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Paperback, 미국판) - Harry Potter Series, Book 1 Harry Potter 미국판-페이퍼백 1
조앤 K. 롤링 지음 / Scholastic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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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최후의 19일 - 상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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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을까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으론 알았어도 홍길동전 이상의 높낮이 없는 새로운 세상을 꿈꾼 혁명가 허균은 몰랐을까? 허균이 지은 소설과 허균의 생각을 구분해서 본 아둔함이 깊숙히 파고들지 못하고 암기위주로 홍길동전을 대하다보니 그 진체에 접근하지 못했음을. 명나라에서도 인정했던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동생이기도 한 교산 허균이 꿈꾼 조선은 과연 어떤 나라였을까. 도올선생이 한신대에서 강의한 것을 EBS에서 방영하는 중용강의에서 율곡과 충무공이 손잡고 혁명을 했더라면~ 허균의 혁명이 성공했더라면~ 하는 아쉬운 가정법을 던져본다. 그가 출옥을 했더라면, 결행일을 당겼더라면, 주저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가득 밀려온다. 이미 결론을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지만 팩션을 읽을때마다 진한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그럼 우리가 꿈꾸었던 혁명은~ 치기어린 한시절의 꿈이었던가?


모든 혁명은 아름답다. 모든 혁명은 슬프다. 더욱이 실패한 혁명은 더더욱이나.. 황소 여섯마리를 사지에 매어 처형하는 능치처참이란 극형으로 생을 마감한 혁명가 허균, 어찌 광해군의 총신이자 관송 이이첨과 한배를 탔던 이의 최후라곤 믿겨지지 않을 만큼, 관송 이이첨의 노림수도 있었지만 취약한 왕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이첨만이 아니라 교산 허균도 의심했음을. 명확하게 내린 지시보다 두루뭉실하게 내린 교지속에 담긴 광해군의 노림수에 오히려 더 크게 당한 것은 아닐까.

 

폭군을 몰아내고 왕을 바꾼 반정은 많았어도 세상은 거기서 한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조선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충분히 배웠으나 4.19, 6.10을 거쳤지만 아직도 우리의 혁명은 여전히 아름답기 보다 슬프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과 비슷한 소재의 작품 슬픈혁명(정경옥지음, 여우볕출간, 2009)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박학다식한 소설중독자 김탁환의 문장과 해박함, 그리고 다양하게 등장하는 고색창연한 한문, 사자성어, 허균의 작품과 일화들이 어우러져 19일간 일어났던 허균과 주변 인물들의 일상과 고뇌가 눈에 보이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어렵다.

 

허균 최후의 19일은 그가 능지처참을 당하는 최후의 날에서 역순으로 사건 발생의 원인을 알려주고 있어 일순 어리둥절하고 갈피를 못잡게 만들면서도 원인이 무엇이었까, 우연처럼 보이는 작은 사건들이 얽히고 설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허균과 혁명의 주체세력들, 놓여날 수 없는 덫에 걸렸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한 교산! 왜 그랬을까? 그토록 싫어했던 관송의 주구노릇을 자처하면서까지 혁명을 준비했던 그가, 도대체 왜 그랬을까? 광해군을 그리도 신뢰했더란 말인가? 그럼 관송을 제거하고 광해군을 중심으로 새로운 조선을 꿈꾸면 안되었을까? 만주족이 명나라와의 일전을 앞두고 있던 시점, 명나라에게 원군을 보낸 그 시점을 결정적인 시기로 잡고 범궁을 노렸던~ 그

작은 인원으로 조선의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취약했더란 말인가?

칠서지변시에도 배신자 박응서로 인해 낭패를 보았던 그, 왜 그날의 전략을 여인에게 맡겨더란 말인가? 모름지기 질문이 많이 하는 자는 성공보다는 실패를 가정하고 있다는 것을 왜 그를 그토록 믿었을까? 박치의의 말처럼 절단을 냈더라면...

 

왜 작가는 허균 최후의 19일을 역으로 배열했을까? ~ 신예작가 정유정의 7년의 밤의 느낌과도 흡사하게 다가온다. 결론은 났지만 이유가 무엇인가, 이리저리 꼬인 사건들의 원인은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묻게하고 독자들을 그 상황속으로 말려들게 만드는 장치가 아니었을까?

