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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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흡입력으로 시작한 오프닝. 꿈속의 이야기와 자살을 위해 유서를 쓰는 나의 이야기가 섞인다. 죽음이 나를 비껴갔음을 느끼는 순간, 인생과 화해하지 않았지만 다시 살아야 함을 인식하는 동시에 그 유서를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전 지식 없이 읽은 <작별하지 않는다>는 이때만 해도 힘든 순간을 지나온 자기의 인생과의 작별을 앞둔 한 사람의 이야기인가? 하고 읽었지만 이 소설은 역사를 담은 소설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써.

진짜 작별인사를.

제대로.

모두에게.


뭔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느꼈지만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실 잘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 책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중반 이후 제주 방언과 함께 쓰인 시린 글을 읽기가 쉽지 않았다. <순이삼촌> 을 읽은 기억이 없었다면 쭉 쭉 읽을 수 없었던 제주방언 안에서 헤메는 동안에도 알 수 없는 참혹함이 주는 감정을 견디지 못해서 책을 내려 두었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마다 나를 다시 잡는 것은 한강의 은유적인 문장이 주는 힘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그걸 쓰려면 생각해야 했다.

어디서부터 모든 게 부스러지기 시작했는지,

언제가 갈림길이었는지,

어느 틈과 마디가 임계점이었는지.

한강의 글은 (ㆍ) 마침표를 잘 읽고 쉼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렇게 스스로 여운을 가지며 읽으라고, 아픔이 베일 시간을 두라고 말하는 듯한 문체가 오래 남을 것 같고 어딘가에서 만난다면 알아챌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상한 꿈에서 시작된 99그루의 검은 나무심기와 나무에 눈이 쌓인 모습을 영상으로 찍자는 약속을 했던 4년전에서 달라진 것이 없는 듯, 많은 것이 달라진 채로 인선과 나는 다시 만났다.



인선이라는 인물에게 더 집중되는 조명핀.

어린시절 알 수 없는 말과 행동들을 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고백하며 집이 싫었다고 말하는 인선과, 나중에 엄마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몰랐다고 말하는 인선이 꼭 우리의 모습 같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인선의 엄마는 우리의 역사를 살아낸 인물로 역사를 대신하고 있고, 소설은 우리가 깊게 들여다보지 않은 역사가 그저 싫은 순간으로만 우리와 작별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듯 했다.


인선은 이미 병원에서 치료중이었고, 경하를 급히 제주로 와달라고 한 것은 인선의 집에 있는 새를 보살펴 달라는 이유에서였다.

인선이 손을 다치고, 신경을 잇는 수술 후에 상처에 딱지가 앉지 않도록 계속 피를 흘러야 하고, 3분마다 바늘로 찔러 고통을 느껴야한다고 했던 것들이 이제야 이해된다.

역사적 고통의 순간에 딱지가 생기고 잊혀지는 것을 건드리고 싶어했다.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말이다. 끔찍한 실수와 사고라고 덮어두고 포기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건드리고 마주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이것이 지극한 사랑의 기억이라고 말이다.


이곳에 살았던 이들로부터,

이곳에 살아 있는 이들로부터

꿈처럼 스며오는 지극한 사라의 기억


죽은이를 살려 낼 수는 없지만

죽음을 계속 살아있게 할 수는 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꿔나가는 종류의 사람으로 인선을 바라보고 있다. 인선은 제주에서 홀로 오랜시간 어떻게 지내고 있었던 걸까?

명치에 걸려 이글이글 타던 불덩어리가 가진 사랑이 어머니로 부터 전해 듣고 모아진 그 학살의 증거들과 함께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이 반세기가 넘는 시대적 배경을 두고 함께 하고 있는 글이다.




 

묘한 흡입력으로 시작한 오프닝. 꿈속의 이야기와 자살을 위해 유서를 쓰는 나의 이야기가 섞인다. 죽음이 나를 비껴갔음을 느끼는 순간, 인생과 화해하지 않았지만 다시 살아야 함을 인식하는 동시에 그 유서를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전 지식 없이 읽은 <작별하지 않는다>는 이때만 해도 힘든 순간을 지나온 자기의 인생과의 작별을 앞둔 한 사람의 이야기인가? 하고 읽었지만 이 소설은 역사를 담은 소설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써.

