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미술관
이은 지음 / 노블마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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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술학 박사라는 작가 이은의 이력도 남다르고  일본 고단샤에서 인정한 추리소설 작가의 작품이란 점에서 수상한 미술관은 문외한이던 미술에 대한 식견을 한차원 높여준 작품이다.

미술작품을 소재로 한 추리작품이라 조금은 난해한 감도 없지 않았지만 아주 생소한 작품의 도록을 실어두어  미술에 손방인 내가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촉망받는 평론가로 각광을 받았던 주인공 김이오였지만 기존 화단과의 불화를 불러일으키는 평론으로 확실할 것 같았던 교수발령이 무산되고 아내 수진과 부부싸움을 한 다음 집을 나간 아내가 사라진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주인공이 표절이란  평론으로 교수직에서 쫓겨나고 아내마저 불치병으로 잃어버린 의문의 남자로부터 걸려온 전화. 몇시 몇분까지 어느 미술관으로 가라. 거기서 자신이 낸 문제를 풀지 못하면 너의 아내는 죽는다. 
유명 작가의 작품과 대조하여 내리는 가장 무서운 판결 표절이 한 사람을 파괴하고 가정을 파괴할 수 있었다는 것을 평론가는 모른다. 설마 그 정도로 이런 짓거리를 할 사람은 예술가가 아니다. 그래서 더 날서고 그 사람 자체를 허물어 뜨리는 한줄의 글이 몰고 온 파장.


뭐 이런 놈이 다 있어란 반응이지만 점점 더 그 남자와 김이오의 밀고 당기는 심리전. 미술 작품의 독창성, 패러디, 표절의 간극은 어디까지인가?
주인공의 그릇된 시선을 바로잡아 주겠다는 피해자인 남자의 의도와 표절, 패러디를 입증하려고 예를 드는 작가들의 작품들. 어디까지가 패러디이고 어디까지가 표절인가를 쉽게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목차가 시간으로 표시되어 낮동안의 시간에 일어난 일이란 것은 금새 알고도 남지만 아내를 살리고 싶은 주인공의 심리, 문제를 못풀면 바로 아내를 죽일 기세였던 그 남자는 예상외로 주인공이 문제를 풀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마치 그가 주인공의 모든 것을 다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어떤 점에선 그의 손바닥 위에 발가벗겨진 채로 놀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이다.

 

반 고흐, 피카소, 마네, 고야 등의 유명호가 일본의 우키요에 등의 작품들간의  계보를 추적하는 주인공과 사내의 밀고 당기기식의 문제풀

이를 통한 지적 게임을 펼치는 스릴러다. 손에 땀이 베이게 하는 긴박감이나 피튀기는 유혈은 없어도 자신의 대답 하나에 아내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나를 사건의 한가운데로 불러들인다.(고흐의 작품과 우키요에에 얽힌 이야기는 정말 놀랍다.)



 



 

 

 

 

 

 

 

 

 

 

 

 

 

 

 

 

 

 

마지막 장을 덮기 전까지도 사내의 진의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리를 멍하게 만드는 반전?
'오늘의 일이 어떤 영화를 패러디한 것인가?라는 사내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기연가미연가하면서도 그 제목을 아직도~~

표절, 위작 논란이 심심찮게 들린다. 비슷한 구도, 컨셉, 내용이라 하더라도 어떤 작품은 패러디라고 하고 어떤 작품은 표절이라고 판단할 것인가? 사내의 말처럼, 주인공의 말처럼인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

 

미술작품의 독창성, 패러디, 표절을 주제로 아내 수진의 목숨을 걸고 낮동안 지적게임을 벌이는 범인과 주인공의 흥미진진한 대결, 유명 미술작품의 계보를 추적하는 공부. 허를 크게 찌르는 마지막 반전까지. 마지막 장을 덮을때 까지 저자와 독자의 게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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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곤충 세상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 2
강의영 외 지음, 박지숙 그림 / 일공육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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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300만년전에 출현하였는데 곤충은 무려 3억 5천만년전에 출현하였고 기록된 곤충이 80만종으로 전동물수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전체 종수는 300만종에 달한다고 한다.

