렉트라 컴플렉스로 보자면 딸이 어머니를 미워하여 죽이고 싶은 점에서는 상호작용을 하는 셈이다. 하니닌 직접 어머니가 죽이거나 죽기를 바라지는 않으나 작중에서 죽었기 때문에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느끼고, 이제 어머니가 없어 아버지의 사랑을 바랬으나, 아무 예고도 없이 새엄마가 등장한다.

새엄마의 등장은 하니에게 크나큰 충격이고 하니는 새엄마를 거부하고 따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살부와 살모를 원하는 무의식적인 면은 반드시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오이디푸스 가부장제에서 아들은 아버지를 죽이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으나 그 아버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버지를 죽이지 않고 어머니와 닮은 여자를 찾아 결혼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하니는 그런 남자를 어디서 찾아 내었을까? 그것은 바로 같은 육상부에 가입된 창수라는 소년이다. 창수는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하니를 위해 아낌없는 마음을 주는 착한 소년이다. 하니는 그런 아버지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을 창수에게 받음으로서 최후에 아버지와 새엄마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물론 창수라는 소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인물이 있다. 그것은 바로 홍두께 선생이다. 홍두께 선생(성우를 맡으신 故 장정진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은 하니의 아버지를 대신하여 하니를 직접 돌보는 모습이 나오고, 작중에서 하니는 무의식적으로 홍두께에게 아버지라고 외쳐준다. 그러나 이런 하니의 무의식적인 욕구는 계속 유지될 수 없었다.

홍두께 선생은 자신의 시골집에서 선보라 올라온 고은애와 결혼하였기 때문이다. 홍두께의 결혼은 하니에게 하니의 친아버지보다 더 친아버지같은 존재가 없어지는 순간이다. 그래서 나는 하니가 창수와 친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달려라 하니는 어느 불우한 가정사를 안고 살아가는 육상부 소녀만의 이야기라고 볼 수는 없다. 그 속에는 기존 한국만화에서 소년이 비중을 차지한데 비해 이제는 소녀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안에 내포된 인간의 무의식적인 욕구는 왜 이제서야 다시 보여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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