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조지 오웰 지음, 한기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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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오웰의 1984,

책을 시작하면서 초반부에 전해지는 분위기에서 고전 SF <멋진 신세계>가 함께 떠오른다. 가장 충격적이었고 절대 잊히지 않는 소설이었던 <멋진 신세계> 안에서도 말살정책으로 언어가 사라지고 시와 글, 노래가 사라진다.

사랑이라는 언어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사랑도 잃었다. 가족이라는 개념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의 모든 개념과 가치들이 모두 사라졌다. 기계화된 안정 속에 유토피아를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충격적인 디스토피아를 그린 소설이었는데 1984도 그런 느낌의 소설로 다가왔다.

책의 난이도는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읽었었다거나 사상과 이념의 대립에 관한 관심도가 어느 정도 있지 있으면 읽기 버거울 것 같았다. 다만 책의 표지에서도 언급한 번역만큼은 이렇게 잘 넘어가고 상상되는 것으로 보아 최고의 완역이 맞지 않을까 짐작한다.


빅브라더는 당신을 감시하고 있다.

혼자 사색하거나 일기를 쓰는 행위 등을 통해 독자적인 의식을 갖추게 되는 모든 것을 당이라는 체제가 모두 금지시켰다.

혼자서 일기를 쓰는 행위 하나로 강제 노동 수형소 25년형 감이라니~ 삼엄한 감시, 집 안에서도 모든 행동을 텔레스크린을 통해 모니터링하며 감시당하는 평범한 한 남자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기록 행위가 허용되지 않는 세상은 올해가 정말 1984년인지 확신이 서지도 않는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1, 2년 정도의 시간은 쉽게 틀리는 것이 당연해졌다.

무언가를 쓰려면 음성 입력기에 받아쓰는 것이 보통인데 골동품점에서 몰래 사 온 노트, 그러니까 종이 위에 뭔가를 기록한다는 것은 익숙치 않는 일임에도 문득 자신이 일기를 써야 한다는 각오를 하고서 처음으로 자신이 저지른 일의 중요성이 가슴에 절실히 와닿는다.

노트를 사겠다는 의식이 일기를 쓰겠다는 의식을 낳았다. 그리고 그의 소소한 기록들은 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그는 자신이 왜 이런 쓸데없는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는지 몰랐지만 그런데 신기하게도 글을 쓰는 동안 그런 내용과는 전혀 다른 기억 하나가 마치 그것을 글로 쓰고 있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선명하게 떠올랐다.

빅브라더스를 타도하라

윈스턴은 사상 범죄자가 되었다.


오늘날의 우리는 많은 책을 읽고, 많은 기록을 남기며 산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글, 사진, 영상, 해석을 포함에 미래 몇 천년이 지난 다음에도 오늘을 잘 알 수 있을 만큼 자세하고도 엄청난 기록들을 개개인이 자신의 의지로 남겨가고 있다. 이것을 못 하게 한다? 언론의 자유를 막는다? 이런 일이 지금도 일어날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을 사상으로 나누고 총을 겨누는 일이 역사 속에 너무나 많았고, 아우슈비츠의 비극과 함께 지금도 바다 건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것에 이 책 1984가 놀랍지도 않다.

일기나 어떠한 기록의 행위도 금지된 세상,

사랑도 금지되는 세상

1984는 기계문명의 발달과 과학의 진보가 전체주의 사상과 닿을 때 어떤 비극이 초래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개개인이 가지는 경험과 지식, 감정을 철저히 말살시키려 하는 절대 권력과 그런 전체주의에 맞서는 인간의 투쟁을 그린 소설이다.

당에서 취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전에서 사람들이 쓰는 단어의 수 자체를 줄여버리며 사람들의 자유로운 사고의 폭을 줄여나갔다. 또 과거의 기록을 모두 제거하는 것으로 역사를 없애며 현재의 당이 항상 옳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으며 체제를 유지해 나간다.

또한 당은 다른 대륙들과의 끝없는 전쟁을 끝내려 하기보다 계속해서 전쟁상태를 유지해오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모두가 시간적 여유와 경제적 안정은 누리고 있었고 먹고 사느라 무지하고 바빠야 할 사람들의 풍요로움 속에서 의식을 가진 주체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무기를 만들어 전쟁을 지속하는데 사람들을 치중시켰다. 놀이도, 위안도, 쾌락도 무참히 서로를 죽이는 것에 있는 지금 내가 보기엔 절망적인 모습이었다.