가는 곳마다기생과의 염문을 뿌리고, 탁월한 문장을 자랑하는 시인,  신선이 되기를 꿈꾸었고 서산대사, 사명대사, 한석봉에 닿아 있고, 명나라 외교의 달인인 그, 그가 왜 혁명을 꿈꾸게 되었을까? 왜, 왜, 신분의 차등이 없는 나라를 꿈꾸었을까, 동인의 영수였던 허엽, 허봉, 허성, 허난설헌, 그의 스승인 서자 출신의 손곡 이달, 그의 영향이었을까? 임란에서 아내와 아들을 잃은 허균, 전란에서 나라를 구했지만 신분의 질곡으로 유학이 승하는 나라에서 승려라는 이유로, 서자라는 이유로 제대로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숱한 사람들과 가까이 했기에 자연스레 새로운 나라를 꿈꾸었던 것일까? 조선왕조를 인정하는 홍길동보다 한 걸음 나아가 율도국이 아니라 조선 그 자체를 새롭게 세우고자 했던 혁명! 그 설계자인 허균의 긴박했던 최후의 19일.

 

슬프지만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었던 혁명가들의 이야기,  새로운 허균이 아들 허굉을 통해 다시 자라고 있음을, 태백산맥에서 패한후 하대치가 염상진 대장의 무덤에 마지막 인사를 떠나던 장면이 떠올랐다. 아름다운 혁명을 꿈꾸는 사람들이 세상을 한걸음 한걸음 변화시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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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묵시록 - 상
신용우 지음 / 작가와비평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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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의 역사를 가정해 보는 만큼 부질없는 일은 없다. 그러나 우리 역사는 안타깝고 의문에 싸인 대목이 너무 많아 이미 진행된 역사와는 또 다른 가정을 토대로 한 소설이나 드라마가 많이 나오고 있다. 과거의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민족은 그 과거를 반복하게 되어 있다는 교훈을 각인하고 어제와 다른 대한민국의 역사가 전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나 아직도 과거의 질곡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청과 명과의 등거리외교 실리외교를 주창하던 광해군을 인목대비 폐위와 영창대군 사사 등을 사유로 성리학의 명분론자들과 명에 대한 사대주의를 주창하던 세력이 인조반정에 성공하고 존명반청의 기치를 높이 올린 결과 조선은 정묘호란에 이어 병자호란을 겪게 된다. 지는 해를 믿고 솟아오르는 해를 무시한 결과임에도 조선의 기득권자들은 명이 망한 이후까지도 그 못된 버릇을 버리지 못하여 결국엔 일제강점기를 맞게 된 것은 필연의 결과라 보인다.

요동묵시록은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작성한 비서를 박제가의 가문에서 대를 이어 보관해오다가 정조가 유득공에게 발해의 역사(발해고) 집필을 의뢰하게되고 비서를 정조에게 보이기전 백탑파의 수장인 연암 박지원에게 먼저 보이게 되는 것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려말의 위화도 회군, 감추어지고 지워진 대진국의 역사,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간 소현세자의 행적 등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청나라가 조선에 나선정벌을 대가로 요동경영을 맡기려한다는 엄청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효종의 북벌론은 명분론에 사로잡힌 조선이 청을 공격하려 했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와는 전혀 다른 구도하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 셈이다.

 

조선의 가림토 문자가 한글의 모태가 되었다는 것을 감추고 단종을 폐위하고 집권한 세조가 명의 인정을 받기 위해 명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줘 조선과 발해의 역사를 다룬 사서를 위서라 하여 정부의 서가에만 보관했다는 것이다.

 

소현세자의 의문에 싸인 급사는 여러 책이나 소설을 통해 널리 회자되는 소재로 이 책은 인조가 김자점의 술수에 말려 그리도 쉽게 그가 심어놓은 어의를 통해 사사를 허락하는 것이 너무 간단하게 서술되어 인조의 심경을 제대로 파악하긴 어려웠고 사실일까? 아무리 청에 빌붙어 자신의 왕권을 위협하는 아들이라 하드라도, 이것은 영조의 사도세자에 대한 행위처럼.. 권력은 아들이라 할지라도 공유할 수 없다는 말이 정확히 입증되는 것이랄까?