자연 생태계의 구성원으로 보면 곤충별 나름의 존재이유가 있음에도 우리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느냐 아니냐에 따라 익충과 해충으로 구분하여 해충의 범주에 들면 박멸하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아끼지 않는다.
지구환경의 파괴로 메뚜기 떼의 창궐, 밤새도록 울어대는 매미소리, 가을철 모기 급증,  중국에서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1979년에 기록된 꽃매미는 우리나라 겨울철이 따뜻해져 월동개체수가 늘어 도시는 물론이고 농촌까지 극성을 부리는 모든 문제가 인간이 만들어냈다는 것이란다.

 

아주 오랜 기간동안 지구환경의 변화에 적응해온 곤충은 열악한 환경조건에 잘 적응하는 능력자로 인간이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퇴치하려고 해도 살아남았다.  인간과 개미의 관계를 중심으로 상호 소통의 가능성을 주제로 하는 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5권을 온가족이

읽고 있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곤충이란
몸은 머리, 가슴, 배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지며, 겉은 키틴질(곤충, 새우 등의 겉껍질에 함유된 굳은 물질)로 싸여 있어 수분의 손실을 막고 병균으로부터 몸을 보호합니다. 머리에는 한 쌍의 더듬이와 겹눈이 있고, 입은 식성에 따라 여러 가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가슴에는 3쌍의 다리와 2쌍의 날개가 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매년 학교에서 볼 수 있는 나무를 소재로 골든벨을 하는데 이름 외우기에만 그쳐 체험학습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 1.2권을 활용하여 학교들이 늘어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여 곤충세계를 탐험하면 얼마나 좋을까.

 

세분의 곤충생태 연구가들인 강의영, 성기수, 표도연선생님이 발품을 팔아 전국 각지의 초등학교에서 살아가고 있는 곤충들을 사진에 담아 분류하고 박지숙님의 그림을 곁들여 펴낸 소중한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곤충세계에 대한 이해도가 한차원 높아질 것 같다.

여름철 매미채를 들고 개체수가 급증한 매미와 잠자리만 잡는 것으로 곤충세계를 함께 탐구했다고 흐뭇해했던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정말 이렇게 다양한 곤충들이 학교에 살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아주 다양한 나비, 딱정벌레, 잠자리, 노린재 등등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똥을 먹는 곤충, 죽은 사체가 있으면 바로 날라오는 곤충들, 곤충의 머리모양, 곤충의 변신술, 먹이사슬, 서식지, 만지면 안되는 곤충들 등에 대한 다양한 분류를 통해 학교에 살고 있는 곤충들에 대한 요모조모를 알 수 있게 만든다.

 

곤충의 귀가 다리 혹은 다리 주변에 있다는 것과 사냥한 곤충을 나무가지에 박아놓어 잊어버린 떼까치의 습성(암컷을 유인하기 위한), 수컷이 암컷보다 작고 어떤 경우엔 자손번식을 위한 암컷의 영양보충용으로 한끼 식사가 되어주는 사마귀, 거미의 습성은 인간 이상의 종족보존 본능을  가진 곤충..


사람에겐 화단은 물론이고 농작물을 갉아먹는 해충인 진딧물은 개미들에겐 꿀을 제공하는 영양 공급자라 상생하는 존재다.

나무에서 땅속에서, 풀숲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곤충이지만 우리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곤충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이란 책을 옆에 끼고 학교와 우리 동네 주변의 나무와 숲에 살아가는 곤충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겨울잠을 자는 곤충의 흔적, 알집들을 찾는 겨울,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알에서 깨어나는 봄의 곤충을 조금 더 친숙하게 관찰할 수 있는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준 책이다.

