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나를 위해서만 - 단단한 나로 살아가는 소중한 일상 챙김
오디너리스쿨 지음 / 오도스(odos)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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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던 독서에서 블로그를 시작으로 소통이라는 것에 대한 경험이 생기면서 우울한 내가 정화되어 가고 있고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껴본 사람으로써 더 신경쓰고 싶은 부분이기도 했어요. 책 읽는 것도 이렇게 소소하나마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이 재능이 된다면 어딘가에 기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분명 심장을 뛰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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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4막, 은퇴란 없다
윤병철 지음 / 가디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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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만으로도 너무 끌려서 소장하고 싶은 책이 있는 반면에 이 책처럼 조금은 올드 한 느낌의 표지와 페이지 구성을 가진 책들이 있습니다. 요즘 책 디자인은 책을 넘어서서 섬세하다 보니 좀 심심하게 느껴지긴 해요. 서글프게도 책이나 사람이나 속을 알기 전엔 예쁘고 잘생겼을 때 더 인기가 많죠.

이 책은 내용으로 정면 승부하는 책이지만 눈길을 끌지 못한다면 독자에게 읽힐 기회가 적어질까 봐 속상해지고 있습니다. 절실한 누군가에게 이런 책은 인생을 바꾸는 단초 역할을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셀프 디스를 먼저 시원하게 하고 가렵니다.

한 번뿐인 인생, 멋지고 신나게 살고 싶지 않은가? 30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인생 4막이 외롭고 쓸쓸하다.



사실 이 카피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순전히 저의 취향을 벗어나서겠지만 연결 스토리 없이 만난 선 자리에서 말 그대로 첫인상이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았던 것이죠. 근데 보통 이런 사람이 진국인 경우가 많잖아요.


31년간 한화생명에서의 경력과 맞물려 결국 보험설계로 끌고 가는 이야기인가 하고 초반에 이상한 편향을 가져왔고요. 그래서 크게 기대하지 못하고 시작했는데 모든 것이 쓸데없는 기우였습니다. 저는 프롤로그에서부터 푹 빠졌어요.



기대를 적게 하고 시작한 탓인지, 디스를 해버린 미안함인지 몰라도 책 옆에 열쇠 하나를 두게 됩니다. 삶의 열쇠 같은 책이었다는 감상을 담아서 말이죠.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은 금전적이고 물질적인 준비가 아니라, 자기의 삶을 관조하며 통찰하는 가운데서 오는 정신과 물질의 조화로운 준비였는데요. 변해가는 세상과 더불어 다방면으로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제목을 품고 중년 이상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잘 보실 수 있는 활자 크기를 가지고 있고 내용의 포인트에도 굵은 글씨로 강조가 잘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올드하다는 선입견을 가졌는지 모르겠어요. 친절한 책을 올드하다고 말했던 것이죠.

직장과 일터에서 어떤 태도로 일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의미 있는 날들이 될까?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까? 은퇴한 뒤의 내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누구나 고민하는 사이에 잘 해내오신 분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있어요.

책이 엄청 새롭다거나 대단하고 훌륭해서가 아니라 세상과 사람들을 경청할 줄 알고 자신에 삶에 책임을 지고 끝까지 가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기의 이야기를 입은 만인의 이야기라는 것이 느껴져서 이렇게 저의 감상이 길어지고 있어요.



이런 분들이 읽으시면 좋겠어요.

부모가 되기 전에 내 인생과 더불어 아이의 인생까지 멀리 내다보고 생각하고 싶다. 그런 부모라면 작은 일에 흔들리며 자신과 아이들을 힘들게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길게 준비하는 시간을 통해 서 쓸데없는 불안과 걱정을 덜어내고 아이의 존재 자체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은 마음을 잘 정리하며 그 과정에 필요한 조언도 함께 하고 있어요.

사회 초년생이 전체적인 인생 설계도를 펼쳐보기에도 좋고, 바쁘게 달려만 가는 우리가 지금쯤 내 인생의 어디에 있는가를 짚어보기에도 좋습니다. 그리고 인생 4 막을 목전에 두고 계신 부모님들의 남은 인생을 잘 도와드리고 싶은 자녀분들이 읽으셔도 좋습니다.

성장이 멈춰버린 사람. 앞날이 너무 두려워서 더 이상 한 발을 내딛기가 두려운 사람에게 인생이 길다는 것을 깨우칩니다. 지금 현재의 내 모습으로 만 길게 사는 것이 아니라 늘 달라지게 될 나를 제대로 이해하고 마주하며 준비할 수 있도록 바라고 있습니다.