 

소현세자의 1차 환국시 청태종이 하사한 곤룡포, 완전 환국시 용골대가 가져온 청룡도에 담긴 파장이 이토록 클 줄이야

소현세자와 용골대, 예친왕 다이곤이 그렇게 친밀해지는 것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긴 하지만 심양에서 소현세자와 강빈이 보여준 활동사항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강빈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만이라도 덧보태어졌더라면 좋았을 것이라 아쉽다.

 

초반에는 대화가 격식을 지나치게 차리는 문장이라 속도가 붙지 않았지만 사건이 전개될 수록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안타까움이 더해져 몰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소현세자가 지혜를 발휘하여 왕위에 올랐더라면 조선을 어떻게 되었을까? 서양의 앞선 문물을 받아들이고 나선정벌에 성공하고 요동을 다스리게 되었다면 조선은 중국과 러시아에 필적하는 전조선과 대진국, 고구려의 영토를 가진 대국이 되었을까?

 

역사적 실화가 승자의 역사 기록으로 사라지면 설화가 된다는 저자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치우천황과 중국의 황제가 맞붙어 싸워 전승을 거두다가 탁록대전에서 한번 패한 것이 완전 패한것이란 중국의 기록이 맞을까? 전쟁에 승리한 황제의 무덤은 산에 있고 싸움에 패한 치우천황의 무덤은 평지에 있다는 것이 역사왜곡을 입증한다는 어느 사학자의 글이 떠오른다.

 

신라가 당을 끌어들여 삼국을 통일한 것은 통일이 아니라 고구려땅을 잃어버린 것이며 그를 이어받은 대진국의 역사, 북벌을 반대하는 세력의 근초가 고구려의 관리가 된 신라 6두품 세력이라는 것도, 청나라와 한민족의 나라인 금나라의 시조가 경순왕의 후손이라는 사실, 신라는 남방계가 아니라 북방의 돌궐계라는 사실처럼 우리 역사는 고구할 수록 안타깝고 의문부호를 던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을 너무 많이 만나게 된다.

가정을 한들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사인 것을, 과거의 패착을 제대로 파악하여 미래를 위한 오늘의 교훈으로 삼아 과거의 아픈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고 싶은 것이 이런 팩션소설을 집필하는 저자의 마음이 아닐까?

 

소현세자의 원대한 꿈! 학질을 앓은지 사흘만에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그 사실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너무 앞서나간 점도 없진 않지만 소설을 통해 우리 역사를 다시보게하는 팩션소설은 언제나 나를 유혹하고 있다.

 

강빈과 석철은 어떻게 사사를 당하고 봉림대군은 왕이 되어 어떻게 소현세자의 받들지, 봉림대군의 비서에는 또 어떤 충격적인 역사적 사실이 담겨 있을지 하권이 크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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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데이
김병인 지음 / 열림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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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이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주의냐 자유민주주의냐, 독재 그리고 뉴라이트의 일제시대가 한반도의 근대화 기여했다는 입장에 이르고 보면 이 책의 저자가 과거시대 한국과 일본의 앙금인 증오를 지우자고 하는 논리엔 쉽게 동의가 되지 않는다.

지리산 항일의병이었던 주인공 한대식의 아버지가 남긴 유품에 나온 불임 부부에게 들이닥친 도둑 신랑의 이야기처럼 우리의 일제시대를 미화할 수 없는 논리가 가장 인상적으로 내겐 다가온다. 역사에 비친 우리의 초상(조한욱지음 위즈덤하우스펴냄)에도 이와 유사한 강도론으로 일제의 근대화 기여론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도둑을 통해 아들을 얻었던, 집이 새단장되고 좋게 되어도 그것을 좋게 평가할 이는 아무도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만한 일이 아닌가. 그러나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선 가슴이 턱 막히는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고 개그맨의 개그를 고발하는 정치인의 행태처럼 헛웃음이 절로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노르망디 상륙잔전에서 연합군에 잡힌 독일군 포로중 네명의 조선인 사진이라는 모티브에서 출발하는 디 데이는 한걸음 더 나아가 그들중 아마도 일본인 포로가 있지 않았을까하는 가정을 더하여 그들의 대립도 그리지만 화해를 이야기 할 것이란 복선을 진하게 깔고 있다.

