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배달부 키키 (2disc)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사쿠마 레이 목소리 / 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일본 최고의 거장 애니메이터인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이 담아내고자 하는 이야기가 마치 흘러가는 동화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나 막상 우리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들어낸 동화를 보면서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된다. 아무렇지 않게 보이던 인물과 사건들이 엄청난 담론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물론 원령공주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조금 격렬하면서 심각한 주제를 담아내어 다소 마음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하기에는 조금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하는 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이 글을 적는 필자는 환경공학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보여주려는 환경과 인간 그리고 거기서 나타나는 가치관은 매우 흥미롭다.

그런 담론들이야 말로 현대 살아가고 있는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철학적인 사고를 이끌어내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철학적인 원천이 반드시 인간과 자연만이 아님은 분명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서는 다양한 인간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그런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한번 되돌아 보기 위해 마녀배달부 키키 한번 보기로 했다. 이 마녀배달부 키키는 13살 소녀인 키키가 마녀수행을 위해 자신의 집에서 떠나 낯선 마을에 가서 거기에서 자신이 마녀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 초반에 보면 키키는 자신이 13살이 되어 다른 마을에 가서 마녀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래서 자신은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싶었으나, 키키의 어머니는 자신의 마법빗자루를 건네 주면서 이것을 가지고 다른 마을에 가라고 한다. 키키 어머니가 주신 이 빗자루는 그녀가 마녀이지만 그녀의 딸인 키키가 자신의 뒤를 이은 마녀임을 승인하게 하는 하나의 상징이다.



그래서 키키는 자신의 어머니의 상징인 마법빗자루를 타고 바다가 보이는 큰 도시로 간다. 평소 작은 시골에서 자라나 아버지의 라디오로 통해 밖의 세상을 동경하던 키키에겐 큰 도시의 인상은 매우 흥미롭고 밝은 미래가 가득한 곳으로 생각했다.

그 미래가 가득한 곳에는 자신 이외에는 마녀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키키는 매우 만족한다. 하지만 그 만족감의 근본은 왠지 모르게 어긋나기 시작했다. 여기는 다른 마녀가 오고 싶어한 것이 아니라 모든 마녀가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녀의 존재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녀라는 존재보다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비행기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마녀는 그저 이 시대의 구시대적인 산물로 떨어진 것이다.  그 이유는 키키가 마녀배달부로서 이 마을에서 일을 할 때 어떤 할머니 집에 가서 파이를 만들 때에 그 할머니와의 대화에서 키키에게 "나의 증조할머니가 마녀이셨지"라는 내용이 나온다.

곧 그 의미는 마녀라는 나이가 많이 든 노인들의 구시대적인 산물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구시대적인 마녀는 곧 근대의 도래에 따라 사라져 가고 있다는 뜻이다. 할머니가 손녀에게 줄 파이를 구울 때 화로가 2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최신식으로 만든 화로였고, 하나는 나무를 태워 음식을 만드는 화로였다.



이 화로에서 할머니들은 기존 화로가 아무 소용없게 되었다고 하나, 막상 신식 화로를 사용하는데 그 신식화로가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 파이를 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키키는 자신이 구식화로를 사용할 줄 알기 때문에 옆에 할머니들이랑 힘을 합쳐 파이를 구울 수가 있었다. 여기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아무리 새로운 문명이 좋다고 하나 과거에 사용되던 전통도 같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내보였다.

그러나 그런 전통과 근대화에 대한 조화는 앞으로 살아갈 새로운 사람들에겐 그다지 필요 없었다. 키키가 파이를 만든 후에 궂은 날씨에 비를 맞고 할머니의 손녀를 찾아 갔으나 할머니의 손녀는 할머니가 해주신 파이를 보며 아무 필요없다고 키키에게 이야기한다. 즉 과거에 살았던 인간들의 풍속이나 문화에 대해 더 이상 필요없음을 키키에게 전달한 것이다.



키키는 여기서부터 큰 충격을 받는다. 또한 키키의 충격는 이런 과거의 전통을 무시하는 것이 다시 눈앞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키키가 마을에 와서 키키에게 관심을 가진 톰보라는 소년을 만나게 되는데, 이 톰보라는 소년은 하늘을 나는 것을 소원이었다. 그래서인지 톰보는 마법빗자루를 타고 다니는 키키가 매우 부러웠다.

키키는 원래 처음부터 날 수 있었던 특별한 마녀이나 자신은 날지 못한 평범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톰보가 하늘을 날고자 하는 욕망은 결국 자신의 자전거에 달린 프로펠러에 모든 것었고, 톰보는 자신이 만든 기계가 하늘을 날때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마을에서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시험비행에 탑승하기로 한다.



그런 톰보의 행위에 키키는 갑자기 망설이게 되고,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다. 그리고 이내 키키는 톰보와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인간적인 관계마져 낯설어하게 되고 결국 피하려고 한다. 키키가 가진 전통적 가치가 인간기술발달로 무너지려 할때 키키는 자신의 마녀능력까지 소실하게 된다.

마법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난다거나 아니면 자신의 검은고양이인 지지와 말조차도 통하지 않는다. 키키는 마녀라는 존재가 더 이상 근현대 인간에게 인정받지 못함에 절망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절망은 다시 그녀에게 하나의 배움이 되었다. 키키는 자신의 가치는 남에게 의지하는 것도 아니라 또는 자신만이 가지는 게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늘을 날지 못하는 마녀가 그것도 자신의 마법빗자루까지 잃는 순간에 키키는 절망하지만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생긴다. 그것은 자신의 친구인 톰보가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 탑승하다 불의의 사고로 큰 위기에 처해진 것을 무사하게 구출한 것이다.



이때 키키는 자신이 가진 마법빗자루를 잃게 되었으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 마법빗자루의 겉모스빙 아니라 그 빗자루에게 자신을 맞추는 것이었다. 마을의 어느 한 중년의 남자가 근대식 청소용 빗자루를 들고 있자 키키는 그 평범한 빗자루를 빌리기로 한다. 마녀가 만들지도 않았고, 평소에 사용하지 않은 그냥 빗자루다. 그러나 그 빗자루는 키키의 의지에 따라 하늘을 날아간다.

그건 과거의 상징인 마녀와 그 마녀 옆에 존재하던 빗자루에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물에 같이 맞추어가서 전통과 근현대의 조화로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이다. 비록 키키는 과거 전통적인 마녀의 힘을 잃어 자신의 친구인 고양이 지지와 대화할 수 없었으나 대신 톰보라는 도시남자애와 톰보 옆에 있던 다른 친구들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작품 마지막에 키키가 근대식 빗자루를 타고 옆에 톰보의 비행와 같이 초원을 달리는 모습은 키키가 가진 전통과 톰보가 가진 근현대가 서로 어울리며 미래를 향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키키는 자신의 어머니 품에 떠나 바다가 보이는 도시에서 마녀로 인정받는다.

키키가 마녀로 인정받았다는 것은 자신의 부모님 밑을 떠나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가고 있다는 점과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과거의 이야기가 앞으로만 나가는 도시와 같이 나가 모든 인간이 가진 가치관이 소중하고 인정받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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