인생 1막 : 배우고 준비하는 출생 ~ 30세

인생 2막 : 경제활동 기간으로 31~60세

인생 3막 : 퇴직 이후부터 거동이 가능한 61 ~ 80세

인생 4막 : 스스로 거동이 어려운 81세 ~ 죽음

작가의 말

주변의 은퇴한 선배나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인생, 이럴 줄 몰랐다'이다. 100년 인생을 설계해야 했는데 고작 60~70년을 설계한 사람들의 한숨이다.

의학과 기술발전으로 늘어난 수명에 따라 인생주기가 길어졌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알았다고 해도 주택 마련, 자녀교육 등 당면한 문제 해결이 먼저여서 엄두를 못 냈다. 그렇다 보니 정작 자신을 스스로 건사할 수 없는 인생 4 막을 외롭고 쓸쓸하게 보내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분야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살아간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그렇게 자기 경험이 전부인 듯 착각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든다. 각자 다르지만 그들의 고유한 생각과 가치관과 행동들이 공동체의 성장과 성숙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렵지 않게 쓰여 있으면서도 사람들을 보다 나은 인생 4막으로 안내하고픈 마음을 담아서 저으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모두 내려놓은 책이었습니다.

만나가는 키워드들이 좋았어요.

인생 에너지, 자기 창조의 에너지, 꿈 에너지

인생 성공 공식에서

행동의 속성은 지속하기 어려운 법인데

사람들에게는 그 행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이끄는

자기 창조의 에너지가 있다

책의 뒷부분은 시간관리와 성과관리가 중요했던 31년의 경력에서 찾은 경험적 산물이었는데요. 다이어리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도 저자가 강조하는 SLAP , NDSP에 무한 공감하며 함께 좋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책의 뒷부분은 시간관리와 성과관리가 중요했던 31년의 경력에서 찾은 경험적 산물이었는데요. 다이어리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도 저자가 강조하는 SLAP , NDSP에 무한 공감하며 함께 좋은 자극이 되었습니다.SLAP 이란 Self Leading Action Program으로, 자기주도적 행동 프로그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SLAP의 의미는 원하는 성과를 얻기 위해 첫째 우리가 하는 일을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성과를 담보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하며, 셋째로는 시간 관리를 통해 프로세스가 구체화될 수 있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이 프로세스가 진행될 수 있는 지속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

목표에 부합한 실행계획

NDP란, New Daily Plan는 일정관리 또는 시간 계획이라고 말할 수 있다. 누구나 학창 시절 시간표를 짜보았고 제대로 지켜본 적도 없는 것이 시간표이다. 지금도 누군가는 시간표를 짜고 있을 테고 나름의 일정관리를 시간표로 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과거에는 시간표에 대해 계획된 미래가 있다는 것에 대해 좀 위안을 받았을 뿐 대단하게 의미 있는 도구로 인식한 적이 없었다. 만약 내가 NDP의 의미를 깨닫기 전에 누군가가 시간표의 중요성을 나에게 설명했다면 적극적으로 경청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시간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고 그 의미를 다시 인식하는 순간 인생이 완전히 바뀌는 것을 경험했다. 이 책을 쓰게 되는 직접적인 원인도 바로 이 일정관리의 재발견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고민하던 중 NEW자를 붙여서 NEW DAILY PLAN이라 명했다.

(책은 가디언 출판사를 통해 무상으로 받아 감사히 읽고 진심으로 남긴 리뷰입니다)

나는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아니고 특정 분야를 깊이 연구한 사람도 아니다. 게다가 크게 성공한 사람도 아니고 비범한 재능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무엇보다 엄청난 자기 절제와 상상할 수 없는 고난을 극복한 사람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직업의 특성상 많은 사람을 만났고 비교적 다양한 경험을 했다.

