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시대정신이 되다 - 낯선 세계를 상상하고 현실의 답을 찾는 문학의 힘 서가명강 시리즈 27
이동신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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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만 보던 SF 소설, 우리가 열광했었던 영화들을 SF의 역사로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여서 기대 이상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 강의,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 명강'으로 서울대를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를 만난다. 박찬국 교수님의 니체, 쇼펜하우어를 만났었는데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게 정수를 담아내는 매력이 분명 있었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각 분야 최고의 서울대 교수진들의 명강의를 책으로 옮긴 서가 명강 시리즈라서 더 많이 접해봤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번 책은 서가 명강 시리즈의 스물일곱 번째 책으로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이동진 교수님이 SF를 펼쳐 주신다.

나는 휴머니즘이 드러나는 SF 소설을 좋아한다. 매우 한정적인 감상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다. SF 소설을 읽는 것은 보지 못한 세계를 경험하는 일종의 체험이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어떤 영상들이 분명히 있어서 낯설어서 어렵지만 동시에 재미를 느낀다. 분명 내가 모르는 세계지만 상상이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한 접점이었다.

인지적 낯섬을 경험케 하는 SF.

이번 책을 통해서 추억의 영화를 소환하며 그 장르와 시간이 가지는 의미까지 정리해 볼 수 있어서 기대보다 좋은 경험이었다. 그동안 휴머니즘과 미래 발명 세계라는 한정적인 재미만을 느끼며 SF를 접했다면 이 책을 읽고 나면 적어도 SF의 장르를 나눠 보고 시간관을 떠올리는 등 감상 포인트가 다채로워질 것 같다.

흥미로웠던 내용들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였기에 중간중간 발췌해 보며 이 책을 소장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낯선 세계를 상상하고

현실의 답을 찾는 것은 문학의 힘이다.







노붐 '새로운 것'을 의미한다.

터미네이터, 컨택트, 백 투 더 퓨처, 엣지 오브 투모로우, 루퍼 등의 영화는 우리를 열광하게 했다. 보지 못하던 세계를 볼 수 있게 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평범한 기준에서 '새 것'이었기에 모두에게 끌렸다. 노붐에 대한 개념을 알게 되니 앞으로 영화를 보든 SF 소설을 읽는 그 재미는 배가 될 것 같다.

노붐을 받아들이는 것은 새로운 것 하나를 인정하는 일이 아니다. 내 세계는 물론 나 자신을 총체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즉, 등장과 동시에 세계관이 바뀌는 강렬한 효과를 낸다.


시간 여행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당신은 어느 시간관을 선택할 것인가?

단선적 시간관을 따르는 시간 여행은 시간여행자의 선택으로 낯선 세계가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세계는 '인과론'이라는 원칙을 따른다는 전제가 있다. 즉, 아무리 낯설더라도 익숙하게 낯선 것이다. 예측이 가능하고, 예측은 못하더라도 설명이 가능한 세계다.

예를 들어, 오늘 내 아내를 죽인 적을 과거로 돌아가서 미리 없애는 스토리로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하기 전의 과거로 돌아가서 애초에 히틀러가 존재하지 않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시간관이 등장한다. 바로 양자역학으로 시작된 ‘다중적인 시간관'이다. 여러 개의 우주가 동시에 존재하는 다중우주론, 멀티버스라고도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평행우주 이론이 발전한다. 우리가 사는 우주는 다중우주 중 하나일 뿐이고 단선적 시간관은 각자의 우주에만 적용된다는 개념이다. 시간 여행이 등장함으로써 무한대로 복잡해질 수 있다.

아~ 그래서 스토리가 무궁무진 해진다는 이야기이고, 앞으로의 SF 발전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구나. 나는 아직도 영화 매트릭스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데 SF가 선보이는 시공간의 개념들을 차분히 알아가보고 싶어진다.

다중적 시간관과 자기반영적 질문

영화 [제5의 도살장] - 이 시간관에서는 그 어떤 행동도 과거와 미래를 바꾸지 않기에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대신 어떤 시간에 살 것인지 선택하는 문제가 등장한다. 또한 그 선택은 항상 새롭다. 개인이 의지를 갖고 '어턴 시간관을 선택하는가'라는 문제는 다분히 철학적이라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가져온다.


영생을 상상하는 다양한 방식

사이버네틱스와 마인드 업로딩, 영생을 위한 시나리오

SF에서 시간을 다루는 방식은 다양하다. 거리를 압축시키는 ‘워프 스피드'를 통해 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이 그 한 예다. 그중 21세기에 좀 더 현실성을 얻은 방식을 살펴보자면 바로 ‘생명 연장'이다. 이는 노화를 늦추거나 아예 없애는 것이다.

