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화와 스토리텔링
김의숙 지음 / 북스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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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흔히 신화, 전설, 민담이라고 하면 주로 이렇게 말할 것이다. 미신(迷信)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막상 생각해본다면 우리는 이 미신으로 취급하여 저급한 것으로 보는 이 신화, 전설, 민담 즉 설화 들이 아직도 우리 생활 구석구석 많이 차지하고 있는 줄을 모른다.

우리가 우리의 선조의 느낌을 알기 위해 찾아가는 박물관이나 아니면 자신이 불교문화에 관심이 많으면 절간이나 아니면 명승지나 고향 제삿집에 가는 길도 다 이런 설화가 깃들여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생일을 맞이하면 이런 말을 한다. "너 아침에 미역국이나 먹었냐고?" 이 미역국의 원천이 무엇일까? 

그것은 산신할머니본풀이 즉 산신할머니가 탄생하고 이 세상에 무엇을 하는 그 이야기를 신화에 고스란히 녹은 것이다. 한국의 선조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반드시 미역국을 먹였는데, 그건 미역국에 요오드 성분이 많아 항체능력을 키우고, 또한 산모에게 부족한 각종 영양분 및 무기물을 보충하기 위해서이다.

비과학적으로 보이는 우리 산모관리문화에서 미역국을 먹고 집앞에 고추달린 벼의 새끼가 꼬여 있는 것은 사실 알고 보면 상당히 합리적이다. 부족한 영향을 흡수하고 문 앞에서 벼의 쌔끼를 놓는 이유도 "이 집에는 임신한 여자와 아기가 있으니 출입에 신중을 기하시오"라는 의미였다. 그것이 하나의 문화풍속이 되어 삼신할매와 같은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이야기는 상당히 상상력이 풍부하고 정겨운 신화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것을 미신이라 하고 남의 나라의 문화와 종교는 진리로 받아들여 무비판적인 수용을 곧 우리 민족의 자아의식을 파괴한다. 물론 남의 사상과 종교가 좋으면 받아들여 그것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우리 생활에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무분별한 가치관 수용은 우리 사회의 혼돈을 야기한다. 솔직히 우리나라의 신화에 깃든 이야기를 해석하자면 그렇게 타인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다. 오히려 나도 소중하듯이 남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 정겹게 살아가기를 원하는 것이 우리나라 신화와 그 속에 반영된 무속신앙이다.

그런 한국 신화가 잘 반영된 곳에는 주민 공동체나 이웃에 대한 왕래가 아주 많았다. 하지만 점차 도시화가 되어 우리 이야기는 어느덧 미신이 되어 사라지려 하고, 사람들은 우리보단 나만 이라는 개인주의적으로 변해간다. 내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옆에 누가 아픈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다.

우리는 점차 공감대를 형성하기 보다는 개인의 욕심만 추구한다. 인간이 자신의 욕심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을 위한 투자가 결국 자신의 발전이 되고, 어떻게 본다면 사회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근원과 정체성에 대해서는 그렇게 발전적이지 못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를 알아간다는 것은 우리의 가치관과 의미를 다시 되돌아 보는 것과 같다. 세상에는 부모없는 자식은 없다. 그것은 육체적이고 물리적인 세계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심리적인 세계도 더욱 심각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신화와 스토리텔링은 한국 신화를 다각적으로 바라보고 우리 신화의 이야기를 제시하여 우리에게 다양한 상상력을 주는 신화를 토대로 문화콘텐츠라는 새로운 힘을 부여한다.

우리가 우리를 알아감에 따라 이야기를 소비하고 그리고 그 소비하는 이야기 속에 다양한 상품적인 가치로 통해 대중적인 면을 살려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일깨우는 것이 참 중요하다. 이책에서 매우 중요한 문장이 1가지 나온다.

"우리의 원석을 연마한 스토리를 문학으로 연극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만화로 영화로 뮤지컬로 그리고 게임으로 드러냄은 우리의 잠재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길이고,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방도이며, 나아가 문화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라고 되어있다. 실제 그리스로만 신화는 다양한 소재로 문학, 연극, 애니메이션, 만화, 영화, 뮤지컬, 게임 등으로 만들어져 있다. 신화는 인간의 서사 중에 1번째 이야기다. 신화라는 것은 인간의 근원을 나타내어 주는 하나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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