​범접하기 어려울 정도의 지식과 경험과 통찰을 담고 있는 책들이 매일 세상에 나온다. 누구나 심혈을 기울여 책을 썼을 것이다. 과거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책을 낸 분들이 고맙다. 그들의 경험과 통찰을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내 지평이 넓어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책은 세상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하는 것이다‘라는 누군가의 말에 나도 동의한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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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4막, 은퇴란 없다
윤병철 지음 / 가디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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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용으로 정면 승부하는 책이지만 눈길을 끌지 못한다면 독자에게 읽힐 기회가 적어질까 봐 속상해지고 있습니다. 절실한 누군가에게 이런 책은 인생을 바꾸는 단초 역할을 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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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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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제가 느끼고 다짐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 삶에서 작은 모래알같은 경험들조차도 결코 무시하지 않겠다.'하는 것입니다. 인생의 귀퉁이 어느 순간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소중히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책. 박완서님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입니다.

필사를 통해 깊게 읽었었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제게 경험이라는 말을 남겨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박완서님이 책 안에 남기신 에피소드들은 인생에서 마주하는 큰 파도들이였다기보다는 그 큰 파도들이 지나간 다음의 어느 날들의 이야기들이었는데요. 아들을 잃고 난 이후의 감정이나, 남편을 먼저 보내시고 무너졌던 자신을 다시 일상에서 미주한 순간들입니다. 버스와 지하철, 오고가는 길 만나는 사람들, 가족의 이야기와 고향의 정원을 닮은 꽃밭을 가꾸며 하루 하루 묵묵히 살아오신 날들을 남겨주셨고, 손주와의 달구경으로 따뜻해졌던 날들도 보여주시면서 사랑받은 기억으로 다시금 사랑하는 법을 알려 주셨습니다.

우리의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들은 이렇게 모래알만한 작은 경험들이 주는 진실이라는 것을 말씀해주고 계신게 아닐까 하고 여운을 느끼며 다시 책을 만납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고나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크게 와닿는 장면장면이 이상하게도 계속 여울집니다. 이것이 또 박완서님의 사소하지만 완벽한 글의 힘이 아닐까요.

​예쁘게 리커버 되어 다시 만났습니다. 여우눈 에디션 한정판인데요. 문장 하나가 가진 깊이는 어디까지일지. 코로나 속에서 그때보다 더 힘들어진 제 마음을 다독여줍니다.

올 겨울도 많이 추웠지만 가끔 따스 했고,

자주 우울 했지만 어쩌다 행복하기도 했다.

올겨울의 희망도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봄이고,

봄을 믿을 수 있는 건

여기저기서 달콤하게 속삭이는

봄에의 약속 때문이 아니라

하늘의 섭리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 - p 27

박완서





가족들 몰래, 누구라도 깰새라 이불을 덮어쓰고 몰래 글을 쓰셨던 모습이 잊히질 않습니다. 지금 제 앞의 작은 책상 하나가 글을 쓰기에 너무나 좋은 조건이라 그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제가 오히려 부끄러웠습니다.

잡문이라고 표현해주셨던 글들을 만나며 우리 보통의 사람들은 글을 쓰고 싶어졌고, 글로 나를 쓰고 싶은 만큼 나를 알고 싶어졌습니다. 나를 알려면 주변을 돌아봐야 했고 그 안에 숨은 이야기들까지 다시 마주할 수 있었던 감사한 시간을 남겨주셨습니다.



70년 이상의 시간이 저절로 휙 ~ 지나간 것 같지만 우여곡절, 마음의 갈등들이 얼마나 많은 세월이셨을까요? 저는 친정엄마를 많이도 떠올린 시간이었고, 무엇을 드릴 수 있나를 고심할 때, 사랑 받았던 기억을 돌려드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 박완서 작가의 10주기가 느껴지지 않는 언제나 그대로인 글에서 꼭 만나야 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박완서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왜 이렇게 깊고 아프게 들리는지요. 한 번 지나올 땐 몰랐는데 다시 걷는 길에서 더더욱 그리워집니다.



p 13

혼자 걷는 게 좋은 것은 걷는 기쁨을 내 다리하고 오붓하게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다리를 나하고 분리시켜 아주 친한 남처럼 여기면서, 70년 동안 실어 나르고도 아직도 정정하게 내가 가고 싶은 데 데려다주고 마치 나무의 뿌리처럼 땅과 나를 연결시켜주는 다리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늘 내 가슴을 울렁거리게 한다.

매일매일 가슴이

울렁거릴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가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p 15

길은 사람의 다리가 낸 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낸 길이기도 하다. 누군가 아주 친절한 사람들과 이 길을 공유하고 있고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내가 그 길에서 느끼는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

p 32

제법 똑똑한 생각을 요즈음은 어린이까지도 할 줄 안다. 사람들이 갈수록 더 똑똑해지고 있다. 그럴수록 불쌍한 이웃을 보면 이런 똑똑하고, 지당한 이론 대신 반사작용처럼 우선 자비심 먼저 발동하고 보는 덜 똑똑한 사람의 소박한 인간성이 겨울철의 뜨뜻한 구들장이 그립듯이 그리워진다.

