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NERAL CODE - 내가 유디티가 된 이유
홍지재 지음 / Professional Amateurism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독 싱숭생숭하던 날이었다. 마음은 꿈으로 가득 차 뜨거우면서도 당장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던 날. 메일 한 통이 왔다.

홍지재 작가의 메일을 보면서 심장이 뛰었다. 탑독과 언더독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100만 부를 팔고 절판하겠다는 이 책의 포부가 허세나 자만심이 아니라, 간절함이라는 것이 느껴졌고 여기서 뭔가를 꼭 듣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감사히도 보내주셨다.

운명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도 이런 우연에서 시작된 운명 같은 만남은 거부할 수 없는 끌림으로 다가온다. 내겐 우연이었고 그에게도 우연 혹은 선택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처음엔 대단한 마케팅의지다 라고 아주 잠시만 막연히 생각했다가 알았다.

이것은 마케팅이 아니라 그저 내게 손을 내밀어 주는 순간이었다는 것을.

우리를 위해 준비된 책이라는 것을.

그를 위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을 알았다.

굳이 메일을 받은 상황까지 쓰는 이유는 이 메일이 아니었으면 나는 홍지재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메일에서 느낀 뜨거움이 다음날까지도 식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여운의 답이 책 전체에 퍼져있기 때문에 메일 또한 그의 삶의 태도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냈을까?

이 책을 가볍게 읽고, 또 가볍게 지나치기는 싫게 만든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진심으로 궁금했다.


서두가 길었지만,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마다 휘날겨 써간 내 감정들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또박또박 천천히 쓸 수도 없었다.

가슴 안의 무언가가 마구 뛰었고, 아팠고, 그리웠고, 뛰쳐나오려고 했고 그 속도에 맞게 글씨가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처음 맛보는 이 날것의 살아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나의 고민이 무엇이었는지 그를 통해 제대로 마주해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머니, 아버지와 형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가 되었고, ' 그 순간 나의 지옥주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던 사람은 그 순간에 그 사람밖에 없었다'라는 대목에서 이제껏 내가 만나고 싶었던 순간이기도 해서 소름이 돋았다. 음악이 아닌 책을 읽으며 소름이 돋은 것이 처음인 것 같다.

원천적인 외로움, 내면의 갈망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외로움을 들킨 것만 같다.

내가 유디티가 된 이유

밀줄의 자리에 내가 지금 인 이유를 놓고 읽어 본다면 모든 사람이 공감할 것 같다.


고양이 앙꼬의 얘기로 시작하는 오프닝도 감동스러워, 길게 오래 읽었다.

(그 어느 때보다 천천히, 끝까지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책의 이즈음에서 했던 생각,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져야겠다'였다.

그가 말한 100만 부 중 하나를 내가 읽었고 100만 부는 한 권도 빠짐없이 사람들에게 전해져야 해. 그런 바램이 들었다.

UDT

유디티가 내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죽으라고 했다고 보는 게 맞으리라. 하지만 유디티 훈련을 받으면서 나는 늘 살아있음을 느꼈다. p176


그가 UDT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 힘든 훈련을 겪으며 죽는 게 더 쉽다고 생각하는 순간마저도 놓지 않았던 삶의 의지,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일주일 만에 다시 아버지 상을 치러야 했던 무너짐, 아픈 형.

가족의 부재보다 그를 더 무너지게 했던 고뇌, 이미 절벽에 서있지만 단두대를 찾아 떠나는 그를 보며 어머니의 마음, 친구의 마음, 그 자신의 마음이 되어 그를 잡아보고도 싶었지만, 그는 UDT에서 누구보다 부끄럽지 않게 모든 과정에 직면하고 싶어 했다. 마치 그러지 않고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듯이 그는 마지막이자 시작점으로 삼천리를 걸어서 유디티에 들어갔다.

이미 극한에 몰려 있었지만, 더 극한으로 자신을 밀어 넣으며 스스로 일어서고자 했던 의지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알았다.