진짜 작별인사를.

제대로.

모두에게.

뭔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느꼈지만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실 잘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 책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중반 이후 제주 방언과 함께 쓰인 시린 글을 읽기가 쉽지 않았다. <순이삼촌> 을 읽은 기억이 없었다면 쭉 쭉 읽을 수 없었던 제주방언 안에서 헤메는 동안에도 알 수 없는 참혹함이 주는 감정을 견디지 못해서 책을 내려 두었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마다 나를 다시 잡는 것은 한강의 은유적인 문장이 주는 힘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그걸 쓰려면 생각해야 했다.

어디서부터 모든 게 부스러지기 시작했는지,

언제가 갈림길이었는지,

어느 틈과 마디가 임계점이었는지.

한강의 글은 (ㆍ) 마침표를 잘 읽고 쉼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렇게 스스로 여운을 가지며 읽으라고, 아픔이 베일 시간을 두라고 말하는 듯한 문체가 오래 남을 것 같고 어딘가에서 만난다면 알아챌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상한 꿈에서 시작된 99그루의 검은 나무심기와 나무에 눈이 쌓인 모습을 영상으로 찍자는 약속을 했던 4년전에서 달라진 것이 없는 듯, 많은 것이 달라진 채로 인선과 나는 다시 만났다.

인선이라는 인물에게 더 집중되는 조명핀.

어린시절 알 수 없는 말과 행동들을 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고백하며 집이 싫었다고 말하는 인선과, 나중에 엄마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몰랐다고 말하는 인선이 꼭 우리의 모습 같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인선의 엄마는 우리의 역사를 살아낸 인물로 역사를 대신하고 있고, 소설은 우리가 깊게 들여다보지 않은 역사가 그저 싫은 순간으로만 우리와 작별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듯 했다.

인선은 이미 병원에서 치료중이었고, 경하를 급히 제주로 와달라고 한 것은 인선의 집에 있는 새를 보살펴 달라는 이유에서였다.

인선이 손을 다치고, 신경을 잇는 수술 후에 상처에 딱지가 앉지 않도록 계속 피를 흘러야 하고, 3분마다 바늘로 찔러 고통을 느껴야한다고 했던 것들이 이제야 이해된다.

역사적 고통의 순간에 딱지가 생기고 잊혀지는 것을 건드리고 싶어했다.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말이다. 끔찍한 실수와 사고라고 덮어두고 포기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건드리고 마주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이것이 지극한 사랑의 기억이라고 말이다.

이곳에 살았던 이들로부터,

이곳에 살아 있는 이들로부터

꿈처럼 스며오는 지극한 사라의 기억

죽은이를 살려 낼 수는 없지만

죽음을 계속 살아있게 할 수는 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꿔나가는 종류의 사람으로 인선을 바라보고 있다. 인선은 제주에서 홀로 오랜시간 어떻게 지내고 있었던 걸까?

명치에 걸려 이글이글 타던 불덩어리가 가진 사랑이 어머니로 부터 전해 듣고 모아진 그 학살의 증거들과 함께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이 반세기가 넘는 시대적 배경을 두고 함께 하고 있는 글이다.


 

p 94

이상하지 눈은 어떻게 하늘에서 저런 게 내려 오지 창 너머에 안보이는 누군가에게 조용히 항의 하던 그녀는 내 얼굴을 보지 않고 물었다.

 

눈처럼 가볍다 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눈에도 무게가 있다.

이 물방울 만큼.

이 세상에 가벼운 생명이 어디 있나!

이후로 글로 표현된 참혹함은 19세이상 관람의 그 어떤 영상보다 끔찍하고 시렸다.

자꾸 외면하고도 싶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죽지 않게, 작별하지 않게 상처를 계속 건드려 살려야 한다는 것을 인선의 사고와 손의 상처로 보여주었고, 독자가 된다는 것 역시 지극한 사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했다.


p 109

이상하다. 살아 있는 것과 닿았던 감각은 불에 되었던것도 상처를 입은것도 아닌데, 살갗에서 잘 지워지지 않는다. 그 전까지 내가 보았던 여러 생명체도 그들만큼 가볍지 않았다.

