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갤러리라고 불리던 공간은 현재의 갤러리와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16세기에서 17세기 유럽에서 전시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것을 '갤러리'라 불렀습니다. 이 전시 공간, 그러니까 갤러리라는 공간의 특징은 'Long'이었어요. 복도처럼 길게 쭉 뻗은 공간에 예술품을 걸어놓거나 진열해두었습니다. 그러다가 갤러리가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공적인 영역에도 영향을 주면서 점차 미술관처럼 여겨졌습니다. 귀족들이 자기 저택의 갤러리를 사람들에게 열어둔 것입니다.
현재 우리가 갤러리라 부르는 곳은 미술관과 달리 '상업성'을 띠는 전시 공간입니다. 과거 개인 갤러리 개방이 공공의 이익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미술관의 비영리적 성격과 일부 상통하지만, 지금의 갤러리는 미술관과 달리 명백하게 이익을 추구합니다. 국제박물관협의회 박물관 윤리 강령에 따라 미술관은 미술 작품을 사고파는 행위로 영리를 추구할 수 없는 반면, 화랑이라고도 불리는 갤러리는 미술작품을 사고팔며 수익을 내는 사업장인 거죠.
한국에서 상업 갤러리를 처음 연 것은 현재 삼청동에 있는 '갤러리현대'였어요. 1970년 인사동에 '현대화랑'이란 이름으로 시작했습니다. 2020년에 개관 50주년 특별전을 열었는데요. 한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가들의 작품이 최소 한 점 이상 모였습니다. 김환기, 천경자, 이중섭, 박수근의 작품은 물론 한국 단색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윤형근, 이우환, 박서보, 김창열, 정상화 등 거장들의 작품을 무료로 볼 수 있었죠.
《예술가는 어떻게 성공하는가?>에서는 예술가의 성공을 4단계로 요약합니다.
1단계 동료 예술가들의 인정
2단계, 비평가들의 인정
3단계. 미술상과 컬렉터로부터의 후원
4단계. 대중들의 갈채
갤러리의 역할은 ' 3단계 미술상과 컬렉터로부터의 후원'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러리는 예술가의 좋은 페이스메이커가 될 수 있고 자본과 애정을 고루 갖춘 컬렉터를 소개해 줄 수 있습니다. 이 일은 예술가의 생계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먹고사는 일은 모두에게 중요하고 숭고한 일이기에 3단계에서 나타나는 후원 부분은 예술가의 생계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갤러리는 작품을 사는 이들에게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작품 구입 목적이 아닌데도 갤러리에 방문하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먼저 미술관에서 소개되지 않는 폭넓은 작가군을 만날 수 있습니다. 미술관이 여러 단계를 거쳐 수개월 단위의 전시를 연다면 갤러리 전시 주기는 길게는 한 달에서 짧게는 일주일일 때도 있습니다. 회전이 빨라 더 많은 전시회에서 더 많은 작가와 작품을 볼 수 있죠. 또 미술 시장 동향을 자연스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자주 소개되는 해외 작가와 신진 작가의 작품과 가격도 파악할 수 있어요.
갤러리 전시 규모는 미술관에 비해 작습니다. 그러므로 둘러보는데 소요 시간이 길지 않죠. 아쉬운 점 같지만 시간적 부담이 적고 작품을 하나하나 집중해서 볼 수 있어서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갤러리는 미술관보다 많고 동네에도 있고 일상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갤러리 방문에 익숙해진다면 짬짬이 예술을 누릴 수 있을 거예요. 주말 또는 마음에 환기가 필요할 때아니 점심시간이라도, 근처 가까운 갤러리를 검색해 다녀와보세요. 짧은 시간이라도 활력이 됩니다.
‘갤러리’를 떠올리면 어떤 형용사가 떠오르나요? 비교적 편안한 느낌은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도 그랬으니까요. 늘 관심은 있었지만 문화 예술계에서 일하기 전까진 갤러리를 생각하면 '새하얀, 비싼, 상류층의, 콧대 높은, 낯선, 움츠러드는' 이런 형용사를 먼저 떠올리곤 했습니다. 갤러리 관계자가 들으면 서운할 만큼 불편한 단어가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갤러리에 꾸준히 드나들다 보니 '다양한 트렌드, 궁금한 일상의 새로운' 등 생각나는 어휘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갤러리의 모든 작품이 다 수천만 원, 수억 원 하는 것도 아니고, 먼저 다가와 작품 소개를 해주는 갤러리 스타들도 많습니다. 그러니 이제 갤러리 문을 편하게 열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