 

보다 잘 촬영하기 위해 곤충의 눈으로 보는 것과 흡사한 렌즈를 활용하여 촬영할 정도의 노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울러 한 분야에 대한 천착을 위해 전국 각지를 누비며 사진에 담고 자녀들과 함께 체험 학습을 하는 부모들의 열의가 부럽고 그렇지 못해 미안할 뿐이다.

곤충의 눈


아쉬운 점은 곤충의 분류나 사전 지식에 대한 내용이 조금 부족하고 곤충들이 발견된 학교에 대한 정보를 기재하지 않은 이유가 있겠지만 부록이나 카페 등을 통해 곤충이 발견된 학교정보와 종별 분류, 종별 특성에 대한 세세한 정보와 자료를 부록으로 제공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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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창조기업 - 나의 행복한 일터
구문모 외 지음 / 형설라이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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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창조기업이란 창의적 아이디어에 기반하여 지식거래, 제품, 콘텐츠, 서비스 등으로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개인이나 1인 중심의 조칙체를 의미한다.' 45쪽

 

오픈마켓, 뉴미디어를 활용하여 새로운 사업의 패러다임을 형성하여 성공 기업가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의 뉴스가 회자되고 있다.

본인이 몸담았던 분야, 취미, 관심분야, 솜씨를 기반으로 전문성, SNS를 활용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불경기, 평생고용 파괴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탈출구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촉발시키고 있다.

 

블로그, 카페, 오픈마켓, 페이스북, 유투브, 트위터, 애플앱스토어를 무대로 기회를 잡은 이들.

순창에서 평생 전통적인 방식으로 고추장을 담궈왔던 할머니의 손맛이 제품화되어 전국의 가정의 식탁에 오르는 이야기처럼 기존의 비즈니스와는 또 다른 기회가 열리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쌓은 전문성을 뉴미디어를 기반으로 1인 창조기업을 만든 사람들, 기술,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사람들의 이야기, 블로그에 요리나, 인테리어, 바느질 노하우를 꾸준히 포스팅하여 책으로 펴내거나 요리교실, 재료 판매를 통해 성공한 전업주부들의 이야기까지 아주 다양한 사례를 예시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단편적인 언급에 그치고 있어 아쉽다.

 

영국의 허더스 필드와 헤이온 와이, 통영의 12공방은 1인을 넘어 지역 전체가 창의성을 고양하고 사업화하여 성공한 모델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모델로 1인 창조기업 모델이 유효함을 입증하고 있다.

 

1인 창조기업은 누구나 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주 소소한 것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남다른 생각을 하고 실행에 옮긴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성공을 미리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는 1인 창조기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모티브를 제공한다.

 

 

1인 창조기업이란 책은 정부의 지원으로 출간된 책으로 보이는데 거창함에 비해 알맹이가 빈약하지만 창업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길라잡이서라는 점에서는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1인 창조기업에 대한 중소기업청과 문화관광부에서 정부차원의 지원 정책과 지원기관에 대한 가이드가 담겨 있다.
1인 창조기업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보다 상세한 가이드가 되기엔 다소 부족하고 정부정책을 홍보하는 책들중의 하나라는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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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 : 입소문으로 팔아라 - 고객을 전염시키는 소리
엠마뉴엘 로젠 지음, 송택순 옮김, 이주형 감수 / 해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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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좋은 말보다는 나쁜 말의 전파속도는 더 빠르다는 것은 동서고금에 통용되는 세상 이치다.
더욱이 휴대폰, 인터넷 등을 통해 입소문이 전파되는 속도는 물론이고 입소문을 듣게 되는 사람의 수의 급속도로 증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입소문으로 성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경쟁사 혹은 개인에게 치명타를 날리는 오도된 입소문, 낚시글, 스팸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

 

9월경 인터넷에서 소고기값을 아주 저렴하게 팔고 서비스도 좋다는 블로거의 칭찬일색인 집을 찾았다. 그런데 웬걸 그 서비스는 고객불만으로 지난주까지만 제공한다는 주인의 말! 버럭대왕으로 변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안와. 그러나 대안이 없는 나는 주인의 부가서비스 제공에 만족하고 그 집에서 모처럼만의 외식을 잡친 기분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

 

버즈-입소문으로 팔아라는 앤드노트라는 소프트웨어 마케팅 담당시 저자의 입소문 마케팅 경험담을 밑천으로 쓴 베스트셀러 입소문으로 팔아라의 개정판이다.

