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외인구단 애장판 1~5 박스 세트 1 - 전5권 공포의 외인구단 애장판 세트
이현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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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 화백님은 현재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님으로 재직 중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가 한국 만화역사에서 남긴 흔적과 공헌을 생각한다면 엄청난 분이며, 한국 만화애니메이션 문화를 향유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그 분은 내가 어린 시절에 가장 좋아했던 작가였다.
바로 이현세 화백님이 만들어낸 많고 많은 작품이 있지만, 나는 이현세 화백님의 이름 3자가 나오면 딱 이 만화를 추천한다. 바로 공포의 외인구단이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당시 1980년대 한국에서 3s 정책(sex, sports, screen)이 나올 적에 국내에서는 한참 프로야구가 인기몰이였다. 이런 흐름에 따라 공포의 외인구단은 그런 한국 대중문화에 어울려 나온 명작 만화책이다.

내가 이 만화책을 처음 본 것은 국민학교(현재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당시 1980년대와 1990년대 한국 프로야구가 국민학생인 나에게도 큰 여파가 올 정도로 많은 인기가 있었다. 당시 그런 프로야구와 더불어 공포의 외인구단은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는 만화책였다. 물론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은 단순히 야구승부만을 내세우는 것은 아니었으나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주인공의 역경과 시련 그리고 극적인 비극과 플롯이 작품 요소에 반영되어 많은 몰입도를 조성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런 추억에 잠긴 나에게 최근 읽어본 공포의 외인구단은 어린 시절에 보던 그 만화책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왜냐하면 공포의 외인구단은 엄청난 내용과 가치관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그 외인구단 소속 선수들은 모두 엄청난 실력을 가진 인간이지만 사실 알고보면 인간패배자였다. 모두 멸시와 조롱을 받는 실패한 인간들, 즉 당시 살아가던 힘없는 서민과 억압받던 소외된 자였다. 그런 패배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그들이 최후의 발악을 떨며 자신은 이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비명지른 만화가 공포의 외인구단이다.

팔이 고장난 투수 오혜성, 거대한 덩치인 백두산, 손가락 하나 없는 조성구, 게다가 팔이 없거나 태어날 때부터 키가 너무 작거나 태어날 때 한국인이 아닌 혼혈아 태어난 사람들, 그리고 미치광이 감독.. 이들은 모두 패배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소시민이들었다. 아무런 내일도 기약도 없이 죽음을 각오하고 야구훈련을 한 이들은 자신들의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 투쟁을 한다. 그리고 이들의 목표는 프로야구단 꼴등 팀에 가서 100연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100연승이란 길고 긴 서사 속에서 이루어지는 세상에 대한 복수와 패배한 자들의 포효는 야구 팬들로 하여금 환호성을 외치게 한다. 하지만 모든 세상에는 완벽한 일들이 없는 가보다. 100연승을 앞둔 상태에서 외인구단의 최대 라이벌인 마동탁이 다시 돌아와서 100연승의 종지부를 찍고 만다. 결국 100연승을 이루지 못한 패배한 인생들은 마지막 1승을 앞에 두고 현실 앞에 좌절한다.

이 좌절의 패배로 인해 오혜성은 시력을 잃어버리고, 마동탁의 아내요 오혜성의 첫사랑인 엄지는 오혜성이 눈이 실명된 것에 충격받아 정신을 실성한다. 그리고 마동탁은 엄지와 이혼하고 실성한 엄지와 눈이 멀은 오혜성은 최후에 해후하여 자신들의 사랑을 확인한다. 패배한 인간이 자신들의 목포인 100연승을 달성하지 못해 좌절하지만, 그 1승을 놓치더라고 99승의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외팔이 선수 최관은 엄지 동생와 결혼하였고, 땅꼬마 최경도도 자신이 좋아했지만 자신에게 냉대하게 대한 은행여직원과 결혼하다. 조성구도 패배자 투수로 살림살이가 어려워 집에서 구박받았으나 이제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안식처를 얻었으나 오혜성은 안식처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최후에 실성한 엄지와 만나 제정신이 아닌 두 사람은 사랑을 영원히 나눌 수 있다.

억압받던 우리 한국 사회에서 공포의 외인구단은 어떻게 보면 패배자들의 향연이다. 마동탁은 부유한 집안에 엘리트 선수로 언제나 성공이 보장된 인간이었다. 그의 엘리트의식이 패배자들에게 조금씩 밀리자 자존심이 상하게 되고 마동탁이란 엘리트는 최후의 100승 고지에서 외인구단에게 패배를 안겨주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외인구단이 패배하더라도 그들 가슴 속에 묻은 억압된 욕망과 현실에 대한 분노는 닫혀진 것이 아니라 세상에 향해 분출되고 있었다. 너무 뜨겁고 열정적이기 때문에 최후의 패배는 우리에게 아주 비극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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