영생에 대한 인류의 상상은 SF의 등장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다. 어쩌면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20세기 중반부터 과학기술이 발달하며 상상과 현실의 구분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영생하는 방법 중 가장 익숙한 것은 '냉동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생명체와 기계의 차이가 없다는 전제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사이버네틱스의 발전과 생명과학의 발전에서 잡을 수 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정신만 유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몸을 유지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김영하의 9년 만의 소설 SF 장르의 [작별 인사]가 바로 '사이버네틱스'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즹리해 볼 수 있었고 앞으로의 읽는 재미에도 더 큰 기대감이 더해진다.

노버트 위너의 사이버네틱스

노버트 위너는 인간과 기계가 서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둘 다 정보를 처리해서 시스템을 유지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 둘은 한 몸처럼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물론 훗날 위너는 인간이 기계화되는 것을 염려하는 의견을 내기는 했다. 하지만 인간과 기계를 동일시하는 그의 견해는 지금 우리가 기계나 로봇, 인공지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늘날 로봇과학자, 생명공학자,

미래학자 중에는 사이버네틱스에 영향을 받은 이들이 많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로봇학자이자 미래학자인 한스 모라벡 이다.

그는 한 개인의 모든 기억을 컴퓨터 칩에 이식하고 몸만 교체하는 방식으로 영생을 누리는 새로운 인류, 즉 ‘엑스 - 휴먼'이 탄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아가 인간의 의식을 컴퓨터로 옮기는 '마인드 업로딩' 아이디어를 제안하면서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실제로 일론머스크의 뉴럴링크에서 진행 중인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BCI 프로젝트를 비롯해 여러 기업에서 두뇌 속 기억이나 의식을 컴퓨터에 업로드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우리가 SF를 읽는 건,

21세기가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야.

현재, 국내 SF 작가들의 뜨거운 인기와 더불어

수많은 독자의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는 SF.

우리가 진짜 SF에 끌리는 진짜 이유를 만나는 동안 SF의 매력이 커진다.

왜 그곳으로 가야 하는지도

모를뿐더러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 인간은 늘 저너머로 떠나고자 하는 것 같다. 다음을 생각하는 힘. 종교적인 내세관에서 벗어나 할 수 없는 것에 도전해가는 인간의 모습 자체로 경이로운 모습이다. 나는 내가 인간인 것이 좋다. 인간보다 지능이 3000배 뛰어난 고차원의 생물체가 인간에게 도움을 청해 오는 상상의 소설이 오늘의 인간의식을 좀더 나은 세계로 견양하는 것이 아닐까? 인간은 늘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애를 쓰는 종족인 것 같고 그래서 멸종 없이 오늘의 역사를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SF판타지는 다르다.

현실 문제에 집중한 SF,

현실도피를 택한 판타지

우주로의 여행, 새로운 현실도피의 공간

2001년부터 2019년 사이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나니아 연대기』, 『왕좌의 게임』등 판타지 장르가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2012년 영화 <어벤저스>가 등장하면서 그 양상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 이전인 2001년부터 2010년 사이에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져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이 작품들은 모두 ‘판타지’다. 이처럼 판타지가 부흥하는 반면 SF 장르가 주춤한 것과 관련해서 2011년, SF 장르 출판사로 유명한토르Tor에서 일하던 라이언 브리트는 이런 말을 했다.

“판타지, 그리고 에픽 판타지가 대중문화를 휩쓸고 있다. 칼과 성과 마술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분명한 피해자가 생겼다. 판타지의 오래된 사촌인 SF 장르는 그 어느 때보다 인기가 없다. 판타지가 왕좌에 앉아 있는 동안 왜 SF는 자리를 지키려고 애써야 하는가."

SF가 현실의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다룸으로써 작품의 문학성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1880년 이전의 SF를 논의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그때가 되어서야 노동 계급을 포함한 영국과 미국 인구의 대부분에게 문자와 초등교육 연장이 가능했고, 오래된 형태의 대중 문학인 페니 드레드풀과 다임 노블을 새롭고 싼 잡지 형식으로 교체했기 때문이다.

앞서 SF가 언제 시작했는지를 논의할 때 대부분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그 시작점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우선 이 작품은 마법사가 아닌 과학자를 주인공으로 한다.

❤️ 담긴 이야기가 많아서 SF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기시고 한층 더 높은 그 이상의 상상을 즐기시길 바라본다.

SF는 상상하는 능력이 아니라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능력을

알리는 장르다.

❤️ 함께 찾아볼 영화도 많아서 참 길고 재밌는 여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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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시대정신이 되다 - 낯선 세계를 상상하고 현실의 답을 찾는 문학의 힘 서가명강 시리즈 27
이동신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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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적 낯섬을 경험케 하는 SF.