입소문 마케팅의 고전이라고 할만한 책이란 평가와 추천글이 즐비하고 티핑포인트를 읽은 사람이 다음에 읽어야 할 책으로 인터넷서점의 마케터가 메일로 보낸것이 기화가 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것으로 입소문의 위력을 이 책이 입증한 셈이다.

 

buzz란 말은 꿀벌이 윙윙대는 소리를 의미하는 의성어로 정찰벌이 꽃밭을 발견할 경우 벌집으로 돌아와 원무나 8자춤(?)를 춘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입소문과 유사하다는 의미에서 차용한 용어로 생각된다.(이 책에서도 언급하지만 최근에 읽은 꿀벌 전문서를 보니 정말 벌은 개체가 아니라 집단이 하나인 것처럼 움직인다.)

갈까마귀들도 먹이가 발견하면 최초 발견자가 먹이를 먹어치우는 것이 아니라 무리로 돌아가서 알리고 전체 무리가 다시 와서 먹이를 나누어 먹는다는 이 책의 예처럼 사람들도 좋은 경험이나 정보는 나누려고 하는 속성(입이 근질거려 좋은 뉴스보다는 나쁜 소식을 전파를 잘하는 우리네 심성)을 이용하는 것이 바로 입소문 마케팅의 근간이다.
어떤 상품,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자중 만족자보다는 불만족자가 입소문으로 전하는 인원의 수가 아주 많다.

초청에 의한 가입방식을 근본으로 하는 지메일, 국내의 모 블로그처럼 사용자가 늘어야 효과가 점증하는 SNS서비스가 바로 입소문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보인다.

 

브리타 정수기의 녹차 티백, 요약본 배부로 베스트셀러가 된 피터스의 책, 콜드마운틴, 놀스캠프의 입소문을 보면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제품과 연결점이 있는 메시지의 파급효과를 보면 단순하게 보이지만 실행에 단계에 이르면 이런 저런 핑게와 이유를 달게 되는 것이 성공사례와 평범한 기업의 차이로 보인다.

 

태국 콘돔왕의 가족계획 캠페인, 남아공의 소프라노 드라말를 이용한 질병퇴치와 가족폭력근절 캠페인, 아르헨티나 빈민어린이에게 신발을 제공하기 위한 신발, 독일의 나무샌달 비르캔스톡의 미국시장 공략기, 티팬트 힝키핑키의 월스트리트저널 기사화로 성공한 이야기 등등의 사례는 가슴에 와닿는다.


성공사례를 보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공익캠페인 역시 입소문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광고와 입소문은 양자 택일의 문제가 아니란 점을 마케터가 명심해야 하고 진실성, 고객참여(체험)의 중요성, 지속성, 네트웍허브의 중요성,

그리고 입소문효과가 없는 그룹도 관리를 해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고객을 전염시키는 소리 버즈를 울리려면 사람들의 행동특성을 인지하고 고객, 제품의 특성에 적합한 입소문거리를 발굴하는데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 같다.

 

 최근 들어 의도된, 악의적인 입소문이 비일비재하게 만들어지고 기획된다. 그러다 보니 입소문에 대한 신뢰성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문가, 자신이 신뢰하는 친구나 지인을 통한 입소문의 효과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유투브, 트위터 등을 통해 입소문의 지역적 한계가 무너져 입소문만으로도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 기업, 하루 아침에 유명인사가 된 사람들의 사례가 아주 많다.