강제규감독이 제작하여 12월 개봉예정인 장동근, 오기다리조, 판빙빙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는 마이 웨이의 원작 시나리오를 토대로 한 소설로 초기엔 타임워너의 투자를 끌어내 화제를 모았지만 무산되었고 감독의 각색으로 원작과 달라졌다는 프롤로그를 보니 영화와 원작의 차이가 무엇일지 자못 궁금해진다.(아버지의 길도 드라마든 영화로든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디데이와 동일한 소재에서 출발하나 탈북노인의 증언에서 실화와 픽션으로 그려진 아버지의 길(2권, 이재익지음, 황소북스)을 읽은 기억과 대조하여 공통점과 다른 점을 가려가며 읽는 재미도 남달랐다. 그 감동의 무게는 달리기와 화해에 초점을 둔 디데이와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려한 아버지의 마음에 초점을 둔 아버지의 길이 너무나 다른 작품이긴 하되 기본적인 구도와 구성은 엇비슷하다. 아버지의 길이 더 현실성 있게 다가오는 것은 아무래도 역사적 사실에 더 충실한 것일테고 디 데이는 한대식과 요이치란 두 젊은이에 너무 초점을 맞춘 것이라 현실성은 다소 떨어져 보인다. 더구나 이야기가 동일한 사건에 대한 대식과 요이치의 회고적인 기록으로 소설이 전개되어 더 더욱~

 

독립운동을 하다 가족이 보는 앞에서 총살을 둔 아버지, 불령선인이란 낙인이 찍힌 대식의 가족이 일본의 작위를 받는 후지와라 요이치의 집에 함께 살게 된다.
둘은 동갑내기지만 첫 조우에서처럼 조선인과 일본인이란 건널 수 없는 감정의 골,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하는 경쟁상대이기도 하니 둘은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한 채로 지내게 된다.

 

일본 남작인 아버지가 불령선인의 가족을 돌본다는 것과 독립군의 후손이 일제 고위층의 후원아래 살아가게 되는 것이 현실성 있게 다가 오진 않지만 그의 아버지는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입장이며 아들은 천황을 신으로 추앙하고 학업보다는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아버지의 독일유학 권유도 거부한채로 자진입대하게 되는 인물이다. 뼈속 깊은 일본인, 반면 대식은 올림픽 출전권이 달린 지역 선발전에서 요이치를 제치고 우승하나 교장의 음모로 면직된 코치에 대한 처우에 항의하다 영어의 몸이 되고 교장의 회유로 자진입대를 하게 되고 그들은 노몬한 전투, 굴라크 등에서 상상이상의 고난을 겪는다.

 

도저히 현실에선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대식과 요이치의 인생을 뒤흔들게 된다. 탈출하여 일본군에 복귀하고자 하는 요이치의 집념, 올림픽에 출전하여 금메달을 목에 걸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요이치의 집에서 나오는 것 등)지고 조선인의 기개를 만방에 떨치고 싶은 대식의 집념이 뚜렷한 대비를 보인다. 목적은 달라도 길은 하나, 결국은 둘은 힘을 합치게 되나 매번 하루 전 그들의 운명을 뒤흔들어 버리는 사건의 발생으로 그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는 안타까움에 애간장이 절로 탄다.

 

노르망디의 조선인 포로 4인에 대한 기록은 정녕 사진만 남았을까?  역사의 파고가 일개인의 삶에 이렇게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을.. 극한의 상황에서도 살아 남아 해야만 하는 뭔가가 있는 사람의 집념의 힘이 실로 놀랍다는 것을 보게 된다.

포로가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일본군, 덴노 헤이카 만자이를 외치며 죽음 선택하던 일본군과 욱일기를 짓밟으면서 살아남아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은 일본군, 자신이 선택한 전쟁이 아니라 강압에 의해 그 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조선인. 그들 모두가 피해자임엔 분명하나 화해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지만 삶을 위해서 원수의 손도 잡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수많은 한대식과 요이치가 존재했을 것이다. 대식의 바톤터치를 받아 대식의 삶을 살면서 대식의 꿈을 이루어지는 요이치는 현실세계엔 존재할 수가 없다.  왜 작가는 그렇게 끝을 맺을 생각을 했을까? 사학을 전공한 아내가 묻는다. 이 책 좀 이상해! 나도 그렇게 읽었어~

