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나 책으로 접한 외계인은 보통 그랬다. 외계인이 지구 침략자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외계인을 적으로 두고 싸우기만 하는 이야기엔 아무런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인간의 잘못으로 불모지가 된 지구의 구세주로써 외계인이나 새로운 행성이 등장하곤 한다. 그리고 최근엔 외계인들이 지구인들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는 이야기를 많이 보고 있다. 시공간의 차이가 있지만 지구의 안녕히 다른 행성의 안녕과 연결되어 있는 형태로 하나의 생명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번 소설에서는 외계인이 피난민으로 등장하는 것이 의미 있었다. 전쟁과 더불어 지진으로 엉청난 피난민이 생겨난 지금, 그들을 보듬어야 하는 이유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모 행성의 기상이변으로 인한 멸종을 피하기 위해 우주를 횡단한 그들은 지구에 도움을 구했다. 그것은 일종의 이민 요청이었다. 과학자들이 긴 시간을 들여 그들을 받아들이는 게 지구 생태계에 큰 악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자 본격적인 수용이 시작되었다. 속속 도착하는 우주선들을 전 세계가 나누어 받아들였고, 지역 곳곳에 이민자들을 위한 마을이 만들어졌다. 정부는 땅과 건물의 원주인들에게 충분한 액수의 토지 보상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주민들의 호응도 나쁘지 않았다. 외계인들의 과학기술을 전수받아 국민의 삶도 더욱 윤택해질 것이라고 정부는 열심히 홍보했다.
하지만 이후로 누가 보더라도, 사람들의 삶은 시시할 정도로 변화가 없었다.
외계인들도 지구인의 외형을 완벽하게 묘사한 채로 거주구 안에서만 지낼 뿐이었다. 종족별 외계어 사전과 기초 회화책이 반짝 유행했다가 서점의 외국어 교육 서가 한구석으로 내몰리고, 별사건 없이 몇 년의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은 이제 좀 심드렁해진 상태였다.
원호와 나래 동네의 일부 어른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외계인 거주구가 곁에 붙어 있다는 이유로 이 근방이 재개발구역 선정에서 떨어졌다고 믿는 어른들은 언덕 위의 저 '미래 아파트'를 볼 때마다 이를 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