 

광고. 입소문에 대한 거부감이 높다 하더라도 다종다기하게 전해지는 정보를 이용해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마케터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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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이틀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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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와 우, 보수와 진보
둘의 공존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한쪽을 발본색원하여 이 땅에서 존재해서는 안되는 존재로 낙인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극과 극이라고 할까? 일제 식민 지배문제, 정신대, 친일파, 과거사문제, 남북문제, 북핵, 미국, 쇠고기수입, 4대강 등등의 사안에 대해서 한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날선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해방 이래 정신세계 만큼은 좌익이 지배해왔다는 작가의 지적엔 동의할 수 없으나 그동안 운동권 청년들의 성장기를 다룬 소설은 많았지만 '구월의 이틀'처럼 우익 청년의 성장기를 그린 작품은 전무했다는 말엔 공감이 간다.
올드 라이트, 뉴 라이트, 퓨어 라이트로 구분한 것처럼 순수 우익 청년, 바람직한 우익이 이땅엔 전무했다는 문제의식이 우익에서도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일말의 희망을 보고 싶다.

 

 류시화 시인의 구월의 이틀에서 따온 것이며 작가가 대학생을 가르치면서 첫날 강의 테마로 사용했던 것을 소설에 차용한 것이다. 인생의 황금기가 고작 시처럼 이틀에 불과하다. 그 이틀의 시절에  주인공은 조우한다.

 

 전국을 노란색으로 물들인 故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는 시기,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하던 아버지가 청와대 비서진이 되어 서울로 이사하는 광주청년 금과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나면서 야반도주격으로 큰아버지 집으로 이사하는 부산청년 은
둘이 휴게소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목도한 사건~ 대통령 당선자 뉴스를 보고 기뻐하던 젊은 부부에게  노인들은 “빨갱이들 세상이 되니 좋니” “북한에나 가서 살아”라는 폭언과 행패를 당하면서 황급히 떠나는 그들이  얼마후 아이만 남겨놓고 교통사고로 사망한 장면을 목격한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하여 정치가를 꿈꾸는 금과 안정적인 직장을 보장한다며 엄마의 권유로 국어교육과에 진학하는 은은 자란 환경, 성격이나 외모 등에서도 완전히 다른, 어떻게 보면 서로 친구가 될 수 없는 이질적인 사람이다.
개미를 읽다보니 난자는 자신의 유전자와 가장 다른 정자를 선택한다고 하는데 친구중에서도 판이하게 다른 사람과도 절친이 되는 경우다.

 

나의 학창시절과는 판이하게 다른 대학, 그리고 성장기를 지낸 청년들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작가의 주관이 심하게 투영된 주인공들의 모습은 아닐까 하는 이물감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전원 취업이 보장되는 사범대, 1년에 수천명이 배출되는 사법시험 합격자들-임용고시로 교사를 선발하고 1년에 1천명을 선발하는 사범시험-이란 대목을 보더라도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는 문장들도 많이 보인다. 작가의 시선으로 두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을 대비시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고뇌의 흔적보다는 개인적인 감상에 젖은 두 사람의 행보는 엇갈린 길에 서 있지만 그들을 만나게 하는  매듭이 동성애 코드라니, 금과 반고경의 질펀한 정사, 올드 라이트 거북선생과의 동성애, 뉴라이트인 삼촌의 성정체성을 굳이 이 소설에 배치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어떤  책에서 조순형의원, 김영삼전대통령 일가와  독립운동가 집안에 얽힌 비화를 보고 왜 그들이 현재의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고 이전과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되었던 근본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처럼 은이 우익청년의 길, 보수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나 고민을 좀 더 심층적으로 그리는데 할애하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역사엔 진정한 보수(우익)가 없었다. 아니 그들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세월을 숨죽여 건너왔는지도 모른다. 진보세력은 험난한 시절이었지만 자신들의 지향을 위해 온갖 탄압에도 굴하지 않는 인동초와 같은 생명력으로 성장해 온 것에 비한다면. 보수답지 못한 보수가 보수의 껍질을 쓰고 있다는 은의 지적은 백번만번 지당하다. 현재 급부상하고 있는 뉴라이트의 문제를 과연 작금의 우익청년들은 은처럼 직시하고 있는지. 쇠고기 수입 집회시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은의 생각과는 판이하다. 올드 라이트와 뉴 라이트의 모습은 진정한 보수의 모습이 아니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는 불쌍한 존재들이다.

