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비친 우리의 초상
조한욱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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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필드하우스라는 역사가는 제국주의란 근대화 되어가는 불가피한 과정이니 도덕성을 빼고 보자고 제시한다. -중략-

 

'제국주의를 수행했던 국민으로서의 양심의 가책을 회피하려는 방법이 역사를 수치 놀음으로 환원시키는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역사학에서 가치를 빼고 보자는 사람들이 있다. 그 전제에 동의를 해준 바가 없는데, 스스로 그 전제에 맞추어 논리를 펼치는 그들 역시 역사를 숫자 놀음으로 바꿔 일제 강점기가 우리나라를 근대화시켰다고 오도한다. 단순한 예를 들어보자. 도적이 침입하여 내 집에서 나를 내쫓고 구박하고, 자신이 살면서 스스로 편하자고 시설을 갖춰놓았다. 그러다가 공권력에 의해 내가 집을 되찾았다. 좋은 시설 갗춰줬다고 그 도적에게 감사하라고 말하는 것이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얘기인가? 어떻게 도달한 역사학의 정체성인데, 가치를 버리라고 요구하는 무례함이라니. 그들에겐 '뉴'라는 말을 붙이기도 민망하다. 어떻게 이름을 바꿔도 그들의 원초적 무례함은 변함이 없다.  157쪽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제국주의 국가가 아니라 제국주의에 의해 침탈을 당한 피해 당사자인데 어떻게 역사의 이름을 달고 일제시대를 한반도의 근대화에 이바지했다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역사관을 입에 올리는 뉴라이트, 심지어 아이들이 보는 국사 교과서에까지 그 물을 들이려 하는가?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독재는 했으되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공이 크므로 부정적인 표현은 모두 제외하고 긍정적인 면만 보여주자는 국사 교과서가 제대로 된 교과서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겨레신문에 연재된 조한욱의 서양史覽이란 칼럼을 책으로 올김것이다. 서양사를 통해 인간의 모습, 우리 사회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어떤 의미와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은 탐욕, 위선과 기만, 강압, 차별, 몽매, 분노라는 장으로 나누어 서양사의 중요 장면, 이슈가 된 인물들의 일화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연결하여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아주 짤막한 서양사의 장면을 이야기 하지만 역사의 가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 문제가 된 사건들, 그리고 당대의 편견으로 인해 큰 기여를 했음에도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사회의 부정의에 항의하려는 연대의 힘을 보고 나면 그래서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거의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그 과거사를 되풀이하게 되어 있다는 말은 우리 근현대사를 살펴보면 아직도 유효함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던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이 아니라 괴물을 만들어낸 박사의 이름이라는 것을, 로마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란 콜롯세움이 반인간적인 장소였다는 것, 사회의 소중한 가치를 위해 희생된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우리 사회에서 되찾아야 할 소중할 가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믿는다. 드레퓌스 사건과 같은 사건이 얼마나 많았을까? 지금 과거 정부에게 간첩누명을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거나 핍박받은 사람들이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소송에서 승소한 뉴스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놀로 에스코파리 - "나는 주교직을 원하지 않습니다"

주교직에 임명된 사람은 의례적으로 2번 거부의 의사를 표현한다고 한다. 3번을 표현하면 정말 그런 것으로 받아들인다고...실제 그런 일은 없었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숱한 인물들이 고소영, 강부자로 임용탈락이 된 사람들을 보아왔다. 그러나 그들중 단 한명도  놀로 에스코파리를 말하지 않았고 낙마후 법범행위에 대해 법적 조치를 보았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미국은 자국 스포츠의 휴지기를 이용하여 혹서기에 올림픽과 월드컵 경기를 열지만 우리의 경우 미관 작업을 위해 철거민 노점상을 쫓아내고 G20 정상회의 한번으로 국격이 아주 높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감성의 야만보다 이성의 야만이 더 무섭다. 지금 진행되는 국가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들이 아주 높음에도 다수결의 힘을 믿고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과연 후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추산하기 힘든다.

 

과거의 역사에서 당대의 역사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배워야 하는가? 경제적인 수치로 선진국의 문턱에 올랐다고 하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나 지금의 방향이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는 것을 저자는 서양사의 한장면을 통해 우리 사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준거를 제시하고 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 인간의 한계라고 해도 대한민국이란 배를 공통의 함의를 담은 목적지로 항해시키기 위한 방법론의 차이가 아니라 상대를 배제하고 자신만이 정답이라고 상대에게 강요하는 일은 없어져야 하리라 믿는다. 그 어떤 가치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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