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의 역사
매릴린 옐롬 지음, 윤길순 옮김 / 자작나무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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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전에 우연히 명지대학교에서 여가생활을 가르치는 김정운 교수님이 저술한 일본열광이라 도서를 보았다. 김정운 교수는 심리학과를 전공하여 문화심리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교수님이다. 교수님이 저술한 일본열광이라는 도서는 김정운 교수가 일본에 직접 여행하면서 그동안 문화심리학자 관점에서 다루어진 일본을 에세이식으로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게한 도서이다.
물론 어느정도 쉽게 저술했다고 정말 쉬운 것만은 아니다. 단지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다른 민족과 국가 그리고 거기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우리가 얼마나 심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박혀있는가이다. 그런 일본과 한국의 미묘한 관계를 다룬 서적에서 우연히 재미있는 도서 이름을 발견하였다. 

그 도서의 이름은 유방의 역사이다. 유방이라면 당연히 여성의 가슴에 달린 신체조직으로 본래의 신체적구조에서 어린아이에게 모유를 전달하여 영양분을 전달해주는 생명의 샘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자면 어린아이에게 달콤한 젖을 주는 생명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다른 쪽으로 본다면 남성이 언제나 바라던 성적판타지의 대상이다. 이 서적을 지은 저자는 미국 저명한 페미니스트 인문학자로서 여성의 유방을 단순히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적인 틀에서 제시하기 보다는 정말 철학적이면서 생물학적이면서 심리학적이면서 인문학적인 요소로 바라보았다. 물론 이 책을 읽은 본인은 남자다. 남자는 누구에게 그렇듯이 언제나 로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로망은 자신과 평생 함께할 배우자 내지 혹은 현재 필요한 애인이 자신의 원하는 이상적인 몸매와 외모를 가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남자로 태어난 나도 그런 성적판타지를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그게 개인적인 바램에서 어느덧 현실에서는 하나의 암묵적인 공통상식이 되어버렸다. 특히 비서구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본인으로서 서구사회관념의 유입은 진보적인 사회를 만들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 어긋난 세상을 만들었다. 우리가 매일처럼 보는 텔레비젼을 보면 그런 문제점을 어김없이 발견된다. 텔레비젼에 나오는 여성을 보면 항상 아이돌스타가 기준이 된다. 큰키, 날씬한 허리와 다리, 풍만한 가슴 물론 나도 처음에 이런 여성이 이상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조금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물론 너무 뚱뚱하거나 마른 것도 싫다. 그런 점에서는 보통 남자들도 거부하겠지만 보통 여자들도 남자들이 너무 뚱뚱하거나 마른 것을 싫어할 것이다.

단지 그런 아이돌스타의 몸매만 보는게 아니라 인간의 신체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구분짓는냐에 따라 불평등이 생긴다. 이 책에서는 분명 여성의 가슴은 아이들과 어머니의 육체적 정신적 교감이 일어나게 하는 신성한 생명의 원천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은 여성의 가슴을 어머니의 가슴을 만들기 보다는 오히려 가슴을 감추고 닫음으로서 남성의 성적욕구를 반영하기 위한 구속구라는 것이다. 물론 마빈 해리스의 작은인간을 보면 어느 국가의 여성하층민들은 가슴을 노출하는 것으로 통제력이 생긴다. 가슴이 열고 닫고가 어느 나라와 민족에서는 각각 다른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단지 문제는 그 열고 닫는 의지가 단순히 그 사람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어느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이다.

약간 생뚱맞지만 예전에 화씨911이란 영화를 보았다. 거기서 미국이란 사회가 911테러 이후 항공기 테러검색이 강화가 되었는데, 이상하게 아이에게 줄 모유를 반입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보면 미국 사회는 어머니의 모유보단 대기업에서 만든 우유를 아이에게 주기를 원한다. 어떤 미국 지역의 공공장소에서는 어머니가 아이에게 젖을 주는 것이 불법이라고 한다. 어머니가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에게 모유를 주는 것이 불법이고 그런 장소조차도 구비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본다면 이건 인간 고유의 자유를 빼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이 책에서는 어머니와 아이의 자유성 이외에도 다른 소외된 존재에 대하여 언급한다. 본래 페미니즘은 여성계급 해방도 있지만, 여성의 해방은 곧 남성의 해방도 포함된다. 또한 성차별 극복에 따라 인종, 민족, 국가, 어린이. 노인, 장애인, 게이, 레즈비언까지 해당된다. 진정한 페미니즘이란 남녀노소 골고루 잘사는 것이지 남성의 귄위만 되찾는 것이 바르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 한국에 살아가는 남자의 입장에서 사회생활을 해본다면 여성들은 과연 자기 자신이 주체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권위와 혜택은 자기에게 책임과 역할은 여전히 남자가 떠맡아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신도 여성임에 불구하고 자신보다 불리한 여성을 깔보는 사람도 많다. 그것은 남녀노소 구분없이 사회에서 빈번한 일이다.

남자의 입장에서 아름다운 여성과 혹은 매혹적인 몸매를 가진 여성을 봐서 거기에 눈을 전혀 돌리지 않는다는 것은 순전히 가식이다. 그러나 세상에 그런 여성들은 흔하지가 않은데도 텔레비젼에서는 언제나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성들이 나온다. 물론 그런 여성이 나온만큼 남성도 등장한다. 미디어라는 매체가 사람들로 하여금 환상이 실제 자신에게 다가가게 하는 하이퍼리얼리티 세계를 영상미디어로 구축한다. 문제는 이런 구축된 사회적 인식이 모든 사람들이 바라지만 그 바라는 사람은 자신이 그렇지가 못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인간의 인식은 서로에게 혹은 자신에게 크나큰 상처로 이어질 수 있다. 아래 사진은 유방암선고받고 자신의 가슴 한쪽을 도려낸 다나 메츠거라는 여성이다. 남성의 상징이 남근이라면 여성의 상징은 가슴이라고 하니 한쪽 가슴을 팠다는 것은 아마 그녀에게 크나큰 상처이고 시련일 것이다. 그런 어긋난 사회통념에서도 그녀는 삶의 의지와 정열이 담겨있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처음부터 쉽게 세상에 살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라는 사람도 기존에 가진 고정관념이나 위선을 탈피하기 어렵겠지만 이런 서적을 통해 조금씩 생각하면서 고쳐가는 게 중요한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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