 

어느 사이 금과 은의 부모님의 세대 언저리가 되어버린 나, 우리가 보낸 구월의 이틀과 금과 은의 세대가 보낸 구월의 이틀의 간극이 너무나 크다.
노래가 세대차를 만든다는 소설속의 말처럼 서로 다른 노래를 부르는 세대가 공감할 수 없는 틈새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먼 바닷길을 떠나는 배의 안전 운항을 보장하는 배의 바닥짐이 되기 위해 보수의 길을 선택한 은과 아버지의 자살로 심경의 변화를 겪고 작가의 길을 선택은 금, 서로 다른 차이를 드러내기 보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보수와 진보의 새로운 모색을 기대한다.

 

 

책에서 따온 글.
"강한 것은 선하고, 강한 것은 아름답다. 못 배우고 못 가지고 못난 것들은 죽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끽소리 없이 고분거리고 있거나! 사실 그런 떨거지들은 볼펜의 똥 찌꺼기보다도 못하다. 못 배우고 못 가지고 못난 것들은 국가는 물론이고 문명의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함께 진화하며 성장하고 함께 적자생존의 단맛을 나누지 못할 낙오자들은 대한민국을 위해서나 인류 문명을 위해 빨리 사라져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못 배우고 못 가지고 못난 것들이 어떻게 나라를 경영하냐? 대한민국의 명운을 위해 다시는 노무현 일당처럼 못 배우고 못 가지고 못난 선동전문가들이 권력을 넘보거나 나눠 먹자고 덤벼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강하고, 실력 있고, 아름답다."  은의 일기 꿈의 노트중에서 뉴라이트이자 모대학 법대교수인 삼촌이 읽은후 대화중에서 269쪽

 

"그래, 은 네가, 아주 정확하게 파악했다. 젊은 우파라면 적오도 이런 수준에서 시작해야 해. 그런데 보통은 이런 근거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고 대항의식으로부터 시작하지. 예를 들어 '나는 좌파가 싫다', '나는 운동권 애들이 너무 설쳐서 싫다', '나는 김정일이 너무 밉다', 이렇게 해서는 결코 제대로 된 '대한민국 재건국' 운동을 할 수 없어. 미구에 시작될 '대한민국 재건국' 운동은 그런 대타의식으로부터 벗어나 '강한 것이 선한 것이고 강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라는 자긍심과 자기 정립에서 시작해야 해. 내 윗 세대인 올드 라이트는 일제나 독재에 가담한 원죄가 많고 상대적으로 젊은 나와 같은 뉴라이트는 좌파에 대한 원한이나 피해의식이 있어. 그래서 원죄도 원한도 없는 순수한 우파, 너와 같은 영 라이트(young right), 퓨어 라이트(pure right)가 필요해" 269쪽

 