이번 책을 통해서 추억의 영화를 소환하며 그 장르와 시간이 가지는 의미까지 정리해 볼 수 있어서 기대보다 좋은 경험이었다. 그동안 휴머니즘과 미래 발명 세계라는 한정적인 재미만을 느끼며 SF를 접했다면 이 책을 읽고 나면 적어도 SF의 장르를 나눠 보고 시간관을 떠올리는 등 감상 포인트가 다채로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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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문장 수업 - 아이디어부터 퇴고까지 독자를 유혹하는 글쓰기의 12가지 기술
잭 하트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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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해야해서 어렵다고 생각하는 글쓰기. 이미 완벽하게 완성된 책들을 읽으며 역시 난 안돼~~ 식으로 시작도 못하는 쫄보들에게 글쓰기의 시작점을 다시 알려준다.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직접 체험한 세계를 묘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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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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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유명해서 못 읽고 놓치는 책이 있지요.

제게는 바로 김영하 님의 책들이 조금 그런 것 같아요. 너무나 좋았던 < 여행의 이유> 이후에 다른 책은 읽지 못했고 인문학 프로그램에서 더 자주 뵈었네요. 이번 소설은 <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9년 만의 소설이라고 해요.

"난 내가 인간이 아닐 거라고는 한순간도 생각해본 적 없어."

책을 읽으며 '와 ~ 미쳤다. 너무 좋아'

인문학 전체를 소설 안에 다 녹여낸 느낌이네요. 인문학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통쾌한 정리감을 줄 것 같습니다. 그 느낌을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인간의 특성이 참 잘 드러나는 소설. '인간이기가 그렇게 쉬울 리가 없어'라고 말하는 소설. ' 인공지능이 인간을 쉽게 흉내 낼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흉내일 뿐이야'라고 말하는 SF 인문 소설입니다.

잘 알지 못하고 쓰는 리뷰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오늘 딱 100페이지까지 읽었어요. 여운을 즐기는 중입니다. 스포를 하고 싶지 않기에 지금까지의 내용만으로 리뷰를 하고자 해요. 다 말해버리면 안 될 것 같고 저 역시 뒷부분이 매우 궁금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이미 본 것만으로도 이미 뭔가로 가득찬 마음은 앞으로에 대한 믿음으로도 가득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생각나게 했던 고양이와 인간을 언급하던 도입부를 지났는데 개인적으로 김영하의 소설 <작별 인사>는 베르나르의 소설 <문명 1,2>나 <행성 1,2>를 넘어선 느낌이에요. 크~~

고양이 대신 휴머노이드를 통해 인간을 드러내는 김영하 쪽이 저는 훨씬 좋네요. 쉽고 화려하게 쓰는 게 어려운데 완전히 인정합니다. 인문학의 매력이 가득한 소설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인데, 이렇게 해놨네요.

손상 없이 잘 떨어지는 메모지와 인덱스지만 깔끔히 원상복구 시키려니 마음이 아픕니다. '구매해서 마음껏 밑줄 치고 메모하고 읽을 걸 그랬다'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책을 소장하고 아이들도 읽히고 싶은 책이에요.

주인공 철이는 의문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알고 있던 세계와 관계가 뒤집히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의심해 보게 됩니다.

철이가 자신의 존재를 의심해 봐야 했듯이 독자들도 철이의 존재에 대해 계속 의문이 생깁니다. ( 100페이지 까지 읽은 저는 아직 모르는 게 많고 철이도 아직은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아마도 저는 철이와 함께 성장을 경험 할 것 같아요. 이 소설 어디에 도달하게 될까요? '김영하가 도달한 현재' )

마치 김영하의 소설 <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자신이 가진 기억에 대해 계속 의심해 보던 모습처럼 말이죠. 강하게 믿는 만큼 의심은 괴롭기도 합니다.

그래도 스스로 계속 묻습니다. 나는 누군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가 시작인거죠.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게 그렇게 간단할 리 없잖아

철이의 성장 소설이기도 하고 SF 휴머노이드 소설이기도 하고 휴먼 히스토리 소설이기도 해요. 여하튼 쉽게 읽히면서도 다채롭죠.

휴머노이드가 구현 가능한 인간의 특성을 쭉 써보다가 휴머노이드가 흉내 내지 못하는 인간의 특성이 뭔지 계속 질문하게 만드네요. 다음 주 독서모임 멤버들과 그런 얘기를 나누고 싶어집니다. 음식을 먹고 음식물을 소화해서 용변 처리까지 하는 휴머노이드가 왜 필요하게 된 거죠? 아이를 교육하듯 가르치는 리얼 휴머노이드, 펫 패밀리처럼 반려 역할을 하는 휴머노이드, 잠을 자고 상처에서 피도 흘리고 당연히 고통도 느끼고 노화의 과정까지 구현해 내는 휴머노이드가 끝까지 흉내 내지 못하는 인간의 특성은 무엇일까요?