영화가 개봉되기도 전에 영화 홍보물이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다고 지적한 뉴스가 나왔다. 일본과의 화해의 길을 모색하긴 해야겠지만 그 당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면 그들의 죄악이 더 극명하게 그려져야 한다. 저자가 에필로그에 영화를 통해 일본내에서 사회운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는데, 헛된 기대가 아니라 현실이 되어 가해자의 진정어린 사과가 들불처럼 열도를 뒤덮었으면 좋겠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가 건너온 일제시대, 내가 거기에, 한대식의 삶을 살지 않아서 다행이다. 일제시대의 영향이 그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 그리고 오늘까지도 미치고 있으므로 그들이 사과를 하든 아니하든 관계없이 일제의 죄악상은 잊지말아야 한다. 일제의 한반도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이들의 집에 날강도가 들어서 쫓겨나고 후일 공권력 혹은 이웃의 힘으로 되찾은 집이 이전보다 좋아졌다고 날강도님 감사합니다를 그들이 주장할 것인가 한번쯤은 묻고 싶다.

 

대등한 입장에서 1만미터 달리기 경쟁자였다가 군에 입대하여 서로의 앙금을 털어버리고 손을 잡고 고난을 이겨낸 휴먼 드라라면 그들의 우정이 눈물겹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분명한 이상, 우리는 그들의 우정과 바톤터치 이상의 역사적 사실에 먼저 눈길을 주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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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난장이 미짓
팀 보울러 지음, 김은경 옮김 / 놀(다산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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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의 대가 팀 보울러, 스타시커, 스쿼시, 프로즌 파이어, 블러드 차일드를 읽었고 초기작인 꼬마 난장이 미짓을 읽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그에게 카네기 메달을 안겨준 리버 보이다.

 

완전하게 원하고 완전하게 믿고
완전하게 그리면 모든 게 이루어진다.

 

시크릿, 꿈꾸는 다락방이란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핵심어와 닮아서 이와 유사한 이야기겠거니 했다.
난장이 미짓이 어떤 일을 희망하기에 의문의 요트 제작자 할아버지 미라클맨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을까? 문제는 좋은 일에만 통용되는 원리가 아니라 미짓의 형을 미워하는 마음을 작동하면 나쁜 일도 일어난다는 것이다.

 

난산으로 미짓이 태어남과 동시에 엄마를 잃어버린 형 셉은 뛰어난 요트 선수이다. 아버지나 다른 사람들이 보는 곳에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천사의 얼굴을 하는 형이지만, 캄캄밤중만 되면 미짓의 방으로 들어와 온갖 악담을 퍼부어며 미짓을 죽이려 하는 두 얼굴의 악마같은 존재로 미짓을 발작하게 만든다.

 

엄마를 잃어버린 슬픔이 큰 것은 알겠는데 설마 피를 나눈 형이 동생에게 사악한 짓을 일삼을 수 있을까 싶은 의아심이 들 정도다. 난장이에다 수시로 발작을 하는 미짓이 요트를 갖고 싶어하고 대회에 참가하기를 희망한다니 모두들 정상으로 받아들일 리가 만무하다.

 

매일 도망치다시피 요트 제작장으로 찾아가 자신이 갖고 싶은 요트를 지켜본다. 작업에 진척이 없더니 어느날 미라클맨이란 의문의 할아버지가 요트 작업을 하며 미짓에게 마법의 주문을 일러준다.

 

완전하게 원하고 완전하게 믿고
완전하게 그리면 모든 게 이루어진다.

 

믿음 반, 의심반으로 간절히 원한 것이 하늘에 닿았는지 미라클맨의 유산으로 오매불망 갖고 싶던 요트를 소유하게 되고 경주에 참가해 셉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버린다.

형제간의 갈등은 극에 달하고 형과 같은 악한 기운에 사로잡힌 미짓~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게 되고 급기야 셉이 큰 부상을 입게 된다.

 

세상에 한명만 살아 남을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간절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라클맨의 주문대로의 실천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선한 일에만 사용할 일이다.

미짓의 선택에 한동안 어리둥절했지만 그것이 사랑이요 용서임을 받아들이고 나니 눈시울이 붉어진다.
형과 동생은 가까운 사이기도 하지만 부모란 존재를 앗아가는 동생이 미워 죽겠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들 한두 자락이 있듯이, 동생의 탄생이 엄마의 죽음의 원인이 되었다면~ 아버지란 왜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런 지경에 이르게 했을까?

 

꿈을 이루었지만 그 꿈으로 인해 또 하나의 불행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 꿈을 포기할 수 있을까?

악마와 같은 존재인 형을 용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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