프롤로그의 글은 박완서 작가의 맏딸

호원숙님의 글인데요. 처음 읽을 때만해도 이 감정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다시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져 버립니다. 전체를 옮기고 싶은 마음을 다 줄여서 프롤로그만은 꼭 남기고 전하고 싶었습니다.

겨울 에디션으로 다시 만난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를 출출해서 편의점에서 사온 갓구운 군고구마와 함께 했는데요.

글의 먹먹함인지 군고구마의 목막힘인지 모를 이 순간이 또 내내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따뜻한 사랑의 입김으로

어머니의 글은 분명 여러 번 읽었을 터인데도 볼 때마다 처음 보는 것처럼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됩니다.

중학교 정도의 학력이라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쉬운 글이라고 했지만, 저에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친숙함보다는 긴장감이 느껴지면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습니다.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내면이 찔리는 것 같아 불편한 적도있었습니다.

1970년부터 2010년까지 생전에 쓰신 660 여편의 에세이 중에서 추린 글들을 다시 살펴보면서 글쓴이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에게 사랑의 입김을 불어넣어주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세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 젊은이들이 밝고 자유롭게 미래를 펼쳐가기를 얼마나 기원했는지, 하찮은 것에서 길어 올린 빛나는 진실을 알려주려고 얼마나 고심했는지, 생의 기쁨과 아름다움에 얼마나 절절하게 마음이 벅찼는지.

그러면서도, 자신에게는 얼마나 정직하고 엄격했던지. 그 담금질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죽고 싶었던 두려운 마음을 고백하며 쓴 글에서 “오늘 살 줄만 알고 내일 죽을 줄 모르는 인간의 한계성이야말로 이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라는 대범한 목소리에 기운을 차립니다. 세상을 떠나신 지 1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저의 “정수리를 지그시 눌러주는” 어머니를 느낄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어머니의 표현대로 거대한 공룡 같아 보이는 숲이 바람에 요동칩니다.

어머니가 마당에 심으신 키가 큰 만추국의 그윽한 향기가 그리움처럼 사무칩니다.

- 늦은 가을 아치울에서, 호원숙-

길은 사람의 다리가 낸 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낸 길이기도 하다. 누군가 아주 친절한 사람들과 이 길을 공유하고 있고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내가 그 길에서 느끼는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

- P15

제법 똑똑한 생각을 요즈음은 어린이까지도 할 줄 안다. 사람들이 갈수록 더 똑똑해지고 있다. 그럴수록 불쌍한 이웃을 보면 이런 똑똑하고, 지당한 이론 대신 반사작용처럼 우선 자비심 먼저 발동하고 보는 덜 똑똑한 사람의 소박한 인간성이 겨울철의 뜨뜻한 구들장이 그립듯이 그리워진다. - P32

가족들에게 사랑의 입김을 불어넣어주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세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 젊은이들이 밝고 자유롭게 미래를 펼쳐가기를 얼마나 기원했는지, 하찮은 것에서 길어 올린 빛나는 진실을 알려주려고 얼마나 고심했는지, 생의 기쁨과 아름다움에 얼마나 절절하게 마음이 벅찼는지.

​그러면서도, 자신에게는 얼마나 정직하고 엄격했던지. 그 담금질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죽고 싶었던 두려운 마음을 고백하며 쓴 글에서 "오늘 살 줄만 알고 내일 죽을 줄 모르는 인간의 한계성이야말로 이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라는 대범한 목소리에 기운을 차립니다. 세상을 떠나신 지 1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저의 "정수리를 지그시 눌러주는" 어머니를 느낄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어머니의 표현대로 거대한 공룡 같아 보이는 숲이 바람에 요동칩니다.
어머니가 마당에 심으신 키가 큰 만추국의 그윽한 향기가 그리움처럼 사무칩니다.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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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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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귀퉁이 어느 순간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소중히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책. 박완서님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입니다. 책을 읽고나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크게 와닿는 장면장면이 이상하게도 계속 여울집니다. 이것이 또 박완서님의 사소하지만 완벽한 글의 힘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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