( 사람의 생명을 새털보다 가볍게 여긴 학살을 고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

 

p 120

무딘 칼로 안구 안쪽을 도려내는 것 같은 통증을 견디며 나는 차가운 차창에 머리를 기댄다. 언제나 그랬듯 통증은 나를 고립시킨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몸이 시시각각 만들어내는 고문의 순간들 속에 나는 갖힌다. 통증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시간으로 부터, 아프지 많은 사람들의 세계부터 떨어져 나온다.

p 122

건강해 보여도 방심 알수 없어 아무리 아파도 새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해 대에 앉아 있대. 포식자들에게 표적이 되지 않으려고 본능적으로 견디는 거야. 그러다 횃대에서 떨어지면 이미 늦은 거래.

조금은 몽화적인 글의 흐름에서 은유적인 글들은 맥락을 놓치기 싫어하는 나를 포함해 역사 밖을 사는 우리를 계속 정신차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무엇을 생각하면 될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p 307

돌아가자. 나는 말했다. 다음에 오자. 눈 그치고 다시.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으며를 인선이 말했다. 이 다음이 없을 수도 있잖아.


p 311

내 기척에 엄마가 돌아보고는 가만히 웃으며 내 뺨을 손바닥으로 쓸었어. 뒷머리도, 어깨도 등도 이어서 쓰다듬었어.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걸 기억해. 골수에서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p 323

그게 너일까. 다음 순간 생각했다. 네가 지금 진동하는 실 끝에 이어져 있나. 어두운 어항속을 들여다보듯, 되살아나려 하는 너의 병상에서. 아니 그 반대인지도 모른다. 죽었거나 죽어가는 내가 끈질기게 들여다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 건천 하류의 어둠속에서, 아마를 묻고 돌아와 누운 너의 차가운 방에서 하지만 죽음이 이렇게 생생할 수 있나...


이것은,

이곳에 살았던 이들로부터,

이곳에 살아 있는 이들로부터

꿈처럼 스며 오는 지극한 사랑의 기억이라고 한강은 말하고 있고 그 사랑을 잊지말고 기억해 주길 바라고 있다.

촛불이 아래위로 흔들리며

허공에 붉은 선을 그었다.

해석 할 수 없는 수식처럼.

한없이 느리게 날고 있는 화살처럼.


이상하지 눈은 어떻게 하늘에서 저런 게 내려 오지 창 너머에 안보이는 누군가에게 조용히 항의 하던 그녀는 내 얼굴을 보지 않고 물었다. - P94

이상하다. 살아 있는 것과 닿았던 감각은 불에 되었던것도 상처를 입은것도 아닌데, 살갗에서 잘 지워지지 않는다. 그 전까지 내가 보았던 여러 생명체도 그들만큼 가볍지 않았다. - P109

무딘 칼로 안구 안쪽을 도려내는 것 같은 통증을 견디며 나는 차가운 차창에 머리를 기댄다. 언제나 그랬듯 통증은 나를 고립시킨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몸이 시시각각 만들어내는 고문의 순간들 속에 나는 갖힌다. 통증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시간으로 부터, 아프지 많은 사람들의 세계부터 떨어져 나온다. - P120

건강해 보여도 방심 알수 없어 아무리 아파도 새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해 대에 앉아 있대. 포식자들에게 표적이 되지 않으려고 본능적으로 견디는 거야. 그러다 횃대에서 떨어지면 이미 늦은 거래. - P122

돌아가자. 나는 말했다. 다음에 오자. 눈 그치고 다시.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으며를 인선이 말했다. 이 다음이 없을 수도 있잖아. - P307

내 기척에 엄마가 돌아보고는 가만히 웃으며 내 뺨을 손바닥으로 쓸었어. 뒷머리도, 어깨도 등도 이어서 쓰다듬었어.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걸 기억해. 골수에서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 P311

무엇이 지금 우릴 보고 있나, 나는 생각했다. 우리 대화를 듣고 있는 누가 있나.
아니, 침묵하는 나무들뿐이다.이 기슭에 우리를 밀봉하려는 눈뿐이다. - P320

촛불이 아래위로 흔들리며

허공에 붉은 선을 그었다.

해석 할 수 없는 수식처럼.

한없이 느리게 날고 있는 화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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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3 23: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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