(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긴 것은 고도로 계산된 지능이라면 '두지 않을 수'를 두는 선택을 내리는 용기라고 생각했다가 사실은 '거짓의 한 수' 때문에 의도를 읽지 못한 알파고가 당황해서 흔들렸던 거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거짓을 말하고 거짓도 믿고 연대할 수 있는 인간의 특별한 재능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지 매우 궁금합니다. 이것은 적절한 지능을 갖춘 뇌라면 어느 동물이건 가능할까요? 왠지 그럴 것 같지도 않아요. 인간의 범죄를 연구하는 것이나 인간의 이유 없는 선행을 연구하는 것이 인간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런 저런 생각에 많은 것들이 궁금합니다.)


P 77

“난 그냥 모두를 돕는 거야. 누군가가 뭔가를 간절히 원하면 난 그걸 느낄 수 있어. 그럼 외면할 수가 없어.”

선이는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누군가를 돕는 데서 자신의 존재 의의를 찾았다. 마음의 촉수가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들을 향해 뻗어 있었다. 


p 77

거기에도 분명 기억할 만한,

빛나는 순간들은 있었다.

소설을 보며 떠오르던 책이 있는데요.

소설 <죽음의 수용소>와 < 단테의 신곡 >입니다. 신곡에서 연옥은 갇힌 공간입니다. 더 깊은 지옥으로 가지 않는 안전지대인 동시에 천국으로 나아갈 수도 없는 정체된 곳이죠. 이 딜레마 공간이 휴머노이드와 참 잘 어울립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고 성장도 추락도 없이 변화가 없는 곳이 지옥입니다.

p 59

인간도 싫어하지만 저들( 기계들)이 가장 미워하는 건 자기가 인간인 줄 아는 기계야.


p 64

휴머노이들끼리 서로를 죽이겠지. 여기는 휴머노이드들의 연옥이야.

각자의 지옥이자 연옥을 견디는 방식은 저마다 다릅니다. 태어난 성격과 재능이 다를뿐더러 경험과 배움이 다르죠. 공통점이 있디면 무엇을 하건 그 과정에서 자기의 소명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단테의 신곡, 연옥에 비유한 휴머노이드의 지옥과 인간의 지옥, 경계를 넘어서는 호기심과 발견 그런 포인트들이 너무 재밌네요.



기계식 휴머노이드는 필요한 기능에 맞춰 필요한 데이터를 메모리칩에 저장했다가 주입하는 단순 지식의 형태라면 하이퍼리얼 휴머노이는 인간의 특성을 모두 구현해 내고자 해요. 세계를 경험하게 하고 스스로 인식, 학습, 사고하는 것이 고차원의 휴머노이드죠. 그 경계와 특성을 소설이 아주 잘 보여주고 있어서 재밌습니다.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신들이 기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휴머노이드들인 기계파.

인간의 기능을 그대로 흉내 내고 자신이 진짜 인간인 줄 알고 있는 휴머노이드

그리고 인간.

그리고 좀 더 복잡한 인식들이 만든 부류들이 생겨납니다. 자신이 기계인 것은 알지만 인간인 척하는 휴머노이드도 있어요. 또 살아남기 위해 기계인 척하며 연기를 하고 가면을 쓰는 듯이 페르소나를 가진 휴머노이드를 보면서 놀라고 찌릿 ~ 했답니다.

인간을 대표하는 선이의 특별한 재능이었던 거래의 재능을 매우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이게 바로 인간 문명의 시작이구나 싶었지요. 서로에게는 언제나 서로 다른 결핍과 필요가 있고, 다행히 서로를 통해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었고 대항해 시대도 그렇게 탄생했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겹치거나 그것이 한정적이고 부족해지면서 전쟁도 불가피해져 왔습니다.

구형 휴머노이드가 인간을 존중하던 모습은 고전이 추구하던 가치를 되새기는 것 같았습니다.

스포일러 같은 리뷰지만, 스포는 없었다고 생각하며 1/3만 감상을 나눠봅니다.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던 소설의 초고는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하는 이야기로 나아갔다. (자신이 인간이 아닐 거라고는 한순간도 생각해본 적이 없을) 우리 역시 언젠가 삶과 작별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남은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죽음에는 수천 가지 이유가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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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2-12-06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읽는 중인데 굉장히 좋습니다.
역시나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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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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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기계인 것은 알지만 인간인 척하는 휴머노이드도 있어요. 또 살아남기 위해 기계인 척하며 연기를 하고 가면을 쓰는 듯이 페르소나를 가진 휴머노이드를 보면서 놀라고 찌릿 ~ 했답니다. 인간을 대표하는 선이의 특별한 재능이었던 거래의 재능을 매우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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