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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프레 - 분장 속의 아이들
이종헌 글.사진 / 지성사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한국에서 코스프레 문화는 대략 15년 정도 되어 가는듯 하다. 그 시초가 A.C.A 라는 전구 아마추어 만화 동아리 연합이로부터다. 특히 1990년대 하이텔, 나우누리, 천리안 같은 초기 모뎀형 인터넷 문화가 보급되면서 처음에 안노 히데아키의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 그리고 오오토모 카츠히로의 아키라와 같이 이른바 사이버펑크 장르의 저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통해 한국 만화 애니메이션 향유자 문화가 발달되었다.
그런 만화애니메이션 문화 중에서 발달되면서 같이 흘러온 것이 코스프레이다. 한국 코스프레문화를 살펴보면 만화애니메이션 동아리나 동호회에 안에서 같이 지내다가 최근 5~6년 사이에 만화애니메이션 문화와 별도로 분리되어 독자적인 문화형성에 이르게 되었다.
물론 코스프레라는 대상 캐릭터가 현실이 아닌 가상이라는 이미지로 통해 받아지므로 가상적인 존재가 강한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현실부재의 인물들이 주로 그 코스프레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코스프레가 조금씩 발달되면서 현실부재의 만화애니메이션 캐릭터뿐만 아니라 파싱실재인 영화, 드라마, 가수, 정치인들까지 같이 코스프레 대상으로 올라갔다. 물론 단순히 코스프레라는 누구를 따라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일본인들이 테러리스트에게 강압적으로 납치된 적이 있을 때 당시 테러리스트들이 일본인에게 칼을 겨누고 협박하는 장면을 일본으로 유출시켰다.
이때 테러리스트들의 행위를 보았던 일본 시민단체는 자발적인 코스튬을 입고 정부기관에서 항의했다. 그러면 코스프레가 단지 누구를 따라하기만 해서 코스프레라고 말하기는 사실 어렵다. 어째거나 그렇게 코스프레는 일반 대중문화나 사회와 별개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일반 대중문화와 사회와 아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단지 사람들은 그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코스프레라는 것은 현실에 존재된 인물을 복제된 영상으로 접해 따라하는 것보다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창조된 인물을 따라하는 것이 많으므로 여기에 대해 사람들은 하이퍼리얼리티 즉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조차 못하는 극현실로 인해 과연 비현실의 존재감을 상실한 채 잣대를 들이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코스프레라는 것이 가상의 존재를 따라하는 것에서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가상의 세계를 따라하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보여주고 어떻게 표현하는지 대해 조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코스프레-분장 속의 아이들을 그런 코스프레 세계에 있는 사람들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조금 추천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 중에서 일부 극히 한정된 코스프레만 소개되고 있지만, 그 소개한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일반 사람들에게 그렇게 위화감을 줄만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간단한 코스프레이어 프로필과 그 코스프레이어에 대한 이미지, 그리고 그 코스프레에 대한 저자의 평들은 쉽게 이해하기는 좋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이 서적을 그렇게까지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는 않는다. 이 서적의 한계는 대중문화로 인해 소외되는 대중들이 선도하는 코스프레 문화를 올바르게 적어내리지 못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코스프레는 복장이 기성화된 상품이 아니므로 대부분 자신이 직접 만들거나 혹은 수주샵에 맡기는 게 대부분이다. 물론 최근 대량생산 대량판매 경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옷이 그렇게 많이 나와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코스프레는 획일화 관료화 통일화만 강조하는 기존 사회에 대한 반발로 보여줄 수 있다. 인간이 획일화에 의해 조화성만 추구하면 모든 같은 생각만 하고 같은 것만 보게 되어 결국 수동적인 존재로 변해버린다. 그런 점에서 코스프레는 그런 수동적인 문화산업에 익숙해진 대중들에게 새로운 가치관과 대중중심문화를 만들게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는 그런 면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다. 물론 이 서적 다음에 다른 시리즈에서 다른 코스프레이어들을 다루어 주었다면 좋겠으나 단지 여기서 머문 것으로 인해 좋은 평을 나는 줄 수 있다. 그 이유는 코스프레가 잘 어울리는 것이 그 코스프레이어가 어떤 노력과 성과에 의해 보여지기 보다는 단지 이쁜 여자가 많이 나왔다는 생각을 버리기 어렵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외모도 출중하며 의상제작과 분장능력도 뛰어날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여성보다 외모가 다 기본적으로 우월한 사람들만 나왔다는 점이 아쉽다는 것이다. 만약 이 책이 다음 편이 나와 다양한 코스프레이어를 소개했더라면 조금 다른 면으로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최근 코스프레 문화의 문제점으로 외모지상주의라는 것이 등장한다. 물론 전부 그렇지는 않으나 이런 외모지상주의에서 빚어지는 문제는 코스프레 문화만 아니라 기존 국내 사회에서도 문제가 되버린 것이다.
물론 나도 남성이기 때문에 내 눈 앞에 외모가 출중하고 몸매가 좋은 여성이 있다면 당연히 남성이라는 무의식적인 면에 의해 상당히 만족할 것이다. 애초부터 그런 무의식적인 면으로 인해 좋다고 여기는 것을 비난하는 것은 나쁠 수가 없다. 단지 그런 사람들에게 시선만 가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모든 사람이 완벽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주목을 받을 수 없다는 박탈감을 안겨주는 것은 바르지 않다. 하지만 외모가 출중한 사람이 있다면 스포트라이트로 통해 좋은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거기에 치중하게 되버리면 코스프레의 본질적인 문화정신은 아마 변질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