읽어가자니 체제만 우선시되고 인간의 가치는 없어 보이는 모습 자체에 반감이 들며 과장 같지만 생각해 보면 과장이 아닌 오늘날의 우리의 모습이라서 과거에서 오늘을 보게 되는 소설이다.

어느 날 윈스턴이 받게 된 쪽지 메시지엔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쓰여있었다.

기록국에서 소설을 창작하는 26살의 줄리아는 윈스턴에게서 사람들이 당에게 박탈당한 것들에 대한 반항심을 읽었다고 하며 마음을 드러내고 텔레스크린을 피해 밀회를 이어간다.

윈스턴은 사상경찰들에게 들켜 끌려가고 감옥에서 당하는 무자비한 고문과 폭행에 견디지 못하고 거짓 자백들을 하면서도 자신이 여전히 줄리아를 사랑하고 있으며 배신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당의 우두머리가 말하길,

당의 목표는 반역자들을 죽이거나 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정신을 완전히 장악해서 당을 사랑하고 충성하는 새로운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윈스턴은 인간의 정신은 결코 완전히 장악할 수 없다고 외치고 저항해 보지만 그 끝에는 죽음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

다른 나라에 침략당하고 식민지가 되고 말살정책을 견뎌야 했던 수많은 나라들의 역사와 다르지 않았다. 일본의 침략에서 독립에 이른 우리의 역사를 떠올리며 윈스턴의 저항을 지켜보는 마음이 괴로웠다.





개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101호에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이 있었다.

어떤 이에게는 생매장이, 불에 타죽는 방식으로 혹은 꼬챙이로 찔러 죽이는 것이지만 윈스턴은 경우 가장 끔찍한 것이 쥐라는 걸 그들은 알고 있다.

고통은 그 자체로는 늘 부족하다네.

인간은 죽는 순간까지도

고통을 견디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

p 436

공포가 있었던 식인 쥐 앞에서 공포에 빠진 윈스턴은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줄리아를 괴롭히라고 말한다. "이걸 줄리아에게 하세요, 내가 아니라 줄리아한테. 그녀의 얼굴을 뜯어내고 뼈까지 발라내 버려요 네가 아니라 내가 아니라 말이에요 "

나는 윈스턴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막을 수가 없었다. 그와 같은 우리를 보게 되는데 결국 당을 받아들이고 죄의식에 시달려야 했던 상황을 안타깝게 본다.

일제 식민지 치하, 독립운동가가 있었지만 변절한 한국인들은 더 많았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사람들을 고문하고 학대한 것은 같은 유대인들이었다. 그러나 누가 죄인인가? 하고 물어야 하는 게 옳다. 나라가 없는데 가족들을 건사하고 자신의 목숨도 부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두가 순교자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고통이 죄를 묻을 뿐이다.

윈스턴은 석방 후 거리에서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줄리아는 추하게 변해있었다. 윈스턴의 자백으로 같은 고문을 당한 줄리아는 얼굴에도 커다란 흉터들을 가지고 있었고 둘은 서로의 배신을 확인하며 말없이 헤어져야 했다.

털레스크린에서 나오는 승전 소식을 들으며, 윈스턴은 빅브라더가 자신의 마음에 굳게 자리했음을 느낀다. 그리고 손에 잡은 연필로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쓴다.

자유는 구속이다.

둘 더하기 둘은 다섯이다.

귄력은 곧 신이다.

그는 모든 것을 수긍했다.

p 426

모든 사건은 정신 속에 있다. 모든 정신 속에서 일어나면 그것이 무엇이든 진정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그는 항복했던 것이다 그것은 합의사항이 없다. 사실상 자신이 항복하기로 결심하기 훨씬 전에 이미 항복할 태세가 되어 있었음을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빅브라더를 사랑한다.

윈스턴을 대변해서 권력, 전체주의, 물질주의 앞에서 폭력과 공포로 통제되고 마는 인간의 마음을 꼬집는 소설이었다.

어쨌든 70년도 전에 미래의 CCTV와 AI 알고리즘 등을 예견하듯이 그려내었고, 현대의 석학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빅브라더가 등장할 것이다.'

의구심이 든다. 블로그, 유튜브 개인의 의식이 맞는 걸까? 길들여진 보상에 만족하는 실험실 쥐는 아닐까? 정보에 의한 정보의 재생산과 활용되는 데이터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들은 과연 자의식이 있는 걸까? 알고리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기록하는 세상에서 1984가 오늘날과 미래의 우리에게 묻고 있다.

1984가 현실이 되게 놔두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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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11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