그 혼자만 다시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극복할 수 있게 손 내밀어 주고, 믿어주고, 웃고, 울어주는 그를 보며 뼛속까지 그는 그 자신으로 존재했음에 경의를 표하고도 싶었다. 책 한 권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고 했지만 이것은 나의 믿음이기도 하다.

훈련의 고비마다, 삶의 고비마다 그는 탈피를 하며 더 나 다워지고 있었다.


p 144

나의 지옥주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던 사람은 그 순간에 그 사람밖에 없었다.

가슴이 저릿한 순간이었다. 그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 줄 사람, 인정하고 믿어줄 사람, 우리의 시간을 이해해 주는 단 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았다.

내게도 필요한 사람, 오래도록 간절히 필요한 시간어었다는 것이 깊은 곳에서 전해졌다.

책 중간에 나온 <달과 6페스>와 함께 그와 우리를 이해할 수 있었고 이상한 위로를 받았다.


p146

아버지의 육체보다 정신이 먼저 죽어버렸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긍정할 줄 몰랐다. 그리고 아무도 그의 진정한 욕망을 긍정해 주지 않았다. 마음의 소리를 순순히 따나 가기에는 겁이 났으리라.

그리하여 타인의 욕망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인생의 길에 윤기를 주면서도 정작 진정한 자신의 인생은 낭비했다. 그는 겁먹은 채로 인생의 변방만을 거닐다 종말을 맞았다. 정년 시절에 그는 알고 있었을까? 자신이 고작 이런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기라는 사실을.

(나는 그가 아버지와 형을 이해하는 모습으로 진심으로 껴안고, 조금 늦어버린 사랑을 이타적인 삶으로 바꿔간 저자에게 이상한 감동을 느낀다.

p200

모호하고 막연한 꿈이었지만 이는 결코 외면할 수도, 외면해서도 안 되는 꿈이었다. 도망치고 외면하고 싶을 때도 너무나 많았다. 내 삶만을 빛내기에도 내가 가진 자원은 부족했고 생은 짧다는 사실을 진작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삶의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오열했고 가슴 깊숙한 곳이 분명 아렸다.

( 상처 입은 자의 치유, 그는 누구보다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의 처지와 마음과 고통을 안다. 그들이 여전히 어떤 꿈을 기지고 있다는 것마저도 ~)

p210

이제는 세상을 향해 다시 한번 용기 내어 물어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떻게 마음이 가난한 채로 살아가는 자들을 구원할 수 있습니까?

결국 이 단 하나의 물음에 세상에 던지기 위해 나는 그렇게 걷고 뛰고 구르고 헤엄치고 유디티가 되었다.

( 그는 내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을 알았고 비난하지 않았고 내게 꿈이 있다는 것도 알아주었다. )

나의 지옥주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던 사람은 그 순간에 그 사람밖에 없었다.
- P144

아버지의 육체보다 정신이 먼저 죽어버렸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긍정할 줄 몰랐다. 그리고 아무도 그의 진정한 욕망을 긍정해 주지 않았다. 마음의 소리를 순순히 따나 가기에는 겁이 났으리라. - P146

모호하고 막연한 꿈이었지만 이는 결코 외면할 수도, 외면해서도 안 되는 꿈이었다. 도망치고 외면하고 싶을 때도 너무나 많았다. 내 삶만을 빛내기에도 내가 가진 자원은 부족했고 생은 짧다는 사실을 진작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삶의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오열했고 가슴 깊숙한 곳이 분명 아렸다. - P200

이제는 세상을 향해 다시 한번 용기 내어 물어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떻게 마음이 가난한 채로 살아가는 자들을 구원할 수 있습니까?
결국 이 단 하나의 물음에 세상에 던지기 위해 나는 그렇게 걷고 뛰고 구르고 헤엄치고 유디티가 되었다.​

- P210

유디티가 내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죽으라고 했다고 보는 게 맞으리라. 하지만 유디티 훈련을 받으면서 나는 늘 살아있음을 느꼈다.
- P1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