' 이 미친 늙은이, 노망도 참 단단히 났네. 도끼로 정수리를 콱 찍어버릴까 보다. 이런 늙은 이들은 대체 언제까지 어리광을 부리려는 걸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시절에 좌파는 고문당하고 죽고 그것도 못 당한 사람은 하다못해 감옥이라도 가지 않았나? 그때 이런 노인네들은 호의호식하면서 '아무도 알알주지 않는 지옥'에 있었을 뿐이면서, 뭐가 그렇게 억울한 것일까? 온통 우파가 권력과 물질을 차지했던 나라에서, 이런 노인들이 좌파 지식인들에게 핍박을 받아봐야 또 얼마나 받았다고? 우파 노인네들이 이처럼 나약해빠졌으니, 일제 식민지 시기를 이야기할 때도 '위안부는 강제가 아닌, 공창이다', 일본 식민 지배는 조선의 축복이다' 같은 애먼 소리를 해대고 망신살이 뻗치지. 대체 그런 역사관이 강한 것을 지향하는 우파의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이 노친 세대는 우파라면서 왜 스스로 강해지려고 하지 않는 걸까? 답은 하나야. 이 노친네들은 빨리 죽어야 해. '미국이 없으면 우리는 죽는다'고 벌벌 떠는 이런 계집애처럼 나약한 구舊우파들이 깨끗이 청소되어야, '미국 없으면 어때?'라고 턱을 세우는 진짜 당당한 우파들이 새로 돋아나지. 이땅에서 '좌빨'이나 '빨갱이'들을 몰아내려면 그런 신新 우파가 빨리 나와야 해. 미국과 동맹을 절연하라거나 반미를 하라는 뜻이 아니라, 미국에 당당한 우파가 나오면 '좌빨'들은 저절로 사그라져. 그것도 모르고 주구장창 입을 떼느니 '미국이 없으면 우리는 죽는다'고 외쳐대고 광복절엔 미국 국기를 들고 나와서 꼴값을 떨어대니 '좌빨에게 말발이 안 서고 무시당하는 거지.' 316쪽


'저 자들이 죽으면 지옥이 아니라 반드시 천국에 가야 한다. 거기서 무엇을 위해서도 일부러 해야 할 필요가 없는 거짓말을 영원히 반복하면서, 마음속 깊이서부터 차오르는 회한과 자괴를 느껴야 해, 그게 벌이야.' 321쪽
 
"말했던 것처럼 나는 그런 가치를 만들어낼 힘이 없어. 문학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애는 건데, 나는 보수적이야. 새로운 걸 못 만들어. 그저 선생님들의 말에 '예, 예' 하면서 따라하는 것만 잘할 뿐이지. 그런데도 나는 그게 이 세상을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해. 나는 배의 바닥짐 같은 사람이나 가치를 좋아해. 바닥짐이 뭔지 알지? 선체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배의 바닥에 싣는 물이나 모래 따위의 무게 나가는 화물이야. 이걸 싣지 않으면 배가 쓰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지만, 강한 바람이나 큰 파도에 휩쓸려 난파할 우려가 커. 그래서 먼 바다를 항해하는 배는 반드시 바닥짐을 싣고 다녀. 바닥짐이 없으면 배가 침몰하는 것처럼, 보수가 없으면 국가나 사회도 뒤집어져. 그래서 나는 보수주의자가 됐어."  326쪽

 

구월의 이틀 -류시화


구월의 이틀


소나무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곳에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있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걸어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뭇잎사귀들은
비에 부풀고 어느 곳으로 구름은
구름과 어울려 흘러갔으며

그리고 또 비가 내렸다
숲을 걸어가면 며칠째 양치류는 자라고
둥근 눈을 한 저 새들은 무엇인가
이 길 끝에 또다른 길이 있어 한 곳으로 모이고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모래의 강물들
멀리까지 손을 뻗어 나는
언덕 하나를 붙잡는다 언덕은
손 안에서 부서져
구름이 된다

 

구름 위에 비를 만드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있어 그 잎사귀를 흔들어
비를 내리고 높은 탑 위에 올라가 나는 멀리
돌들을 나르는 강물을 본다 그리고 그 너머 더 먼 곳에도
강이 있어 더욱 많은 돌들을 나르고 그 돌들이
밀려가 내 눈이 가닿지 않는 그 어디에서
한 도시를 이루고 한 나라를 이룬다 해도


소나무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나의 구월이 있다
구월의 그 이틀이 지난 다음
그 나라에서 날아온 이상한 새들이 내
가슴에 둥지를 튼다고 해도 그 구월의 이틀 다음
새로운 태양이 빛나고 빙하시대와
짐승들이 춤추며 밀려온다 해도 나는
소나무숲이 감춘 그 오솔길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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